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밖에서 듣는 바이오메디컬공학 - 한양대 공대 교수들이 말하는 미래 의공학 기술
임창환 외 지음 / Mid(엠아이디)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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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런 것도 바이오메디컬공학이었어?

청진기로 소리를 듣고 목을 들여다보고 피를 뽑아 검사하고 칼로 조직을 절개해 수술하거나 약을 먹는 것이 다였던 의학이 공학을 만나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의료와 공학이 만난 바이오메디컬공학이라 하면 병원에서 익숙한 MRI나 CT 같은 장비, 몸에 심는 스텐트나 인공 장기 같은 기술 정도로만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바이오메디컬공학은 SF영화만큼이나 훌쩍 진화해 있었다. 인간의 뇌와 기계를 연결하는 뇌-기계 인터페이스 기술이나 언제 어디서나 우리 몸의 이상을 감지하는 웨어러블 헬스케어, 약을 먹지 않고도 치료하는 전자약, 캡슐형 내시경 등에서, 최근 유행이라고 할 만큼 익숙해진 뇌과학을 접목해 뇌에 칩을 심는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까지, 바이오메디컬공학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엄청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바이오메디컬공학에 대해 한양대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진이 쉽게 전하는 바이오메디컬공학 이야기는 의학과 공학의 흥미진진한 만남을 다양만 사례를 들어 보여준다. 낯선 개념과 용어도 어렵지 않게 소개했다는 점이 큰 장점인 데다, 청소년도 이해하기 쉬울 정도로 쉽고 재미있는 문체도 ‘바이오메디컬공학’이라는 긴 이름의 새로운 학문에 대한 두려움을 단숨에 지워준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바이오메디컬공학의 다양한 적용 사례들은 사실 이 분야의 역사라고 볼 수 있다. 몸 내부를 들여다보고 싶은 욕망에서 출발한 MRI나 x-레이처럼 공학을 중심으로 에서 출발해 몸을 대체하는 인공 망막이나 인공 근육, 너무나 흥미로운 뇌-기계 인터페이스까지 넘보는 진화는 자못 두려울 정도로 놀랍다. 몸속 세포에서 답을 얻는 마이크로 나노센서 로봇이나 광센서세포를 이용한 표적 치료, 면역 치료제나 DNA 진단기술까지,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분야들이 정말 흥미로웠고, 뇌를 직접 자극해 생각이나 감정을 조절하거나 아예 칩을 박아 조절하는 놀라운 기술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앞날이 기대된다.

바이오메디컬공학이라는 이름은 낯설지만, 이 분야에서 이루어낸 성과는 이미 우리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이 분야에서 이뤄낼 미래 의학의 모습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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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즈버그의 차별 정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지음, 이나경 옮김, 코리 브렛슈나이더 해설 / 블랙피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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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대법관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라는 말로 전 세계 진보와 페미니즘의 아이콘이 된 그의 ‘진짜 말’을 들어 볼 수 있는 책이다.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통해 한 발짝씩 세상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 그의 당당하고 소신있는 생애는 잘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그가 쓴 글을 접하기는 쉽지 않았다.

잘 알려진 ‘리드 대 리드’ 판결이나 ‘크레이그 대 보런’ 판결에 대한 의견 및 소수의견 등, 크게 ‘성평등과 여성의 권리’, ‘임신, 출산의 자유’, ‘선거권과 시민권’으로 분류한 의견서들을 통해 그가 미국 내 법적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헌법을 어떻게 해석하려 노력했는지 볼 수 있다. 꼭 이긴 사건의 판결문이 아니라도, 감명 깊은 소수 의견을 통해 후대를 위해 전례를 남겨 잘못된 법률을 철폐할 근거를 확립한 의미있는 글들이다.

긴즈버그는 자신의 위치에 따라 어떤 사안에 다해서는 의견을 명료하게 밝히지 않거나, 다수의 의견에 목소리를 높여 소수의견을 지켜 나가기도 했다. 이상만 추구할 수는 없고, 재판에서도 이겨야 하지만, 지더라도 후대를 위한 목소리를 남긴다. 그의 말은 정의나 감정에 호소하지도, 차가운 논리만 밀어붙이지도 않는다. 여성은 더 어린 나이에 술을 살 수 있는 오클라호마주의 법처럼 역으로 ‘여성에게 이익이 되는 것처럼 보이는 법을 공격하는 길을 선택’하기도 했다. 까다로운 문제를 마주한 다면적인 상황에서도 그는 영리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알았고, 전략적으로 대처하고 상황을 꾸밀 줄 알았다. 상황을 정확히 바라보고, 소리 높여야 할 때와 조용히 틈을 보아 정곡을 찌를 때를 구분했던 그의 치밀한 논리의 근거가 직접 쓴 글들에 담겨 있다.

사실 법조문이라 읽기 편한 글은 아니지만, 곳곳에 정치학과 교수인 코리 브렛슈나이더의 주석이 달려 있어 한 문장 한 문장 고민하며 썼을 문장들의 ‘사이’를 좀 더 알기 쉽게 들여다볼 수 있다.

“여성이 정치, 사업, 경제 분야에 온전히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에는 종종 ‘보호’나 ‘혜택’이라는 설명이 딸려 있다. 인종적, 민족적 소수집단에 그런 법을 적용한다면 부당하고 허용해서는 안 되는 일로 간주될 것이다.”

“남녀 간의 ‘본질적 차이’는 존중받을 요소지 어느 쪽이든 폄하당하거나 기회를 제한받을 요소가 아니다. 성별 분류는 과거처럼 여성의 법적, 사회적, 경제적 열등성을 만들어내거나 지속시키는 데 이용해서는 안 된다.”

하버드 로스쿨에 여자는 고작 2%에 불과했던 시대,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한 뒤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취직할 수 없던 시대를 거쳐 클린턴 대통령의 지명으로 미국 역사상 두번째 여성 대법관이 된 긴즈버그는 ‘법을 통해 여성해방운동에 앞장서는 업적'을 남겼다. 그는 ‘여성과 모든 시민을 평등권에 기초해 보호하는 헌법의 진정한 비전을 제시’했다. 그의 말이 지금도 유효한 것은 그와 수많은 동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바꿔 나가야 할 차별과 잘못된 제도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그의 말과 불의에 대처하는 방식은 지금, 여기에서 우리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우리는 여전히 그의 목소리에 힘을 얻어 “나는 반대한다”라고 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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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려는 관성 - 딱 그만큼의 긍정과 그만큼의 용기면 충분한 것
김지영 지음 / 필름(Feelm)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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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행복해지려는 관성>, 필름

“불행한 일이 많았던 날엔 좋아하는 일을 해 행복의 영점을 맞춘다.”

아주 단순하고 사소한, 그렇지만 확실한 방법. 이 문장을 입속으로 다시 한번 읽어본다. 플러스 마이너스로 분주히 왔다 갔다 하던 내 마음의 저울이 딱, 상쾌하게 영점을 가리킨다. 나에게 필요한, 딱 그만큼의 행복.

동아일보에 연재되었던 칼럼을 모은 이 책은 표지의 파란 색감과 갓 내린 진한 커피 한 잔처럼, 내 손 안에 오롯이 감싸 쥘 수 있는 ‘딱 그만큼의 행복’을 이야기한다. 노후를 준비하고, 부동산이나 이직이나 성적 이야기를 하고, 종종거리며 다른 사람에 뒤처지지 않게 바쁘게 살아가는 동안에도 문득 한숨, 심호흡하면 내게 필요한 건 ‘딱 그만큼의 긍정과 그만큼의 용기’면 되었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온다. ‘행복해지려는 관성’이 이끄는 대로, 행복을 ‘발견’하고 내 행복을 ‘정의’하고, 그리고 그 행복을 ‘유지’하는 일들은 어쩌면 그토록 사소하고 쉬운가. 그런데도 행복은 어쩌면 그렇게 쉽게 손가락 사이로 사라져 버릴까.

저자가 말하는 ‘행복’도 크게 다르지 않다. 멍때리기, 일기 쓰기, 혼자 달리고 술을 마시고 때로는 친구와 함께 수다 떠는 일상,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작은 이벤트, 요리를 준비하고 함께 먹는 따스한 순간, 출근 전 딱 한 시간 나를 위한 모닝커피 타임. ‘뭐 이런 걸로 거창하게 행복에 대한 글을 쓸까’ 싶다가도, 책 중간에 마련된 ‘나를 위한 행복’을 생각해 보는 공란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보면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은 손에 잡히지 않는 수억짜리 로또나 수십억짜리 부동산, 언제 실행 가능할지 모르는 퇴사가 아니라 그런 ‘작고 작은 행복들’이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소확행’은 부질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더 열심히 살고 더 많이 벌어 빨리 은퇴하는 것이 성공이라고 말한다. 나는 잠시 이 사회의 소음에서 벗어나, 흔들리는 내 마음의 저울추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그래도, 어쨌든 지금의 나를 살아가게 하는 것은 바로 그 ‘소확행’, 내 작은 행복 덕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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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 - 나는 이렇게 전업 작가가 되었다!
이지니 지음 / 세나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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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 왔다. 회사와 이런저런 일을 거쳐 번역이라는 세계에 발을 딛고 조금씩 ‘오랫동안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기’를 시도해 보고 있지만, 아직도 어려운 글쓰기에 좌절하기도 하고, ‘정말 이 일을 하며 먹고 살 수 있을까’를 자문해 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글 쓰는 사람으로 15년을 버티며 '전업 작가'로 살게 되기까지, 서른다섯 가지 직업을 거치며 이런저런 일을 겪은 이 책의 작가 이지니 님의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인생은 작가의 인생을 조곤조곤 옆에서 듣는 듯 생생하게 다가온다.

작가가 지향하는 글처럼, '낮은 언덕' 같은 쉽고 편안한 글로 작가가 되기까지의 이야기, 작가로 살아가는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 편안하고 술술 읽히게 쓰여 있어, 좋아하는 작가와의 대화에 온 것 같은 느낌으로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공감하게 된다.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할 수 있으려면 먼저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것, 그리고 그것을 '꾸준히' 하는 것이 먼저, SNS를 활용해 자신을 홍보하거나 강의를 하고 1인출판을 시도하는 현실적인 팁들은 사실 그다음이다. 십여 년 전부터 블로그와 브런치를 거쳐 트위터와 인스타를 하고 있는 나지만, 그 글들을 모아 내 이름을 단 나만의 책으로 만들 생각을 하지 못하고 꿈만 꾸어 왔던 나로서는 현실적인 행동을 한발 옮기고 현실로 만든 작가의 당찬 행동력이 부러울 뿐이다. 그래서인지 치열한 일상 중에도 하루 열 시간씩 집중해서 글을 쓰는 몰입의 시간에는 저절로 내 친구처럼 응원의 박수를 보내게 된다.

사소한 것도 놓치지 말고 메모를 하고, SNS에 글을 쓰거나 친구와 카톡을 할 때도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놓치지 말고, 환경을 바꿔 책을 많이 읽고, 퇴고를 게을리 하지 않고, 다른 작가들로부터 좋은 영향력을 받으며 꾸준히, '가늘고 길게' 글을 쓰는 글쓰기의 소소한 팁은 꿈꾸는 작가 뿐만 아니라 일상의 글쓰기에도 유용하다.

조급해하지 않고, 자신의 속도에 맞추어 한 걸음 한 걸음 써온 일상의 메모가 글이 되고, 책이 되는 기적을 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글로 먹고 살고 싶은 이들 뿐만 아니라 책을 써보고 싶고, 내 삶을 솔직히 써 내려갈 자신이 있는 이들에게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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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참으려고만 할까? -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감정 조절 심리학
이시하라 가즈코 지음, 이정민 옮김 / 필름(Feelm)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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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하라 가즈코, <나는 왜 참으려고만 할까>, 필름

일상이 분노, 불안, 초조함이다.
뉴스를 보고 분노하고, 내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이에게 실망하고, 해야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참고 인내해야 하는 일상에서 부정적인 감정은 긍정적인 감정보다 훨씬 우리를 사로잡는다.

사회 전체에 분노와 혐오가 가득 차 있고 범죄가 끊임없이 보도되어 암담한 기분마저 드는 요즘, 분노를 어떻게 가라앉힐 수 있을까? 아니, 이 감정을 발산하거나 해소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할까?

저자는 부정적인 감정을 억지로 누르는 것 역시 폭력이라 말하며 부정적인 의식에 사로잡히는 것은 나보다 타인을 의식하는 행동이라 주장한다. 남에 비추어 자신을 바라보는 '타자중심'의 의식이 부정적인 생각을 더욱 키운다는 말이다. 그래서 부정적인 감정을 외면하는 대신 그것이 왜 일어났는지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이다.

사실 부정적인 감정을 그대로 바라보기는 힘들다. 내 민낯을 내보이는 감정을 거울처럼 투명하게 바라보기는 너무 부끄러워 그저 부정적인 감정을 빨리 없애버리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부정적인 기분과 감정을 느꼈을 때에는 그때그때 감정의 출처를 밝혀내고 구체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리의 순간적인 선택과 행동은 자각하지 못하더라도 실제로는 긍정적인 의식과 부정적인 의식의 양과 질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을 줄이면 긍정적인 감정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감정을 다독이는 법을 다룬 여러 책을 낸 저자는 이번에도 말랑하고 어렵지 않게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생각의 전환을 시도해 보고 싶게 한다. 책은 감정을 바라보는 방법을 어렵지 않게 조언하면서 분노, 인내, 경쟁심, 허세, 불안, 초조함 같은 감정을 버리고 지우려는 대신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을 간결하게 설명한다. 곳곳의 일러스트도 내용을 쉽게 요약해 준다. 부정적인 감정을 내 편으로 만들면 인간관계를 개선하고 성과로 이어지거나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큰 변화가 어떻게 단순한 생각의 전환으로도 가능한지 쉽게 보여 준다.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속으로만 삭이는 것이 미덕인 일본의 저자가 쓴 책이라, 감정의 원인이 바깥에 있어도 스스로 다스리고 다독이는 해결법이 다소 갑갑해 보이기도 하지만, 세상 전체를 바꿀 수 없다면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결국 '나 자신' 뿐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내면에서 보내는 부정적인 감정 역시 나에게 전하는 귀한 정보이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는 것은 아까운 일이다. 부정적인 감정도, 긍정적인 감정도 전부 '나를 사랑하기 위해' 무의식이 보내온 메시지라는 점을 받아들이라는 조언은, 쉽지 않지만 가장 강력한 생각의 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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