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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별 아래 집 - 어느 동물원장 부부의 은밀한 전쟁 이야기
다이앤 애커먼 지음, 강혜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시점은 2차대전 전후의 일이다. 히틀러는 오스트리아를 합병한 후, 뮌헨회담으로 체코영내의 수데텐을 병합하고, 1939년에는 체코전체를 병합한다. 1938년 8월 독소불가침 조약을 체결후 1939년 9월1일 폴란드를 침공하게 된다. 2주일만에 바르샤바를 비롯한 서반부를 점령하고, 이어 소련도 동부 폴란드를 차지하게 된다. 소련은 발틱3국을 점령한데 반해, 독일은 북구전선의 덴마크, 노르웨이를 점령하고, 다시 서부전선의 프랑스마저 손에 넣는데, 이때가 1940년 6월이다. 1941년 6월에는 독일은 소련으로 진격하여 소련의 서반부까지 점령했으나 실질적 큰 타격은 주지 못하고, 계속된 공격으로도 실패하고 1943년 2월에는 소련에 큰 패배를 맞는다. 이후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에 프랑스를 내주고, 이어 소련과 연합군의 협공으로 1945년 5월7일 독일은 항복하게 된다.
이 책은 1935년부터 시작하여 1945년 직후의 폴란드 바르샤바동물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동물원장인 얀 자빈스키와 그 부인 안토니나는 비아워비에자 숲을 중심으로 유럽 최고의 동물원을 만들고자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착실하게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독일의 침공으로 바르샤바는 함락되고, 동물원은 돼지농장, 공용채소밭, 모피사육장으로 계속 바뀌게 된다. 얀은 '프렌체스코'라는, 동물원은 '미친별 작은집'이라는 암호명으로 불리며, 폴란드 지하조직을 지원한다. 얀은 특유의 담담함과 위험을 나름의 방식대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 유대인을 많이 도와주고 구하는 일을 한다. 그의 부인 안토니나도 동물이나 사람에 대한 친근함과 재치가 넘쳐 여러번 죽을 고비를 넘긴다.
또한 이 책을 읽다보면 독일이 폴란드내 유대인에 대한 잔학한 행위들을 엿볼 수 있는데, 유대인들을 따로 '게토'에 격리 수용시키고, 1942년에는 트레블랑카의 독가스시설에 수 많은 인명을 살상하기도 한다. 이 책의 백미라면 필명 야누슈 코르착(본명 헨리크 골드슈미트)의 살신성인의 대목이다.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어린이 책 [천사들의 행진-양철북]은 읽는 이의 가슴을 아련하게 한다.내용은 폴란드 의사출신 야누스 코르착은 전쟁으로 부모 잃고 버려진 아이들을 모아 고아원을 운영한다. 그 아이들에게 믿음과 인간의 존엄성을 가르쳐 왔는데, 그 곳에도 독일군으로부터 가스실 이송명령이 떨어졌는데, 1942년 8월6일 독일군 군인들에게 아이들을 밀거나 겁에 질리지 않도록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아름다운 행진을 하게 된다. 아이들은 각자 가장 좋은 옷으로 차려입고 베낭을 메고 소풍을 떠나듯, 192명의 아이들과 10명의 직원은 줄을 맞춰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채 가스실로 행진하게 된다.(p221~5)
책이 시간 순서로 서술되어 있어, 지루한 면도 있다. 그러나 앞서 밝힌 2차대전의 시간적 상황을 조금이나마 배경 지식을 가지고 읽는다면 지루함을 덜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내용이 얀과 안토니나가 겪었던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그러나 동물원과 관련된 특이한 동물이야기, 타팬말이나 야생소 오록스(p93~98)나 쉬몬 테넨바움의 딱정벌레 수집 이야기(p159~184)는 신선한 감동을 주었다. 또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인간과 동물모두 고유의 자기 모습을 잃어버리고, 인간이 해서는 안될 일들을 하며 망가져가는 모습들을 읽다보면 지난날 약소민족이었던 우리 민족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마음 아프기도 했다. 다시는 전쟁이 이 땅에 있어서도 안되고,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존엄성과 가치를 다시한번 되새길 필요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