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 한 서번트 이야기
캐슬린 루이스 지음, 이경식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잘 생긴 남자 아이가 양 손을 피아노 건반 위에 올려놓고 두 눈을 지그시 감고서 얼굴을 약간 오른쪽으로 돌려 피아노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표지 사진에 있는 이 소년이 책의 주인공 ‘렉스’이다.

이 책은 선천성 시각장애인이며 자폐아인 렉스를 천재적 피아니스트로 일구어낸 엄마가 겪은 아픔과 노력과 보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신의 아이가 장애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캐슬린은 왜 하필이면 자신에게 이런 시련이 닥쳤을까 하고 절망하고 슬퍼하고 분노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그 운명을 자신의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렉스를 정상적인 아이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렉스는 시각장애뿐만 아니라 운동장애와 언어장애 등을 동반한 자폐아이다. 세 살까지 정상적으로 걸을 수 없었고, 말도 하지 못했다. 물론 엄마와 감정적인 교류도 불가능했다. 또 청각이 지나치게 예민하여 조금만 시끄러운 소리가 있어도 자지러지게 놀라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렉스에게 가장 특이한 점은 음악을 들려주면 진정되고 운동성도 볼라보게 향상된다는 점이다. 아빠가 사다준 디지털 피아노를 통해서 렉스의 놀라운 음악성이 드러나게 된다. 마침내 전파를 타고 미국 전역에 이 사실이 알려지게 된다. 이제 세상은 렉스의 장애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천재적인 피아노 연주와 음악을 기억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결코 좌절하지 않은 엄마 캐슬린과 렉스에게 좋은 사람들이 다가와서 도와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또 장애인교육법이 제정되어 장애아 교육 체계가 잘 정비된 미국이라는 나라가 부러웠다. 특히 렉스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기성의 교육을 고집하는 학교에 대항하여 엄마가 ‘개별화 교육 계획 긴급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는 것은 감히 한국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만일 렉스가 한국에 태어났다면 과연 그의 천재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아마도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장애인이라는 편견에 싸여 보석과도 같은 그들의 재주와 능력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긴 한숨과 슬픔과 걱정을 하기도 하고 감동의 기쁨과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재밌어서 웃기도 할 것이다. 책을 덮었을 때는 감동의 여운으로 한참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렉스의 피아노 연주를 직접 듣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하나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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