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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 코리아 1
김진명 / 자음과모음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김진명을 일컬어 흔히 '수백만의 독자를 가졌지만 한 명의 평론가도 갖지 못한 작가'라고 한다. 그만큼 그의 작품은 많은 이들에게 읽히면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왔다. 그런데 나는 바이코리아를 읽고 나서 많은 독자들에게 읽힌다는 점조차 의심스러워졌다. '빠른 전개를 통한 재미' 김진명 애독자들이 말하는 김진명 소설의 장점이다.

단언컨대 김진명 소설의 빠른 전개란 것은 무리한 생략으로 인한 내용의 연결성 부재에 따른 것일 뿐이다. 김진명의 소설은 그저 상업성에 영합한 싸구려 작품일 뿐이다. 그의 소설들을 살펴보면 모두 당시의 사회적 이슈를 소재로 삼은 것을 알 수 있다. 작가로서의 깊은 고민이 아니라 그저 그 시점에서의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만한 즉 장사가 될만한 소재를 토대로 소설을 쓰다보니 작품의 완성도는 요즘 나오는 왠만한 환타지 소설보다 떨어져 보인다.

최근작인 바이코리아에서도 그점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인물의 등장과 사건의 발생이 모두 우연적으로 어떤 연관성도 찾아 볼 수 없고, 바이스로이와 사라진 5인의 한국인 과학자 같은 내용은 대체 뭘 말하기 위해 등장시켰는지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요즘의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며 역시 가볍기 그지없는 과학 만능 주의를 설파하고 있는 모습은 중견작가의 그것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무책임해 보인다.

김진명이 작가로서 대우받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해마다 이슈가 되는 사회적 소재를 이용해 습작같이 완성도 없는 소설을 쏟아낼 것이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지하게 진짜로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들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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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무시한 사기극
티에리 메이상 지음, 류상욱 옮김 / 시와사회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머리가 커갈수록 새로이 알게 되는 미국의 진짜 모습은 어린 시절 막연히 동경했던 미국의 모습과 많은 차이가 있었다. 미국이 선이 아니라는 것은 과거의 많은 역사적 사실과 현재 보여지는 모습들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폭압적인 독재정부를 지원하는 반면, 합법적인 정부를 전복시키기위해 더러운 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칠레 국민들의 선거혁명을 통해 탄생한 아옌데 사회주의 정부를 전복시킨 미국의 행위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정치세력을 어떻게 처리하는가를 보여준 극명한 사례다. 그리고 우린 그 어떤 헐리웃 블럭버스터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끔찍한 장면을 눈앞에서 보게 된다. 미국은 9.11 사건에 대한 조사위원회도 출범시키지 않고 자신들만의 결론에 의해 다시 전쟁을 일으킨다. 사건이 일어난지 1년도 더지난 얼마전에야 조사위원회가 출범 됐지만 위원장이 과거 여러 정치적 음모행위와 관련되어 있는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어서 문제가 됐다. 결국 키신저는 사임하고 다시 조사위원회는 삐걱거리고 있다.

이렇게 기본적인 문제에서도 갈팡질팡하는 미국이 전쟁하나는 식은죽 먹듯이 뚝딱 해치워 버리니 다시한번 그들의 모습에 몸서리가 쳐진다. 무시무시한 사기극에서는 9.11 사건의 내면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 무언가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사실 티에리 메이상이라는 의심많은 저자가 아니어도 누구든지 9.11 사건에 대해 조금만 생각해보면 여러 의문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미국 당국이나 대다수의 미국 시민들은 테러로 희생된 민간인들에 대한 애도와 애국심만을 강조할 뿐 누구도 진실에 대해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나는 티에리 메이상이 프랑스인 임에 주목한다.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독주에 자주 딴지를 거는 프랑스. 저자가 미국인 또는, 부시의 푸들이라고 비아냥을 받는 블레어의 영국인이었다면 당연시 되는 의문도 그냥 넘겼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무시무시한 사기극]은 단순히 흥미위주의 음모론적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들을
토대로 9.11사건의 내면에 대해 탐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다. 단. 류상욱이라는 역자의 번역은 많은 부분에서 매끄럽지 않게 느껴졌다. 특히 문장에서 매끄럽지 못한 부분은 그런대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단어 자체의 번역이 사실과 다른점이 눈에 띄니 책을 읽는 내내 신경을 써야 했다. 한 예로, 헐리웃 전쟁영화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시체를 담는 비닐 백을 가르키는 'body bag'을 역자는 '시체를 덮는 천'이라 설명했고, 몇 페이지 뒤에선 같은 단어를 이번엔 '수의'라고 설명해놨다. 또 DEA(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 즉, 마약 단속국을 식품의약청이라고 표기 해놓은 부분에선 피식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한 책이 활자화 되려면 저자, 역자 외에도 많은 이들의 교정이 있을텐데 DEA를 FDA와 혼동한건 너무 한거 아닌가. 그런 사소한 실수로 인해 '2002년 프랑스 최고의 베스트 셀러'라는 은박지가 빛이 바래보이는 건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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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달콤한 거짓말들
무라카미 류 지음, 김춘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저자서문에 나와 있는데로 이 책의 원제는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연애'이다. 저자는 이 제목은 반어적인 의미에서 쓰인것이라 말하고 그 말대로 책의 전반에 걸쳐 연애란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는 연애는 아무나 할 수 있는것이 아니기에 끊임없이 자신을 위한 노력을 해서 경제적인 자립과 함께 매력적인 사람이 되기를 반복해서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기전엔 무라카미 류라는 감각적인 일본작가가 말하는 사랑에 관한 색다른 해석을 기대했었다. 실제로 한국어판 제목도 '사랑에 관한 달콤한 거짓말들'이니까... 그런데. 단순히 국내판의 그 눈길을 끄는 제목은 출판사측의 농간이었는지 책의 내용은 시종일관 사랑에 관한 내용보단 현대일본사회의 여러 문제점에 대한 전혀 새로울것 없는 -이미 일본관련 책들에서 수없이 보아 왔던- 얘기들만 반복해서 나오고 있었다. 무한경쟁이 요구되는 세계화 경제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농담같은 이유들과 함께...

작가자신처럼 유럽의 아름다운 휴양지에서 최고급 요리와 와인을 마시며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지려면 쉼없이 자신을 가꾸라는 전혀 새로울것 없는 내용이 책으로 출간되어 나온 이유를 도무지 난 찾을 수 없었다. 사랑.연애에 관해선 기껏해야 여자도 자신을 가꾸고 능력있는 남자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 또는 연애에 목을 메는 사람은 절대 연애를 잘 할 수 없다는 정도의 역시 구태의연한 내용뿐이다. 사랑이 아무나 할 수 없는거라는 것쯤은 우리들의 엄마, 아빠들도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니던가. 가장 보편적인 정서를 노래하는 트롯트의 내용으로 채택될 정도인데...사랑은~아무나 하나~~~~^^

일본이야 머...출판왕국이라는 닉네임도 갖고있는 나라여서 별 내용이 없는 책도 마구 출판되어 진다고 치자. 단지 무라카미 류라는 작가의 명성빼곤 전혀 얻을게 없는 이러한 내용의 책을 우리나라에서 까지 접해야 하는 이유는 또 뭘까. 그것도 내용과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 제목을 달고...

사람들은 재미없거나 형편없는 영화를 봤을때 비판적인 평을 하는데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책에 관해서는 전혀 그 양상이 달라지는 것 같다. 독서는 무조건 좋은것이라는 인식이 강해서일까. 독자서평에 비판적인 내용이 올라오는 걸 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하긴 어떤책이 됐든 한번 읽어보고 생각하는 것이 읽지 않는 것 보다 나은 것이긴 하지만... 좋은 책이 얼마든지 있는 상황에서 굳이 <사랑에 관한 달콤한 거짓말들>처럼 농담처럼 쓰여진 책을 굳이 선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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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평전 역사 인물 찾기 29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 / 실천문학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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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체 게바라. 내가 그를 처음 알게 된건 한겨레신문사에서 나온 <20세기 사람들>이란 책에서였다. 숨막히던 야간자율학습시간에 몰래 숨어서 보던 그 책에서 이미 눈에는 익숙해 있던 체에 대해서 간략하게나마 알 수 있었다. 그로부터 오년이 지나고...의미없이 시간을 흘러보내기만 하던 게으른 내게 체가 두꺼운 양장본의 빨간표지로 다시 다가왔다. 강렬한 그의 이미지를 십분활용한 멋진 디자인이라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지금 이 시대에 과연 체가 어떤 의미로 청년들에게 인식되어질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의 치열했던 혁명정신은 온데간데 없고 오직 그의 이미지만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행히도 두꺼운 장 코르미에의 책은 그러한 가벼운 문화상품으로 취급받기엔 너무도 무미건조했다. 알베르토와의 남미 여행을 드라마틱하게 구성하려한 흔적은 보이나 전체적으로 책은 가벼운 재미와는 거리가 먼것이었다. 진실로 체의 삶과 그의 혁명정신을 이해하려는 독자가 아니면 끝까지 읽기가 어려울 정도로 말이다. 나 역시 아직 그를 완전히 이해했다고는 할 수 없으나 적어도 단순한 이미지에 끌려 그를 맘속에 두었던 순진한(?) 고등학생의 모습에선 벗어날 수 있었다. 결코 재밌지 않은 이 책으로 인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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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1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 해냄 / 199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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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완간된지가 벌써 몇해가 지났고 영화로도 제작된 유명한 작품임에도 나는 <태백산맥>에 눈길을 주지 않았었다. 원래 소설엔 무관심한 나의 게으름이 한 몫 했으리라... 그러던 중 한겨레에 연재되던 '한강'을 통해서 작가 조정래에 대해서 알게 됐다. 치열한 역사의식이 곳곳에 베어 있는 '한강'을 공부하듯이 읽다가 <태백산맥>과 <아리랑>이 '한강'과 마찬가지로 불행했던 우리 근현대사를 다룬 소설이란걸 알게되고 마침내 <태백산맥>을 읽게 되었다. 10권 분량의 <태백산맥>을 읽는다는 것이 독서를 그다지 즐기지 않았던 나에게 처음엔 부담이 되었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니 말그대로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나는 <태백산맥> 역시 공부하듯이 한장 한장 되새기며 읽었다. 해방과 미군정. 분단과 전쟁... 숨가쁘게 흘러간 그 불행한 시간들의 한 가운데서 갖가지 모습을 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우리의 역사 속에서 감추어지거나 왜곡되었던 사실들이 <태백산맥>엔 그대로 살아있었다. 등이 휘도록 일하면서도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이땅의 기층민중들. 그들은 굶주림과 핍박의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역사의 한 가운데로 욤감하게 뛰어들었다.

공산혁명 1세대들의 순결함은 서구사회에서도 인정한다는 얘기를 들은적이 있다. 비록 공산주의 사회에도 자본주의 사회의 착취계급 못지 않은 노멘클라투라라 불리는 착취계급이 있었지만 적어도 남한땅에서 활동하던 빨치산들의 진정성은 소설에서와 같이 우리들이 인정해야하는 사실이 아닐까. 빨갱이라는 섬찟한 굴레에 씌인채 이름도 없이 죽어갔던 수많은 사람들의 넋을 위해서 2001년 현재를 살아가는 이땅의 우리들이 해야할 일은 너무나도 자명한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아직 어린 내 가슴을 끓게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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