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이야기 - 저항에 대한 아이콘, 햄버거의 존재감에 대하여
조시 오저스키 지음, 김원옥 옮김 / 재승출판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금년에 미국에서 광우병 쇠고기를 수입한다고 하여 대규모로 촛불문화제를 벌이는 등 전국민적 반대 데모가 있었다. 햄버거는 가장 미국적인 음식이며, 미국 쇠고기를 쓰는 음식이다. 따라서 햄버거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을 때 첫인상이 썩 달가운 것은 아니었지만, 과연 어떤 이야기가 실려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더욱 강렬하였다.

 

햄버거라고 하면 가장 먼저 천편일률적인 모양과 획일화된 조리법에서 무미건조한 비인간적인 느낌이 떠오른다. 이로 인해 전 세계에 강요하는 미국식 세계화나 제국주의와 그 이미지가 겹쳐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또한 햄버거는 저렴한 비용과 간편한 식사 방식에 비해 많은 칼로리를 갖고 있어서 노동자들이 선호하면서 노동착취라는 이미지도 갖고 있고, 다른 면으로 햄버거는 건강에 해롭고, 햄버거에 들어가는 쇠고기를 공급하기 위해 대량으로 소를 기르는 것은 환경의 파괴를 가져오므로 결과적으로 햄버거가 반환경적이라는 이미지도 갖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반미주의자, 반세계화주의자, 환경주의자들이 간혹 맥도널드 가게에 테러를 가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단순한 음식일 뿐인 햄버거가 왜 이처럼 심각한 의미를 내포하게 되었는가. 이 책을 읽으면 이에 대한 해답을 어느 정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햄버거의 어원은 ‘함부르크 스테이크’라고 한다. 일찍이 독일의 함부르크에서는 고기를 다져 스테이크를 만들어 먹었다. 이 조리법은 러시아에서 전해진 것인데, 근원을 더 찾아가면 몽골 기병이 휴대하던 고기에서 연원한다고 한다.

19세기 미국은 서부 개척 시대가 완성되고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게 되고, 따라서 많은 노동자들이 각국에서 미국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따라 들어온 함부르크 스테이크는 길거리 음식으로서 많은 이주노동자들의 배를 채워주게 된다.

당시부터 미국에서는 서부의 대평원에서 소를 방목하게 되면서 이전에 비해 쇠고기 가격이 저렴해져 대중화의 길이 열리고, 육류 가공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대륙의 동서를 잇는 철도의 완성으로 신선한 쇠고기가 서부에서 동부로 공급 가능하게 된다. 이는 쇠고기를 넣은 햄버거가 저변화되는 바탕이 된다.




1910년대, 20년대 미국에서는 헨리포드에 의해 도입된 조립 방식에 의해 자동차를 대량으로 생산하게 된다. 이때는 표준화, 합리화, 기계화가 시대정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햄버거도 역시 이런 기류에 편승하여 기계화된 제조법과 일정한 공급 매뉴얼을 갖고, 깨끗하고 현대화된 시설과 청결을 강조해서 소비자에게 호소하게 된다. 비로소 현대적 의미의 햄버거로 재탄생된 것이다.




이처럼 햄버거는 경제, 사회, 문화적 변화를 반영하여 탄생하고 발전했다. 이 책에는 햄버거의 대표적 프랜차이즈인 ‘화이트 캐슬’과 ‘맥도널드’의 발전사가 비교적 자세하게 쓰여 있어서 햄버거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제시하고 있다.




현재는 자유와 개성, 창의성을 중시하는 사회이다. 표준화, 획일화의 산물인 햄버거와 어쩌면 어울리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햄버거도 거기에 맞추어 다양한 종류가 출현했다. 그 중에는 이 책에는 나오지 않은 내용인데, 쇠고기를 금기하는 인도에는 쇠고기 없는 햄버거도 있다고 한다. 또 50달러 이상의 고가 햄버거도 만들어져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는 다극화되는 시대를 맞이하여 햄버거는 과연 어떤 변화를 할 것인가? 분명한 것은 빵 사이에 다진 쇠고기 패티와 야채가 끼어 있는 기본 형태에서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변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 책은 비록 200페이지 남짓 되는 별로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햄버거라는 단일 음식을 매개로 하여 20세기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문화인류사에 관한 깊이 있는 책으로서 흥미롭고 재미있었지만, 한편으로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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