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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의 일
북노마드 편집부 엮음 / 북노마드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와우북페스티벌에 갔다가, 연희책방의 매대에서 골랐다. 책방지기와 몇 마디를 주고 받다가, 이 책의 표지에 '책방 연희' '아마도책방' '밤수지맨드라미북스토어' 등 이름을 들어본 적 있는 책방 이름이 새겨져 있어 덥석 집어 들었다.
서점을 해도 될까, 서점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해도 될까'를 고민한다. 왜냐면 서점이 그리 돈이 되는 일이라고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서점을 해서는 안 될 법이 없다. 아직도 새로운 브랜드의 치킨집이 오픈을 하고, 동네에는 삼겹살집 옆에 곱창집, 숯불돼지갈비집이 늘어서 있다. 그러니까 서점을 해도 된다.
다른 잡지나 인터넷 기사에서 책방지기들에 대한 인터뷰들을 자주 찾아 보았다. 운영의 지혜와 현실적 고민들을 자세히 이야기하고, 미래에 대한 고민도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말해주는 이들이 있었다. 이 책에도 오래 고민한 이야기들을 풀어 놓는 사람들이 있다. 아홉 명의 책방지기들은 같은 질문에 다르게 대답하고, 다른 대답 속에서 우리는 같은 생각을 읽는다. 특별히, 마지막에 윤동희 북노마드 대표가 쓴 글을 읽는 것이 좋았다. 이 디지털 시대에 책방의 의미와 사람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들이 어떻게 형성되고 전파되는지 생각하게 한다.
이 책 속의 글들을 읽고 나면, 이 작은 공간들이 더 오래 유지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악수를 청하고 싶고, 책방에 걸음하고 싶다. 책방에 가는 것은 여전히 즐거운 일이다. 그곳은 책방지기들의 생각과 마음과 손길과 눈빛이 깃들어 있다. 어떤 책을 한 권 사서 나와도 좋다. 그 책을 열어 볼 때마다, 나는 그곳에 누구와 갔었어. 혼자 걷다가 들어가서 우연히 이 책을 만났어. 그 동네 산책하기 좋은 이유는 이 책방이 있어서일지도 몰라. 라고, 한 줄의 기억을 덧붙일 수 있게 될 테니까. 아이폰 속의 사진을 한 장만 봐도, 그날의 햇빛, 바람, 기분이 다 생각이 나는데, 책도 그렇게 시간과 이야기를 품고 내 책장 속에 꽂혀 있을 것이다.
경쾌하게 하면 된다. 자본주의에 질려서, 회사에 몸 바치기 싶어서, 남들이 정해놓은 가치관에 휘둘리고 싶지 않아서, 바反사회적인 게 아니라 단지 비非사회적이어서, 그래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작은 가게를 열었을 뿐인데 너무 많은 일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일이 곧 삶이 되는 시대다. 직업이 아닌 생업을 만들어 지키는 자가 행복한 시대다.『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의 저자 이토 히로시는생업은 삶과 일이 합쳐진 것으로, 작은 일들을 조합하여생활을 구성해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일이 곧 삶이 되는시대에 서점의 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기성세대의 생산과소비의 관습을 따르지 않는 것, 삶을 살아가며 나만의구체적인 ‘실마리를 찾아내는 것. 단순하게, 담백하게! 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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