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통 여우 사계절 저학년문고 14
이마에 요시토모 지음, 김용철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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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엄마는 우주에서 어디가 제일 좋아?”
무슨 말이지? 행성 중에서 고르는 건가 싶어 토성을 생각하고 있는데 더 기다려주지 않고 작은아이가 말을 잇는다. 
  “나는 지구!” 
  “지구?” 
  “응. 멀리서 보면 지구도 아름다워, 하얀 구름도 있고!”
아직 아홉 살인데 지구를 우주의 일부분으로 생각하는 것이 기특해서 웃었는데 ‘별을 얻은 아이’를 읽다보니 그 때의 일이 떠오른다. 
  글씨도 큼직하고 119쪽의 얇은 책이어서 전체가 ‘토통여우’에 관한 이야기일 줄 알았다. 그런데 서로 다른 이야기들 여덟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인 모습, 보통과는 ‘다름’이 주는 의미를 되짚어 보게 되는 몇 편의 이야기가 무겁지 않고 잔잔하거나 해학적으로 그려진 모습이 독특하다. 초등학교 저학년 교과서에 실려 있는 동화를 읽는 느낌이다. 특히 ‘달님’이 주는 어감에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어 풋, 웃음을 머금게 된다.  
  습관적으로 ‘정성’이나 ‘선물’ 앞에 ‘작은’이나 ‘조그만’이란 말을 덧붙이게 된다. 특히 아이들이 만든 것이나 아이들이 준 것을 말할 때에도 ‘작은 정성’, ‘조그만 선물’이라고 표현할 때가 더러 있다. 그러나 ‘주머니 속의 바다’ 이야기를 읽어가며 이런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아이들의 정성은 결코 작지 않다. 병석에서 바다를 그리워하는 아버지를 위해 바다로 나간 막내는 바닷물이 아니라 파도 얼음 조각만 구해 올 수 있었다. 비록 얼음 조각의 크기는 작지만, 바닷물이 두껍게 꽁꽁 얼어 손이 다치면서 겨우겨우 떼어낸 것을 알면 ‘작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어버이 날이라고 꽃집 문 앞에 카네이션이 심어진 바구니가 넓게 펼쳐져 있다. 동네 꽃집에서는 그만그만한 것들만 있어서 잘 몰랐는데 시골에 갔더니 동생이 사온 큰 바구니에 카네이션이 열 송이 넘게 푸짐하게 피어있다. 가격별로 크기가 몇 가지 나오나보다. 어버이날에 맞추어 아이들은 운동회를 했다. 이틀 전 날 총연습 때도 많이 더웠고 운동회 날에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은 바다라도 다녀온 듯 까맣게 그을렸다. 감기에 두통까지 심해서 학교에 찾아가지 못해 미안했는데 바람 쐬러 나간다던 큰아이가 꽃바구니를 건네준다.   

  “엄마, 이거 화분에 심어.”
화분 만들고 예쁜 식물들 골라 심는 재미에 푹 빠진 엄마를 위해 흙에 심어진 것으로 골랐나보다. 그렇다고 용돈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닌데…. 거기에서 제일 예쁜 것으로 골랐다는 말이 고맙기만 하다. 빨갛게 반 쯤 피어 있는 것은 두 송이, 줄기 끝에 꽃봉오리가 이제 막 생기고 있는 것이 하나! 줄기 한 가운데를 위에서 내려다 보면 저 속에 꽃이 만들어지면서 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마지막 이야기 ‘주머니 속의 바다’를 읽고 [토통여우] 책장을 덮은 채 카네이션 꽃대와 줄기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우리 아이가 준 큰―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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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도슴치야 사계절 저학년문고 18
딕 킹스미스 지음, 김유대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주5일 수업제로 내일은 쉬는 토요일이어서 시골로 출발했다. 그러데 전주를 다 벗어나기 전에 도로에 뭔가 눈에 띈다. 으윽! 고양이가 죽어 있다. 횡단보도가 있는 곳도 아니고 주택가도 아니고, 차들이 줄지어 가고 있는 상황이어서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것이 더 위험했다. 운전하던 이모도 조수석에 앉은 나도 신음소리만 내며 휙 지나갈 수 밖에 없었다. 순간, 고슴도치 맥스를 차 바퀴 사이에 두고 무사히 통과했다며 웃으며 지나가는 트럭 운전사가 생각났다. 결국 나도 이렇게 지나가게 되는구나!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조금 더 빠르고 편한 길을 닦는 사람과 자연 파괴, 그로 인하여 야생 동물들이 입는 피해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에게도 고속도로나 철도를 만들다 산을 만나면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물어 보고, 원효터널을 만들 때 단식하며 반대했던 지율스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그러나 죽은 고양이를 실제로 도로에서 만나고 보니 내 생활 속에서 생각해보게 된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자란 나는 학교에 오가는 길에 죽어 있는 개구리, 쥐, 뱀을 흔하게 보았다. 불쌍하다는 느낌보다는 무섭다, 끔찍하다, 징그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러기에 풀속에 있지 왜 아스팔트길로 나왔어, 이런 오만한 생각까지 품었으니 그 죄를 어찌할꼬! 그러나 요즘은 죽어 있는 동물 중에 고양이가 더 눈에 들어온다. 시골에서 읍내에 나오는 길에도 차도에 죽어있는 고양이를 간혹 보게 된다. 아파트에서도 주인 없는 고양이들이 여기저기에 집을 짓고, 음식 쓰레기를 뒤지고, 게다가 서럽게 ‘도둑고양이’라는 이름까지 달고 사는데 시골에서도 이런 고양이가 늘어가나 보다. 
  이런 고양이에게 누가 어짜피 버리게 될 생선 머리 하나 곱게 건네주던가. 나 역시 만찬가지다. 이런 면에서 책 속의 배경은 어떤 곳일까, 작가 소개에 실린 영국은 어떤 곳일까 궁금하다. 내 집에 사는 고슴도치에게 먹다만 음식이나 개 먹이용 통조림을 챙겨주는 마음씀씀이가 인상적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우습게도 이런 야생동물이 인간이 주는 먹이가 아닌, 자연에서 내가 좋아하는 먹이를 찾아 나서고 그 속에서 실컷 뒹굴고 싶은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가로막는 것이 인간이라는 점이다. 
  안전한 길을 찾아 나서고 건너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은 동화에서나 가능하지 현실이 어디 그런가. 아이는 동물들만 다니는 길을 따로 만들어 주거나, 산에 길을 낼 때도 다리처럼 만들면 어떠냐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도 현실에서는 어렵지. 답은 불편하고 느리게 사는 것이란 생각을 혼자 품어 본다. 아이들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언젠가는 이런 삶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무엇보다도 가치 있게 여기리라 믿는다. 
  학교 도서실 컴퓨터에도 ‘나는 고슴도치야’라고 자료가 정리된 것을 보니 제목에 얽힌 사연이 많을 것 같다. 고슴도치 가시랑 잘 어울리는 화법이 그림만 따로 감상하는 재미를 안겨준다. 어떤 방법으로 표현했는지 궁금하다. 고슴도치도 저마다 달리 그린 김유대님은 꽃송이 하나, 나뭇잎 하나에도 표정이 있는 듯하다. 저학년 문고에서 그림에 빠지기는 흔한 일이 아니기에 더욱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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