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급할 건 없었다. 호감을 잃기 싫어서 그렇게 반응하는 여자도 드물지만 간혹 있었다. 나는 노련하게기다렸다. 내 쪽이든 상대 쪽이든 절대 양다리 상황은 만들지 않는다는 게 나의 윤리였다. 여유있게 친분을 쌓아가면서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어필할까 은근히 벼르고 있었는데, 예기치 못하게 그녀가 청첩장을 내밀었다. 목에 리본을 맨 청둥오리 두마리가 그려진 카드였다.
"예쁘죠? 제가 그린 거예요."
나는 뜻밖의 패배를 인정해야 했다. 짝사랑이란 걸 했다.
는 사실이 생경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