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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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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친숙해서 중고검색하러 들어왔다가 별기대없이 주문한 책인데,,, (머리 좀 식히려고,,,)완전 기대 이상!
만화 책 읽으면서 줄친 거 또 첨이네 ㅋㅋㅋ 거기다 그 감동 남기려고 리뷰도 쓰고 있다. (글 길어서 100자 리뷰에 튕김)
아~나도 저런데. 그래 저런 생각한 적 있었지. 그래 그랬었지 하면서 미소지으며 읽다가 도쿄 상경하기 전에 배웅하는 엄마의 얼굴을 본 순간, 아 작가빼고는 다 동물얼굴이었구나~하는 걸 깨달음. 나도 저렇게 믿어주는 부모가 되어야지, 라고 다시 한번 다짐!
뒤에 소개된 작가의 다른 책도 다 소장하고 싶어졌는데 어쩌나-.,-

***
부탁하는 건 의외로 쉬울지도,,,대답은 상대방의 몫. (p.23)

내가 만든 나라면 그것 역시 나일지도. (p.36)

근거없는 자신감을 가진 어른이 되었습니다. (p.42)

무엇보다 기왕 발언하는 거라면 모두가 감탄할 만한, 좋은 의견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p.95)

사람에게는 못하는 일이 있어도 되는 것 아닌가. (p.99)

서로 존경함으로써 사람은 서로 신뢰할 수 있습니다. (p.118)

자신이 못하는 것을 인정하고 남이 잘하는 것을 존경하는 마음. (p.120)

내 인생이 좌우될 것 같은 중요한 일을 정할 때는 남의 의견을 들어도 소용없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일을 실패했다고 해도 자신의 전부가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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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 내 인생의 제1조, 제1절, 제1항은 이거다
클라우디아 프렌첼 지음, 조경수 옮김 / 이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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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젠가 인간극장같은 프로그램에서 '기면증' 걸린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먹다가도 졸고 일하다가도 졸고 자신도 모르게 갑자기 잠이 들어버리는 기면증. 자신도 언제 잠이 들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직업을 구할 수도 없는 그 사람에게는 왠지 인생에 대한 체념이 느껴졌다. 자신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서 그런 것일까...

이 책의 주인공인 미리암 역시 수면장애를 안고 있다. 4시간을 깨어 있다가 2시간을 자야 하는 미리암. 새벽에 혼자 공원을 산책하고 빨래를 하기도 하고, 남들이 다 일어나는 시간에 잠을 자고 남들이 잠들 시간에는 깨어버리는 미리암.

그녀는 까칠하고 어쩌면 피해의식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항상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자신의 담당 의사를 자신을 이용해서 성공하려는 사람으로 보기도 하고, 자신과 같은 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 일반 사람들이 기대하는 의존적인 성격을 거부하고 오히려 항상 도전적이고 날을 세우고 있다. 남들과 다른 생활 패턴만큼이나 이런 그녀의 성격은 당연히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어울리기 힘들다. 어쩌면 체념을 가장한 그녀의 될 때로 되라의 성격은 흔히 사교적이라고 부르는 립서비르도 없고 일방적으로 자신을 표현하기 때문에 누구나 거부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다행히 그녀에게는 좋은 가족이 있고, JJ라는 친구도 있다. (JJ의 존재를 꼭 미리암과 같은 상황이 아니라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100% 나를 이해하고 내 편이 되어줄 존재는 누구나 원하는 것일 테니까.) 

나는 회사에 취직하고부터는 머리만 대면 자는 체질로 변해버려서 수면 장애를 안고 있는 사람을 보면 항상 '규칙적으로 생활하라'고 조언을 하곤 했다. 어쩌면 그런 나의 조언의 내면에는 상대방을 은근히 게으르다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이 틀린 것이 아니라 나와는 다른 사람일 뿐인데 말이다. 잠이 많고 음식을 많이 먹으면 그게 그 사람의 의지가 아니라고는 해도 그냥 나와는 다른 사람에게 더해 오히려 못한 사람으로 치부해 버리는 현실. 그런 나의 시선이 그런 사람들을 더 외롭게 나와는 다르게 생각하도록 만들지 않았나 반성해본다.

12살 생리과 함께 시작된 미리암의 이유를 알 수 없는 수면장애. 해괴하기까지 한 이 질병이 하나의 결핍을 나타내는 것이라면 미리암이 가족처럼 좋은 사람을 만나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으면서 새롭게 바뀌었으면 좋겠다. (아기를 낳으면 보통 체질이 바귄다고 하니까...) 그래서 그녀가 더 이상 외롭지 않고 항상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서 날을 세우고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이 저절로 그녀에게 모여들 수 있는 그런 따스한 사람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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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의 루머의 루머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5
제이 아셰르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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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동안 잊고 있어서 너무나 미안한 친구가 생각났다. 중학교 때 단짝이었던 미소가 예뻤던 그 아이. 1학년 1학기만 하고 전학을 가버려서 중학교 3년 동안 우리는 주로 편지로 연락을 하곤 했는데, 고등학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와 그 아이를 아는 친구로부터 그 아이가 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뜸해지기는 했지만 편지로 계속 연락을 하고 있었고, 새로 생긴 남자친구 얘기에 행복한 하던 친구의 이야기가 마지막이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보통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멍하게 울기만 하는 나에게 또 다른 친구가 "그래도 우리는 공부를 해야 하잖아?"하는 어이없는 위로의 말을 들으면서 그렇게 멍한 하루를 보내면서 내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것은 뭐였는지 회의가 느껴졌다.

나중에 들은 말로는 항상 전교 1등에 학생회장까지 해서 선생님들 사이에 유명한 언니와 남동생 사이에 치여서 항상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유서는 없었지만, 얼굴을 가리고 옥상에서 뛰어내렸다면 그 순간에도 얼마나 무서웠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겨우 고등학교 1학년이었을 뿐인데...이 책을 읽으면서 직접적인 가해자가 아니더라고 살짝 뻗은 그 손을 잡아주지 못했음을 무관심을 가장하고 행복한 면만 보고자 했던 나 역시 가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살을 찬성하는 것도 아니고, 어찌보면 너무 예민했던 해나의 선택(자살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에게 아픔이 될 수도 있는 테이프)에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역시 어느 부분 공감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예민하고도 예민한 시절의 아이들인 것이다. 지나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닐 일들이 그 상황에 있는 그 나이의 아이들에게는 그것만이 전부이고 그것보다 최고도 최저도 없는 것이다. 내가 아무렇지 않다고 해서 상대방 역시 그럴 거라는 것은 나의 착각일 뿐이고, 직접적인 의도를 해나가 오해를 했더라도 잘못된 결과를 나았다면 그 책임은 피힐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마지막에 클레이가 스키에에게 한 걸음 다가서려고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이 책은 마무리를 짓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나는 거기에서 희망을 본 것이 아니라 해나와 같은 피해자가 많겠구나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지친 해나가 희망이 되어주길 바랬던 클레이, 해나가 사람을 보는 눈이 정확한 것은 맞지만 누군가의 인생이 다른 사람으로 인해 결정되는 그런 기분에 소외된 사람들의 피해의식과 동시에 허무가 느껴쪘다. 결국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사람을 내모는 허무. 어쩌면 자살은 살고 싶다는 의지를 가장 강력하게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긱이 든다.

내가 아무 생각없이 뱉은 한 마디의 말,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잘못된 행동에 동조하는 행위, 그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간절한 눈빛을 외면하는 일. 이 모든 것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장난이라는 것은 내가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사람 쪽에서 그렇게 느껴야  성립하는 거라던 어떤 선생님의 조언도 떠오른다. 부디 나의 생각없는 행동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이 없기를, 앞으로는 더더욱 그런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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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방 - 아나운서 김지은, 현대미술작가 10인의 작업실을 열다
김지은 지음, 김수자 그림 / 서해문집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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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유행하는 병에는 끄덕도 없는 나지만(황사의 영향도 그리 안 받는 듯,,,), 1년에 2번 정도 환절기에 몸살을 좀 심하게 앓곤 한다.특히 겨울에서 봄을 넘어갈 때는 기본 2~3일 심할 때는 1주일 정도 몸져 눕곤 하는데, 회사를 다니다보니까 제대로 쉴 수 없어서 그런지 이번에는 몸살통이 좀 심하다. 단순히 손발이 저린 정도가 아니라 음식을 먹으면 바로 토해버리곤 해서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양방에서는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하고, 한방에서는 체질이 그렇다고 하지만 어느쪽에도 설득력은 없고 좀처럼 몸이 차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멍하게 회사일을 하고 구역질을 겨우 참으면서 침도 맞고, 거기다가 회사를 마치고 자격증을 위해서 학원까지 다니고 있는데 그 학원이 바로 요리학원이라 더 고통이 심한 듯하다. 구역질을 참기 위해서 혼자 노래까지 부르면서 요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가 이번주는 완전히 몸이 고장이 나서 학원도 하루 결석하고 근무중에 버스를 타고왔다갔다해야 하는 번거로운 병원까지 다니고 있다. 4시 이후로 상태가 제일 악화되는데 의사선생님 말로는 그 때가 바로 잘 때라고 하지만 회사에서 그게 가능하기는 한가.

6시까지 겨우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당연히 밥은 먹을 수 없고, 가만히 구역질을 참으면서 천장을 보고 누워있는데, 그렇게 지나가는 시간이 얼마나 아까운지. 원래 티비는 잘 안 보는데다가 내가 좋아하는 독서조차도 자극적이라는 이유로 멀리하고 있으니 그 심심함이란... 그리고 시간을 버리고 있다는 그 강박관념에 또 다시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 책을 처음 선택했을 때는 호기심이라기보다는 단순히 책이라면 무조건 읽고보는 내 성격이 원인이었다. 이번달 독서 테마가 '현대미술'이었기 때문에, 내가 아는 작가 중심으로 책을 읽다가 너무나 전문적인 용어들과 기법에 지쳐있을 때쯤 이 책이 '짠'하고 나타났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정말 나에게는 마술처럼 '짠'하고 나타났다. 몸이 이렇게 안 좋을 때 선택한 책이 아니고 아트페어에 가기 전에 사전지식이 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앤디워홀의 전기를 빌리러 도서관에 갔다가 발견(?)된 책인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정말 인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나운서 김지은씨가 10명의 현대미술가들의 작업실을 찾아가서 작품을 소개하고 작가와의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된 이 책을 통해서 '미술치료'의 효과를 실감할 수 있었다. 정서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만 실시한다고 생각했던 그 '미술치료'가 현재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나 피곤한 나에게 효과를 드러낸 것이다. 저번주에 갔던 아트페어나 신세계갤러리의 앤디워홀과 로이 리히텐슈타인 같은 유명한 작품을 봐도 '이거 책에서 봤던 건데....아! 이 작품 본 적 있는데...'외에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미술이라는 것의 다양한 표현력과 작품에 실린 작가의 마음과 작품에 묻어 있는 작가만의 스토리, 제일 중요한 자신을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까 왠지 힘이 났다.

쌀을 이용해서 초상화를 만드는 이동재씨, 지나치게 섬세하고 까다롭지만 너무나 귀여븐 동글이 아빠 권기수씨 (캐릭터라는 말을 사용하면 안된다고 한다.), 예전에 친구와 둘만의 아지트였으나 지금은 사라진 추억속의 그 커피숍과 너무나 닮아있어서 더 반가웠던 작업실의 윤석남씨, 문신이 하나의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놀라운 것을 알게 해준 김준씨, 꼭 한번 작품을 만져보고 싶은 배준성씨, 데미안 허스트를 떠올리는 이름이라 제일 먼저 찾아왔던 한국적인 비너스에 도전하는 데비한씨, 김지은 작가가와의 인연으로 제일 편애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와 같은 강의를 들을 수 있었던 저자가 부러웠던 이영섭씨, 한동안 인터넷에 떠돌 때 중국작가의 작품인 줄 알았던 이투이선생(ET)과 수파만선생(슈퍼맨)의 손동현씨, 정말 천생연분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배종헌부부. 어느 하나 빠질 것이 없다.  이런 작가들을 선별한 김지은의 안목도 놀랍다는 미술평론가 박영택의 추천사에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스마일을 연상시키는 밝은 얼굴에 꽃방구를 뿜어내는 동글이처럼 몸의 나쁜 기운이 확 방출되는 기분이다. 유기견을 위해서 자신의 보금자리조차 포기한 한 할머니의 이야기를 6년짜리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있는 윤석남씨를 보니까 가슴이 뭉클하기도 하고 예술하는 사람들은 역시 감성이 틀리구나 하는 것도 느꼈다. 미대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그렇다고 표현이 되어 있는데, 버려진 책상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개조해서 사용하는 그들의 작업 흔적이 역력한 책상과 탁자를 보면서 아트페어에서 본 단지 팜플렛만 놓여있었던 몇천만원짜리 네덜란드인가 덴마크에서 공수해왔다던 그 테이블과 비교를 해보게 되었는데 그 값어치는 당연히 전자가 빛날 수 밖에 없다. 작품을 위해서 그 작은 쌀을 일일이 같은 방향으로 붙인다고 성한 곳이 없다는 작가의 혹사당한 어깨를 생각하면 한의원을 소개시켜주고 싶기도 하고 너무나 친숙한 곡선의 비너스의 모습에 웃기도 했다, 아는만큼 보일뿐만이 아니라 미술이라는 것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느끼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장 차도를 보이지는 않겠지만 이 책이 내가 치유되는데 많은 힘을 준 것은 사실이다.  지금의 이 깨달음을 소중히 간직해서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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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해줘, 밥해줄게
김현학 지음 / 문학수첩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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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뚝뚝한 홍명보 선수가 프로포즈로 한 말이 "된장찌게 끓일 줄 아니?"였다고 한다.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그 일화가 떠올랐는데, 특이하게도 이 책의 저자는 남자다. 한동안 유행했던 '나물이'시리즈처럼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요리들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의 특징이라면 제목처럼 저자의 프로포즈용 요리모임집이라고 할 수 있다.

음식이란 것은 신기하게 사람을 가깝게도 멀게도 만든다.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친근감을, 같은 것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동질감을 느끼게 해준다. 초반에 잘 보이기 위해서 상대방의 취향을 고려하며 싫어하는 음식도 먹어주지만 그게 반복되면 헤어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군것질을 아주 좋아하는 언니가 있는데, 길거리를 지나갈 때마다 빼먹지 않고 다 사먹곤 했다. 물론 남자친구는 언니가 좋아하니까 그 때마다 먹어주었다. 근데, 언니는 단지 먹고 싶을 뿐이라서 한두개 맛만 보고 말지만 남자친구는 그 언니가 남긴 것을 매번 다 먹어야 했다. 결국은 오빠가 "너랑 만나다간 배 터져서 죽을 것 같다"고 헤어지자고 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 나 역시 계란을 먹지 않는 사람을 사귄 적이 있었는데, 자신이 먹지 않는 것은 둘째치고 계란 먹는 사람을 냄새난다면서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쳐보다는게 헤어진 원인 중에 하나가 되었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사소한 음식을 대하는 행동에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묻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이 남아서가 아니라 사랑을 전하기 위해서 요리를 하다는 저자. 네이버 블로거로서 유명했나 보던데, 책에 있는 요리들은 보니 과히 그럴만했다. 첫만남, 기념일, 싸움 그리고 마지막 프로포즈까지 테마가 있는 요리들은 각 장에 여자친구에게 쓴 닭살 편지와 함께 시작한다.

요리는 그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사연을 갖고 있는 요리는 마음으로  한번 더 먹기때문에 소화되어 몸 속에 남는 것 외에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머리 속에도 남게 된다. 혼자 부산 출장을 갔다와서 서운해할 그녀를 위해 부산의 유명한 동네파전을 만들어준다던지, 아픈 그녀는 위해서 직접 죽을 만들어준다던지, 샐러드에 자주 사용하는 석류즙이 여자에게 얼마나 좋은지 알콩달콩 얘기하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 참 섬세한 사람이라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나는 받는 것보다는 해주면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라, 저자의 요리들을 보면서 여자친구는 좋겠다보다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만들어주고 같이 행복하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내 취향에는 좀 낯간지러운 저자의 편지와 그녀에 대한 마음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은 사람을 맹목적으로 어리게 만들어버리는 것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냥 귀엽기도 했다. 지금은 그녀가 없다는 저자. 이런 남자라면 곧 좋은 여자친구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뭔가 특별한 것을 해주고 싶은 사람이라는 이 책에서 다양한 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누군가를 위해서 뭔가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이 책에 손이 갔으리라. 간단한 기본 재료만 있으면 쉽게 그럴 듯한 요리를 만들어내는 저자를 보면서 '요리는 상상력'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되었고, 바빠서 잊고 있었던 요리의 즐거움을 되새기게 되었다. 직접 해보면 요리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 단지 귀찮을 뿐이다. 같은 재료로도 다른 맛을 내는 것은 요리를 대하는 마음의 차이일 뿐이다. 이번 주말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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