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종사들 - 큰스님 30인의 삶과 수행 이야기
한국불교기자협회 지음 / 조계종출판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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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아데는 <세계종교사상사>의 서문에서 ‘인간 존재로서 살아간다고 하는 것은 그 자체 종교적인 행위이다.’라고 말하였다. 아무리 종교적 신앙이 없고 무신론자를 주장하더라도 인간은 그 자체로 이미 종교적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는 뜻일 것이다. 한편 역사를 통찰해보면 종교의 이름을 행해졌던 무수한 부정과 비리, 폭력과 폭압 또한 부인 할 수 없으며, 현재도 종교의 이름으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있고, 우리 사회에서 종교의 이름으로 벌이는 부정부패 역시 우려할 정도로 만연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종교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 두려울 수밖에 없는 죽음을 항상 간직하고 살아가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종교는 많은 위안을 주고 있으며, 종교가 부정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힘을 잃지 않는 원인이 된다. 또한 이 지구상에 인간이 존재하는 한 종교 역시 존속할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중요한 종교는 불교와 그리스도교가 있다. 신교와 구교로 분리된 그리스도교는 전래된 지 200년 정도지만, 불교는 거의 2000년이 되어 가고 있어 신도수와 무관하게 사람들의 의식 깊은 곳과 실생활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종교는 단연 불교일 것이다. 물론 이 불교 역시 인도에서 처음 성립된 것과는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겠지만, 이 부분은 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한국의 대종사들’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불교와 관련된 책이지만, 꼭 불교도가 아니더라도 독자에게 많은 가르침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대종사는 불가에서 깨달음을 얻은 후 불교의 전파와 교리를 실천하는 데 많은 공헌을 한 스님에게 내리는 칭호이다. 이 책은 그런 대종사 30분을 찾아가 인터뷰하여 얻은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이 분들의 공통점은 모두 깨달음의 경지에 오르기 위하여 보통 사람으로는 감내하기 힘든 수행을 거쳤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그 깨달음의 경지가 어느 정도이고 그 느낌이 어떨 것인지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이 분들의 말씀을 읽어보면 몇 가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들이 있다. 먼저 깨달음은 자연스럽게 자비를 동반한다고 한다. 어떠한 인위적인 노력을 하여 자비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자비심이 올라와 실천으로 옮겨진다고 말한다. 우리는 불가에 무애행이라고 하여 어떤 계율에도 얽매이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이 있다고 알고 있다. 일단 깨달음을 얻게 되면 더 이상 업(業)이 쌓이지 않게 되고 업(業)에 의해 일어나는 연기(緣起)의 법칙이 무너지고, 윤회(輪回)의 사슬이 끊어지기 때문에 계율을 지키는 것에 의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대종사들의 말씀은 다르다. 깨닫게 되면 오히려 계율을 더 잘 지키게 된다는 것이다. 깨달음을 얻기 전에는 일부러 계율을 지키려고 했지만, 깨달음은 얻은 후에는 일부러 하지 않아도 저절로 지켜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마도 논어에서 공자가 나이 70이 되어서 하고 싶은 데로 하여도 법도를 넘지 않았다는 말과 의미가 통하지 않을까 싶다.


또 공통적으로 말씀하시는 것이 바로 하심(下心)이다. 하심과 가장 가까운 말이 아마도 겸손이 아닐까 한다. 사실 깨달음의 경지는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이 상상하기 힘든 지극히 높은 경지임에 분명하다. 결코 아무나 도달할 수 없는 그 높은 경지에 오른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해 자신을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나, 큰 스님들은 경지가 높을수록 더 낮추게 된다고 말씀하신다. 조그만 것이라도 남보다 더 나은 것이 있으면 그것을 자랑하고 싶고,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만나면 무시하는 마음이 생기는 우리에게 그분들의 하심은 많은 교훈을 준다.


무슨 일이건 남들과 다른 성과를 올린 분들의 공통점은 끈기와 인내를 들 수 있겠다. 하지만 더 중요한 공통점은 바로 초발심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읽을 수 있는 대종사들의 공통점도 바로 이 점이다. 또한 남들이 존경할만한 직위에 올랐지만, 더욱 강조하고 있는 점도 바로 초발심을 잃지 말라는 점이다.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노력할 때나 성과를 이루고 나서 자칫 잃기 쉬운 것이 초발심이다. 초발심을 잃게 되면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이 책 간간히 스님 중에는 평생 자가용도 없이 버스만 고집하고, 갈아입을 옷을 포함해서 평생 두 벌의 옷만으로 사철을 지내고, 자신 명의의 통장은 가져본 적도 없다는 내용이 나온다. 아마도 대종사 거의 모든 분들이 이럴 것이다. 한마디로 무소유를 몸으로 실천하는 분들이다. 물질만능시대, 황금만능시대 속에 함몰되어 인간성 상실이라는 익사 직전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분들의 무소유 실천은 존경과 감동을 주며, 내 자신을 한번쯤 반성하게 만들고 있다.


대종사들은 참으로 금과옥조가 될 만한 아름다운 말씀을 이 책 안에 많이 남기셨다.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만족할 줄 아는 삶을 실천한다면 불안과 불행은 곧바로 사라집니다.’(p.225),

‘자기가 하는 일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고 직장 생활을 하게 되면 그 사람은 무한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무한 향상’을 하는 거죠.’(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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