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급할 건 없었다. 호감을 잃기 싫어서 그렇게 반응하는 여자도 드물지만 간혹 있었다. 나는 노련하게기다렸다. 내 쪽이든 상대 쪽이든 절대 양다리 상황은 만들지 않는다는 게 나의 윤리였다. 여유있게 친분을 쌓아가면서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어필할까 은근히 벼르고 있었는데, 예기치 못하게 그녀가 청첩장을 내밀었다. 목에 리본을 맨 청둥오리 두마리가 그려진 카드였다.
"예쁘죠? 제가 그린 거예요."
나는 뜻밖의 패배를 인정해야 했다. 짝사랑이란 걸 했다.
는 사실이 생경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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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가능성이란, 얼굴을 마주하고 한두마디만 나누어보면 금방 도드라져서 감지하기 쉬운 종류의 것이었다. 다만 나는 이십대가 아닌 삼십대였으므로, 적절한 시기를 기다릴 줄 알았다.
 처음 만났을 때 그녀에겐 남자친구가 있었고 나 역시 만나는 여자가 있는 상황이었다. 큰 문제는 아니었다. 오히려 서로의 연애를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둘 사이에 은근한성적 긴장을 만들 수 있었고, 그쪽 남자친구의 흠결을 자 주 상기시킬 수도 있었다. 자주 사용하기도 하고, 또 곧잘 통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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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시가 되기 전까지 해야 할 일이 또 있었다. 몇달 전예매해두었던 조성진 홍콩 리사이틀이 벌써 다음 달이었다. 공휴일과 주말, 그리고 아껴둔 연차를 하루 붙여서 삼박 사일을 놀고 공연도 볼 것이다. 항공권 예매 사이트에접속한 다음, 홍콩행 왕복 티켓을 결제했다. 조금 비싼가싶었지만 오늘은 월급날이니까 괜찮아, 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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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회사에서 울어본 적이 있다. 거북이알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등 뒤에서 들려오는 케빈의 한숨 소리가 너무 신경 쓰여서 찰나의 순간만큼 짧게 운 적이 있었다. 화장실 문을 발로 세게 걷어차던 순간이었다. 문을 탕, 하고걷어차는 순간 와륵, 눈물이 났고 그게 다였지만, 그걸 두 고 울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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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 같은 일반 회사원들과 사고구조가 아예 다르기 때문에 그들의 논리나 행동에 의문을 갖지 않는 편이 좋다는 것이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을 안 해야 돼요. 그 생각을 하기 시작 하면 머리가 이상해져요."
 그달 25일, 월급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거북이알 은 유비카드 포인트를 조회할 수 있는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회장의 한마디에 정말로 월급이 고스란히 포인트로 적립되어 있었다. 그 커다란 숫자를 보는 순간, 거북이알은심장께의 무언가가 발밑의 어딘가로 곤두박질쳐지는 것만같은 모멸감을 느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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