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사람들은 약속하고 있었다. 이 숲을 나가도 레이첼의 식물들을 심겠다고, 숲 바깥 세계에서 가능성을 찾아보겠다. 고, 프림 빌리지를 만들겠다고, 그러니 언젠가 다시 만나자고, 지수는 그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면서, 손을 잡고 안으면서,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바라왔는지를 알았다. 지수야말로 프림 빌리지를 끝까지 떠나고 싶지 않았다. 이 세계가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랐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 P343
"한 명이 아니었어요. 한 장소도 아니었죠. 온실에서 떠난 이들이 거의 같은 시대에 각자 도착한 곳에서 모스바나를 기르기시작했어요. 여기가 나오미와 아마라. 당신들이 도착한 지점이죠 그리고 여기는 중국 남부 지역이고요. 또 여기는 독일이고, 이렇게 점으로부터 퍼져 나간 선을 전부 그어보면.....… 거의 세세계의 전 대륙에 최초의 모스바나들이 심어졌다는 것을 알 수있어요. 그래서 모스바나들이 그렇게 단기간에 지구를 뒤덮을수 있었던 것이죠." 아영은 자신이 이 논문의 데이터를 처음 보았을 때 느꼈던 어펀 놀라움과 슬픔,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기쁨을 나오미도 만나게 되기를 바랐다. 아영은 나오미가 지도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나오미의 표정이 점차 변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나오미가 나지막이 말했다. "우리만이 아니었군요. 모두가 잊지 않았어요." "맞아요. 당신들이 약속을 지켰고, 세계를 구한 거예요." - P363
인간은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반대로 알고 있는 셈이지요.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은 식물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지만, 식물들은 동물이 없어도 얼마든지 종의 번영을 추구할 수 있으니까요. 인간은 언제나 지구라는 생태에 잠시 초대된 손님에 불과했습니다. 그마저도 언제든 쫓겨날 수 있는 위태로운 지위였지요. - P365
해지는 저녁, 하나둘 불을 밝히는 노란 창문과 우산처럼 드리운 식물들. 허공을 채우는 푸른빛의 먼지, 지구의 끝도 우주의 끝도 아닌, 단지 어느 숲속의 유리 온실, 그리고 그곳에서 밤이 깊도록유리벽 사이를 오갔을 어떤 온기 어린 이야기들을. - P385
온실의 모순성을 좋아한다. 자연이자 인공인 온실, 구획되고통제된 자연, 멀리 갈 수 없는 식물들이 머나먼 지구 반대편의풍경을 재현하는 공간. 이 소설을 쓰며 우리가 이미 깊이 개입해버린, 되돌릴 수 없는, 그러나 우리가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이곳 지구를 생각했다.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세계를 마주하면서도 마침내 그것을 재건하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아마도 나는, 그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 같다. - P389
그러니까, 이런 이상한 식물이 존재할 수 있을까. 원예학을 전공한 아빠가 나에게 해준 대답은 "식물은 뭐든 될 수 있다"라는 거였다. 지구 곳곳에 실존하는 기이한 식물들에 대한, 끝없이 이어지던 이야기는 덤이었다. - P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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