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나는 사람들이너무 쉽게 세계를 말하는 것이 이상했다. 프림 빌리지 바깥의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는, 인류 전체의 재건을 생각해야 한다는 말만큼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버려졌다.
그들은 우리를 착취하고 내팽개쳤다. 그 사실만은 절대로 잊을수 없었다. 그런데 왜 버려진 우리가 세계를 재건해야 할까.
- P215

푸르게 빛나는 먼지들이 공기중에 천천히 흩날렸다. 나는숲을 푸른빛으로 물들이는 그 식물들을 보며 고통은 늘 아름다움과 같이 온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니면 아름다움이 고통과 늘 함께 오는 것이거나. 이 마을에 삶과 죽음을 동시에 가져다준이식물이 나에게 알려준 진실은 그랬다. 어느 쪽이든, 나는 더이상눈앞의 아름다운 풍경에 마냥 감탄할 수는 없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 P234

"지금부터는 실험을 해야 해. 내가 가르쳐준 것, 그리고 우리가 마을에서 해온 것들을 기억해. 이번에는 우리가 가는 곳 전부가 이 숲이고 온실인 거야. 돔 안이 아니라 바깥을 바꾸는 거야,
최대한 멀리 가. 가서 또다른 프림 빌리지를 만들어. 알겠지?"
호버카에 실린 자루들이 무엇인지 나는 그제야 알았다. 지금지수 씨는 어디로든 가서 레이첼의 식물을 심으라고, 모든 곳에 퍼뜨리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에게 약속하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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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폐허를 걷다보면 아주 이상한 생각이 들어, 타인의 무덤을 파헤쳐서 이곳의 삶을 쌓아올리고 있다는 생각, 더스트 폴이후로 세상은 예전보다도 더 모순으로 가득해진 것 같아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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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그가 온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가녀렸을지 몰라도 뾰족한 이빨이 달린 뱀장어처럼 꾀가 많았다. 자기 같은 존재가 힘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았고, 강둑에서 몸을 섞거나 사생아를낳는 건 알맞은 방법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찬란함을 뽐내며 눈앞에등장했을 때 그녀는 그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동침을 하자고요? 내가 왜요?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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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망해가는데, 어른들은 항상 쓸데없는 걸 우리한테 가르치려고 해."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왜 망해가는 세상에서 어른들은 굳이 학교 같은 것을 만든 걸까 생각해보았다. 나를 비롯한 아이들은 대체로 하품을 하며 수업을 듣는 반면, 칠판 앞에 선 어른들은 늘의욕에 가득차 있었다. 나는 이것이 어른들의 몇 안 되는 즐거움중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무언가를 배워야 해서 학교를 운영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행위 자체가 어른들에게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 P165

이 마을 밖에서는 한 번도 우리에게 그런 임무가 주어진 적이 없었다. 나는 더이상 피를 뽑히지 않아도 되어서, 매일 밤 긴장 상태로 잠들지 않아도 되어서 이곳에서의 삶이 좋았지만, 무엇보다 내게 주어진 일이 있어서 좋았다. 이 마을이 나를 꼭 필요로해주는 것 같아서.
- P168

"더스트가 사라지면, 대니의 특별 전시회를 열 거야. 저건 역사적으로도 아주 가치 있는 그림들일 거야. 그러니까, 이 시대에도 불행한 일들만 있지는 않았다는 걸 사람들도 알게 되겠지. 우리에게도 일상이, 평범한 삶이 있었다는 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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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죽은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하려고 했다. 그들이 내게 해준 말도 기억하려고 했다. 아무것에도 마음 붙이지 말고 그냥 어디로든 도망치라고. 그러다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땐 정말로죽는 거라고, 마지막으로 그 이름들을 속으로 중얼거렸다. 타티야나, 마오, 스테이시, 그리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언젠가는다 잊어버릴 이름들이었다.
- P135

"나오미, 믿어지니? 나도 여기서는 숨을 편하게 쉴 수 있어. 더스트 농도가 낮게 유지되는 것 같아. 게다가 살아 있는 작물들이 있어. 이 마을의 언덕 위에는 커다란 온실이 있는데, 거기에는… 그 사람들은 이름을 말해주지 않았지만, 어쨌든 식물학자 한 명이 살아. 그는 마을로는 오지 않아, 그리고 더스트에 저항성을 가진 식물들을 연구하지."
- P150

지 알 수 있었다. 이 마을은 멸망한 세계에 남은 유일한 도피처였다. 끔찍한 대피소나 우리를 실험 대상으로 삼는 연구소 따위가 아니라, 정말로 사람들이 멀쩡히 살아가는, 돔 밖에 존재하는세계였다. 아직도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나에게 다시 현실감을 일깨워주었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어떻게든 여기 남아서 살아가야 한다고,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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