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진 기억을 쫓는 남자
알렉산드르 R. 루리야 지음, 한미선 옮김 / 도솔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사람의 능력은 어디까지 일까요?  전쟁으로 인해 뇌가 손상되고, 서너살의 정신연령 상태로 살아가는 한 인간의 노력은 감동을 넘어서 경외감이 듭니다. 뇌가 손상된다는 것은 치명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이유는 한번 손상된 뇌는 회복 불가능이기 때문이죠. 지금도 뇌추혈이나 뇌경색 증상을 보이면 세시간내에 병원으로 달려가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그 만큼 뇌가 손상되면 시간과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어떤 분은 뇌경색으로 마비상태가 오자, 다음날 한방병원으로 갔었는데, 이미 손을 쓸 수 없었다고 합니다. 뇌질환 문제가 생기면 양방병원으로 가서 빠른시간내에 주사약 투입이 필요하고, 심하면 뇌수술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한방병원은 재활치료에 도움은 될 수 있어도 양방병원만큼 즉각적 효과를 볼 수 없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요즘은 좋은 신약이 많이 나와 빠른 시간내에 약물을 투입하면 한쪽 마비는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지워진 기억을 쫓는 남자]는 크게는 뇌과학에 해당하는 책입니다. 전반적으로 전쟁으로 인해 뇌손상을 입은 환자의 병상일기를 근간으로 하고 있지만, 저자인 루리야는 꼼꼼한 관찰과 기록으로 뇌과학 입문서로서 뇌의 신비로움을 소개하고 있어요. 일반적으로 뇌과학 서적이 지나치게 전문적이어서 이해하기가 어렵고, 호기심은 있지만 금새 지루한 것과는 달리 이 책을 읽는데 큰 어려움은 없네요. 또한 뇌구조에 관한 설명도 빠뜨리지 않고(p45~60)(p153~5) 환자의 증상에 대해서도 적절한 해설도 달고 있습니다. 책의 주인공인 환자는 뇌에 총탄을 맞아 수술을 받았지만, 공간과 시각에 큰 장애를 입고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25년간 3천쪽에 해당하는 기록을 남기면서 예전 기억을 되찾고자 엄청난 노력을 하는 과정이 나옵니다.

오늘날 뇌과학의 발달로 뇌의 신비로운 퍼즐 조각 하나 하나가 맞추어지고 있습니다. 얼마전 신문지상에 읽었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뇌졸증으로 안면과 반신이 마비되고 말도 못하는 사람이 3개월동안 기는 법을 시작하여 말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가 죽은 후 뇌를 부검해보니 대뇌피질에서 척추로 가는 신경95%가 손상되었는데 문제는 파괴된 뇌가 살아난 것이 아니고 나머지 뇌가 손상된 기능을 넘겨받아 기능을 수행했다는 점입니다. 지금껏 뇌가 한번 손상되면 회복불가능으로 아예 기능마저 상실할 수 밖에 없다는 가설과 배치되는 것이지요. 그러고 보면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유연한 기관이고 우리가 얼마나 자극을 주고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전쟁은 아니더라도, 전쟁 못지 않게, 자동차 교통사고를 비롯한 각종 사고로 뇌를 다친 사람이 많습니다. 이러한 사고로 인해 각종 장애를 입고 평생 고통을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아마도 이 책은 고통받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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