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박문
나카무라 기쿠오 지음 / 중심 / 2000년 4월
평점 :
절판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의 근대사와 관련해서 가장 익히 알려진 인물 중의 한 명이 바로 이토 히로부미이다. 한국에서는 한국 침략의 원흉으로 사람들에게 깊숙히 각인되어 있는 인물이며, 일본에서는 일본의 근대 국가를 형성하는데 있어서 많은 영향을 끼친 정치가로서 알려져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토 히로부미와 관련되어 있는 서적들이 출판되어 있는 상황을 비교해 보자면 한국과 일본은 결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이기도 하다. 이토 히로부미와 관련되어 있는 1차 사료(伊藤家文書, 秘書類纂, 伊藤博文秘錄, 伊藤博文關係文書 등)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하여 평전(1940년대에 3권으로 출간된 春畝公追頌會의 '伊藤博文傳'이 대표적이다)을 비롯하여 부수적으로 파생되어 나온 저서의 경우 엄청 많기 때문에 찾아볼 경우 거기에 압도될 정도이다. 그 정도로 일본에 있어서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임을 반증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한국에서는 "이토 히로부미"와 관련하여 인지도에 비해서 이상하리만큼 많은 것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러한 점은 기존의 한국사 연구자 중에서 이토 히로부미와 관련된 문제를 천착한 사람이 드문 것을 통해서도 충분히 발견할 수 있는 사실이다. 이토 히로부미를 주제어로 하여 기존의 연구성과를 검색해 볼 경우 논문이 많지 않다. 그리고 단행본으로도 드문 편이다. 번역서가 몇 권 출간되어 있는 정도이다. 한국인의 시각에서 체계적이고 깊이 있게 이토 히로부미에 대해서 천착한 저서가 없다는 사실은 한국 쪽에서 이토 히로부미에 대해서 상당히 무지하다는 역설(혹은 무시)을 여실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일단 일본에서 정치사를 전공한 학자가 이토 히로부미에 대해서 개설적으로 다룬 서적이다. 책에 서술되어 있는 이토는 일본 측에서 바라보았을 때 정치가로서의 이토, 한 인간으로서의 이토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확실히 일본의 시각에서 접근하여 그려낸 이토이기 때문에 초대 통감으로 한국에 부임한 이후 그의 행적, 그리고 한국의 병탄 과정에서 그가 담당한 역할 등에 대해서는 그렇게 여실히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가 전 생애에 걸쳐서 전반적으로 추구한 외교 노선 등도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일본의 정계 속에서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의 위상 등에 대해서 자세히 알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평전의 형식을 빌고 있으면서도 서술하고 있는 중간에 그 내용이 "이토"와 관련되어 있는 정치사보다는 그 당시의 전반적인 정계의 흐름에 대해서 언급하여 이토의 활동이 소략해지는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 책의 경우 개설서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위에 지적한 내용들은 다른 전문 연구 성과를 통해서 보완할 부분일 것이다. 책에 서술되어 있는 전반적인 내용을 통해서 일본 측에서 바라보고 있는 "이토"의 상과 생애가 어떠하였는가에 대해서는 거칠기는 하지만 밑그림을 그려보는데는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다만 이 책의 경우 일본에서 1958년도에 출간된 책이기 때문에 상당히 오래된 저서임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이외에 한국 측의 단행본이 두 권 정도 출간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후 두 편의 저서를 찾아서 읽어보면서 그 내용이 얼마만큼이나 심화되고 독자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 추후에 살펴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두 편의 저서는 정일성 씨가 쓴 <이토 히로부미>(지식산업사)와 송영걸 씨가 쓴 <이등박문 연구>이다. 이 두 권의 저서는 곧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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