패닉 - 3집 Sea Within [재발매]
패닉 노래 / 뮤직앤뉴 / 2000년 1월
평점 :
절판


패닉의 음반은 원래 1집과 2집 밖에 들어보지 못했었다.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도 오른 1, 2집과 달리 그 이외의 음반은 딱히 높은 평가를 받는 것 같지도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들어보니 내 생각이 완전히 빗나갓음을 알게 되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본 전율이었다. 

 패닉의 음악들은 무언가 뒤틀린 다른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그들의 음악을 듣다보면 그 세계가 마치 뮤직비디오를 보듯 바로 눈앞에 그려지고 그것이 실제 세계와 섞여 들어가는 경험이 든다. 이 음반도 그랬다. 나는 3집을 들으며 비 올 때나 새벽처럼 하늘이 황산구리빛으로 변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 가끔씩 창밖을 보면 너무 밝아 놀랐다.

 황산구리빛처럼 그들의 세계는 쓸쓸하다. 한없이 활기차지만 그 이면에 어둠과 냉소가 자리하고 있다. 왜냐하며 그 세계는 소외된 자들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의 세계는 다른 세계지만 현실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들의 세계를 단순한 우화로 무시할 수 없으며, 공감까지 하게 된다. 

 2집 때부터 시작된 그 세계는 3집에서도 계승되나 항상 동화적이고 짖궃었던 2집과 달리 3집은 그 세계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 SF 소설에서 나올 법한 디스토피아적인 색채를 보여주는 <여행>, <Red Sea of Red Tea>부터 발랄한 드라마 주제곡 같은 <태엽장치 돌고래>와 <뿔>, 가슴이 벅차오르게 만드는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까지, 그들의 세계관은 한층 넓어졌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곡에는 여전히 그 세계의 지문이 확실히 남아 있다. 그렇기에 나는 이 음반이 2집보다도 훨씬 또한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 세계 속의 소외된 존재들에 대한 사과인 <미안해>를 통해 종결까지 완벽하게 짓는다.

 이 음반은 최근에 들은 음반 중 최고였다. 이 음반을 들으며 확신하게 되었다. 이적과 김진표는 천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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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형 교수의 <수학의 수학>을 읽고 있다. <수학의 수학>은 '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탐구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수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단순하지 않다고 역설하며 수란 '연산 가능한 것'이라는 정의를 내린다. 여기서 연산이란 '두 개의 물체를 받아서 세 번째 물체를 주는 체계적인 방식'인데, 이 연산은 교환법칙, 결합법칙 등 여러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저자는 이러한 조건을 만족하는 체계를 여러 개 보여주며 수라는 것이 세상 어디에나 있다고 말하는 데, 그 예 중 눈길이 가는 것이 두 개 있었다.

 첫 번째는 위상수학적 연산이다. 위상수학은 물체를 구멍내거나 찢지 않고 유연하게 구부려서 변형시키는 수학이다.  그러므로 위상수학적으로 구멍의 개수가 같은 두 곡면은 동일한 곡면으로 간주될 수 있다. 위상수학에서 덧셈은 두 개의 곡면을 합치는 것으로 정의되는데, 여기서 합쳐져도 구멍의 개수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항등원'이 하나 있다. 바로   '구'다. 구는 구멍이 뚫려 있지 않기 때문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즉 구가 '0'처럼 작용하는 것이다.

 이 대목을 읽으며 나는 에디슨 이야기가 떠올랐다. 에디슨은 어렸을 때 찰흙 두 덩이를 합치면 한 덩이가 되므로 1+1=1이라고 했다. 우리는 이 논리를 덧셈은 그렇게 정의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단칼에 자를 수 있으나, 그렇다면 덧셈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남게 된다. 나는 위상수학적 연산이 에디슨의 대답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에디슨의 '합치기'는 위상수학적으로 정의된 덧셈인데, 위상수학적으로 구멍이 뚫려 있지 않은 물체는 0이므로, 에디슨의 유추는 1+1=1이 아닌, 0+0=0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식이 되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입자의 연산이다. 저자는 만물을 이루는 표준모형의 기본 입자들의 상호작용이 연산의 조건을 만족하며, 따라서 입자들을 수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사실을 통해 '만물은 수'라는 피타고라스의 주장이 옳다고 역설한다.

  그런데 나는 입자의 연산이 조금 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우리는 지금껏 수를 매우 직관적으로 생각해왔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엄밀한' 연산의 정의 또한 직관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공식화 한 것이다. 보통 일상생활에서 교환, 결합법칙 등이 성립하므로 우리가 그것을 수로 정의했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미시 세계에서도 이것들이 성립한다는 것이, 이 우주가 미시와 거시가 일맥상통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 졌다. 이 구조가 그런 프랙탈과 같은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익히 들어왔으나, 이렇게 확인한 것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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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눌프 헤르만 헤세 선집 6
헤르만 헤세 지음, 권혁준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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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헤세의 소설은 그래도 항상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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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러건트 유니버스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 / 승산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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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부에서는 저자의 매우 탁월한 비유와 필력에 감탄하고,
후반부에서는 경이로울 지경의 현대물리학의 아름다움에 감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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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기억
장 자크 로니에 지음, 임미경 옮김, 뫼비우스 그림 / 문학동네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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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돌을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투쟁이 아닌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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