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의 루머의 루머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5
제이 아셰르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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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동안 잊고 있어서 너무나 미안한 친구가 생각났다. 중학교 때 단짝이었던 미소가 예뻤던 그 아이. 1학년 1학기만 하고 전학을 가버려서 중학교 3년 동안 우리는 주로 편지로 연락을 하곤 했는데, 고등학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와 그 아이를 아는 친구로부터 그 아이가 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뜸해지기는 했지만 편지로 계속 연락을 하고 있었고, 새로 생긴 남자친구 얘기에 행복한 하던 친구의 이야기가 마지막이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보통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멍하게 울기만 하는 나에게 또 다른 친구가 "그래도 우리는 공부를 해야 하잖아?"하는 어이없는 위로의 말을 들으면서 그렇게 멍한 하루를 보내면서 내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것은 뭐였는지 회의가 느껴졌다.

나중에 들은 말로는 항상 전교 1등에 학생회장까지 해서 선생님들 사이에 유명한 언니와 남동생 사이에 치여서 항상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유서는 없었지만, 얼굴을 가리고 옥상에서 뛰어내렸다면 그 순간에도 얼마나 무서웠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겨우 고등학교 1학년이었을 뿐인데...이 책을 읽으면서 직접적인 가해자가 아니더라고 살짝 뻗은 그 손을 잡아주지 못했음을 무관심을 가장하고 행복한 면만 보고자 했던 나 역시 가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살을 찬성하는 것도 아니고, 어찌보면 너무 예민했던 해나의 선택(자살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에게 아픔이 될 수도 있는 테이프)에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역시 어느 부분 공감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예민하고도 예민한 시절의 아이들인 것이다. 지나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닐 일들이 그 상황에 있는 그 나이의 아이들에게는 그것만이 전부이고 그것보다 최고도 최저도 없는 것이다. 내가 아무렇지 않다고 해서 상대방 역시 그럴 거라는 것은 나의 착각일 뿐이고, 직접적인 의도를 해나가 오해를 했더라도 잘못된 결과를 나았다면 그 책임은 피힐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마지막에 클레이가 스키에에게 한 걸음 다가서려고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이 책은 마무리를 짓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나는 거기에서 희망을 본 것이 아니라 해나와 같은 피해자가 많겠구나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지친 해나가 희망이 되어주길 바랬던 클레이, 해나가 사람을 보는 눈이 정확한 것은 맞지만 누군가의 인생이 다른 사람으로 인해 결정되는 그런 기분에 소외된 사람들의 피해의식과 동시에 허무가 느껴쪘다. 결국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사람을 내모는 허무. 어쩌면 자살은 살고 싶다는 의지를 가장 강력하게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긱이 든다.

내가 아무 생각없이 뱉은 한 마디의 말,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잘못된 행동에 동조하는 행위, 그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간절한 눈빛을 외면하는 일. 이 모든 것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장난이라는 것은 내가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사람 쪽에서 그렇게 느껴야  성립하는 거라던 어떤 선생님의 조언도 떠오른다. 부디 나의 생각없는 행동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이 없기를, 앞으로는 더더욱 그런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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