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시골 동네 책꾸러기 11
정영애 글, 윤문영 그림 / 계수나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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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가 더운 요즘, 선선한 해질 무렵이면 주차장에서 노는 아이들 목소리가 씩씩하게 들려온다. 나무 아래, 친구네 집, 내가 사는 아파트의 놀이터 뿐만 아니라 다른 아파트 단지 놀이터까지 몰려 다니는 아이들은 언제 봐도 힘이 넘친다. 책을 읽으며 ‘아이들이 자라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는 말이 떠오른다.

  모든 곳이 놀이터가 되고, 온 사람이 친구가 되는 아이들은 확실히 어른들보다 이웃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 아이들은 활동 범위가 넓은 만큼 마음도 넓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아이들을 통하여 이웃을 알아가고 서로 배려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훈훈하다. 

  처음 책을 읽어가면서 기대하고 미리 이야기를 짐작했던 것과는 달리, 마을 사람들은 놀이터 자리에 주민센터가 들어서는 것을 막아내지는 못한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현실적인 이야기로 다가오는 지도 모르겠다. 미끄럼틀, 그네, 시소, 지구, 구름다리와 같은 놀이 기구가 갖추어지지는 않았더라도 나무 울타리속의 작은 놀이터가 따뜻한 그림으로 그려지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동화를 읽다 보면 문장 속에서 평소에 작가가 품었던 생각을 발견하게 된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척, 아이들을 이해하는 척, ‘뭘 해 줄까?’, ‘원하는 게 뭐니?’,‘어린이는 나라의 보배요, 미래요.’하고 떠들다가도 아이들이 성가시면 ‘시끄러우니 나가 놀아라.’ ‘너희들이 상관할 바가 아니야.’하고 등을 떠밀기 일쑤입니다…(118쪽~119쪽)

이야기 흐름을 따라가면서 푸른 소아과 의사선생님처럼 아이들의 말에 귀기울여주는 사람,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소중하구나 생각했는데 이 문장을 만났을 때는 그렇지, 미소를 짓게 된다. 

실물을 보는 듯한 그림이 참 독특하다. 아직 읽지 않고 미루었던 책「압록강은 흐른다」에도 같은 화가가 그림을 그렸다고 하니 더욱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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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통 여우 사계절 저학년문고 14
이마에 요시토모 지음, 김용철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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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는 우주에서 어디가 제일 좋아?”
무슨 말이지? 행성 중에서 고르는 건가 싶어 토성을 생각하고 있는데 더 기다려주지 않고 작은아이가 말을 잇는다. 
  “나는 지구!” 
  “지구?” 
  “응. 멀리서 보면 지구도 아름다워, 하얀 구름도 있고!”
아직 아홉 살인데 지구를 우주의 일부분으로 생각하는 것이 기특해서 웃었는데 ‘별을 얻은 아이’를 읽다보니 그 때의 일이 떠오른다. 
  글씨도 큼직하고 119쪽의 얇은 책이어서 전체가 ‘토통여우’에 관한 이야기일 줄 알았다. 그런데 서로 다른 이야기들 여덟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인 모습, 보통과는 ‘다름’이 주는 의미를 되짚어 보게 되는 몇 편의 이야기가 무겁지 않고 잔잔하거나 해학적으로 그려진 모습이 독특하다. 초등학교 저학년 교과서에 실려 있는 동화를 읽는 느낌이다. 특히 ‘달님’이 주는 어감에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어 풋, 웃음을 머금게 된다.  
  습관적으로 ‘정성’이나 ‘선물’ 앞에 ‘작은’이나 ‘조그만’이란 말을 덧붙이게 된다. 특히 아이들이 만든 것이나 아이들이 준 것을 말할 때에도 ‘작은 정성’, ‘조그만 선물’이라고 표현할 때가 더러 있다. 그러나 ‘주머니 속의 바다’ 이야기를 읽어가며 이런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아이들의 정성은 결코 작지 않다. 병석에서 바다를 그리워하는 아버지를 위해 바다로 나간 막내는 바닷물이 아니라 파도 얼음 조각만 구해 올 수 있었다. 비록 얼음 조각의 크기는 작지만, 바닷물이 두껍게 꽁꽁 얼어 손이 다치면서 겨우겨우 떼어낸 것을 알면 ‘작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어버이 날이라고 꽃집 문 앞에 카네이션이 심어진 바구니가 넓게 펼쳐져 있다. 동네 꽃집에서는 그만그만한 것들만 있어서 잘 몰랐는데 시골에 갔더니 동생이 사온 큰 바구니에 카네이션이 열 송이 넘게 푸짐하게 피어있다. 가격별로 크기가 몇 가지 나오나보다. 어버이날에 맞추어 아이들은 운동회를 했다. 이틀 전 날 총연습 때도 많이 더웠고 운동회 날에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은 바다라도 다녀온 듯 까맣게 그을렸다. 감기에 두통까지 심해서 학교에 찾아가지 못해 미안했는데 바람 쐬러 나간다던 큰아이가 꽃바구니를 건네준다.   

  “엄마, 이거 화분에 심어.”
화분 만들고 예쁜 식물들 골라 심는 재미에 푹 빠진 엄마를 위해 흙에 심어진 것으로 골랐나보다. 그렇다고 용돈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닌데…. 거기에서 제일 예쁜 것으로 골랐다는 말이 고맙기만 하다. 빨갛게 반 쯤 피어 있는 것은 두 송이, 줄기 끝에 꽃봉오리가 이제 막 생기고 있는 것이 하나! 줄기 한 가운데를 위에서 내려다 보면 저 속에 꽃이 만들어지면서 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마지막 이야기 ‘주머니 속의 바다’를 읽고 [토통여우] 책장을 덮은 채 카네이션 꽃대와 줄기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우리 아이가 준 큰―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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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많아 꽃댕이 돌이 많아 돌테미 높은 학년 동화 17
김하늬 지음, 김유대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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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댕이 마을의 아이들처럼 산고개, 바위, 마을이름 등 그것에 얽힌 이야기를 알면 소중한 관계를 맺게 된다. 그런 의미있는 숙제를 내준 선생님과 마을 곳곳에 담긴 이야기를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는 할머니가 눈길을 끈다. 방학이 훌쩍 지나도록 조사하고 해결하느라 바쁘게 몰려다니는 아이들을 보며 이렇게 자라야 하는데, 하는 생각도 피할 수 없다. 
  꽃댕이 마을을 둘러싼 대립을 보며 얼마 전 고향에서 원자력발전소 문제로 말도 많도 탈도 많았던 일이 떠오른다. 댐이나 스키장, 골프장, 원자력발전소 등 개발과 보존을 둘러싼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메스컴에서 보여지는 정치세력과 환경보호단체나 시민들의 의견 대립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한 마을,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분열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개발이든 환경 보존이든 결론이 나고 일은 진행되겠지만, 공동체 안에서 서로에게 낸 상처는 쉽게 가시지 않고 남는다. 심지어 가족이나 친척들 간에도 등을 돌리는 경우도 보았다. 
  꽃댕이 마을의 어른들도 돌테미산이 관공서인 시의 땅이 아니라 마을의 땅임을 알고 스스로 번잡함을 피하는 회사측의 태도로 사그라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람들간의 분열도 마을에 얽힌 전설에 의미를 두고 완전히 정리 되었을까? 황원원 할머니의 말씀처럼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았으면 좋겠다. 웃마을 아랫마을 아이들은 어른들 틈에 끼어서, 어른들의 생각을 닮고 서로 편을 나누어 싸우다가 황원원 할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다시 화해하게 된다. 한바탕 큰 싸움을 벌이고 분열된 공동체, 특히 어른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을 수있는 것은 무엇일까-. 
  문득 ‘알게 되면 함부로 하지 않는다’는 이태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길이름 산이름 마을이름 등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것에 얽힌 이야기들을 아이들과 하나하나 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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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실의 보물 의궤 - 정조 임금님 시대의 왕실 엿보기
유지현 지음, 이장미 그림, 신병주 감수.추천 / 토토북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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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과 동화책을 접하면서 요즘은 만들기를 비롯한 워크북이나 역사책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히 어린이 책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참신함에 놀라게 된다. 이 책 또한 마찬가지다. 한 사람의 사진에 비유하여 의궤의 정의를 쉽게 풀어 설명하고 조선 뿐만 아니라 우리의 보물이라는 말을 하기까지 정조의 일대기를 따라가며 자료를 정리한 구성이 돋보인다. 
   아이랑 표지를 넘기면 양면을 가득 메꾸고 있는 부드러운 먹물 느낌의 그림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이런 그림을 따라 그려보고 싶다더니 무엇으로 그려볼까 생각하더니만 다시 책속의 그림들을 넘겨본다. 의궤의 일부분을 확대한 그림들은 보면 볼수록 어른인 나도 흉내 내어 그려보고 싶다. 자세하면서도  익살스런 그림에는 많은 이야기 거리가 담겨있어 책보는 재미가 더한다. 의궤를 보고 연습할 때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각도를 달리하여 그렸다는 사실이 놀랍다. 또한 풍속화로 더 잘 알고 있는 김홍도가 이 의궤 그림을 그린 화원의 한 사람이었다는 이야기에 그림을 더욱 깊게 바라보게 된다. 이러한 재미로 책에 푹 빠져 보게 되지만 금붕어와 토토의 쉬운 대화와 의궤 그림에 잘 어울리는 삽화가 주는 영향도 적지 않다.   

   책에서도 ‘수원 화성은 건물 하나만 보는 것보다는 주변 경치를 함께 감상하는 것이 더 좋다’고 언급했는데 아이들이랑 종이로 ‘뜯어 만들기’한 수원화성에 꼭 가보고 싶다. 거중기 뿐만 아니라 백성들이 돌을 실어 날랐을 지게, 짐통, 삼태기, 짐틀까지 그려 넣은 의궤를 보니 숙연해진다. 정조를 왕으로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먼저 만나게 된 것도 아이에게는 좋은 일이라 여겨진다. 사도세자를 위한 사당을 짓고 크게 사모한다는 뜻에서 경모궁이라 이름 짓는 이야기, 혜경궁 홍씨의 61번째의 생일을 위하여 화성에 가는 길에 미음 등의 음식을 담은 수레가 뒤따르는 그림에서 오랫동안 시선이 머무른다. 실학에 관심이 높았고 화성의 서장대에 서서 왕의 직속부대인 장용영의 훈련을 지시했던 정조의 갑작스런 죽음. 그에 대한 진실이 궁금하다. 
  아이랑은 그림 중에서 특히 관심이 많았던 활쏘기 대회, 가마, 의장물에 대하여 정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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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도슴치야 사계절 저학년문고 18
딕 킹스미스 지음, 김유대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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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5일 수업제로 내일은 쉬는 토요일이어서 시골로 출발했다. 그러데 전주를 다 벗어나기 전에 도로에 뭔가 눈에 띈다. 으윽! 고양이가 죽어 있다. 횡단보도가 있는 곳도 아니고 주택가도 아니고, 차들이 줄지어 가고 있는 상황이어서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것이 더 위험했다. 운전하던 이모도 조수석에 앉은 나도 신음소리만 내며 휙 지나갈 수 밖에 없었다. 순간, 고슴도치 맥스를 차 바퀴 사이에 두고 무사히 통과했다며 웃으며 지나가는 트럭 운전사가 생각났다. 결국 나도 이렇게 지나가게 되는구나!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조금 더 빠르고 편한 길을 닦는 사람과 자연 파괴, 그로 인하여 야생 동물들이 입는 피해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에게도 고속도로나 철도를 만들다 산을 만나면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물어 보고, 원효터널을 만들 때 단식하며 반대했던 지율스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그러나 죽은 고양이를 실제로 도로에서 만나고 보니 내 생활 속에서 생각해보게 된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자란 나는 학교에 오가는 길에 죽어 있는 개구리, 쥐, 뱀을 흔하게 보았다. 불쌍하다는 느낌보다는 무섭다, 끔찍하다, 징그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러기에 풀속에 있지 왜 아스팔트길로 나왔어, 이런 오만한 생각까지 품었으니 그 죄를 어찌할꼬! 그러나 요즘은 죽어 있는 동물 중에 고양이가 더 눈에 들어온다. 시골에서 읍내에 나오는 길에도 차도에 죽어있는 고양이를 간혹 보게 된다. 아파트에서도 주인 없는 고양이들이 여기저기에 집을 짓고, 음식 쓰레기를 뒤지고, 게다가 서럽게 ‘도둑고양이’라는 이름까지 달고 사는데 시골에서도 이런 고양이가 늘어가나 보다. 
  이런 고양이에게 누가 어짜피 버리게 될 생선 머리 하나 곱게 건네주던가. 나 역시 만찬가지다. 이런 면에서 책 속의 배경은 어떤 곳일까, 작가 소개에 실린 영국은 어떤 곳일까 궁금하다. 내 집에 사는 고슴도치에게 먹다만 음식이나 개 먹이용 통조림을 챙겨주는 마음씀씀이가 인상적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우습게도 이런 야생동물이 인간이 주는 먹이가 아닌, 자연에서 내가 좋아하는 먹이를 찾아 나서고 그 속에서 실컷 뒹굴고 싶은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가로막는 것이 인간이라는 점이다. 
  안전한 길을 찾아 나서고 건너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은 동화에서나 가능하지 현실이 어디 그런가. 아이는 동물들만 다니는 길을 따로 만들어 주거나, 산에 길을 낼 때도 다리처럼 만들면 어떠냐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도 현실에서는 어렵지. 답은 불편하고 느리게 사는 것이란 생각을 혼자 품어 본다. 아이들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언젠가는 이런 삶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무엇보다도 가치 있게 여기리라 믿는다. 
  학교 도서실 컴퓨터에도 ‘나는 고슴도치야’라고 자료가 정리된 것을 보니 제목에 얽힌 사연이 많을 것 같다. 고슴도치 가시랑 잘 어울리는 화법이 그림만 따로 감상하는 재미를 안겨준다. 어떤 방법으로 표현했는지 궁금하다. 고슴도치도 저마다 달리 그린 김유대님은 꽃송이 하나, 나뭇잎 하나에도 표정이 있는 듯하다. 저학년 문고에서 그림에 빠지기는 흔한 일이 아니기에 더욱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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