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살라 인디아 - 현직 외교관의 생생한 인도 보고서
김승호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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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접어들면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나라 중의 하나가 바로 인도이다. 대륙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넓은 국토와 11억의 인구 -곧 13억 인구의 중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와 다양한 인종, 23개의 공용어를 포함한 수많은 언어와 다양한 종교, 엄격한 카스트 제도 등 인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책 제목의 ‘맛살라’란 계피, 회향, 울금 등 여러 가지 재료를 가지고 만든 인도의 향신료를 말하는데, 지역에 따라 그 재료가 매우 다양하다고 한다. 아마 인도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 바로 이 ‘맛살라’일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아시아에 속해 있지만 역사적으로 많은 교류를 하지 않았고, 근현대에 들어와서도 미국, 유럽이나 중동 등과의 관계에 비춰봤을 때 그 관계가 밀접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가야의 왕이고 김해김씨의 시조인 김수로왕의 왕비인 허왕후가 인도의 아유타국에서 왔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의 성씨 중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김해김씨의 피 속에 인도의 피가 가느다랗게 흐리고 있다고 상상하면 인도가 결코 멀게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소원한 만큼 인도에 대해 알려진 것이 많지 않은 것 같다. 보통 인도에 대해 말하라고 하면, (아마도 8,90년대에 유행하던 마하리쉬, 라즈니쉬 등에 관한 책의 영향이겠지만) ‘깨달음의 땅’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빈곤의 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단편적으로 인도를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인도는 지구상에 있는 어느 나라보다도 훨씬 더 다면적이고 다층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명암의 차이가 극명하다고 할 수 있다.

하루 1.25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빈곤층의 수가 4억 5천만 이상이지만 세계 10대 부자 가운데 4사람이 포함되어 있는 나라가 인도이고, 매년 100만 명 이상의 공학도와 10만 명의 IT인력이 배출되고, 핵무기를 가지고 있고 우주선을 쏘아 올린 나라이지만 TV 보급률은 10%가 채 안 되는 나라가 역시 인도이다.

또한 대부분의 국민이 각자의 종교 교리에 따라 경건한 삶을 살지만 역시 종교 갈등으로 매년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는 나라 역시 인도이다.

 

하지만 지금 세계는 인도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매년 8~9%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무섭게 발전하고 있고, 발전 가능성이 어느 나라보다도 우수하여 앞으로 세계의 중심 국가가 될지도 모른다는 전망 때문이다.

 

흔히 인도와 중국을 대비하여 말한다. 먼저 공통점으로 광대한 토지와 많은 인구, 괄목할 만한 경제 발전을 들 수 있다. 차이점으로는 인종의 다양성 측면에서 인도와 중국이 비교가 안 되고, 인도는 여전히 완고한 카스트 제도가 있으며, 종교, 인종 갈등이 심하고, 정치 제도적 측면에서 중국이 일당 체제인데 비해 인도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갖고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인도가 지속적인 발전을 이룰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핵심은 다종다양한 인종과 종교, 계층 간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과연 일사불란한 일당체제가 승리할 것인가, 여러 갈래의 목소리가 있는 민주주의 체제가 승리할 것인가를 관찰하는 것도 흥미롭다.

 

이 책은 저자가 현재까지 수년째 인도에 거주하면서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것이기 때문에 인도의 정치 체제, 경제 상황, 다양한 인종과 종교, 언어, 역사와 문화에 대해 개략적이면서도 중요한 점을 빠뜨리지 않고 서술하고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마지막 장인 <인도에서 한국을 만나다>에서는 현재 인도에 진출한 기업의 활동 현황과 인도에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 공연 등과 새롭게 일어나는 한류, 한국어 학습 열풍 등을 소개하고 있고, 한국 전쟁 후 북한 포로 가운데 3국을 선택했다가 인도에 남은 사람들에 관해서도 말하고 있다.

 

냉전 체제가 무너진 뒤로 세계는 빠르게 다극화 하고 있고, 어떤 명분보다는 자국 이기주의가 우선시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런 흐름에 편승해야만 한다. 따라서 국가 간의 교류를 미국이나 일본, 중국 중심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도 당면 과제이다.

인도가 시장으로서 매력적인 것은 거대하면서도 아직 발전하지 않은 나라라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과 사람들이 진출해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가능성이 풍부하다는 것을 말한다. 진출해서 성공하는 첫걸음은 그 나라와 국민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있냐는 것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인도를 소개한 이 책은 훌륭한 입문서가 될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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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기별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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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이름 없는 사람이 저명한 문학 예술가의 글에 대해 평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어쩌면 그저 바라보고 감탄하는 것만이 나의 임무일지도 모른다.

아직까지 김훈의 글이라면 <칼의 노래>를 읽어본 것이 전부다. 짧으면서 분명하게 끝을 맺고 무거운 느낌이 드는 그의 문체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나는 시를 쓰지 못하고, 시를 쓸 수 있게 되는 마음의 바탕을 이해하지 못한다.”(p.62)고 작가는 고백하고 있지만,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어떤 시적 운율의 리듬을 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살짝 비트는 수동형 문장과 갑자기 꺾이고 떨어지는 어세(語勢)를 보면 글의 내용과 무관하게 그 자체가 마치 추상화 같다.

 

어떤 작가는 화려한 수사를 곁들이고 어세를 부드럽게 하여 마치 입 안에서 살살 녹는 카스테라 빵과 같지만, 김훈은 대체로 짧고 간결하여 마치 우리밀 빵처럼 입자가 거칠고 메마른 느낌이 들기도 하다. 하지만 곰곰이 씹고 있으면 독특하고 깊은 맛이 우러나는 밀빵과 같이 김훈만의 글맛을 느낄 수 있다. 유홍준 교수가 완당 김정희의 글씨를 가리켜 ‘육질이 빠지고 골기(骨氣)만 남은 고졸(古拙)한 글씨’라고 했는데, 이 표현으로 김훈의 문장 모양을 설명한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회상>을 보면, 작가가 대학생 때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읽었을 때의 충격을 말하고 있다. 거기에는 ‘사실에 정확하게 입각한 군인의 언어’가 쓰여 있었던 것이다. 아무런 수사 없이 오직 알맹이만 무미건조하게 쓰인 글 사이의 빈 공간에 무한한 감동을 느꼈던 것이다. 아마도 김훈의 글쓰기 법은 이 <난중일기>에서 배운 것일지도 모른다.

 

작가는 ‘의견’과 ‘사실’을 구분해서 말해야 함을 주장한다. 의견과 사실이 구분이 안 될 때 인간 사이의 소통에 단절이 오고, 그 단절이 사회 부조리와 악행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언어는 오직 ‘소통’을 위해서만 존재 가치가 있는데, ‘소통’을 담보하지 못하는 언어는 이미 그 가치를 상실한 거짓이라는 것이 주장이다.

‘의견’과 ‘사실’을 구분하고, ‘사실’과 ‘신념’을 구분해서 말하자는 작가의 주장은 현 우리 사회에 많은 사시할 점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섣부른 생각일지 모르지만, 김훈은 대하소설은 쓰지 못할 것 같다. 아니 쓰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의 글의 과묵하고 무거운 성질과 간결하고 고졸한 문체로서는 줄줄이 끌어가는 대하소설에는 맞지 않겠다는 짐작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김훈의 소설은 점점 더 시(詩)를 닮아 갈 것 같다. 간결한 문장과 언어 사이에 무한한 상상력과 의미를 함축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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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공황전야 (확장판) - 한국경제의 파국을 대비하라
서지우 지음 / 지안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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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경제 사정이 말이 아니다. 피부로 느끼기에 10년 전 IMF 때 보다 더 심각한 것 같다. 위기는 이미 닥쳤고, 앞으로 문제는 어떻게 이 난국을 가능하면 빨리 이겨내고 피해는 최소화할 것인가이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제목 그대로 공황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지금도 여기저기에서 살기가 어렵다는 소리가 분분한데, 막상 공황이 닥치면 어떨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저자가 예상하는 공황은 ‘하이퍼인플레이션’이다. 80년대 남미나 90년대 러시아 등에서 벌어졌던 하이퍼인플레이션, 즉 1년에 물가가 100에서 많게는 수천 퍼센트씩 상승하는 것이다. 아마도 그 세상은 생지옥, 아비규환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병든 몸을 낫게 하려면 가장 먼저 그 병을 인정해야 한다. 휘질기의(諱疾忌醫), 즉 질병을 숨기고 의사를 꺼려해서는 절대 나을 수 없다. 질병을 인식하고 인정했으면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하고, 그 진단에 따라서 처방이 있어야 한다.

금융은 인체로 말하면 신경계나 순환계에 비견된다. 금융업이 부실화되어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전체 산업에 그 영향이 미쳐 마비되어 버린다. 그러므로 제일 급선무는 금융부실을 막는 것이다.

금융부실을 막기 위해서는 BIS비율을 올리고, 예대율을 내려야 한다. 즉 많은 돈이 은행으로 모여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저자는 금리를 최소한 7.5% 정도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섣불리 경기부양책이랍시고 금리를 내리고 통화량을 늘려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그런데 며칠 전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내렸다. 한국은행 총재가 ‘돈을 쉽게 찍으면 그 대가를 치룬다’라는 묘한 말을 남기면서.)

현 정부는 경기부양책으로 건설 경기를 부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금 한국 경제의 암적 존재는 바로 지나치게 비대해진 건설업이다. 이미 미분양 아파트가 15만에서 25만 채가 있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이미 비대한 건설업에 돈을 투여해 봐야 결코 전반적인 경기 활성화는 일어나지 않으며, 그 증거가 바로 일본에서 무려 61조 엔을 건설업에 투하했어도 전혀 경기 활성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돈을 들일 거면 ‘한국에서 낙후된 산업분야에 집중 투자해서 경기를 일으키는 방법’이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또 ‘새로운 산업을 창출’시키는 것이 국가 경제성장률을 제고시키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 더 추운 겨울이 닥쳐올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국민 대다수는 그 추위에 떨어야 할 것이다. 과거 IMF 때와 같은 고통이 따를 것이다. 이제는 이 난국을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이겨나갈 것인가가 관건이다. 한 순간의 고통을 피하자고 어설프게 경기부양책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갈증이 난다고 해서 바닷물을 퍼 마신다거나 춥다고 해서 입은 옷을 벗어 불을 피우는 어리석은 짓이다. 이 책을 읽고서 느낌 점을 하나 들으라면, ‘절대로 하이퍼인플레이션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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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 - 한 서번트 이야기
캐슬린 루이스 지음, 이경식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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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생긴 남자 아이가 양 손을 피아노 건반 위에 올려놓고 두 눈을 지그시 감고서 얼굴을 약간 오른쪽으로 돌려 피아노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표지 사진에 있는 이 소년이 책의 주인공 ‘렉스’이다.

이 책은 선천성 시각장애인이며 자폐아인 렉스를 천재적 피아니스트로 일구어낸 엄마가 겪은 아픔과 노력과 보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신의 아이가 장애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캐슬린은 왜 하필이면 자신에게 이런 시련이 닥쳤을까 하고 절망하고 슬퍼하고 분노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그 운명을 자신의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렉스를 정상적인 아이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렉스는 시각장애뿐만 아니라 운동장애와 언어장애 등을 동반한 자폐아이다. 세 살까지 정상적으로 걸을 수 없었고, 말도 하지 못했다. 물론 엄마와 감정적인 교류도 불가능했다. 또 청각이 지나치게 예민하여 조금만 시끄러운 소리가 있어도 자지러지게 놀라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렉스에게 가장 특이한 점은 음악을 들려주면 진정되고 운동성도 볼라보게 향상된다는 점이다. 아빠가 사다준 디지털 피아노를 통해서 렉스의 놀라운 음악성이 드러나게 된다. 마침내 전파를 타고 미국 전역에 이 사실이 알려지게 된다. 이제 세상은 렉스의 장애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천재적인 피아노 연주와 음악을 기억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결코 좌절하지 않은 엄마 캐슬린과 렉스에게 좋은 사람들이 다가와서 도와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또 장애인교육법이 제정되어 장애아 교육 체계가 잘 정비된 미국이라는 나라가 부러웠다. 특히 렉스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기성의 교육을 고집하는 학교에 대항하여 엄마가 ‘개별화 교육 계획 긴급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는 것은 감히 한국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만일 렉스가 한국에 태어났다면 과연 그의 천재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아마도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장애인이라는 편견에 싸여 보석과도 같은 그들의 재주와 능력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긴 한숨과 슬픔과 걱정을 하기도 하고 감동의 기쁨과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재밌어서 웃기도 할 것이다. 책을 덮었을 때는 감동의 여운으로 한참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렉스의 피아노 연주를 직접 듣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하나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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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이야기 - 저항에 대한 아이콘, 햄버거의 존재감에 대하여
조시 오저스키 지음, 김원옥 옮김 / 재승출판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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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에 미국에서 광우병 쇠고기를 수입한다고 하여 대규모로 촛불문화제를 벌이는 등 전국민적 반대 데모가 있었다. 햄버거는 가장 미국적인 음식이며, 미국 쇠고기를 쓰는 음식이다. 따라서 햄버거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을 때 첫인상이 썩 달가운 것은 아니었지만, 과연 어떤 이야기가 실려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더욱 강렬하였다.

 

햄버거라고 하면 가장 먼저 천편일률적인 모양과 획일화된 조리법에서 무미건조한 비인간적인 느낌이 떠오른다. 이로 인해 전 세계에 강요하는 미국식 세계화나 제국주의와 그 이미지가 겹쳐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또한 햄버거는 저렴한 비용과 간편한 식사 방식에 비해 많은 칼로리를 갖고 있어서 노동자들이 선호하면서 노동착취라는 이미지도 갖고 있고, 다른 면으로 햄버거는 건강에 해롭고, 햄버거에 들어가는 쇠고기를 공급하기 위해 대량으로 소를 기르는 것은 환경의 파괴를 가져오므로 결과적으로 햄버거가 반환경적이라는 이미지도 갖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반미주의자, 반세계화주의자, 환경주의자들이 간혹 맥도널드 가게에 테러를 가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단순한 음식일 뿐인 햄버거가 왜 이처럼 심각한 의미를 내포하게 되었는가. 이 책을 읽으면 이에 대한 해답을 어느 정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햄버거의 어원은 ‘함부르크 스테이크’라고 한다. 일찍이 독일의 함부르크에서는 고기를 다져 스테이크를 만들어 먹었다. 이 조리법은 러시아에서 전해진 것인데, 근원을 더 찾아가면 몽골 기병이 휴대하던 고기에서 연원한다고 한다.

19세기 미국은 서부 개척 시대가 완성되고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게 되고, 따라서 많은 노동자들이 각국에서 미국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따라 들어온 함부르크 스테이크는 길거리 음식으로서 많은 이주노동자들의 배를 채워주게 된다.

당시부터 미국에서는 서부의 대평원에서 소를 방목하게 되면서 이전에 비해 쇠고기 가격이 저렴해져 대중화의 길이 열리고, 육류 가공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대륙의 동서를 잇는 철도의 완성으로 신선한 쇠고기가 서부에서 동부로 공급 가능하게 된다. 이는 쇠고기를 넣은 햄버거가 저변화되는 바탕이 된다.




1910년대, 20년대 미국에서는 헨리포드에 의해 도입된 조립 방식에 의해 자동차를 대량으로 생산하게 된다. 이때는 표준화, 합리화, 기계화가 시대정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햄버거도 역시 이런 기류에 편승하여 기계화된 제조법과 일정한 공급 매뉴얼을 갖고, 깨끗하고 현대화된 시설과 청결을 강조해서 소비자에게 호소하게 된다. 비로소 현대적 의미의 햄버거로 재탄생된 것이다.




이처럼 햄버거는 경제, 사회, 문화적 변화를 반영하여 탄생하고 발전했다. 이 책에는 햄버거의 대표적 프랜차이즈인 ‘화이트 캐슬’과 ‘맥도널드’의 발전사가 비교적 자세하게 쓰여 있어서 햄버거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제시하고 있다.




현재는 자유와 개성, 창의성을 중시하는 사회이다. 표준화, 획일화의 산물인 햄버거와 어쩌면 어울리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햄버거도 거기에 맞추어 다양한 종류가 출현했다. 그 중에는 이 책에는 나오지 않은 내용인데, 쇠고기를 금기하는 인도에는 쇠고기 없는 햄버거도 있다고 한다. 또 50달러 이상의 고가 햄버거도 만들어져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는 다극화되는 시대를 맞이하여 햄버거는 과연 어떤 변화를 할 것인가? 분명한 것은 빵 사이에 다진 쇠고기 패티와 야채가 끼어 있는 기본 형태에서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변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 책은 비록 200페이지 남짓 되는 별로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햄버거라는 단일 음식을 매개로 하여 20세기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문화인류사에 관한 깊이 있는 책으로서 흥미롭고 재미있었지만, 한편으로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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