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유행하는 병에는 끄덕도 없는 나지만(황사의 영향도 그리 안 받는 듯,,,), 1년에 2번 정도 환절기에 몸살을 좀 심하게 앓곤 한다.특히 겨울에서 봄을 넘어갈 때는 기본 2~3일 심할 때는 1주일 정도 몸져 눕곤 하는데, 회사를 다니다보니까 제대로 쉴 수 없어서 그런지 이번에는 몸살통이 좀 심하다. 단순히 손발이 저린 정도가 아니라 음식을 먹으면 바로 토해버리곤 해서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양방에서는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하고, 한방에서는 체질이 그렇다고 하지만 어느쪽에도 설득력은 없고 좀처럼 몸이 차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멍하게 회사일을 하고 구역질을 겨우 참으면서 침도 맞고, 거기다가 회사를 마치고 자격증을 위해서 학원까지 다니고 있는데 그 학원이 바로 요리학원이라 더 고통이 심한 듯하다. 구역질을 참기 위해서 혼자 노래까지 부르면서 요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가 이번주는 완전히 몸이 고장이 나서 학원도 하루 결석하고 근무중에 버스를 타고왔다갔다해야 하는 번거로운 병원까지 다니고 있다. 4시 이후로 상태가 제일 악화되는데 의사선생님 말로는 그 때가 바로 잘 때라고 하지만 회사에서 그게 가능하기는 한가.
6시까지 겨우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당연히 밥은 먹을 수 없고, 가만히 구역질을 참으면서 천장을 보고 누워있는데, 그렇게 지나가는 시간이 얼마나 아까운지. 원래 티비는 잘 안 보는데다가 내가 좋아하는 독서조차도 자극적이라는 이유로 멀리하고 있으니 그 심심함이란... 그리고 시간을 버리고 있다는 그 강박관념에 또 다시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 책을 처음 선택했을 때는 호기심이라기보다는 단순히 책이라면 무조건 읽고보는 내 성격이 원인이었다. 이번달 독서 테마가 '현대미술'이었기 때문에, 내가 아는 작가 중심으로 책을 읽다가 너무나 전문적인 용어들과 기법에 지쳐있을 때쯤 이 책이 '짠'하고 나타났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정말 나에게는 마술처럼 '짠'하고 나타났다. 몸이 이렇게 안 좋을 때 선택한 책이 아니고 아트페어에 가기 전에 사전지식이 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앤디워홀의 전기를 빌리러 도서관에 갔다가 발견(?)된 책인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정말 인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나운서 김지은씨가 10명의 현대미술가들의 작업실을 찾아가서 작품을 소개하고 작가와의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된 이 책을 통해서 '미술치료'의 효과를 실감할 수 있었다. 정서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만 실시한다고 생각했던 그 '미술치료'가 현재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나 피곤한 나에게 효과를 드러낸 것이다. 저번주에 갔던 아트페어나 신세계갤러리의 앤디워홀과 로이 리히텐슈타인 같은 유명한 작품을 봐도 '이거 책에서 봤던 건데....아! 이 작품 본 적 있는데...'외에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미술이라는 것의 다양한 표현력과 작품에 실린 작가의 마음과 작품에 묻어 있는 작가만의 스토리, 제일 중요한 자신을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까 왠지 힘이 났다.
쌀을 이용해서 초상화를 만드는 이동재씨, 지나치게 섬세하고 까다롭지만 너무나 귀여븐 동글이 아빠 권기수씨 (캐릭터라는 말을 사용하면 안된다고 한다.), 예전에 친구와 둘만의 아지트였으나 지금은 사라진 추억속의 그 커피숍과 너무나 닮아있어서 더 반가웠던 작업실의 윤석남씨, 문신이 하나의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놀라운 것을 알게 해준 김준씨, 꼭 한번 작품을 만져보고 싶은 배준성씨, 데미안 허스트를 떠올리는 이름이라 제일 먼저 찾아왔던 한국적인 비너스에 도전하는 데비한씨, 김지은 작가가와의 인연으로 제일 편애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와 같은 강의를 들을 수 있었던 저자가 부러웠던 이영섭씨, 한동안 인터넷에 떠돌 때 중국작가의 작품인 줄 알았던 이투이선생(ET)과 수파만선생(슈퍼맨)의 손동현씨, 정말 천생연분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배종헌부부. 어느 하나 빠질 것이 없다. 이런 작가들을 선별한 김지은의 안목도 놀랍다는 미술평론가 박영택의 추천사에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스마일을 연상시키는 밝은 얼굴에 꽃방구를 뿜어내는 동글이처럼 몸의 나쁜 기운이 확 방출되는 기분이다. 유기견을 위해서 자신의 보금자리조차 포기한 한 할머니의 이야기를 6년짜리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있는 윤석남씨를 보니까 가슴이 뭉클하기도 하고 예술하는 사람들은 역시 감성이 틀리구나 하는 것도 느꼈다. 미대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그렇다고 표현이 되어 있는데, 버려진 책상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개조해서 사용하는 그들의 작업 흔적이 역력한 책상과 탁자를 보면서 아트페어에서 본 단지 팜플렛만 놓여있었던 몇천만원짜리 네덜란드인가 덴마크에서 공수해왔다던 그 테이블과 비교를 해보게 되었는데 그 값어치는 당연히 전자가 빛날 수 밖에 없다. 작품을 위해서 그 작은 쌀을 일일이 같은 방향으로 붙인다고 성한 곳이 없다는 작가의 혹사당한 어깨를 생각하면 한의원을 소개시켜주고 싶기도 하고 너무나 친숙한 곡선의 비너스의 모습에 웃기도 했다, 아는만큼 보일뿐만이 아니라 미술이라는 것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느끼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장 차도를 보이지는 않겠지만 이 책이 내가 치유되는데 많은 힘을 준 것은 사실이다. 지금의 이 깨달음을 소중히 간직해서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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