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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앙 - 평생 동안 서로를 기억했던 한 사자와 두 남자 이야기
앤서니 에이스 버크.존 렌달 지음, 강주헌 옮김 / 갤리온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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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인터넷에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킨 동영상이 있다. 유투브에 올라온 그 동영상에서 전형적인 70년대 풍의 두 청년이 언덕 위의 사자를 보며 웃고 있었다. 사자는 느릿느릿 언덕을 내려오면서 두 청년을 살펴보더니 갑자기 그들의 품으로 와락 달려들어 큰 얼굴을 마구 부벼댔다. 사자는 뒷 발로 선 키가 두 남자보다 훨씬 컸지만 하는 짓은 영락없이 주인을 만나 반가운 애교 많은 개의 모습이었다. 그 사자의 이름은 크리스티앙. 두 남자는 어린 크리스티앙을 런던의 헤롯 백화점에서 구입해 키우다 아프리카로 돌려 보낸 앤서니 에이스 버크와 존 렌달이었다. 그 장면은 크리스티앙과 두 사람이 아프리카에서 헤어진 지 1년여 만에 재회하는 순간이었다.

이 책 <크리스티앙>은 바로 그들의 얘기다. 애초에 그들의 얘기는 71년 당시 책으로 발간되고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됐는데, 2008년에 누군가가 유투브에 올린 동영상은 바로 그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이었다. 그 동영상으로 인해 크리스티앙의 얘기가 다시금 사람들에게 주목받게 되고 이번에 책도 개정판이 나온 것이다. 사실 요즘 나는 책을 거의 사서 읽지 않는다. 가끔 콩심이에게 선물 하기 위해 책을 살 뿐 내가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도서관을 이용한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사게 된 것은 순전히 즉흥적인 충동구매였다. 지난 주 어느 날 밤. 나는 정인의 첫 솔로 앨범이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인터넷 서점에서 충동구매를 하게 됐다. 그런데 CD만 구입할 경우 배송료가 추가됐다. 신간 서적을 한 권 더 사면 배송료가 무료였는데 배송료 2천원을 부담하느니 책을 한 권 사는 것이 낫겠다싶어 신간서적 페이지를 클릭한 순간 가장 먼저 이 책이 눈에 띈 것이다.



살때는 부록이 있는지 몰랐다.



 

크리스티앙의 동영상은 나도 무척 감동하며 봤었기에 이 책을 보자마자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읽고서 콩심이에게 줄 생각이었다. 콩심이도 동물을 무척 좋아하고 크리스티앙의 동영상도 함께 보고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을 받고나니 디자인이 너무 예뻤다. 겉표지 안의 빨간 색 바탕에 깔끔한 금색 제목과 사자 모양이 박힌 양장표지가 무척 마음에 들었고, 책 안에 크리스티앙의 귀여운 사진이 제법 많이 포함된 것도 좋았다. 게다가 살 때는 몰랐는데 사자의 털 색깔과 같은 금빛 스웨이드 표지로 된 작은 다이어리가 부록으로 딸려 있었다! 사실 나는 손에 들고 읽기 불편하고 괜히 가격만 올려 받으려는 수작인 것 같아 양장본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의 디자인은 보자마자 나를 매료시켰고, 아직 읽지도 않은 이 책이 좋아졌다. 그리고 나는 마치 팬시 제품을 수집하는 여중생마냥 이 책을 갖기로 했다. 그래서 애초에 읽고나서 콩심이에게 주려던 계획을 바꿔 바로 한 권을 더 주문해 콩심이에게 바로 배송시켰다. 미적 감각이 까탈스러워 사람이나 물건이나 웬만하면 예쁘다고 하는 법이 없는 콩심이도 이 책을 보자마자 완전 예쁘다고 감탄했다. 

책의 내용은 1969년 말. 호주 출신의 자유분방한 두 청년, 앤서니와 존이 런던의 헤롯 백화점에서 크리스티앙을 만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시 런던의 헤롯 백화점은 돈만 있다면 못 살 것이 없는 곳으로 유명했는데, 새끼 사자까지 가격표를 붙여놓고 팔고 있었던 것이다. 백화점에서 사자를 팔다니! 지금으로선 상상이 안되는 그 광경에서 6, 70년대의 흥청망청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앤서니와 존은 이전까지 사자에게 별 관심이 없었지만 크리스티앙을 보는 순간부터 그 어린 사자에게 푹 빠져들어 사고 말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세계 여행을 즐기다가 잠시 런던에 머물러 있는 상태였던 그들에겐 사자를 키울만한 조건이 여의치 않았지만 그들은 젊고 자유로운 패기로 크리스티앙을 구입하는데 성공한다.





책도 예뻐야 좋다.

그후 그들은 자신들이 일하던 가구점에서 크리스티앙을 키우게 된다. 크리스티앙은 그들과 주변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런던 킹스 로드의 명물이 된다. 앤서니와 존이 어린 크리스티앙을 키우는 동안 묘사되는 70년대 초 런던의 모습은 무척이나 자유롭고 들떠 있었다. 당시의 그런 분위기가 그들로 하여금 크리스티앙을 키우는 것을 가능케 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당시 그들이 알고지내던 사람 중에는 해롯 백화점에서 퓨마를 구입해 기르는 이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이 크리스티앙을 구입하고 3년 후인 1973년부터 영국에서 멸종위기동식물보호법이 발효돼 해롯 백화점은 더 이상 희귀한 동물을 팔지 않게 된다. 희귀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무분별한 소유욕에 규제가 가해지고 야생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앤서니와 존 역시 크리스티앙을 기르는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크리스티앙의 체격이 커지면 더 이상 런던의 가구점에서 크리스티앙을 기르는 것이 불가능해질 것이고 그때가 돼서 크리스티앙을 동물원으로 보내버리면 그만인가 하는 회의를 느끼게 된 것이다. 그들은 여러가지 고민을 했지만 답은 쉽게 찾을 수 없었고 일단은 어린 크리스티앙과 함께 지내는 동안 그를 즐겁게 하는데 매진하기로 한다. 하지만 크리스티앙이 자랄 수록 그들의 고민도 커져갔는데 문제는 의외의 순간에 해결됐다. 암사자 엘자를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내용의 영화인 <야성의 엘자>의 주연 배우이자 부부인 버지니아 매캐너와 빌 트래버스가 우연히 가구점에 물건을 사러 들렀다가 크리스티앙을 보게 된 것이다. 빌은 존과 앤서니로부터 그들이 크리스티앙의 장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들에게 <야성의 엘자>의 감독인 제임스 힐과, 그 작품의 실제 인물인 조지 애덤슨을 소개시켜준다. 조지 애덤슨은 케냐에서 사자의 야생 복귀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었다. 영국에서 태어난 크리스티앙에게 본연의 고향인 아프리카로 돌아갈 기회가 생긴 것이다. 이후 크리스티앙은 런던의 킹스 로드를 떠나 빌의 집 마당 울타리에서 지내며 아프리카행을 기다린다.



병아리와 함께 부활절 사진 촬영중인 크리스티앙



꽤 질 좋은 부록 다이어리, 다이어리 안쪽에도 사진이 있다.

이후엔 존과 앤서니가 크리스티앙을 아프리카로 데리고 가 조지 애덤슨과 함께 크리스티앙의 아프리카 정착을 돕는 과정이 그려진다. 그곳에서 크리스티앙은 처음으로 다른 사자와 마주하게 되고 점차 사자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크리스티앙이 다 자란 숫사자 보이와 어린 암사자 카타니아와 함께 지내는 모습을 그린 대목이 특히 흥미로웠다. 크리스티앙은 무리를 이루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끝내는 잘 적응해 조지의 캠프를 스스로 벗어나게 된다.

<크리스티앙>은 쉽게 읽히는 책이다. 일단 분량이 그리 많지않고 사진까지 있어서 쉬엄쉬엄 읽어도 한 이틀이면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다. 크리스티앙의 생활을 중심으로 씌여졌기 때문에 크리스티앙의 재롱을 상상하며 읽다보면 어느새 페이지 수가 훌쩍 넘어가 있었다. 처음 크리스티앙이 등장하는 유투브 영상을 봤을 땐 무척 감동했으면서도 대체 저게 어떤 상황인지 알 길이 없었다. 당시 동영상 클립에 있던 짤막한 자막으로는 1분이 조금 넘는 그 동영상에 대해 궁금증만 더해질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을 통해 크리스티앙의 얘기를 모두 접하고 다시 유투브에 가보니 예전에 봤던 동영상말고도 여러가지 동영상이 있었다. 그 동영상들에서 크리스티앙이 존과 앤서니의 엉덩이를 물고 늘어지는 장면이나, 아프리카에서 어른 숫사자 보이에게 복종하는 모습 등 책에서 그려진 모습들을 그대로 다시 볼 수 있었다. 크리스티앙이 마치 강아지처럼 존과 앤서니에게 폴짝 뛰어 안기는 장면은 특히 흐뭇했다. 크리스티앙이 살던 70년 런던 킹스 로드의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모두 크리스티앙과 존, 앤서니의 재회하는 모습으로 다시금 화제가 된 크리스티앙의 다큐멘터리의 일부였다. 이 책을 읽은 이들이나, 예전에 크리스티앙의 동영상을 보고 감동을 느꼈던 이들이라면 한번씩 찾아봐도 좋을 듯.

사실 나는 호랑이에 대한 애정이 지나친 나머지 사자에 대해선 어떤 편견을 갖고 있었다. 특히 무리를 이루고 그 위에 군림하는 숫사자는 폭군으로 여겨져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크리스티앙은 내가 갖고 있던 사자에 대한 편견을 없애주었다. 사자가 고양이과 동물답지않게 애정 표현에 능하고 유쾌한 동물이란 것을 크리스티앙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사자가 고양이과 동물답지않게 애정 표현에 능하고 유쾌한 동물이란 것을 크리스티앙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크리스티앙의 모습만 보면 사자는 고양이과 동물이라기 보다는 개에 가까웠다. 주인을 보면 반가워서 달려들어 마구 부비부비를 해대고, 무릎에서 내려가려고 하질 않는... 그러고보니 무리생활을 하는 것도 개과 동물의 습성아닌가. 고양이과 동물 중 사자말고 무리생활을 하는 동물이 또 있는지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어쩌면 내가 크리스티앙을 통해 느끼게 된 그런 점 또한 지극히 인간의 시각으로 바라 본 또다른 편견일런지도 모르겠다. 사자가 애교가 없고 유쾌하지 않으면 어떻단 말인가. 아프리카에 사는 사자가 사람에게 애교를 부린다는 사실은 사자의 생존과 아무런 상관이 없지 않은가. 하지만 사람들이 크리스티앙과 같이 인간에게 길들여져 강아지처럼 행동하는 사자의 모습을 접하게 되면 야생 사자의 생태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게 된다는 점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이러니컬하지만 존과 앤서니가 크리스티앙을 기르며 정이 들수록 크리스티앙을 아프리카로 돌려보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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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백인들
마이클 무어 지음, 김현후 옮김 / 나무와숲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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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피식피식 웃음을 참을 수 없었던 책이다. 마이클 무어는 다양한 자료들을 통해서 미국 사회의 주류인 백인들을 신랄하게 조롱한다. 마이클 무어는 얼마 전에 다큐멘터리 '볼링 포 컬럼바인'을 통해서도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었는데 이 책과 그 다큐멘터리를 보면 그는 누군가를 놀리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이클 무어는 이 책에서 미국의 유력한 현직 정치계, 재계 인물들을 상대로 때로는 마구 꾸짖어 가며, 때로는 살살 약올려가며 그들의 폐부를 통쾌하게 파헤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조지 부시에 대한 조롱인데, 사실 지난 미국 대선에 대한 티비 뉴스만 유심히 살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금 미국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는 조지 부시의 자리가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것인지 잘 알 것이다. 몇 개월 전에는 지난 대선에서 부시와 대결한 민주당 후보였던 앨 고어가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미국에서는 그 사실 자체로 조지 부시에게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안겨준 것으로 본다고 한다.

지난 대선의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조지 부시 또한 다음 대선에서 앨 고어를 상대로 잡음 없는 승리를 일구어 내려고 맘먹고 있었지만 앨 고어가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조지 부시에게 그 기회를 영원히 빼앗아 버렸다는 것이다. 아무튼 조지 부시는 이 책 내내 멍청한 백인들의 수장으로서 갖은 모욕을 당하고 있다. 심지어 마이클 무어는 조지 부시가 어른 수준의 문자 해독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즉 문맹이 아니냐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게다가 전과 3범인 조지 부시의 과거도 통쾌한 놀림거리다. 그러나 마이클 무어의 조롱은 단순히 조롱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끊임없이 미국의 주류 세력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어떻게 환경과 경제 정책 등을 왜곡시켜 왔는지 고발하고 있다.

이 책에 의하면 현 부시 행정부의 주요 정책 입안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거의 모두가 미국의 대기업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또한 집권당인 공화당은 거대 방위산업체와 에너지 기업을 최대의 후원자로 두고 있다. 그 다음은 뻔하다. 방위산업체와 에너지 기업의 이익을 위해 미국 정부는 끊임없이 신무기를 개발. 사용해야 하고, 에너지 절약과 같은 친환경정책과는 담을 쌓아야 한다. 이러한 미국의 정책은 단순히 미국의 문제로 남지 않는다. 현재 지구상의 유일한 초강대국인 미국의 막가파식 정책들은 전지구적으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대기오염배출 국가인 미국이 수많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교토의정서를 탈퇴한 것은 자국 기업의 이익보호 때문이었다. 그러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이 책에서 보여지는 미국 주류층의 모습들은 조금만 돌려보면 우리나라의 주류층과 정확히 일치한다. 특히 마이클 무어가 민주당과 공화당의 차이점이 없다면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민주당을 비판하는 대목은 우리나라의 민주당과 한나라당간의 비교에 그대로 적용시킬 수 있는 내용이다. 결국 지배층은 똑같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존재할 뿐이다. 그들을 대표라고 선출해놓은 우리 일반 시민들은 앉아서 당하고만 있는셈이다. 그러나 마이클 무어는 우리가 해야할 일을 잊지 않고 제시해준다. 가만히 앉아 있지 말고 작은 행동이라도 실천하라. 정치인들은 결국 우리의 투표에 목을 걸고 있으므로.

이 책은 친절하게 책 가장자리에 미국인이 아니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을 간단하게 설명해 놓아서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지만 미국문화에 대해 익숙한 사람이라면 그보다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마이클 무어가 책의 여러 부분에서 미국 사회를 들끓게 했던 사건들을 패러디 방식으로 차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전 미국인들이 넋을 빼놓고 바라보았던 고속도로의 달리는 브롱코'는 OJ 심슨 사건 당시 심슨이 자신의 포드 브롱코 차량을 타고 경찰과 추격전을 벌이는 것이 방송사의 헬기 촬영으로 생중계 됐던 일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당시 그 사건을 계기로 포드사의 묵직한 SUV모델인 브롱코가 불티나게 팔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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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캠페인 전략
도널드 패런티 외 지음, 조병량 외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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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기획론이란 과목의 교재로 보게 된 책이다. 올 해 3월에 한국어 초판이 발행 됐지만 미국에선 1996년에 발행된 책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광고계의 속성으로 보면 약간은 철지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실제 광고 예제들은 그 효과를 100%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광고 캠페인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에 대해 교과서적으로 설명하는 형식이다. 때문에 대학의 광고 관련 과목의 교재로 쓰기에 알맞은 책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국에 한해서이다. 광고학의 원류가 미국에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우리나라에서 이 책으로 광고를 공부한다는 것은 마치 피망가루로 김치를 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책에서 광고를 기획, 제작하는 과정에서 고려할 부분들을 설명하면서 드는 수많은 예들이 오로지 미국내에서만 통용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이 책이 광고에 대한 원론적인 얘기만 하고 실무적인 부분을 언급하지 않았더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이 책은 지면의 대부분을 실제 예를 통한 실무적인 부분의 설명에 할애하고 있다.

한 예로 이 책에서 문헌조사를 설명하는 것을 보면 '렉시스/넥시스 시스템(LEXIS/NEXIS)은 자체 서비스로 제공되며, 방대한 양의 데이터베이스다. 넥시스라는 데이터베이스 군은 신문, 통신사, 잡지, 회보의 전문을 제공한다.' , '디스클로저(Disclosure) 데이터베이스는 1만 2천 개 이상의 공기업에 대한 재무 및 경영전략에 대한 정보를 다룬다. 데이터는 미국 증권 거래 협회가 수집한 연간 보고서 또는 정기 보고서를 통해 정리된다.' 대부분이 이런 식이다. 도대체 저런 내용이 우리나라에서 광고를 공부하는데 무슨 도움이 된단 말인가?

이 책을 보며 내가 더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은 이 책을 번역한 조병량과 한상필이라는 사람들이다. 미천한 나로서는 잘 몰랐었지만 책에 소개된 이들의 약력을 보면 한 마디로 국내 광고계에서 힘 꽤나 쓰는 사람들이란걸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이렇게 국내 광고계의 권위자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기껏 한다는게 우리 실정에 맞지 않을뿐더러 철까지 지난 미국 광고 서적의 번역이라니...

게다가 번역과 교정도 그다지 매끄럽지 못해 책을 읽다 보면 적지 않은 부분에서 의미 전달이 잘 되지 않고 어색한 문장을 발견할 수 있다. 대체 왜? 왜? 왜? 우리나라에서 이런 책을 봐야 하는지... 한 마디로 이 책의 존재는 국내 광고학자들의 명백한 직무유기를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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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1 - 제1부 격랑시대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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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 아시겠지만 한강은 조정래님의 세번째 대하소설입니다. 작가로서 평생에 한 번 쓰기도 어렵다는 대하소설을 세 번이나 썼으니 참 대단하시지요. 소설속의 시간상으로 보면 한강은 태백산맥이후의 이야기가 됩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죽으며 소설이 끝나니까 50년대 중반부터 79년까지가 되겠네요. 조정래님은 지금 또 다른 대하소설을 준비중이시라니까 이제 그 이후의 이야기가 이어질겁니다.

한강은 태백산맥, 아리랑과 같이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당시의 시대적 사건들을 겪으며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으면 역사 공부는 저절로 되는 셈입니다. 한강은 아버지의 월북으로 한 형제가 겪게 되는 연좌제의 고통이 중심 내용입니다. 한강을 읽다보면 때로는 뜨거운 감동을, 때로는 피끓는 분노를, 때로는 애잔한 슬픔을 느끼게 됩니다.

조정래님은 대하소설이라는 다소 거칠 수 밖에 없는 작품안에서도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잘도 표현해 놓습니다. 한강에서도 태백산맥과 마찬가지로 이루어질 수 없는 힘겨운 사랑의 모습이 나옵니다. 이러한 사랑의 묘사는 조정래님이 스스로를 '평생 연애소설을 쓰지 못할 멋대가리 없는' 작가라고 일컫는 표현을 무색케 합니다. 이렇게 애틋한 사랑의 묘사는 조정래님이 부인인 김초혜 시인과의 소설같은 사랑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작년에 조정래 선생님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조정래 선생님은 부인께서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했을 때의 얘길 해주셨습니다. 당시 선생님은 병원에 입원한 부인 곁에서 밤을 지샜다고 합니다. 그 일이 그 병원의 간호사들 사이에 화제가 됐는데 그때까지 입원한 부인 곁에서 밤을 지샌 남편은 한 명도 없었다는 이유에서였다고 하시더군요. 역사와 소설을 대하는 선생님의 곧디 곧은 정신과 대비되는 부드러운 면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일화였습니다.

조정래 선생님의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건 큰 즐거움입니다. 특히 우리의 굴곡 많은 현대사에 관심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라 할 수 있죠. 단, 한강은 아무래도 태백산맥이나 아리랑과 달리 지금 시대와도 직접적인 연관성이 짙어서 소설의 내용도 되새김질을 하듯이 읽어야 할 것입니다. 한강의 배경이 되는 시대가 많은 사람들의 역사적 가시거리 안에 있기 때문이죠. 그러한 점에서 제게 조금 의문 스러웠던 점은 소설속에서 전 포철 회장인 박태준씨가 지나치게 미화된 것입니다.

물론 우리의 경제 부흥에 있어 박태준씨의 역할이 무시할 수 없는것이긴 하지만 소설속에서 박태준 씨의 미화는 그 이상입니다. 그도 정치적으론 민정당 활동을 비롯해 여러 과오가 있었는데 말입니다... 조정래 선생님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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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
존 라이언 지음, 이상훈 옮김 / 그물코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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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KBS의 독서 프로그램에서 소개해주는 걸 보고 읽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물건들은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이라는 거창한 제목에 어울리지 않게 하찮은 것들입니다. 그러나 존 라이언이 반복해서 말하고 있듯이 그 하찮은 물건들은 사람들이 자꾸 사용하므로써 그 가치를 발하게 됩니다. 그 물건들의 가치는 자꾸 사용할 수록 커져 이내 지구를 살리는 엄청난 효과를 발휘하게 되지요.

자전거, 천장선풍기, 콘돔, 타이 국수, 공공도서관, 빨랫줄, 무당벌레. 존 라이언은 이렇게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얼마나 유익할 수 있는지를 갖가지 자료들을 통해 설명해 줍니다. 저 물건들 만큼이나 책의 내용은 쉽고 간결합니다. 7가지 물건들이 모두 환경친화적인 물건들이지요. 책의 내용을 보면 대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실들이면서도 무심코, 지나치게 편의만을 생각해서 하는 행동들이 얼마나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환경에 해로운 일들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티비에서 시애틀에 살고 있는 존 라이언을 직접 소개해준 걸 봤는데 그는 적당히 지저분 한 수염에 마른 체격을 하고 있었죠. 우리 머리속에 있는 전형적인 환경운동가(?)의 외양이라고 생각하면 될 겁니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이 환경운동가가 아니라고 하더군요. 자신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줄 뿐이어서 환경운동가라는 명칭은 자신에겐 과분한 것이다.. 뭐 이런 얘길 했죠. 그는 그 말을 통해 환경운동이라는 것이 일상생활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작은 습관의 변화로 지구를 살리는 일에 동참할 수 있다는 생각을 역설적으로 표현한게 아닌가 합니다.

이 책의 주제도 그렇고 존 라이언이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금 불편한 생활도 익숙해지면 또 다른 습관이 될 뿐입니다. 책에는 7가지로 그 대상을 압축시켰지만 우리의 행동에 따라 지구를 살리는 물건은 7가지가 아니라 수천 수만가지가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존 라이언이 채식의 유익함을 전하면서 든 예가 타이 국수라는 것입니다. 뭐.. 세계 어느 나라 음식이나 채식위주의 식단이 있겠지만 우리의 비빔밥도 아주 훌륭한 예가 될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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