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론 이펙트 - 정의로운 인간과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10 그레이트 이펙트 8
사이먼 블랙번 지음, 윤희기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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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고전을 읽은 이유는 그것이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마르지 않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바로 ‘사고의 능력’이라고 보면, 사고의 폭을 넓히고 깊게 하는 고전이야 말로 인간 문명의 보석 같은 존재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여기에서 꼭 요구되는 것은 읽는 자가 그것을 쓴 자의 명성이나 권위에 짓눌려 그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믿거나 따르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고, 또 반골기질을 가진 자처럼 그 명성과 권위를 혐오하여 부조건 비판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고전의 숲을 거닐면서 그 안에서 내 주관과 의지를 발휘하여 배우고, 사색하고, 의심하고, 추론하고, 내 생각을 곁들어 해석하고, 때로는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어야 한다. 이러한 독서의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의 사고 능력은 자연스럽게 넓어지고 깊어지며, 인간과 역사, 사물에 대한 통찰력이 싹틀 것이다.

서양 철학사, 아니 서양 문명사에서 플라톤이라는 이름이 갖는 무게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만큼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 서두에서 인용하고 있듯이 화이트 헤드는 유럽 철학이란 플라톤 철학에 대한 일련의 주석이라고까지 말했다. 물론 이 책의 저자고 화이트 헤드의 말은 지나치게 과장되었다고 했으나, 플라톤을 긍정하거나 부정하거나 간에 서양 철학 전체가 플라톤이 드리운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하였다고 말하고 있다.

매우 많은 플라톤의 저작 가운데에서도 <국가론>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시기적으로 플라톤이 자신의 철학적 사유가 충분히 숙성하였을 때 쓴 책이기 때문이다.

플라톤은 아테네가 스파르타와 한창 전쟁을 치르고 있던(펠로폰네소스 전쟁) 때에 태어나 아테네가 패전하고, 아테네의 민주 정치 체제가 퇴화하고 변질하면서 그 와중에 스승이자 친구였던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고 처형당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자신의 철학을 전개했다. 이런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면서 플라톤의 철학을 바라보는 것이 플라톤의 사고를 좀 더 이해하는 데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아무리 플라톤 같은 거두라고 하더라도 그 시대적, 공간적 배경의 영향은 결코 벗어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점은 독자도 마찬가지인데, 독자도 자신이 처해져 있는 상황에 따라 같은 책이라도 해석의 방향이 달라진다.

이 책 <국가론 이펙트>는 <국가론>을 긍정적 입장에서 해석하거나 부정적 입장에서 해석한 책은 아니다. 플라톤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저자는 오히려 그 점 때문에 플라톤과 얼마 간의 거리를 두고 ‘현대적’ 관점에서 ‘관찰자적’인 시각으로 플라톤에 대한 역대 철학자들의 저작을 참고하면서 비교적 ‘객관적’으로 <국가론>을 읽고 있다. ‘읽고 있다’는 표현은 이 책이 <국가론>을 주해한 책은 결코 아니기 때문에 쓴 것이다. 어쩌면 저자는 우리에게 고전은 이렇게 읽어야 한다는 하나의 방법을 제시해 준 책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그 책이 그 동안 독자의 상상력에 어떤 영향력을 미쳤는지, 또 앞으로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그런 이해를 구해보고자 하는 소박한 시도이다.”라고 이 책의 목적을 밝히고 있다.

관례적으로 <국가론>은 10권으로 나뉘는데, 이 책도 그 순서를 따라가면서 논란이 되는 부분을 발췌하고, 또 저자가 보기에 중요하다 싶은 부분을 드러내 역대 철학자들의 주장을 보여주거나, 과학적이고 현대적 관점에서 플라톤의 주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또 어떻게 해석할 수 있으며, 어떤 오류가 있고, 어떤 점은 배울 점이 있는지 자신의 의견을 붙이고 있다.

칼 포퍼는 플라톤을 가리켜 사기꾼이라고까지 악평했다. 플라톤이 주장한 ‘철인 정치론’을 인간의 개성과 자유를 억압하고 학살하는 전체주의와 동일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국가론>이 비록 그 안에 유토피아주의, 전체주의, 신비주의와 같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더라도, 결과적으로 플라톤의 주장은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고 말한다.

플라톤은 항상 ‘선’과 ‘도덕’을 이야기했으며, 마음에 ‘조화로움’이 있는 것이 곧 ‘선’의 상태이며, 조화로움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은 양심에 위배되지 않는 ‘순수한 상태’여야 하며, 이것이 곧 ‘행복’이라고 했다.

이와 같은 플라톤의 뜻을 이해하고 그의 책을 읽는다면 칼 포퍼와 같은 악평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또 그의 주장이 국가나 국제 관계까지 확장해서 적용하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겠지만, 개인의 도덕적이고 행복을 추구하는 삶에는 분명 교훈이 되는 점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이 비록 두껍지는 않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가 않다. 차분히 읽다 보면 내 지성과 이성, 도덕과 양심에 형언하기 어렵지만 무엇인가가 스며들어오는 느낌이 있을 것이다. 이것 또한 독서의 기쁨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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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경, 천 년의 지혜를 담은 그릇
오윤희 지음 / 불광출판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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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경은 방대한 불경을 간직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 책에서는 ‘장(藏)’을 ‘그릇’이라고 하였다. 그릇 안에 어떤 물건을 담아 간직하듯 부처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는 의미이겠다. 부처가 처음 가르침을 베풀 때는 그 가르침을 문자라는 그릇으로 못하였고, 오로지 사람의 기억이라는 그릇 안에 담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 그릇의 역할을 한 제자가 아난이다.

아난은 부처가 열반에 들 때까지 곁에서 온갖 수발을 들은 제자로 유명하다. 아난 개인의 기억 속에 있던 가르침은 가섭을 필두로 한 오백 나한 제자들의 기억의 그릇으로 옮겨지고, 그 많은 기억들은 문자라는 그릇으로, 또 세상 각지의 그릇으로 옮겨지면서 부처의 가르침은 양적, 질적으로 방대해졌다. 그렇게 방대하게 된 가르침, 즉 경(經), 율(律), 론(論)의 삼장(三藏)을 모으고 모아 목판이라는 그릇에 새겨 넣은 것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대장경이다.

 

고려대장경이라고 하면 보통 해인사에 장경각에 보관되어 있는 ‘팔만대장경’을 떠올린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고려 현종 때 판각한 초조대장경과 의천이 주창하여 판각한 속장경, 그리고 현재 팔만대장경이라고 불리는 재조대장경을 합해서 고려대장경이라고 한다. 초조대장경은 거란이 침입해왔을 때 불력(佛力)으로 적을 물리쳐 나라를 보호하겠다는 기원으로 시작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서원하자 거란군이 물러났고, 마침내 불력으로 적을 물리쳤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현재 팔만대장경도 초조대장경이 그랬던 것처럼 불력을 몽골 침략군을 물리치기 위해 당시 강화도에 퇴각해있던 최씨 무인정권에서 판각한 것이 지금까지 보전되어 오고 있는 것이다.

 

장판각과 팔만대장경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다. 참으로 우리의 자랑스러운 유산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 자랑이 과장이 되어서 마치 세계 최초의 대장경이고, 웅혼한 구양순체로서 마치 한 사람이 쓴 것처럼 글씨체가 똑같고, 그 팔만 장이 넘는 판각 안에 오직 단 한 글자만의 오자만 있다는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그러나 세계 최초의 대장경은 송나라의 개보대장경이며, 고려의 초조대장경은 그 개보장을 엎어놓고 똑 같이 베껴 새긴 것이며, 팔만대장경은 초조대장경을 엎어놓고 다시 베낀 것이 사실이라고 이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그 동안 유일무이하고 세계 제일이라고 자긍심을 갖고 있던 우리의 세계문화유산이 실제로는 모조품이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랑스러움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실을 사실대로 알자는 것이다. 일본의 학자 인징은 우리 대장경을 보고 ‘진미(盡美) 진선(盡善)한 만국(萬國)의 무쌍(無雙)’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임에는 틀림이 없다.

 

당나라의 현장은 직접 천축, 즉 지금의 인도에까지 가서 수많은 불경을 가져와 한역(漢譯)을 주도하여 삼장법사로 이름이 알려졌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서유기의 삼장법사가 바로 현장을 가리킨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오장법사를 소개하고 있다. 그 오장법사는 바로 대각국사 의천을 가리킨다. 의천은 왕자의 몸으로 태어나 13세에 출가하였고, 30세 무렵에 남송에 가서 수많은 불교 서적을 수집하여 돌아와 속장경이라고 알려진 교장(敎藏)을 판각한다.

초조대장경이 지금의 팔만대장경과 비슷한 규모였고, 의천의 교장이 또 그와 비슷한 규모였다고 하니 두 대장경을 보관하던 대구 부인사의 장경각은 아마도 어마어마한 규모였을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몽골 침략군이 불을 질러 없애버렸으니 너무도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의천이 수집하고 출판한 덕분에 많은 불교 서적이 지금까지 전해질 수 있었다고 하니 이는 또한 다행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그 시대의 주인공 의천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고려 때 불경을 담을 수 있는 최고의 그릇은 목판이었다면, 현대의 가장 좋은 그릇은 인터넷이다. 고려대장경은 이미 인터넷으로 제공되고 있는데, 대장경을 전자화한 수많은 노고가 이 책 속에 담겨있다. 참으로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다.

사실 읽기에 쉬운 책은 아니었지만, 대장경의 진실한 면목을 이 책을 통해서 배울 수 있어서 좋았고, 특히 의천이라는 인물을 새로 발견한 것 같아서 기뻤다. 올해가 고려대장경이 새겨지기 시작한지 천 년 째 되는 해라고 한다. 이 책이 참으로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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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제스트 성경 - 영어로 배우는
이면희 지음 / 베이직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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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의 신자가 아닌 사람 모두가 그 경전인 성경을 모두 읽어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현재의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물질적 측면뿐만 아니라 정신적 측면까지도 상당 부분 서양화되었고,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 2000년 간 그리스도교가 서양문명에 끼친 엄청난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우리가 우리를 알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그리스교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 그것을 위해서는 성경을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는 뜻도 된다.

 

실제로 신자가 아닌 입장에서 성경을 읽어보면 그 방대한 내용에도 놀라지만, 그 내용의 심오함에도 놀라게 된다. 이런 이유로 선뜻 성경 전체를 통독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이제스트 성경은 성경 전체를 통틀어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만을 간추려서 그야말로 매우 짧고 간략하게 엮은 것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쉽게 읽어낼 수가 있고, 그리스도교에 대해서 일정한 지식을 쌓을 수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다이제스트 성경을 영어로 읽어보자는 취지로 쓰인 것이다. ‘일석이조’, ‘일거양득’이라는 말을 쓴다면 이 책만큼 적절하게 쓰일 곳이 없을 것 같다. 이 책은 성경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쓰여 있을 뿐만 아니라 영어에 대해 능통하지 못하더라도 영어로 읽을 수 있도록 여느 문법책 못지않게 문법적인 설명이 매우 친절하고 충실하여 저절로 영어 문법이 익혀질 정도다.

책의 크기나 페이지는 어느 때 어느 곳에서라도 갖고 다니며 볼 수 있도록 작고 두껍지 않아 일단 부담이 생기지 않는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성경을 한 번이라도 펼쳐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그 독특한 문장 구조와 어감, 생소한 어휘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데, 어떤 글은 우리말로 된 것보다 영어로 된 것이 더 이해하기 쉽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왜 성경을 영어로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 두 가지 예를 들고 있다. 먼저 영어로 된 성경을 읽으면 그 말씀의 의미가 더 정확해진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성경을 암기할 때 우리말로만 하는 것보다는 영어로도 암기함으로써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학교 다닐 때 어느 선생님이 한문을 배울 때는 명심보감이나 소학 같은 것을 교과서로 하기 때문에 한자, 한문을 읽힐 뿐만 아니라 도덕성도 기를 수 있지만, 영어는 그렇지 못하다는 말씀을 했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하지만 그 말씀이 꼭 맞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영어를 익힐 때도 한문 못지않게 교훈이 되고, 도덕성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매우 유익하고 흥미로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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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해서 오래 기억나는 영문법 (책 + KJ의 동영상 강좌 20강 무료제공)
이갑주 지음, 마이클 스완 외 감수 / 어문학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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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 때 영어를 완벽하게 마스터 하지 못했고, 대학은 영어를 못해도 별로 관계없는 전공을 한 나에게 있어서 영어는 항상 가슴 속에 숙제로 남아 있다. 언젠가는 꼭 영어를 다시 제대로 공부해서 영어로 된 웹페이지 속에서 서핑하고, 영어원서를 옆구리에 끼고 다니며 어느 때 아무 곳이라고 읽을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지 맘은 먹고 있지만, 막상 실천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이때 마침 내 숙제를 해결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책을 만났다. 바로 ‘유치해서 오래 기억나는 영문법’이 바로 그 책이다.

 

벌써 기억조차 가물가물하게 된 학생 시절을 돌아보면 그때의 영문법 책은 깨알 같은 글씨에 단조로운 구성 체계, 도저히 사전을 병행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어려운 단어들로 되어 있어서 책을 펴기는 하지만 몇 페이지 넘기지 못하고 덮었다가 또 펴고 덮기를 반복했던 것 같다. 책의 앞 몇 페이지는 손때가 묻어 새까만데 뒤를 펴보면 살 때 그대로인 채로 결국은 책장 구석에 박혀 있게 되는 것이다. 사실 별로 아름답지 못한 기억이다.

그런데 요즘의 문법책을 보면 핵심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재밌고 편집을 다양한 모양으로 해서 지루하지 않게 하고, 다양하고 많은 그림이나 사진을 곁들어서 페이지를 술술 넘기게 하는 책들이 많은 것 같다. 그 중에 이 책은 단연 돋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언어는 문법과 어휘로 구성되어 있는데, 문법이 뼈대라면 어휘는 살과 근육이라고 할 수 있다. 인체에서 뼈가 없을 수 없고, 살과 근육이 없을 수 없듯이 언어를 잘 하기 위해서는 문법과 어휘 모두 능통해야 한다. 그러나 이 둘 가운데 굳이 선후를 따지자면 외국어를 배우는 입장에서는 문법이 먼저라고 할 수 있겠다. 기본적인 문법을 뼈대로 세운 후 여기에 어휘라는 살과 근육을 붙이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그런데 문법을 익히다 보면 이해되는 차원을 넘어서 억지로라도 암기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이런 것들을 귀찮다고 해서 암기하지 않고 넘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문법이 이해가 안 되고 어려워진다. 그러다 보면 영어 자체가 싫어지고 공부를 포기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꼭 암기해야 할 문법에 이런 저런 말들을 만들고 끼워 넣어서 암기하기 쉽고 혼동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보면, 예정, 의무, 가능, 소망, 운명의 용법을 가지고 있는 ‘be+to 부정사’ 용법을 ‘노예는 예의를 가소롭게 여기면 안 되는 운명이다.’라는 말을 만들어서 외우도록 하고 있다.

또 영어에서 가장 헷깔리는 것 가운데 하나가 동명사나 to 부정사를 목적어 취하는 동사인데, 동명사를 목적어로 취하는 동사를 ‘공부해야 하는데 중단(finish, stop, discontinue, guit)하고, 연기하고(postpone, put off, delay), 꺼리고(mind), 공상하고(fancy, imagine), 피하고(avoid), 즐기고 놀고(enjoy, practice) 이러한 부정적인 동사들!’이라는 말을 만들어서 암기하도록 하고 있다.

각 챕터 후반부에는 거기서 익힌 문법을 적용해서 풀 수 있도록 다양한 문제를 붙여놓았고, 챕터 중간 중간에는 저자가 영국에서 유학할 때 찍은 재밌고 유익한 사진과 설명을 끼워 놓았다.

 

영어를 어느 정도 익힌 중고등학생이 문법의 체계를 확실하게 세우고자 할 때 이 책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고, 또 중년의 나이에 다시 영어를 시작하고자 하는 분들이 쉽게 영어에 입문할 수 있게 도움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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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익문사 1 - 대한제국 첩보기관
강동수 지음 / 실천문학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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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익문사’라는 이름은 익숙하지 않다. 나름대로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여러 책을 읽었다고 자부하는 편이지만 들어본 기억이 없다. 그런데 이 기관이 실제로 존재했다고 한다. 이 책에 의하면 자신에게 정보의 통로가 막혀있다고 생각한 고종이 조선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파악하기 위해 이 기관을 창설했다고 한다. 겉으로는 관보를 제작하거나 공문서용지를 보급하는 일을 했지만, 실제로는 현재의 국가정보원과 같은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제국익문사 요원인 이인경이다. 이 소설은 이인경이 일본 거물정치인을 암살하려다 미수에 그쳐 일본헌병대에 체포되고, 재판 없이 처형된다는 말에 자신의 행적을 일본헌병에게 고백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인경보다 더 주인공은 아마 우범선일 것이다. 우범선은 실재했던 인물로 민비시해(을미사변:1895년)에 직접 가담했던 인물로서 당시 조선군 훈련대 지휘관이었다. 그 사건 후에 일본으로 망명해서 살다가 조선왕실에서 보낸 고영근이라는 자객에 의해 살해되었다. 우리나라의 농업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우장춘 박사의 부친이 바로 이 인물이다. 우장춘 박사는 우범선이 살해된 후 일본인 어머니 밑에서 자랐는데, 아버지 우범선이가 조선의 왕비시해에 가담했던 조선의 역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한국에 조금이라도 속죄하는 심정으로 한국으로 건너와 농업 발전 연구에 힘을 다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이 또한 우리 역사의 하나의 슬픈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우범선이가 고영근에게 살해되지 않고 중상만 입었는데, 자신의 부하로서 자신을 배신한 최경후의 시체를 자신이라고 속이고, 우범선은 최경후라는 인물로 살아가면서 조선 왕실을 무력으로 무너뜨리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것으로 나온다. 이 소설에서 보면 원래 우범선과 제국익문사의 수장인 장동화, 이인경의 아버지인 이주회는 젊은 개화파 인물로서 김옥균을 중심으로 한 쿠데타였던 갑신정변에 가담한 인물들이다. 그런데 후에 장동화는 외세의 힘을 빌려 조선을 바꾸려고 하는 것 자체가 결국 조선의 멸망만 재촉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근황으로 돌아서고, 우범선과 이주회는 을미사변에 개입되어 우범선은 일본으로 달아나고, 이주회는 잡혀 처형되었던 것이다.

우범선은 자신의 살해 위협을 항상 느끼고 살기 때문에 매우 철두철미한 인물이지만, 이인경만은 자신의 동지의 아들이라는 것 때문에 인정을 봐주다가 결국 이인경에 의해 음모가 발각되고 죽게 된다.


 

역사는 가정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역사만큼 가정을 많이 하는 것도 없다. 우리는 끊임없이 만일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만일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하고 가정하면서 역사를 읽는다. 또 만일 현재 그때와 같은 상황에 처해진다면 하는 가정을 하면서 교훈을 얻는다.

만일 시간을 되돌릴 수 있어서 조선말의 그 상황으로 갈 수 있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조선의 개화와 개혁을 위해서라면 우범선과 같이 국모시해라는 천인공노할 패역질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인가, 조선이 결국 망할지를 알면서도 왕과 왕실을 위해 이 몸을 바칠 것인가, 아니면 이완용과 같이 러시아에 붙었다 미국에 붙었다 일본에 붙었다 하면서 일신을 보전할 것인가. 여기에 정답은 없다.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또 무엇이 최선이고 무엇이 최악이라는 것도 없다. 그것 역시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돌아보면 고종은 무능하고 기회주의자였으며, 민비에게는 조선과 조선백성이란 안중에도 없고 자신과 자신의 척족만 있었을 뿐이다. 일본이 조선을 망하게 하지 않았더라도 조선의 이씨 왕실은 어떤 식으로든 통치 행위에서 제거되어야 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본다면 현재의 관점에서 볼 때 무조건 민비시해에 가담했다고 해서 지탄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하나의 정치 투쟁이라 볼 수 있다. 또 사실 을미사변에는 당시 미우라 공사의 지휘 하에 일본의 낭인들이 그 사건을 저질렀지만, 그 이면에는 흥선대원군 이하흥도 가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역사는 이 사실은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일본의 깡패무리가 궁궐의 담장을 뛰어넘어가 감히 일국의 왕비를 죽이고 욕보이고 불에 태웠다는 것만 강조한다.

이 소설은 단지 우리가 일제로부터 치욕만 당했다는 1차원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왜 그 사건이 일어나야 했는가 하는 것을 당시 조선의 정세와 국제 정세에 비춰가며 더 깊이 있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처음부터 왕비와 개화당은 세계관의 대척점에 놓여 있었다. 개화성물, 군민동치를 넘어 합중공화의 나라를 세우기 위해선 종주국을 자처하는 청을 견제할 외세, 다시 말해 일본이 필요했던 것이 갑신년의 우리의 처지였다. 반면, 일본이라는 새로운 세력이 힘을 가진 것이 확인된다면 쇠망해가는 늙은 청을 대신해서 왕실과 권력을 지켜줄 새로운 후견인으로 삼겠다는 것이 왕비의 정치적 목표였다. 그것이 왕비와 우리를 일시 묶어주었지만 결국엔 끊어내야 할 매듭이었다.”(2권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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