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전집 양장 세트 - 전9권 (2판) - 일러스트 500여 컷 수록 셜록 홈즈 시리즈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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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섭취하고 적게 소모하면 안에 쌓이는 것이 당연하다. 비만 역시 많이 먹고 적게 섭취한 결과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성인병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비만이 그 사람의 잘못된 식습관과 생활 습관에서 온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과연 전적으로 개인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통계에 의하면 빈곤한 계층에서 비만률이 높다고 한다. 빈곤과 비만이 유의하게 상관이 있다면 비만의 원인을 개인의 습관으로 돌리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것은 아닐까?

이 책은 이러한 의문에서 시작된다.


 

지난 인류 역사를 보면 굴곡은 있었지만 전체적인 흐름으로 볼 때 개인의 자유가 더 확대되는 방향으로 발전하여 왔다. 경제 역시 자유로운 생산과 거래, 소비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발전하여 왔다. 이렇게 하여 인간이 추구해야 할 덕목 중 자유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게 되었다. 민주주의 체제를 지향하는 입장에서 볼 때 자유의 보장과 확대는 거론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극히 당연한 것이다.


 

신고전경제학, 혹은 주류 경제학이라고 하는 관점에서는 인간의 자유로운 상거래를 지향한다. 리먼 프리드만을 위시한 자유주의자들은 개인의 활동에 대해 간섭이 전혀 없는 상태가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본래 이기적이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항상 이성적인 행동을 하고, 상호간에 자유롭게 거래를 할 때 서로 최대한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경제학에서 가장 바탕이 되는 전제가 바로 인간은 항상 이성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개인의 식습관이나 생활 습관을 국가나 사회가 간섭할 이유가 전혀 없게 된다. 그것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개인의 몫일뿐이다.


 

그러나 행동경제학적 측면에 볼 때 인간은 항상 이성적인 판단과 행위를 하지는 않는다. 인간은 본래 이성적인 존재인 것이 아니라 이성과 비이성이 혼재된 존재라고 본다. 또한 한 사람 내부에 하나의 자아만이 존재한다고 보지도 않는다. 상황에 따라서 다양한 자아성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이 자신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결정하고 행동하였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그에게 해를 끼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인간에게 본질적으로 비이성적인 부분이 있고 판단과 행위에 의도하지 않는 실수를 가져올 수 있다면, 또한 그 실수가 그 사람에게 심각한 위해를 가져온다면, 국가와 사회는 그 사람의 자유를 어느 정도 제한하더라도 간섭해야 한다고 이 책의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예를 들어 보자. 학생으로서 지금 공부에 집중할 것인가 아니면 친구와 게임을 즐길 것인가 하는 갈등을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사람은 단기적인 이익과 만족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장기적인 것에는 낮은 가치를 부여한다고 한다. 이러한 가치 부여를 할인율이라고 하는데, 단기 이득에는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고, 장기 이득에는 낮은 할인율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즉, 지금 당장 친구와 게임을 즐길 때 느끼는 만족감에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그 결과 먼 훗날 좋은 대학이나 좋은 직장에 들어갈 때 느끼는 만족감에는 낮은 할인율을 적용하는데, 주류 경제학적 관점에서 볼 때 높은 할인율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더 경제적인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과연 즉각적 만족을 위해 행동하는 것과 지연된 만족을 위해 행동하는 것 가운데 무엇이 더 가치가 있고 지속적인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인가?


 

저자는 이 부분에서 ‘자제력’을 언급하고 있다. 어쩌면 이 책의 주제가 아마 이 단어가 아닐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즉각적이고 현재적인 만족감을 위해서 충동적인 결정과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것이 반복될 때는 정말 원치 않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이 때 가장 필요한 덕목이 바로 자제력인데, 이는 동양에서 말하는 ‘극기(克己)’와 가장 가까운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통계에 의하면 자제력이 강한 아이들은 범죄, 10대 임신이 적었고 수학문제를 잘 풀었으며 무엇보다도 오래 산다고 한다.

자제력은 개인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한 개인의 자제력은 일정한 한계가 있다. 실험에 의하면 ‘가’라는 상황에만 처해 있다면 충분히 자제력을 발휘할 수 있던 사람이 ‘나’라는 상황에서 자제력을 소모한 후 똑같은 ‘가’ 상황에 처했다면 자제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즉 가난과 궁핍, 학대 등 상황에서 자제력을 소모해버린 사람이 비만을 이겨내기 위해 충동적인 폭식을 자제하거나 금연을 하기 위해 흡연을 자제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또한 환경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아이가 상당한 자제력이 필요한 학습에 집중력을 발휘한다는 것도 쉽지 않다. 이것은 가난한 계층에서 비만률이 높고 마약, 10대 임신, 충동적 범죄율이 높은 이유가 되며, 이러한 것을 전적으로 개인에게만 책임지울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사회 시스템을 바꿈으로써 사람들이 나쁜 판단과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즉, 국가나 사회가 개인에게 일정하게 개입하여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 어떤 단판과 결정을 내릴 때 자신을 위한다는 그 의도와 다르게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 이러한 오류는 인간의 본성에 근본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벗어날 수 없다. 인간의 이성과 비이성적이 혼재된 본성에 기초하여 행하는 경제를 설명하는 학문이 바로 행동경제학이다.

 

이 책에서 논하고 있는 행동경제학은 바로 인간의 근본적 오류는 개인적인 노력으로 쉽게 극복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 시스템과 개입을 통해서 그 오류를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만일 신고전경제학 또는 주류경제학에 기초한 자유시장주의자들의 주장처럼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한다는 것은 곧 인간의 근본적 오류를 방기하여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 부정적인 결과라고 하는 것은 복지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저자는 복지를 위해서는 개인의 자유를 일정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주장에 의하면 복지가 곧 행복이다. 행복과 자유가 이처럼 대립적인 개념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이 놀랍다.


 

이 책의 기본 메시지에 대해서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인간은 일부 자유주의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그다지 이성적이지 않다. 자유 시장은 우리가 자신에게 해를 입히도록 할 수도 있다. 또한 자유 시장은 소비자 행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심리적 맹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처럼 자유시장이 언제나 소비자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는 적절한 보호책을 강구해야 한다.”(p.235)


 

하지만 이 부분에서 우리는 한 가지 우려를 금할 수 없는데, 저자가 말하는 ‘부드러운 개입주의’라는 것이 얼마만큼의 한계를 가지느냐는 것이다. 자칫 지나치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고 할 수 있는데, 저자 역시 이러한 생각이 들었는지 ‘자유와 복지의 위험한 균형’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저자의 결론은 이렇다.

“우리에게는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으며, 동시에 잘살 권리도 있다. 자유와 복지가 충돌할 때는 세심하게 조정한 선에서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작은 대가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열린 사고방식이 필요하다.”(p273)


 

이 책 제목에 경제학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있지만, 사실 일반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경제학 서적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학에 가까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대부분의 분량을 행동경제학에 할애하고 있지만, 실지 저자의 주장은 그러한 이론에 기초하여 사회의 시스템을 바꾸자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인간의 최고의 가치로 일컬어지는 자유와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하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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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경제 2010 비즈맵
헤럴드경제 특별취재팀 엮음 / 헤럴드미디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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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세계 경제 위기가 아직도 여진을 계속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전망에 의하면 올해부터는 세계적으로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실을 둘러보면 아직도 경제적인 어려움에 곤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우리는 지난 10여 년 전 금융위기와 지난해 세계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개인의 경제생활과 국가경제, 나아가 세계경제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전에는 보통 개인들은 열심히 일하고, 알뜰하게 소비하고, 부지런히 저축하면 경제적인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두 번의 국가적인 위기를 겪으면서 현실은 결코 그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 세계는 금융자본주의의 경제 시스템 속에 갇혀 있다. 이 시스템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지만 아마도 당분간 이 추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 국가와 세계가 금융자본주의의 길을 걷고 있다면 개인 역시 그 길을 걸어야 하는 당위성이 있다. 다시 말하면, 개인 역시 금융자본 시스템에 익숙해져야 하고 이것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제는 단지 열심히 일하고 부지런히 저축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일하고 부지런히 재테크를 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머리말을 보면 이 책을 만든 헤럴드경제에서 얼마나 이 책에 자부심을 갖고 있나 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는 한국은 물론 세계경제에 대한 분석과 전망, 그리고 각 개별 업종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담겨 있습니다. 따라서 이 같은 돋보기 분석은 경제와 경영, 그리고 2010년 성곡 재테크를 위해 훌륭한 가이드 역할을 할 것입니다."(p.4)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장은 2010년 한국경제와 세계경제에 대한 분석과 전망으로 되어 있다.

여기에 의하면 올해에 우리나라 경제는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어 4%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변수로서 고용불안, 금리인상, 유가불안을 꼽고 있다.

세계경제 역시 회복세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인도는 올해도 여전히 무서운 기세로 경제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이에 반해 미국, 유럽, 일본은 그 성과가 매우 저조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 한국 산업계 판도의 변화와 주식, 부동산 등에 관한 분석과 전망 역시 실려 있어서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둘째 장은 삼성, 현대를 비롯한 한국의 대표적인 재벌 기업들에 대해 싣고 있다. 특히 모두 기억할 수도 없는 수많은 계열사들을 도표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어 재벌의 전체적인 모습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다. 아마도 재벌들에 대한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뒤에 역시 재벌들의 차세대 주자로 부각되고 있는 2, 3세의 젊은 경영인들의 이야기가 쓰여 있다. 이 역시 재벌들의 속을 조금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 뒤에 이 책의 약 3분의 2정도를 차지하는 분량으로 산업 분야별로 나누어 그 분야의 기업체들의 규모와 생산성, 영업 실적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간략한 도표를 제시하고 아래에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이 부분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독자는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산업 분야를 찾아 펼치고 그 산업의 기업체를 한 눈에 파악하고, 어느 특정 기업에 대해서 더 자세히 연구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전쟁이나 전투에서 전략, 전술을 세울 때 가장 먼저 펼치는 것이 바로 지도다. 경제활동을 전쟁이나 전투에 비유하는 것이 물론 지나친 감이 있지만,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 서로 경쟁한다는 측면에서는 분명히 공통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제활동, 특히 재테크 측면에서 우리는 부단히 경제와 산업을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 연구에 대해 이 책이 하나의 지도로써 충분히 가치를 발휘할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지도로 보자면 소축적 지도에 해당하므로 어떤 산업 분야나 특정 기업체에 대해 더 자세히 연구하고자 하면 또 다른 관련 서적이나 자료를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더 지도에 비유하자면 이 책은 한 장으로 나타낸 한반도 지도에 해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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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종사들 - 큰스님 30인의 삶과 수행 이야기
한국불교기자협회 지음 / 조계종출판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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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아데는 <세계종교사상사>의 서문에서 ‘인간 존재로서 살아간다고 하는 것은 그 자체 종교적인 행위이다.’라고 말하였다. 아무리 종교적 신앙이 없고 무신론자를 주장하더라도 인간은 그 자체로 이미 종교적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는 뜻일 것이다. 한편 역사를 통찰해보면 종교의 이름을 행해졌던 무수한 부정과 비리, 폭력과 폭압 또한 부인 할 수 없으며, 현재도 종교의 이름으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있고, 우리 사회에서 종교의 이름으로 벌이는 부정부패 역시 우려할 정도로 만연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종교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 두려울 수밖에 없는 죽음을 항상 간직하고 살아가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종교는 많은 위안을 주고 있으며, 종교가 부정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힘을 잃지 않는 원인이 된다. 또한 이 지구상에 인간이 존재하는 한 종교 역시 존속할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중요한 종교는 불교와 그리스도교가 있다. 신교와 구교로 분리된 그리스도교는 전래된 지 200년 정도지만, 불교는 거의 2000년이 되어 가고 있어 신도수와 무관하게 사람들의 의식 깊은 곳과 실생활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종교는 단연 불교일 것이다. 물론 이 불교 역시 인도에서 처음 성립된 것과는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겠지만, 이 부분은 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한국의 대종사들’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불교와 관련된 책이지만, 꼭 불교도가 아니더라도 독자에게 많은 가르침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대종사는 불가에서 깨달음을 얻은 후 불교의 전파와 교리를 실천하는 데 많은 공헌을 한 스님에게 내리는 칭호이다. 이 책은 그런 대종사 30분을 찾아가 인터뷰하여 얻은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이 분들의 공통점은 모두 깨달음의 경지에 오르기 위하여 보통 사람으로는 감내하기 힘든 수행을 거쳤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그 깨달음의 경지가 어느 정도이고 그 느낌이 어떨 것인지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이 분들의 말씀을 읽어보면 몇 가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들이 있다. 먼저 깨달음은 자연스럽게 자비를 동반한다고 한다. 어떠한 인위적인 노력을 하여 자비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자비심이 올라와 실천으로 옮겨진다고 말한다. 우리는 불가에 무애행이라고 하여 어떤 계율에도 얽매이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이 있다고 알고 있다. 일단 깨달음을 얻게 되면 더 이상 업(業)이 쌓이지 않게 되고 업(業)에 의해 일어나는 연기(緣起)의 법칙이 무너지고, 윤회(輪回)의 사슬이 끊어지기 때문에 계율을 지키는 것에 의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대종사들의 말씀은 다르다. 깨닫게 되면 오히려 계율을 더 잘 지키게 된다는 것이다. 깨달음을 얻기 전에는 일부러 계율을 지키려고 했지만, 깨달음은 얻은 후에는 일부러 하지 않아도 저절로 지켜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마도 논어에서 공자가 나이 70이 되어서 하고 싶은 데로 하여도 법도를 넘지 않았다는 말과 의미가 통하지 않을까 싶다.


또 공통적으로 말씀하시는 것이 바로 하심(下心)이다. 하심과 가장 가까운 말이 아마도 겸손이 아닐까 한다. 사실 깨달음의 경지는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이 상상하기 힘든 지극히 높은 경지임에 분명하다. 결코 아무나 도달할 수 없는 그 높은 경지에 오른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해 자신을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나, 큰 스님들은 경지가 높을수록 더 낮추게 된다고 말씀하신다. 조그만 것이라도 남보다 더 나은 것이 있으면 그것을 자랑하고 싶고,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만나면 무시하는 마음이 생기는 우리에게 그분들의 하심은 많은 교훈을 준다.


무슨 일이건 남들과 다른 성과를 올린 분들의 공통점은 끈기와 인내를 들 수 있겠다. 하지만 더 중요한 공통점은 바로 초발심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읽을 수 있는 대종사들의 공통점도 바로 이 점이다. 또한 남들이 존경할만한 직위에 올랐지만, 더욱 강조하고 있는 점도 바로 초발심을 잃지 말라는 점이다.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노력할 때나 성과를 이루고 나서 자칫 잃기 쉬운 것이 초발심이다. 초발심을 잃게 되면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이 책 간간히 스님 중에는 평생 자가용도 없이 버스만 고집하고, 갈아입을 옷을 포함해서 평생 두 벌의 옷만으로 사철을 지내고, 자신 명의의 통장은 가져본 적도 없다는 내용이 나온다. 아마도 대종사 거의 모든 분들이 이럴 것이다. 한마디로 무소유를 몸으로 실천하는 분들이다. 물질만능시대, 황금만능시대 속에 함몰되어 인간성 상실이라는 익사 직전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분들의 무소유 실천은 존경과 감동을 주며, 내 자신을 한번쯤 반성하게 만들고 있다.


대종사들은 참으로 금과옥조가 될 만한 아름다운 말씀을 이 책 안에 많이 남기셨다.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만족할 줄 아는 삶을 실천한다면 불안과 불행은 곧바로 사라집니다.’(p.225),

‘자기가 하는 일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고 직장 생활을 하게 되면 그 사람은 무한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무한 향상’을 하는 거죠.’(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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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우리역사
信太一郞 지음, 이종윤 옮김 / 삼국시대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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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일본문부성에서 중학역사교과서에 독도를 일본 땅으로 명시한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결과적으로 직접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일본은 독도를 자신들의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홋카이도 교원조합에서는 독도는 고유한 한국 땅이라는 논문을 대내외적으로 발표하였다는 소식이 있었다. 아직도 일본이라는 나라에 양심이 살아 있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사건이었다.


해마다 반복되는 일본의 역사왜곡과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나라 안팎이 조용하게 넘어간 적이 없었고, 우리는 마치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주장에 동조하는 일본 국민이 무식하게 느껴지고 원망스럽게 생각하였다. 하지만 벌써 20년 전에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해 외롭게 대항한 역사가가 있었다고 생각하면 한편으로 위안이 될 지도 모른다. 바로 이 책의 저자가 그 사람이다.


저자는 전문적인 역사학자는 아니고 중등학교에서 일본어를 가치치던 교사 출신이다. 어려서 어머니가 재일 한국인과 재혼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조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것의 연장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고대부터 6.25 직후까지 한반도와 일본 열도의 상호 관계를 기술하고 있는 한일관계사(한일관계사)이다.

고대에는 한반도에서 일본 열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주함으로써 선진 문물을 전수해주었고, 실질적으로 토착민을 지배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이주는 한 번에 그치지 않고 한반도의 삼국시대가 끝날 때까지 간헐적이면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하고 있고, 일본의 왕가를 비롯한 지배계급의 한 축을 이루었다고 한다.

한반도에서 신라가 막을 내리고 고려시대가 된 후로 한 동안 서로 교류하지 않다가 여몽연합군이 일본 침략을 시도하면서 다시 접촉이 이루어졌고, 일본 열도가 혼란에 빠지면서 왜구가 한반도를 침범하는 과정에서 상호의 인식이 재개되었다.

조선시대 이후에는 조선에서 일본으로 통신사를 보내면서 꾸준한 교류가 있었고, 토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 일본이 조선을 침략한 임진왜란이라는 대사건을 겪었다.

이후 에도막부가 일본을 지배한 근 300년 동안 한반도와 일본은 비교적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였다.

일본이 미국의 페리 함대에 의해 강제로 개항되고 군부가 천황을 추대하여 막부를 무너뜨리고 실권을 장악하면서 일본은 근대화를 시작하게 된다. 이때 조선은 여전히 중세의 긴잠을 자고 있었다.

이후 일본이 운요호 사건을 조작하여 강제로 강화도조약을 맺음으로써 조선도 근대화와 일본 식민화를 동시에 걷게 되고, 결국 일본에 강제로 합병되어 35년 간 일본의 폭압적 지배를 받았다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이 책은 구한말 이후 일본에 의해 강제로 개항한 사건 이후부터 비교적 상세히 다뤄지고 있어서 이 책만 읽어도 당시의 사건과 그 내막에 얽힌 많은 이야기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해마다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를 성토하는 부분은 많이 있지만, 특히 중요한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고대에 일본이 한반도의 남부를 직접 경영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이고, 둘째는 일본이 한반도를 식민지 지배한 것이 한반도의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이다. 이 부분에 대해 이 책에서는 어떻게 기술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이 책의 중심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이 될 것 같다.


먼저 임나일본부설을 살펴보자면, <일본서기>에 4세기에 일본의 야마토 조정이 한반도 가야지역에 임나일본부를 설치해서 약 200년 동안 이 지역을 지배했다고 쓰여 있는데,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4세기에는 야마토 조정이 한반도 남부는커녕 북규슈를 지배하고 있었는지 여부도 의심스럽고, 기껏해야 수십 명밖에 탈 수 없는 손으로 젓는 배밖에 없었던 일본열도에서 2백 년 동안 지배를 계속할 정도의 군대를 파견했을 리 없다는 의문’(p.95)이 든다고 말하고 있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우리나라의 썩은 지식인 집단인 이른바 ‘뉴라이트’에서도 주장하고 있는 내용이다. 이 부분에 대해 저자의 의견을 들어보자. ‘한민족의 근대화 노력은 그 이전 약 50년 동안 끊임없이 계속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늘 일본을 비롯한 외국의 방해에 부딪쳐 지연되었습니다. 병합의 전야에 일어난 애국문화계몽운동은 이런 불리한 조건 하에서도 근대화의 노력이 점차 광범위하게 전개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침략의 속도가 너무 빨라 끝내 이를 막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p.196)

일본과 조선의 개국에 20년의 차이가 결국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를 만들었고, 조선민의 끊임없는 저항과 투쟁에 겁먹은 일본이 조선은 자력으로 근대화를 이룰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신화를 조작하기에 이르렀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한편으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만주 전쟁과 중일전쟁, 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기층의 일본 민중이 겪은 고통도 더불어 기술하고 있는데, 이것을 보면 저자가 얼마나 평화주의자인가 하는 것을 저절로 느낄 수 있다.


21세기에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우리들에게 역사는 무엇을 가르치는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역사에게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다시는 다른 나라의 침략과 지배를 받지 말아야겠다는 다짐하게 하는가? 아니면 우리에게 고통을 주었던 그 나라에게 똑 같이 되갚아 주어야겠다는 결심을 배우는가? 아마도 대부분은 ‘평화와 공존, 번영’을 더 생각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가 먼저 이루어야 할 통일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한반도의 통일이다. 이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둘째는 바로 한국과 일본의 역사관의 통일이다. 이점에 대해서는 의아해할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현재 세계는 단일한 경제권으로 통합되어 가는 추세에 있고, 아마도 이런 추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추세와 모순되게도 지역적 경제 블록이 강화되고 있는 부분도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 입장에서 볼 때 세계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지만, 동아시아의 나라 간에 더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미래 발전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것을 ‘열린 지역주의’라고 명명하는 학자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는 일본과 미래에 더욱 긴말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을 위해서는 먼저 우리나라와 일본의 역사관 통일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바램이 쉽게 이뤄질 수 없겠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홋카이도 교직원조합의 발표를 보면서 하나의 희망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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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비밀 - EBS 다큐프라임, 타인을 움직이는 최상의 커뮤니케이션 전략 설득의 비밀
EBS 제작팀.김종명 엮음 / 쿠폰북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사람은 홀로 섬으로 살 수 없다. 사람은 관계의 사슬 속에서 존재하는 인간(人間)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부단히 타인과 소통하면서 자신을 유지시킨다. 소통하는 과정에서 협력이나 갈등, 대립 등이 생기는데, 타인이 자신에게 최대한 협력할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이 유능한 사람이며, 성공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설득’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설득의 비밀’이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설득’에 관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전에 EBS에서 방영했던 같은 제목의 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아마 많은 분들이 그 방송을 매우 신선하고 흥미롭게 시청한 것으로 알 고 있다. 이 책에서 16명의 도전자들이 다양한 과정을 단계별로 나아가 설득의 달인이 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요약한다고 해도 매우 많기 때문에 여기에서 다 언급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을 언급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설득이라고 하면 나와 상대의 갈등상태에서 상대의 의견을 내 지식이나 말솜씨로 눌러버리는 것을 먼저 상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설득은 결코 그런 것이 아니다. 심복(心服)이라는 말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심복이란 마음으로 복종한다는 뜻으로서 그 사람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상태를 말한다. 설득의 최종 목표는 바로 상대가 나에게 심복하는 상태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설득이란 한마디로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표현해도 대차가 없을 것 같다.




처음에 언급되어 있는 7:3법칙만 알아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히 발휘될 것 같다. 상대의 마음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내가 말을 많이 해서는 안 된다. 상대가 더 많은 말을 하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상대의 마음이 쉽게 움직이는 바탕이 된다. 상대는 자신의 말을 경청해주고 있다는 느낌만 받아도 벌써 마음이 열리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설득은 결코 논쟁이 아니며, 상호간의 소통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알 수 있다.




‘지피지기백전백승’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손자병법’에서 유래한 말인데, 설득이 비록 전쟁, 전투 상황은 아니지만 상대와 나의 관계 구조 속에서 나의 의견을 상대가 납득하도록 한다는 측면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즉,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설득 유형을 파악하고, 내가 설득하고 자하는 것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갖고 있고, 설득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이 충만해야 하고, 상대의 성격과 기호,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 등을 충분히 파악해야만 성공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또 설득의 가장 좋은 경우는 상대와 내가 모두 거기에서 이득을 얻을 때일 것이다. 따라서 ‘윈-윈 전략’은 매우 훌륭한 전략이다. 상대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제시함으로써 나의 설득이 더 쉽게 먹혀들 수 있을 것이다.




덕(德)이라는 글자는 ‘훌륭한 인격’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한편으로 ‘덕은 득(得)이다’라고 풀이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즉, ‘얻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그 사람은 참 덕이 많다’고 한다면, 그 사람의 인격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따른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따른다는 것 자체가 바로 심복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뜻이고, 무슨 일을 할 때 사람들의 협력을 쉽게 이끌어 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덕은 얻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설득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아니, 설득 자체가 바로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득을 잘 하는 사람은 바로 덕이 훌륭한 사람이며, 덕이 훌륭한 사람은 설득을 잘 할 수 있다. 독자 역시 이 책에서 제시한대로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설득의 달인, 훌륭한 덕을 가진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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