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최남단에서 이곳까지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올라왔을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숨이 나왔다. 어머니의인생을 생각하면 언제나 애잔함과 혐오가 섞인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차올랐다.
어머니가 처음부터 저렇게 광신적인 사람이었던 것은 아니다. - P240

순간 나는 영원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리고 또다시 믿음에 대해서 생각했다. 언제고 깨어지고 흩어져버릴유릿조각 같은 믿음에 대해서. 한영과 황팀장은 강아지처럼 신나하며 웃고 있었고, 나는 카메라의 뷰파인더에 눈을 갖다댔다. 뺨으로 물 한줄기가 흘러내리는 게 느껴졌다.
눈이 짰다. - P248

빙긋 웃는 남준과 내 눈이 마주쳤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키스를 했다. 짧지만 뜨거운 순간이었다. 어쩌면 내 인생 전부를 뒤흔들 만큼, 우리의 삶에 남준과 나, 찬호와 한영의 삶에아주 작은 실금이 가기 시작했다. 안간힘으로 일궈놓았던 삶이 손톱만한 균열로 말미암아 언젠가 모조리 무너져내리고 말 거라는 사실을 나는 직감했다. - P257

 나는 희망에 취약한 사람이라, 아직도 연약한 믿음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절망에 허덕이는 와중에도기어이 책상 앞에 앉아 이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내일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으니까.
일상을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 이야기가 가닿기를 바란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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