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사기극
티에리 메이상 지음, 류상욱 옮김 / 시와사회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머리가 커갈수록 새로이 알게 되는 미국의 진짜 모습은 어린 시절 막연히 동경했던 미국의 모습과 많은 차이가 있었다. 미국이 선이 아니라는 것은 과거의 많은 역사적 사실과 현재 보여지는 모습들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폭압적인 독재정부를 지원하는 반면, 합법적인 정부를 전복시키기위해 더러운 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칠레 국민들의 선거혁명을 통해 탄생한 아옌데 사회주의 정부를 전복시킨 미국의 행위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정치세력을 어떻게 처리하는가를 보여준 극명한 사례다. 그리고 우린 그 어떤 헐리웃 블럭버스터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끔찍한 장면을 눈앞에서 보게 된다. 미국은 9.11 사건에 대한 조사위원회도 출범시키지 않고 자신들만의 결론에 의해 다시 전쟁을 일으킨다. 사건이 일어난지 1년도 더지난 얼마전에야 조사위원회가 출범 됐지만 위원장이 과거 여러 정치적 음모행위와 관련되어 있는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어서 문제가 됐다. 결국 키신저는 사임하고 다시 조사위원회는 삐걱거리고 있다.

이렇게 기본적인 문제에서도 갈팡질팡하는 미국이 전쟁하나는 식은죽 먹듯이 뚝딱 해치워 버리니 다시한번 그들의 모습에 몸서리가 쳐진다. 무시무시한 사기극에서는 9.11 사건의 내면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 무언가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사실 티에리 메이상이라는 의심많은 저자가 아니어도 누구든지 9.11 사건에 대해 조금만 생각해보면 여러 의문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미국 당국이나 대다수의 미국 시민들은 테러로 희생된 민간인들에 대한 애도와 애국심만을 강조할 뿐 누구도 진실에 대해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나는 티에리 메이상이 프랑스인 임에 주목한다.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독주에 자주 딴지를 거는 프랑스. 저자가 미국인 또는, 부시의 푸들이라고 비아냥을 받는 블레어의 영국인이었다면 당연시 되는 의문도 그냥 넘겼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무시무시한 사기극]은 단순히 흥미위주의 음모론적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들을
토대로 9.11사건의 내면에 대해 탐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다. 단. 류상욱이라는 역자의 번역은 많은 부분에서 매끄럽지 않게 느껴졌다. 특히 문장에서 매끄럽지 못한 부분은 그런대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단어 자체의 번역이 사실과 다른점이 눈에 띄니 책을 읽는 내내 신경을 써야 했다. 한 예로, 헐리웃 전쟁영화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시체를 담는 비닐 백을 가르키는 'body bag'을 역자는 '시체를 덮는 천'이라 설명했고, 몇 페이지 뒤에선 같은 단어를 이번엔 '수의'라고 설명해놨다. 또 DEA(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 즉, 마약 단속국을 식품의약청이라고 표기 해놓은 부분에선 피식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한 책이 활자화 되려면 저자, 역자 외에도 많은 이들의 교정이 있을텐데 DEA를 FDA와 혼동한건 너무 한거 아닌가. 그런 사소한 실수로 인해 '2002년 프랑스 최고의 베스트 셀러'라는 은박지가 빛이 바래보이는 건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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