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런, 내가 학교에서 도장을 찾아 자네에게 돌려주는 걸세. 아무도 도장을 훔치지 않았어. 바로 자네 침대 머리말 틈새에 떨어져 있었다네."
그러고 나서 할아버지는 손을 리싼런의 눈으로 가져가 가볍게 두 눈을 어루만졌다. 그제야 리싼런의 눈이 감겼다. 벌어져 있던 입도 마침내 다물어졌다.
눈이 감겼다. 입도 다물어졌다.
눈이 감기고 입이 다물어지자 혐오스럽기만 하던 리싼런의 얼굴도 금세 변했다. 몸은 비록 비쩍 말라 있었지만, 그의얼굴에는 편안한 표정이 가득했다. 부족한 것도, 여한도 없는 평안한 모습이었다.
리싼런은 몸과 마음이 두루 평안해졌다. - P209

"그래, 아무 의미도 없는 삶이야. 하루를 살면 하루의 의미가 생겨날 뿐이지." - P234

"선생님보다 더 잘 해내겠다고 약속할게요. 저희는 다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큰아들 딩후이가 상부에서 우리에게제공한 관을 전부 팔아치우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듣자하니 그는 돈을 좀 더 벌면 이사를 할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둥징으로 가든지 아니면 현성으로 간다고 합니다. 게다가 먹의 둘째아들 딩량은 간통을 저질렀을 뿐만 아니라 그 상대가바로 자기 사촌동생의 아내였어요. 그런데도 선생님께서 계속이 마을의 일을 관리하고 학교의 모든 일들을 처리한다는것이 과연 적합한 것인지 말씀해보시지요."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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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매혈 우두머리들이 채혈 기계를 들고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피를 수매했다. 집집마다 찾아가 피를 수매하는 모양새가 마치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못쓰게 된쇠붙이나 헌신짝을 사들이는 것 같았다. 돌아다닐 필요도 없이 집 안에 앉아 있으면 오래지 않아 "피삽니다. 피파실 분안 계세요?"하고 외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머리카락을 바늘과 바꿔주는 사람이나 채소 장수, 폐품 수집하는 사람이 외치는 소리와 다르지 않았다.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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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장기를 두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것 외에도 하고 싶은 것이 있거나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하고 싶은 건 뭐든지 다 하고, 먹고 싶은 건 뭐든지다 먹읍시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곳에 와서 먹고 자게 된 이상, 열병에 걸리긴 했지만 하늘이 무너지는 한이 있더라도 마지막 남은 날들을 최대한 즐겁게 보내자는 겁니다. - P125

버렸다. 온통 아득하게 하얀빛으로 물들어버렸다. 문밖에서한줄기 차갑고 신선한 한기가 밀려들어와 교실 안의 혼탁한열병의 냄새와 마주했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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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바로 이런 유황 맛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유황맛은 낮이나 밤이나 코를 자극했고 귀를 때렸으며 눈을 찔렀다.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고 있는 것이다. 마을의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유황 맛 속에서 살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유황 맛 속에서 살고 싶어 했다. 그래서 모두 피를 팔았다. - P41

"다른 현들은 일찌감치 미친 듯이 피를 팔아서 마을에 한채 한 채 건물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의 딩씨마을은 해방된 지 수십 년이 지났고, 공산당이 지도한 지수십 년이 지났으며, 사회주의가 실행된 지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마을 여기저기에는 초가집이 이어져 있을 뿐이지요. - P62

딩씨 마을은 피를 팔면서 점차 피에 미쳐갔다. 평원에서피를 팔면서 피에 미쳐갔다. 십년 후에는 하루도 쉬지 않고내리는 궂은비처럼 열병이 쏟아져 내렸고, 피를 팔았던 사람들은 모두 열병에 걸렸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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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씨 마을의 꿈』은 현실을 쓴 것인 동시에 꿈을 쓴 것이고, 어둠을 쓴 것인 동시에 빛을 쓴 것이며, 환멸을 쓴 것인동시에 여명을 쓴 것이었습니다. 제가 쓰고자 한 것은 사랑과 위대한 인성이었고, 생명의 연약함과 탐욕의 강대함이었습니다.
인류의 생존과 발전을 둘러싸고 있는 고난을 극복하고 선과 미를 추구하고자 하는 영혼의 교육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과 내일에 대한 기대와 인성의 가장 후미진 구석에자리한 욕망의 그 꺼지지 않고 반짝이는 빛이었습니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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