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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 내 인생의 제1조, 제1절, 제1항은 이거다
클라우디아 프렌첼 지음, 조경수 옮김 / 이레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언젠가 인간극장같은 프로그램에서 '기면증' 걸린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먹다가도 졸고 일하다가도 졸고 자신도 모르게 갑자기 잠이 들어버리는 기면증. 자신도 언제 잠이 들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직업을 구할 수도 없는 그 사람에게는 왠지 인생에 대한 체념이 느껴졌다. 자신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서 그런 것일까...
이 책의 주인공인 미리암 역시 수면장애를 안고 있다. 4시간을 깨어 있다가 2시간을 자야 하는 미리암. 새벽에 혼자 공원을 산책하고 빨래를 하기도 하고, 남들이 다 일어나는 시간에 잠을 자고 남들이 잠들 시간에는 깨어버리는 미리암.
그녀는 까칠하고 어쩌면 피해의식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항상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자신의 담당 의사를 자신을 이용해서 성공하려는 사람으로 보기도 하고, 자신과 같은 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 일반 사람들이 기대하는 의존적인 성격을 거부하고 오히려 항상 도전적이고 날을 세우고 있다. 남들과 다른 생활 패턴만큼이나 이런 그녀의 성격은 당연히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어울리기 힘들다. 어쩌면 체념을 가장한 그녀의 될 때로 되라의 성격은 흔히 사교적이라고 부르는 립서비르도 없고 일방적으로 자신을 표현하기 때문에 누구나 거부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다행히 그녀에게는 좋은 가족이 있고, JJ라는 친구도 있다. (JJ의 존재를 꼭 미리암과 같은 상황이 아니라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100% 나를 이해하고 내 편이 되어줄 존재는 누구나 원하는 것일 테니까.)
나는 회사에 취직하고부터는 머리만 대면 자는 체질로 변해버려서 수면 장애를 안고 있는 사람을 보면 항상 '규칙적으로 생활하라'고 조언을 하곤 했다. 어쩌면 그런 나의 조언의 내면에는 상대방을 은근히 게으르다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이 틀린 것이 아니라 나와는 다른 사람일 뿐인데 말이다. 잠이 많고 음식을 많이 먹으면 그게 그 사람의 의지가 아니라고는 해도 그냥 나와는 다른 사람에게 더해 오히려 못한 사람으로 치부해 버리는 현실. 그런 나의 시선이 그런 사람들을 더 외롭게 나와는 다르게 생각하도록 만들지 않았나 반성해본다.
12살 생리과 함께 시작된 미리암의 이유를 알 수 없는 수면장애. 해괴하기까지 한 이 질병이 하나의 결핍을 나타내는 것이라면 미리암이 가족처럼 좋은 사람을 만나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으면서 새롭게 바뀌었으면 좋겠다. (아기를 낳으면 보통 체질이 바귄다고 하니까...) 그래서 그녀가 더 이상 외롭지 않고 항상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서 날을 세우고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이 저절로 그녀에게 모여들 수 있는 그런 따스한 사람이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