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이 슬픔을 안고
문철승 지음 / ㈜소미미디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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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추워진 겨울날, 따뜻한 시 한 권이 도착했다. 어두운 감정보다는 밝은 감정을 노래하며 따스한 부분을 보여주려는 시이다. 볕 좋은 날 차 한 잔 마시며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 문철승 시인은 초등학교 교내 백일장에서 상을 받으며 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시를 쓰고 있다고 한다.

『기쁨이 슬픔을 안고』는 한 행의 길이가 짧고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이해하기 쉬운 시어를 사용하여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감정을 다루고 있어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고, 뒷맛이 깔끔하다.

시를 읽으면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의 의미를 깨닫게 되고, 삶이 새롭게 느껴지게 된다. 자연과 사랑에 대해 쓴 시를 읽으며 풀숲을 맨발로 산책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허락하신다면 / 내 마음 빈자리 앉아서 / 두고두고 멈칫거려도 돼요'라는 시구와 같이 나도 다른 사람에게 양지 아래 의자를 내어 줄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한다.

 

★본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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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터네이트 (노블판) - Alternate
가토 시게아키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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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지금까지 고마웠다는 말을 못하겠어. 말하고 싶지 않아.

앞으로도 말하고 싶어.

미우라한테 고맙다고 계속 말하고 싶어. 지금은 그런 마음이야.

작품에 대해

고등학생만 사용 가능한 SNS 앱 '얼터네이트'.

나의 모든 정보를 프로필에 게시할 수 있고, 관심사뿐만 아니라 유전자 정보까지 등록해 나와 딱 맞는 파트너를 찾을 수도 있는 세상에서 우리의 관계는 어떤 모습을 할까.

가토 시게아키 작가의 『얼터네이트』는 '얼터네이트'라는 가상의 앱을 소재로 청소년들의 관계에 대해 풀어낸 작품이다. 세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각 장마다 주인공이 바뀌며 각자의 에피소드가 교차되며 전개된다.

주인공은 총 세 명이다. 니미 이루루, 반 나즈, 다라오카 나오시가 그들이다. 이루루는 얼터네이트에서 악플에 시달린 경험이 있어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고, 가족관계에 문제를 느끼는 반 나즈는 프로그램으로 이어진 관계가 확실하다고 생각하며 얼터네이트를 신봉한다. 다라오카 나오시는 학교 밖 청소년으로 학생만 이용할 수 있는 얼터네이트를 사용할 수 없어 옛 친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주요 인물 셋 중 둘이 얼터네이트를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 작중에서 얼터네이트가 등장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제목으로 사용될 만큼의 비중을 갖고 있지 않아 조금 당황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대부분의 사람이 SNS로 관계를 맺는 세상에서 관계를 맺는 과정'을 그리려고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터네이트'는 '교대로 일어나다, 서로 엇갈리다'라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얼터네이트'란 단순히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관계 자체를 함의한 단어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세 주인공은 각자의 고민을 안고 있다. 요리 동아리에 속해 있는 이루루는 작년 요리 프로그램인 '원포션'에서 혹평을 받고 결승 진출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루루는 올해 원포션 우승을 목표로 준비하는데, 요리사인 아버지와 후배 간의 관계가 쉽지 않다.

나즈의 어머니는 재혼을 했는데, 재혼한 남자가 좋은 사람이 아니다. 나즈는 얼터네이트라면 분명 딱 맞는 사람을 만나게 해 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데, 처음으로 매칭률 90퍼센트가 넘는 사람이 나타난다. 그런데 이 사람, 생각만큼 운명적인 것 같지는 않다.

다라오카 나오시는 드러머이다. 가족들로부터는 지지를 받지 못하고, 얼터네이트를 쓸 수 없어 함께 밴드를 하던 기타리스트 친구를 찾기도 어렵다. 어떻게든 간신히 친구를 찾아가서 만났는데, 친구는 더 이상 기타를 칠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장이 바뀔 때마다 이 세 인물이 번갈아 가며 주인공이 된다. 세 인물 간에 접점이 거의 없고 장이 워낙 자주 바뀌기 때문에 번잡하다는 느낌도 분명 있었지만, 각각의 인물들이 입체적이고 그들이 고민하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풀어냈기 때문에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다. 특히 이루루의 원포션 대회 장면은 잔뜩 몰입해서 읽었다. 결말부의 '축제' 장에서는 처음으로 한 챕터 내에서 세 인물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되는데, 각 인물의 이야기가 절정에 달하며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읽으면서 나오시의 드럼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이 소설은 사람과 상황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찬 청소년들의 이야기이다. 이들은 힘겹게 고민하기도 하고, 도망치기도 하고, 중요한 순간 실수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어떻게든 나아가려 분투한다.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든 결말을 맺는다.

나의 청소년 시절은 불안정과 고민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마냥 어려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고, 그때의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되었다고 믿는다. 그런 청소년기의 미묘함과 매력을 잘 표현한 책이었다. 어떤 일은 영영 극복할 수 없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도저히 추억이라는 고운 이름을 붙일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현재에 오기까지 힘껏 분투한 사람은, 사람의 삶만큼은 분명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싶다.

 

책에 대해



이 책은 노블판과 일반판,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되었다. 노블판 쪽이 판형이 좀더 작은 대신 표지가 더 화려하고 화사한 느낌이다. 얼터네이트를 뜻하는 'a'라는 홀로그램 문양도 들어가 있다.

주인공이 셋이나 되는데 이들의 이야기는 거의 엮이지 않고, 각 인물들의 인간관계가 독립적이기 때문에 매우 많은 주변인물들이 등장한다. 외국 이름이기 때문에 독자 입장에서는 더욱 헷갈리기 쉬운데, 본문 앞에 등장인물 프로필을 정리해줘서 독서하기 편했다. 중간에 이 인물이 누구였는지 기억나지 않으면 종종 앞장으로 돌아갔다.

상술했듯 각 장마다 주인공이 바뀌는데, 장이 바뀔 때마다 속표지에 해당 장의 주인공 일러스트를 넣어 준 것도 친절했다. 편집에 공을 많이 들인 태가 났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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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교과서 - 한순간에 행복해지는 방법
다케다 소운 지음, 강현숙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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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저러니 해도 긍정적인 삶은 좋은 것이다. 컵에 물이 반밖에 안 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는 컵에 물이 반이나 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더 편한 인생을 살 것 같다. 몸이 아무리 힘들어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이면 덜 힘들다고 여길 수 있고, 부정적인 사람보다는 긍정적인 사람이 아무래도 더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그러므로 긍정적인 삶을 살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저자 다케다 소운은 서예가이자 현대 아티스트로, 개인전을 열기도 하고 취리히 국제아트페어에 참가하는 등 여러 분야에서 활발히 예술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긍정의 교과서』에는 저자의 긍정적 삶의 노하우가 가감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의 차례는 제1장부터 제11장까지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각 장을 이루는 소목차들도 호흡이 짧아 페이지가 아주 쉽게 넘어간다. 자기계발서가 으레 그렇듯 가독성이 좋아서 몇 장만 펼쳐 봐야지, 생각했다가 금세 2챕터로 넘어가서 놀랐다.

각 장의 제목은 '감사', '받아들이기', '인간관계', '불안', '초조', '행동', '비전', '말', '느낌, '즐거움', 주는 것'이다. 긍정적 태도를 갖추기 위한 거의 모든 노하우를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긍정적인 태도를 갖추는 법과 더불어 부정적인 태도를 완화하거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는 법도 안내하고 있어 실용성을 갖추려 노력한 흔적도 보인다. 태도를 바꾸는 과정을 기초부터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긍정의 교과서'라는 제목에 걸맞은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독자들에게'라는 서문만 읽어도 저자가 따뜻하고 긍정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 나라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아낌없는 사랑과 감사를 보내주는 사람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곤 한다. 문체도 존댓말 구어체로 서술되어 있어 저자가 직접 이야기를 건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친근감과 신뢰감을 올릴 수 있는 좋은 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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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지 않은 형제들
아민 말루프 지음, 장소미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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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안타키아의 오솔길을 산책하노라면 때로 발밑에서 달팽이 껍질이 으스러지는 마찰음이 들린다. (...) 나의 무심한 밤 산책이 달팽이들한테는 치명적인 원정이고, 무해한 내 신발은 살상무기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약한 존재가 그보다 지나치게 강한 존재와 마주치는 길목에서 발생하는 일인 것이다.

아무런 예고 없이, 초대하지 않은 누군가가 문을 두드린다고 생각해 보자.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뛰어난 기술과 지식을 가지고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벌인다. 그들이 우리를 돕기 위해 왔다고 말하더라도, 그 순간 우리의 세상은 어떤 모습이 될까? 그들의 개입이 과연 우리에게 축복일까?

『초대받지 않은 형제들』은 우리와 전혀 다른 인류를 마주한 한 만화가가 한 달 동안 작성한 기록이다.

풍자 만화가 알렉과 소설가 에브는 안타키아라는 대서양의 작은 섬에 사는 단 둘뿐인 주민이다. 지극히 평범하던 어느 날, 섬의 모든 전기와 통신이 두절되는 일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것들이 원래대로 돌아왔을 때, 그 일을 벌인 사람이 우리와 전혀 다른 또 다른 종류의 인류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들은 현대 지식으로는 닿을 수 없는 기술과 절대적인 힘을 구사하며 전쟁을 막기 위해 사회에 개입했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말이 사실일까? 그들이 완전한 선의로 가득 차 있다고 한들, 그것이 우리에게 좋은 방향으로만 작용할까?

작품은 준비되지 않은 채 맞이한 절대자와의 조우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깊이 있고 현실적으로 풀어내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우리 사회에 개입했을 때 빚어지는 정치적 혼돈과 일반 대중의 반응, 그리고 그 사태를 관찰하는 한 개인의 고찰을 솜씨 좋게 엮어 이야기를 전개한다. 저자는 '절대자가 나타나 우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준다면'이라는 질문을 대전제로 인간의 세상과 삶에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더 이상 세상의 주인이 아닌데, 수명이 몇이든 무슨 상관이겠어?'

이 작품은 얼핏 판타지의 소재를 차용하고 있지만 지극한 현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혼란 속에서도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살고, 다른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고, 미워하며, 동시에 집단으로 누군가를 격렬히 증오하기도 한다. 나는 내 삶이 끝내 내 손 안에 있으며, 다른 누군가가 대신 맡아줄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가 해결할 것, 더 큰 힘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부딪히는 게 제일 좋겠다.

흥미로운 소재였고, 저자의 표현력이나 문장에서 깊이가 느껴지는 점도 좋았다. 다만 일기 형식을 차용한 이유와 주인공의 직업이 왜 만화가여야만 했는지가 분명치 않았고 결말부가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전개된 점이 아쉬웠다. 마지막까지 힘있게 이야기를 끌어가 줬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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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의 시계탑
니시노 아키히로 지음, 노경실 옮김 / 소미아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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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그들은 시계탑 안에서 많은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계탑 창을 통해 은빛 별똥별과 밤하늘을 나는 배달부와 산타클로스도 보았다.

그들은 시계탑 안에서 작은 새의 지저귀는 소리와 하늘의 오르골에서 쏟아지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작품에 대해

어느 마을의 시계탑은 11시 59분에 멈추어 있다. 그 시계탑에 사는 틱톡 씨는 수리공이 와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쫓아낸다. 시계탑은 고장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멈춰 버린 시계탑과 멈춰 버린 틱톡 씨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누군가를 계속해서.

『약속의 시계탑』은 『굴뚝마을의 푸펠』의 저자이자 제작 총지휘를 맡았던 니시노아키히로 작가의 작품이다. 동화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성인들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며, 독특하고 판타지적인 설정과 누구나 빠져들 만한 스토리가 장점이다.

 

동화책인 만큼 그림 역시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풍경 작화가 정말 아름답다. 표지에서도 환상적인 노스탤지어의 감성이 잘 드러나는데, 책을 읽으며 아름다운 풍경 작화 덕분에 감동이 극대화되었다.

이 책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마음이 담겨 있다. 모든 것이 변하고 나 자신조차 변할 때조차도 변하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는 사실은 다시 우리를 살아가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온다면, 그 순간 기다린 시간은 전혀 길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그게 언제든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제시간에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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