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66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임종기 옮김 / 문예출판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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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이지 않는 존재와의 소통을 단절하고 그것을 끊임없이 몰아세운다. 그렇게 내몰린 존재인 그리핀은 결국 자신의 존재 자체를 세상에서 분리시켜 버린다. 그러나 투명인간이든 아니든 그는 '보이지 않는 인간(invisible man)'일 뿐이다. 그를 향한 끝없는 몰아세움은 결코 그치지 않는다. 그는 이에 분노하고 그 분노는 그의 욕망을 일깨운다. 사실 투명인간이 된 순간부터 그는 자신의 욕망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장난에 그쳤었다. 그의 욕망을 표출하도록 한 결정적인 주범은 '자유'가 아닌 '분노'였다. 작품의 모든 장면에서 그가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할 때는 분노했을 때이다.

 그리하여 그는 보이는 존재들과의 전쟁을 개시한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는 그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수의 공격에 눌려 패배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투명인간을 옹호하려는 건 아니지만 이 장면은 상당히 씁쓸하게도 느껴진다. 왜냐하면 보이지 않는 존재, 즉 소외된 존재들은 패배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는 죽음 후 모습이 돌아오고, 보이게 된다. 웰즈는 이 장면을 통해 소외된 자들이나 소외되지 않은 자들이나 결국 같은 인간이라고 역설한다.

 에필로그를 보며 우리는 또 한 번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다. 그리핀과 마찬가지로 소외되고 버림받은 존재인 마블은 그리핀과 마찬가지로 투명인간이 되고 싶어한다. 투명인간의 비극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것이다. 소외된 자들은 여전히 세상 끝으로 몰리며,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를 분리시키려고 한다. 이 순환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것인가. 이 작품은 그에 대해 매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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