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내가 맨 처음 터득한 교훈이었다. 매끄럽고 익숙한 표면을 해치면, 세상을 두 동강 낼 다른 무언가가 그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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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사람들은 약속하고 있었다. 이 숲을 나가도 레이첼의 식물들을 심겠다고, 숲 바깥 세계에서 가능성을 찾아보겠다.
고, 프림 빌리지를 만들겠다고, 그러니 언젠가 다시 만나자고, 지수는 그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면서, 손을 잡고 안으면서,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바라왔는지를 알았다. 지수야말로 프림 빌리지를 끝까지 떠나고 싶지 않았다. 이 세계가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랐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 P343


"한 명이 아니었어요. 한 장소도 아니었죠. 온실에서 떠난 이들이 거의 같은 시대에 각자 도착한 곳에서 모스바나를 기르기시작했어요. 여기가 나오미와 아마라. 당신들이 도착한 지점이죠 그리고 여기는 중국 남부 지역이고요. 또 여기는 독일이고,
이렇게 점으로부터 퍼져 나간 선을 전부 그어보면.....… 거의 세세계의 전 대륙에 최초의 모스바나들이 심어졌다는 것을 알 수있어요. 그래서 모스바나들이 그렇게 단기간에 지구를 뒤덮을수 있었던 것이죠."
아영은 자신이 이 논문의 데이터를 처음 보았을 때 느꼈던 어펀 놀라움과 슬픔,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기쁨을 나오미도 만나게 되기를 바랐다. 아영은 나오미가 지도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나오미의 표정이 점차 변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나오미가 나지막이 말했다.
"우리만이 아니었군요. 모두가 잊지 않았어요."
"맞아요. 당신들이 약속을 지켰고, 세계를 구한 거예요."
- P363

인간은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반대로 알고 있는 셈이지요.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은 식물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지만, 식물들은 동물이 없어도 얼마든지 종의 번영을 추구할 수 있으니까요. 인간은 언제나 지구라는 생태에 잠시 초대된 손님에 불과했습니다. 그마저도 언제든 쫓겨날 수 있는 위태로운 지위였지요.
- P365

해지는 저녁, 하나둘 불을 밝히는 노란 창문과 우산처럼 드리운 식물들.
허공을 채우는 푸른빛의 먼지, 지구의 끝도 우주의 끝도 아닌,
단지 어느 숲속의 유리 온실, 그리고 그곳에서 밤이 깊도록유리벽 사이를 오갔을 어떤 온기 어린 이야기들을.
- P385

온실의 모순성을 좋아한다. 자연이자 인공인 온실, 구획되고통제된 자연, 멀리 갈 수 없는 식물들이 머나먼 지구 반대편의풍경을 재현하는 공간. 이 소설을 쓰며 우리가 이미 깊이 개입해버린, 되돌릴 수 없는, 그러나 우리가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이곳 지구를 생각했다.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세계를 마주하면서도 마침내 그것을 재건하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아마도 나는, 그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 같다.
- P389

 그러니까, 이런 이상한 식물이 존재할 수 있을까. 원예학을 전공한 아빠가 나에게 해준 대답은 "식물은 뭐든 될 수 있다"라는 거였다. 지구 곳곳에 실존하는 기이한 식물들에 대한, 끝없이 이어지던 이야기는 덤이었다.
- P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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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았다. 지수가 보이온 돔 바깥의 사람들은 허황된 신념에 몸과정신이 묶여 있었고, 종교를 믿거나 혹은 종교에 준하는 가치를신봉했는데, 오직 그것만이 이 끔찍한 세계를 견디게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곳의 사람들은 어떤 신념 없이 그저 내일을믿었다. 그들은 이 마을의 끝을 상상하지 않았다. 한 달 뒤의 창고 보수 일정을, 다음해 작물 재배 계획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한다. 레이첼의 온실이 마을에 희망의 감각을, 죽음과의 거리감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의 실체가 불안정한 거래에 불과할지라도 그랬다.
- P299

이 관계가 단순한 거래 관계에만 머무를 수 없다는 사실도 분명해졌다. 지수는 자신이 조금씩 사람들이 가진 어떤 활력에 물드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수년 뒤의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 내일의 삶만을 생각하는, 그러나 그 내일이 반드시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 데에서 오는매일의 활기에.
프림 빌리지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세상에서 밀려난 사람들이었다. 이곳은 그들을 받아들여준 유일한 세계였다. 사람들은 그들에게 허락된 세계를 더 확장하고 싶어했다. 지수는 동의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아이들이 지수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지수는 어떤 믿음을 보았다. 아이들은 너무 먼 미래를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이 작은 세계가 망할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지구상의 모든 곳이 파멸로 치달아도 이 마을만큼은 남아 있을 것이라고 자신들이 어른이 되는 날까지 프림 빌리지는 계속될 것이라고 믿었다.
imin) 어제가는 이 마을 -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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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여기까지 온 이유를 알겠습니다. 우리가 결국 만나게된 이유도요. 저는 운명을 믿지는 않지만, 같은 것을 쫓는 사람들이 하나의 길에서 만나게 되어 있다고 믿거든요. 우리는 그 기이한 푸른빛에 이끌렸고, 또 같은 사람을 통해 연결되어 있네요그 사람의 생사를 알게 되면 꼭 바로 알려주세요.‘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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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나는 사람들이너무 쉽게 세계를 말하는 것이 이상했다. 프림 빌리지 바깥의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는, 인류 전체의 재건을 생각해야 한다는 말만큼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버려졌다.
그들은 우리를 착취하고 내팽개쳤다. 그 사실만은 절대로 잊을수 없었다. 그런데 왜 버려진 우리가 세계를 재건해야 할까.
- P215

푸르게 빛나는 먼지들이 공기중에 천천히 흩날렸다. 나는숲을 푸른빛으로 물들이는 그 식물들을 보며 고통은 늘 아름다움과 같이 온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니면 아름다움이 고통과 늘 함께 오는 것이거나. 이 마을에 삶과 죽음을 동시에 가져다준이식물이 나에게 알려준 진실은 그랬다. 어느 쪽이든, 나는 더이상눈앞의 아름다운 풍경에 마냥 감탄할 수는 없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 P234

"지금부터는 실험을 해야 해. 내가 가르쳐준 것, 그리고 우리가 마을에서 해온 것들을 기억해. 이번에는 우리가 가는 곳 전부가 이 숲이고 온실인 거야. 돔 안이 아니라 바깥을 바꾸는 거야,
최대한 멀리 가. 가서 또다른 프림 빌리지를 만들어. 알겠지?"
호버카에 실린 자루들이 무엇인지 나는 그제야 알았다. 지금지수 씨는 어디로든 가서 레이첼의 식물을 심으라고, 모든 곳에 퍼뜨리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에게 약속하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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