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우리역사
信太一郞 지음, 이종윤 옮김 / 삼국시대사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얼마 전에 일본문부성에서 중학역사교과서에 독도를 일본 땅으로 명시한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결과적으로 직접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일본은 독도를 자신들의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홋카이도 교원조합에서는 독도는 고유한 한국 땅이라는 논문을 대내외적으로 발표하였다는 소식이 있었다. 아직도 일본이라는 나라에 양심이 살아 있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사건이었다.


해마다 반복되는 일본의 역사왜곡과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나라 안팎이 조용하게 넘어간 적이 없었고, 우리는 마치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주장에 동조하는 일본 국민이 무식하게 느껴지고 원망스럽게 생각하였다. 하지만 벌써 20년 전에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해 외롭게 대항한 역사가가 있었다고 생각하면 한편으로 위안이 될 지도 모른다. 바로 이 책의 저자가 그 사람이다.


저자는 전문적인 역사학자는 아니고 중등학교에서 일본어를 가치치던 교사 출신이다. 어려서 어머니가 재일 한국인과 재혼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조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것의 연장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고대부터 6.25 직후까지 한반도와 일본 열도의 상호 관계를 기술하고 있는 한일관계사(한일관계사)이다.

고대에는 한반도에서 일본 열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주함으로써 선진 문물을 전수해주었고, 실질적으로 토착민을 지배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이주는 한 번에 그치지 않고 한반도의 삼국시대가 끝날 때까지 간헐적이면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하고 있고, 일본의 왕가를 비롯한 지배계급의 한 축을 이루었다고 한다.

한반도에서 신라가 막을 내리고 고려시대가 된 후로 한 동안 서로 교류하지 않다가 여몽연합군이 일본 침략을 시도하면서 다시 접촉이 이루어졌고, 일본 열도가 혼란에 빠지면서 왜구가 한반도를 침범하는 과정에서 상호의 인식이 재개되었다.

조선시대 이후에는 조선에서 일본으로 통신사를 보내면서 꾸준한 교류가 있었고, 토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 일본이 조선을 침략한 임진왜란이라는 대사건을 겪었다.

이후 에도막부가 일본을 지배한 근 300년 동안 한반도와 일본은 비교적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였다.

일본이 미국의 페리 함대에 의해 강제로 개항되고 군부가 천황을 추대하여 막부를 무너뜨리고 실권을 장악하면서 일본은 근대화를 시작하게 된다. 이때 조선은 여전히 중세의 긴잠을 자고 있었다.

이후 일본이 운요호 사건을 조작하여 강제로 강화도조약을 맺음으로써 조선도 근대화와 일본 식민화를 동시에 걷게 되고, 결국 일본에 강제로 합병되어 35년 간 일본의 폭압적 지배를 받았다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이 책은 구한말 이후 일본에 의해 강제로 개항한 사건 이후부터 비교적 상세히 다뤄지고 있어서 이 책만 읽어도 당시의 사건과 그 내막에 얽힌 많은 이야기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해마다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를 성토하는 부분은 많이 있지만, 특히 중요한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고대에 일본이 한반도의 남부를 직접 경영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이고, 둘째는 일본이 한반도를 식민지 지배한 것이 한반도의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이다. 이 부분에 대해 이 책에서는 어떻게 기술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이 책의 중심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이 될 것 같다.


먼저 임나일본부설을 살펴보자면, <일본서기>에 4세기에 일본의 야마토 조정이 한반도 가야지역에 임나일본부를 설치해서 약 200년 동안 이 지역을 지배했다고 쓰여 있는데,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4세기에는 야마토 조정이 한반도 남부는커녕 북규슈를 지배하고 있었는지 여부도 의심스럽고, 기껏해야 수십 명밖에 탈 수 없는 손으로 젓는 배밖에 없었던 일본열도에서 2백 년 동안 지배를 계속할 정도의 군대를 파견했을 리 없다는 의문’(p.95)이 든다고 말하고 있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우리나라의 썩은 지식인 집단인 이른바 ‘뉴라이트’에서도 주장하고 있는 내용이다. 이 부분에 대해 저자의 의견을 들어보자. ‘한민족의 근대화 노력은 그 이전 약 50년 동안 끊임없이 계속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늘 일본을 비롯한 외국의 방해에 부딪쳐 지연되었습니다. 병합의 전야에 일어난 애국문화계몽운동은 이런 불리한 조건 하에서도 근대화의 노력이 점차 광범위하게 전개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침략의 속도가 너무 빨라 끝내 이를 막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p.196)

일본과 조선의 개국에 20년의 차이가 결국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를 만들었고, 조선민의 끊임없는 저항과 투쟁에 겁먹은 일본이 조선은 자력으로 근대화를 이룰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신화를 조작하기에 이르렀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한편으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만주 전쟁과 중일전쟁, 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기층의 일본 민중이 겪은 고통도 더불어 기술하고 있는데, 이것을 보면 저자가 얼마나 평화주의자인가 하는 것을 저절로 느낄 수 있다.


21세기에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우리들에게 역사는 무엇을 가르치는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역사에게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다시는 다른 나라의 침략과 지배를 받지 말아야겠다는 다짐하게 하는가? 아니면 우리에게 고통을 주었던 그 나라에게 똑 같이 되갚아 주어야겠다는 결심을 배우는가? 아마도 대부분은 ‘평화와 공존, 번영’을 더 생각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가 먼저 이루어야 할 통일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한반도의 통일이다. 이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둘째는 바로 한국과 일본의 역사관의 통일이다. 이점에 대해서는 의아해할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현재 세계는 단일한 경제권으로 통합되어 가는 추세에 있고, 아마도 이런 추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추세와 모순되게도 지역적 경제 블록이 강화되고 있는 부분도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 입장에서 볼 때 세계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지만, 동아시아의 나라 간에 더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미래 발전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것을 ‘열린 지역주의’라고 명명하는 학자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는 일본과 미래에 더욱 긴말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을 위해서는 먼저 우리나라와 일본의 역사관 통일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바램이 쉽게 이뤄질 수 없겠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홋카이도 교직원조합의 발표를 보면서 하나의 희망을 갖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