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터네이트 (노블판) - Alternate
가토 시게아키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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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지금까지 고마웠다는 말을 못하겠어. 말하고 싶지 않아.

앞으로도 말하고 싶어.

미우라한테 고맙다고 계속 말하고 싶어. 지금은 그런 마음이야.

작품에 대해

고등학생만 사용 가능한 SNS 앱 '얼터네이트'.

나의 모든 정보를 프로필에 게시할 수 있고, 관심사뿐만 아니라 유전자 정보까지 등록해 나와 딱 맞는 파트너를 찾을 수도 있는 세상에서 우리의 관계는 어떤 모습을 할까.

가토 시게아키 작가의 『얼터네이트』는 '얼터네이트'라는 가상의 앱을 소재로 청소년들의 관계에 대해 풀어낸 작품이다. 세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각 장마다 주인공이 바뀌며 각자의 에피소드가 교차되며 전개된다.

주인공은 총 세 명이다. 니미 이루루, 반 나즈, 다라오카 나오시가 그들이다. 이루루는 얼터네이트에서 악플에 시달린 경험이 있어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고, 가족관계에 문제를 느끼는 반 나즈는 프로그램으로 이어진 관계가 확실하다고 생각하며 얼터네이트를 신봉한다. 다라오카 나오시는 학교 밖 청소년으로 학생만 이용할 수 있는 얼터네이트를 사용할 수 없어 옛 친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주요 인물 셋 중 둘이 얼터네이트를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 작중에서 얼터네이트가 등장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제목으로 사용될 만큼의 비중을 갖고 있지 않아 조금 당황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대부분의 사람이 SNS로 관계를 맺는 세상에서 관계를 맺는 과정'을 그리려고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터네이트'는 '교대로 일어나다, 서로 엇갈리다'라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얼터네이트'란 단순히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관계 자체를 함의한 단어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세 주인공은 각자의 고민을 안고 있다. 요리 동아리에 속해 있는 이루루는 작년 요리 프로그램인 '원포션'에서 혹평을 받고 결승 진출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루루는 올해 원포션 우승을 목표로 준비하는데, 요리사인 아버지와 후배 간의 관계가 쉽지 않다.

나즈의 어머니는 재혼을 했는데, 재혼한 남자가 좋은 사람이 아니다. 나즈는 얼터네이트라면 분명 딱 맞는 사람을 만나게 해 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데, 처음으로 매칭률 90퍼센트가 넘는 사람이 나타난다. 그런데 이 사람, 생각만큼 운명적인 것 같지는 않다.

다라오카 나오시는 드러머이다. 가족들로부터는 지지를 받지 못하고, 얼터네이트를 쓸 수 없어 함께 밴드를 하던 기타리스트 친구를 찾기도 어렵다. 어떻게든 간신히 친구를 찾아가서 만났는데, 친구는 더 이상 기타를 칠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장이 바뀔 때마다 이 세 인물이 번갈아 가며 주인공이 된다. 세 인물 간에 접점이 거의 없고 장이 워낙 자주 바뀌기 때문에 번잡하다는 느낌도 분명 있었지만, 각각의 인물들이 입체적이고 그들이 고민하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풀어냈기 때문에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다. 특히 이루루의 원포션 대회 장면은 잔뜩 몰입해서 읽었다. 결말부의 '축제' 장에서는 처음으로 한 챕터 내에서 세 인물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되는데, 각 인물의 이야기가 절정에 달하며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읽으면서 나오시의 드럼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이 소설은 사람과 상황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찬 청소년들의 이야기이다. 이들은 힘겹게 고민하기도 하고, 도망치기도 하고, 중요한 순간 실수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어떻게든 나아가려 분투한다.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든 결말을 맺는다.

나의 청소년 시절은 불안정과 고민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마냥 어려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고, 그때의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되었다고 믿는다. 그런 청소년기의 미묘함과 매력을 잘 표현한 책이었다. 어떤 일은 영영 극복할 수 없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도저히 추억이라는 고운 이름을 붙일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현재에 오기까지 힘껏 분투한 사람은, 사람의 삶만큼은 분명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싶다.

 

책에 대해



이 책은 노블판과 일반판,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되었다. 노블판 쪽이 판형이 좀더 작은 대신 표지가 더 화려하고 화사한 느낌이다. 얼터네이트를 뜻하는 'a'라는 홀로그램 문양도 들어가 있다.

주인공이 셋이나 되는데 이들의 이야기는 거의 엮이지 않고, 각 인물들의 인간관계가 독립적이기 때문에 매우 많은 주변인물들이 등장한다. 외국 이름이기 때문에 독자 입장에서는 더욱 헷갈리기 쉬운데, 본문 앞에 등장인물 프로필을 정리해줘서 독서하기 편했다. 중간에 이 인물이 누구였는지 기억나지 않으면 종종 앞장으로 돌아갔다.

상술했듯 각 장마다 주인공이 바뀌는데, 장이 바뀔 때마다 속표지에 해당 장의 주인공 일러스트를 넣어 준 것도 친절했다. 편집에 공을 많이 들인 태가 났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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