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전집 양장 세트 - 전9권 (2판) - 일러스트 500여 컷 수록 셜록 홈즈 시리즈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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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섭취하고 적게 소모하면 안에 쌓이는 것이 당연하다. 비만 역시 많이 먹고 적게 섭취한 결과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성인병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비만이 그 사람의 잘못된 식습관과 생활 습관에서 온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과연 전적으로 개인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통계에 의하면 빈곤한 계층에서 비만률이 높다고 한다. 빈곤과 비만이 유의하게 상관이 있다면 비만의 원인을 개인의 습관으로 돌리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것은 아닐까?

이 책은 이러한 의문에서 시작된다.


 

지난 인류 역사를 보면 굴곡은 있었지만 전체적인 흐름으로 볼 때 개인의 자유가 더 확대되는 방향으로 발전하여 왔다. 경제 역시 자유로운 생산과 거래, 소비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발전하여 왔다. 이렇게 하여 인간이 추구해야 할 덕목 중 자유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게 되었다. 민주주의 체제를 지향하는 입장에서 볼 때 자유의 보장과 확대는 거론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극히 당연한 것이다.


 

신고전경제학, 혹은 주류 경제학이라고 하는 관점에서는 인간의 자유로운 상거래를 지향한다. 리먼 프리드만을 위시한 자유주의자들은 개인의 활동에 대해 간섭이 전혀 없는 상태가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본래 이기적이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항상 이성적인 행동을 하고, 상호간에 자유롭게 거래를 할 때 서로 최대한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경제학에서 가장 바탕이 되는 전제가 바로 인간은 항상 이성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개인의 식습관이나 생활 습관을 국가나 사회가 간섭할 이유가 전혀 없게 된다. 그것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개인의 몫일뿐이다.


 

그러나 행동경제학적 측면에 볼 때 인간은 항상 이성적인 판단과 행위를 하지는 않는다. 인간은 본래 이성적인 존재인 것이 아니라 이성과 비이성이 혼재된 존재라고 본다. 또한 한 사람 내부에 하나의 자아만이 존재한다고 보지도 않는다. 상황에 따라서 다양한 자아성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이 자신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결정하고 행동하였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그에게 해를 끼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인간에게 본질적으로 비이성적인 부분이 있고 판단과 행위에 의도하지 않는 실수를 가져올 수 있다면, 또한 그 실수가 그 사람에게 심각한 위해를 가져온다면, 국가와 사회는 그 사람의 자유를 어느 정도 제한하더라도 간섭해야 한다고 이 책의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예를 들어 보자. 학생으로서 지금 공부에 집중할 것인가 아니면 친구와 게임을 즐길 것인가 하는 갈등을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사람은 단기적인 이익과 만족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장기적인 것에는 낮은 가치를 부여한다고 한다. 이러한 가치 부여를 할인율이라고 하는데, 단기 이득에는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고, 장기 이득에는 낮은 할인율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즉, 지금 당장 친구와 게임을 즐길 때 느끼는 만족감에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그 결과 먼 훗날 좋은 대학이나 좋은 직장에 들어갈 때 느끼는 만족감에는 낮은 할인율을 적용하는데, 주류 경제학적 관점에서 볼 때 높은 할인율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더 경제적인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과연 즉각적 만족을 위해 행동하는 것과 지연된 만족을 위해 행동하는 것 가운데 무엇이 더 가치가 있고 지속적인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인가?


 

저자는 이 부분에서 ‘자제력’을 언급하고 있다. 어쩌면 이 책의 주제가 아마 이 단어가 아닐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즉각적이고 현재적인 만족감을 위해서 충동적인 결정과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것이 반복될 때는 정말 원치 않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이 때 가장 필요한 덕목이 바로 자제력인데, 이는 동양에서 말하는 ‘극기(克己)’와 가장 가까운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통계에 의하면 자제력이 강한 아이들은 범죄, 10대 임신이 적었고 수학문제를 잘 풀었으며 무엇보다도 오래 산다고 한다.

자제력은 개인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한 개인의 자제력은 일정한 한계가 있다. 실험에 의하면 ‘가’라는 상황에만 처해 있다면 충분히 자제력을 발휘할 수 있던 사람이 ‘나’라는 상황에서 자제력을 소모한 후 똑같은 ‘가’ 상황에 처했다면 자제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즉 가난과 궁핍, 학대 등 상황에서 자제력을 소모해버린 사람이 비만을 이겨내기 위해 충동적인 폭식을 자제하거나 금연을 하기 위해 흡연을 자제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또한 환경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아이가 상당한 자제력이 필요한 학습에 집중력을 발휘한다는 것도 쉽지 않다. 이것은 가난한 계층에서 비만률이 높고 마약, 10대 임신, 충동적 범죄율이 높은 이유가 되며, 이러한 것을 전적으로 개인에게만 책임지울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사회 시스템을 바꿈으로써 사람들이 나쁜 판단과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즉, 국가나 사회가 개인에게 일정하게 개입하여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 어떤 단판과 결정을 내릴 때 자신을 위한다는 그 의도와 다르게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 이러한 오류는 인간의 본성에 근본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벗어날 수 없다. 인간의 이성과 비이성적이 혼재된 본성에 기초하여 행하는 경제를 설명하는 학문이 바로 행동경제학이다.

 

이 책에서 논하고 있는 행동경제학은 바로 인간의 근본적 오류는 개인적인 노력으로 쉽게 극복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 시스템과 개입을 통해서 그 오류를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만일 신고전경제학 또는 주류경제학에 기초한 자유시장주의자들의 주장처럼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한다는 것은 곧 인간의 근본적 오류를 방기하여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 부정적인 결과라고 하는 것은 복지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저자는 복지를 위해서는 개인의 자유를 일정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주장에 의하면 복지가 곧 행복이다. 행복과 자유가 이처럼 대립적인 개념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이 놀랍다.


 

이 책의 기본 메시지에 대해서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인간은 일부 자유주의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그다지 이성적이지 않다. 자유 시장은 우리가 자신에게 해를 입히도록 할 수도 있다. 또한 자유 시장은 소비자 행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심리적 맹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처럼 자유시장이 언제나 소비자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는 적절한 보호책을 강구해야 한다.”(p.235)


 

하지만 이 부분에서 우리는 한 가지 우려를 금할 수 없는데, 저자가 말하는 ‘부드러운 개입주의’라는 것이 얼마만큼의 한계를 가지느냐는 것이다. 자칫 지나치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고 할 수 있는데, 저자 역시 이러한 생각이 들었는지 ‘자유와 복지의 위험한 균형’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저자의 결론은 이렇다.

“우리에게는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으며, 동시에 잘살 권리도 있다. 자유와 복지가 충돌할 때는 세심하게 조정한 선에서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작은 대가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열린 사고방식이 필요하다.”(p273)


 

이 책 제목에 경제학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있지만, 사실 일반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경제학 서적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학에 가까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대부분의 분량을 행동경제학에 할애하고 있지만, 실지 저자의 주장은 그러한 이론에 기초하여 사회의 시스템을 바꾸자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인간의 최고의 가치로 일컬어지는 자유와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하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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