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계곡 셜록 홈즈 전집 7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박상은 옮김 / 문예춘추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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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홍색 연구(1887)>와 마찬가지로 <공포의 계곡(1915)>은 2부 구성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이 작품의 2부 구성은 주홍색 연구처럼 단순하지 않다. 주홍색 연구에서 사용된 2부 구성의 경우 사건과 그 사건이 일어나게 된 긴 배경을 나열해 놓은 것에 불과했다. 물론 공포의 계곡도 그렇긴 하지만,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두 챕터가 서로 닮아있다. 두 챕터가 모두 더글러스(맥머도, 혹은 에드워즈)의 '연극'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미국 버미샤 계곡에서 더글러스가 맥머도라는 이름으로 행했던 연극은 일당을 체포하며 끝난 줄 알았으나 영국에서의 살인사건을 통해 그 연극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어쩌면 더글러스가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공포의 계곡'은 이러한 가면, 페르소나였을지도 모른다. 이런 가면에서 '벗어나려' 하는 자가 더글러스라면, '벗기려'하는 자가 바로 홈즈이다. 이 둘은 그런 가면, 즉 알을 깨기 위해 안과 바깥에서 노력한다. 이는 <데미안(1919)>에서 싱클레어와 데미안의 포지션, 즉 줄탁동시()의 관계와 같다. 그런데 코난 도일은 모리어티를 통해 더글러스를 죽임으로써, 헤르만 헤세와 정반대로 그런 노력을 조롱한다. 모리어티가 마지막에 홈즈에게 보낸 메시지는 탐정으로서 홈즈가 해왔던 일들 전체를 조롱하는 것이다.


 이것이 더욱 의미심장한 이유는 '셜록 홈즈 시리즈' 자체가 코난 도일에게 연극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평생을 걸쳐 홈즈를 죽이고 싶어했다. 사실 모리어티는 그런 연극을 끝내기 위해 기용된 캐릭터이다. 그러나 그것은 끝나지 않는 '공포의 계곡'이었다. 다시 셜록홈즈를 되살리며 코난 도일은 그런 노력이 부질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소설에 그대로 투영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포의 계곡>은 셜록 홈즈 시리즈 중 가장 자전적인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에는 그 전에 등장했던 요소들이 많이 등장한다. 모리어티 교수(마지막 사건), 2부 구성(주홍색 연구), 암호 풀이(춤추는 인형), 불가능한 범죄(얼룩 끈), 도입부에서 물건을 통한 추리(바스커빌 가의 사냥개) 등등.



이런 세상에, 홈즈 선생님, 이런 세상에!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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