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아스는 대답을 찾지 못했다. 지금껏 그가 해온 일들은 하고 싶지 않거나 하기 싫은 일들뿐이었다. 굶주림을 참는 일, 매 맞는 일, 따돌림 당하고, 놀림 받고, 굽신거리고,
혼자 울음을 참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도 알지못했다. - P174

마티아스는 조나단의 거래조건을 받아들였다. 가이사리아의 검투장이 그의 새 일터가 될 것이다. 그는 이제 죽음을 배우게 될 것이다. 죽음에 맞서 살아남는 법도 동시에배울 것이다. 살아남지 못한다면 안된 일이지만 만약 살아남는다면 그는 최고의 밀정이 될 것이다. - P174

논리, 가정, 증명, 진실・・・・・・ 그런 낯선 용어들에 마티아스는 현기증을 느꼈다. 그런 것들은 그가 삶을 대적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가정과 증명은 도살과 검투에 소용없었고 논리와 진실은 정탐에 도움이 되지 않았으니까. 본능적 직관과기민한 선제공격, 억센 완력만이 그가 가진 전부였으니까. - P181

안정된 일자리가 필요했고 범죄자를 몰아내야 했고 극빈자를 구제해야 했지만 황제 자리는 비어 있었고 원로원은손을 놓았고 시민들은 무신경했다. 이 시대에는 주인이 없었다. 군인들만이 먼 속주와 전쟁터에서 분투하고 있었다.
제국의 영토는 나날이 넓어졌지만 빌라도의 눈에는 잡아먹히기 위해 폭식하는 돼지와 같았다. 그는 때가 가까웠다고생각했다. 비어 있는 자리는 채워져야 마땅했다. - P191

"믿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이오. 죽고 죽이고, 뺏고빼앗기는 투쟁만 있을 뿐 신은 애초에 인간의 일에 관심도없고 있다 해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소. 결국 세상을 바꾸는건 서로 욕하고 싸우고 굶고 병들고 죽어가며 발버둥치는인간들이오. 무언가가 바뀐다면 그것은 신의 뜻이 아니라인간의 의지, 개개인의 욕망 때문이지. 그렇게 본다면 신의말이라는 토라도 모호하기 짝이 없고 해석자의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에 위안을 줄 수 있는 건 믿음이 아닐까요? 인간이 선하며 세상이 더 나아진다는 믿음말입니다. 유일신 여호와는 그런 인간의 의지가 집대성된인식체계죠.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믿음 속에 실재하며 그들의 행위와 삶을 주관하고 있습니다."
- P193

"믿음과 현실은 달라. 믿음으로 현실을 견딜 수는 있지만믿음이 현실을 바꿀 수는 없어."
도마의 항변에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마치 기억나지 않는 꿈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도마는 그 미소가 자신을 향한 것이기를 갈망했다.
"현실을 못 바꾼다면 우리 자신을 바꾸어야 하겠지." - P216

그녀는 말을 남기고 발걸음을 돌렸다. 도마는 그 목소리가 차분하다 못해 냉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그
목소리는 어떤 곤혹스런 상황도 안전하게 빠져나갈 거라는믿음을 주었다. 비록 그 믿음이 실현되지 못할 헛된 기대일뿐이라 해도 - P217

말이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유다는 둘 다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곳은 하나의 얼굴만으론 살아갈 수 없는 예루살렘이니까. 선과 악이 공존하고 어둠과 빛이 함께하며, 신과인간이 동거하는 도시, 옳은 것과 그른 것이 섞이고 진실과음모가 범죄와 속죄가 부딪치는 성읍이니까.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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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묻는다. 철필과 양피지를 준비해야 할까요? 나는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평생 양피지를 벗하였지만 글은 독소처럼 나의 눈을 멀게 했다. 소년에게 읽고 쓰는 법을 깨우치게 한 것이다행이다. 나의 목소리는 떨리지만 소년의 글은 매끄러울 테니까. 소년에게 수사학과 논리학을 가르친 건 더한 행운이다. 나의 기억은 혼돈스럽지만 소년의 글은 단정할 테니까. - P15

그러나 누가 무슨 자격으로 타인의 죄를 용서할 수 있단말인가? 죄를 고백하고 참회한다고 이미 저지른 범죄행위가 사라지는 것일까? 희생자의 분노와 고통은 여전한데 가해자를 용서하는 것이 정의로운가? 속죄양 한 마리로 죄를사할 수 있다면 누가 거리낌 없이 죄를 짓지 않겠는가? 그런 식으로 이루어지는 용서는 부당했다. 부당할 뿐 아니라받아들일 수 없었다.  - P60

성전에는 아버지의집에 없던 아버지가 있었다. 아버지의 집에 없던 빵이, 양과 비둘기 고기가 있었고 약간의 동전을 모을 수도 있었다.
그는 성전에 충만한 여호와의 축복을 맘껏 즐겼다.  - P69

그의 막무가내식 투쟁은 악착같은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관중들에게 묘한 동질감을 부여했다. 그들은 엄격한 검투장의 규칙을 보란 듯이 무시하면서도 결국 살아남는 무뢰한에게 열광했다. - P71

그는어떻게 해서라도 남은 복무 기간을 채우고 로마로 가고 싶었다. 더 풍족한 삶이 아니라 더 이상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되는 삶, 더 안락한 삶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자신을 죽이려 들지 않는 삶을 살고 싶었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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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말한다. 이곳은 지옥 같아요.
그래, 이 도시는 지옥이야. 하지만 천국을 꿈꾸는 지옥이지.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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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적인 고용 불안, 규범과 불화하는 섹슈얼리티, 박탈당한 생식권, 날로 심화되는 정보 편향, 사이비종교와 내셔널리즘의 번성, 공격적인 대인관계와 앙상한 친밀성의 세계, 소수자 혐오로귀결되는 각자도생의 논리, 어느새 반려 질병이 된 공황장애와 우울증까지, 이 작품은 현재를 저당하여 끊임없이 미래를 재생산하는 정언들의 막다른 길목을 비추며 우리를 지금 이곳으로 이끈 이사회의 ‘믿음의 각본‘이 수정되어야 함을 뜨겁게 증명하고 있다.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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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의 최남단에서 이곳까지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올라왔을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숨이 나왔다. 어머니의인생을 생각하면 언제나 애잔함과 혐오가 섞인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차올랐다.
어머니가 처음부터 저렇게 광신적인 사람이었던 것은 아니다. - P240

순간 나는 영원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리고 또다시 믿음에 대해서 생각했다. 언제고 깨어지고 흩어져버릴유릿조각 같은 믿음에 대해서. 한영과 황팀장은 강아지처럼 신나하며 웃고 있었고, 나는 카메라의 뷰파인더에 눈을 갖다댔다. 뺨으로 물 한줄기가 흘러내리는 게 느껴졌다.
눈이 짰다. - P248

빙긋 웃는 남준과 내 눈이 마주쳤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키스를 했다. 짧지만 뜨거운 순간이었다. 어쩌면 내 인생 전부를 뒤흔들 만큼, 우리의 삶에 남준과 나, 찬호와 한영의 삶에아주 작은 실금이 가기 시작했다. 안간힘으로 일궈놓았던 삶이 손톱만한 균열로 말미암아 언젠가 모조리 무너져내리고 말 거라는 사실을 나는 직감했다. - P257

 나는 희망에 취약한 사람이라, 아직도 연약한 믿음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절망에 허덕이는 와중에도기어이 책상 앞에 앉아 이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내일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으니까.
일상을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 이야기가 가닿기를 바란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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