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인생책'을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이 책이다. 대학교 2학년 때, 동아리 방 서가에 꽂혀 있던 선배의 책을 읽자마자, 홍익문고에 달려가 샀던 두 권. '이 모든 괴로움을 또다시'와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당시 내가 운영하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는 이 두 권의 책에서 배운 (혹은 흉내내고 싶었던) 정서가 가득했다. 나에게는 원점 같은 책이다. 어린 시절의 나, 학문에의 열망, 고독에의 동경, 그리고 멀리 떠나고 싶었던 욕망... 그 모든 것이 이 책에 깊이 빠져들게 만들었다. 얼마나 소중히 여러 번을 읽었는지, 이 책은 아직도 어제 산 새 책처럼 깨끗하다. 


둘 중의 하나가 없어졌다. 오랜만에 읽어 보려고 찾는데, 

서가에 항상 나란히 꽂아 두었던 두 권 중 하나가 없어졌다. 다른 데를 찾아 봤지만 실패다. 


이제 필요가 없어진 때가 된 것인가... 

오래 된 감정들도 낡은 욕망들도 버릴 때가 된 것인가... 


가슴이 좀 답답하다. 




엊저녁에 라디오에서 디킨즈의 <크리스마스 송가>를 들었다. 정말 아름답고 소박하고 그러면서도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였다.
무엇인가에 기뻐할 수 있다는 것 - 축제에, 눈에, 꽃 한 송이에...... 그 무엇이든지.
그렇지 않으면 잿빛 일상 생활 속에서 우리는 몹시도 가난하고 꿈이 메말라 버릴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아주 쉽사리 자기의 동심을 잃어버리고 알지 못하는 사이, 한 사람의 스크루지가 되어 버린다. - P4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