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중 하나가 가사와 양육을 도맡거나 도우미를고용하거나 조부모 등 친척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아이 하나 키워내기가 이렇게 어려운 사회, 그래, 현실이 그렇다고 백번 인정한다. 그게 현실이지만, 그게여자들의 ‘문제‘로 인식되는 건 슬프다. 직장에서는그토록 프로페셔널해야 한다면서, 가정에서의 의무는가벼이 보는 아이러니는 무엇인가.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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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대학은 서양식 학교다. 오늘날 우리가 논하는 학문과 그 체계는 서양식 기틀을 바탕으로 발원했고 건고해졌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방식이라는 것도서양에서 다듬어진 것이다. 적어도 오늘날 우리가 대학에서 다루는 바는 그렇다. 동양식의 관찰과 사유.
겸양과 조화의 가치가 열등하거나 무가치해서가 아니라. 서양식 학문이 지배하는 시간과 공간을 살고 있기때문이다. 

이 젊은 청춘에게, 그따위 싸구려 축복조차 해주는
‘선생生‘한 자가 이때껏 없었다는 게 화가 났다. 넌 잘하고 있다고, 너만의 특질과 큰 가능성이 있다고,
네가 발을 떼기만 하면 앞뒤가 아니라 사방, 아니 만방으로 길은 열릴 것이라고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가. 스무 살, 스물한 살은, 그런 이야기를 차고 넘치게들어도 되는 나이다. 그런 청춘들이 ‘대졸자‘ 꼬리표하나 달기 위해서 돈과 젊음을 들여 스스로 대학 안에갇히는 기간, 사회의 틀에 맞추기 위해 스스로의 가능성을 기꺼이 가지치고 분재로 다듬어가는 기간, ‘멀쩡한 대학 나와서 왜 제대로 된 회사에 취직도 못하느냐‘는 어른들의 질문을 향해 전진하는 그 기간이 나는너무나 아깝다. 왜 그런지는 질문한 사람들이 더 잘알고 있으면서,

어쩔 수 없이 대학을 꼭 다녀야만 한다면, 대학 졸업장이라는, 그 한없이 틀에 박힌 문서 하나가 주는 즐거움과 보람을 위해 기꺼이 젊음을 바칠 수 있기를, 넘치게 바란다.
- P91

이런 강의가 있다는 것을 접한 순간부터, 강의를 듣겠다고 결정하고, 백 퍼센트 출석은 아니지만 수업을듣고 과제도 하는 동안 천문학뿐 아니라 과학 전반에대한 호기심이 생기고, 혹시 있었을지도 모르는 막연한 거부감 같은 것도 좀 줄어들었다면,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과학관이나 천문대, 천체투영관을 구경하러 가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그게내가 비전공자에게 천문학 강의를 하는 가장 큰 목표고 보람이에요.
- P99

하지만 대신 깨달은 건 있었어요. 연습이부족해서 생긴 빈틈은 그 원리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는 것으로 메꿀 수 있다는 것. 우리가 구구단은 달달 외워도 인도 학생처럼 19단까지 외우진 못하지만,
곱하기의 원리를 이해하고 있으니 계산해보면 19 곱하기 19까지 써내려갈 수 있듯이요. 괴로울 때는 ‘왜그때 더 잘하지 못했을까‘ 하고 과거의 자신을 질책하게 되지만, 그땐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삶의 다른면을 돌보고 있었잖아요.  - P101

그러니 연구실에 홀로 남아 연구에 집중하는 밤은정말이지 근사하다. 누군가로부터 전화도 걸려오지않고, 누군가 찾아오지도 않으며,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입히고 재우는 일을 잊어도 되는 밤. 한 시간이든세 시간이든 한 가지 주제에 오롯이 집중해 화장실 가는 것도 잊는 그런 밤, 어떤 사람의 직업은 정해진 시간‘을 성실히 채우는 일이고, 또다른 사람의 직업은어떤 분량‘을 정해진 만큼 혹은 그에 넘치게 해내는것이라면, 나의 직업은 어떤 주제에 골몰하는 일이다.
- P112

조언은 구할 때 해야 가치 있고 실효가 있는 것처럼, 우주의 아름다움도 다양한 지식을 접하며 스스로의 생각이 짜여나갈 때 불현듯 나를 덮쳐오리라.
- P124

나이가 지긋한 과학자에게 무언가에 대해 질문하면모른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알고는 있지만 설명하기가 어려울 때도 모른다고 하고,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을 때도 모른다고 한다. 확답을 잘 하지 않고, 그럴 가능성이 높거나 낮다고만 한다. 우린 항상 잘 모른다. 자연은 늘 예외를 품고 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사실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그것만이 언제나 어디서나 진실이다.
- P136

엄마가 일을 한다는 것. 이 짧은 문장 속에는 너무도 많은 한숨이 응어리져 있다.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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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유니버스universe‘ ‘코스모스cosmos, ‘스페이스space‘는 모두 우리말로 ‘우주‘라고 번역된다. 무엇이 서로 다른가? 각 단어를 어디에서 들어보았는가?
우리가 은하니 성단이니 얘기할 때 사용하는 ‘우주는 ‘유니버스‘다. 별과 먼지와 행성과 우리 생명체를 포함한 모든 것이 존재하는 시간과 공간과 상황과환경이다. 영화, 소설 등 예술작품 속에서 설정된 배경을 ‘시네마틱 유니버스‘ 라고 부르듯이, 유니버스는우리에게 주어진 자연 그 자체로서의 우주다.  - P56

 애초에 생일 밤에 제일 잘 보이는 것을 생일 별자리로 정해주었으면 좋으련만, 점성술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 P63

귀신을 만난다면 어떤 원리로 걷지 않고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지 상세히 물어봐서 세계최고 학술지에 논문을 쓰겠다고도 하셨다. 하지만 한국어 원어민인 나도 한국어 문법 체계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는데, 귀신이라고 제 이동 원리를 알고 움직일까 싶다.
- P64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그들이 신호를 보내거나 찾아온다면, 부디 한국말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 미국에가서 영어 하는 외계인은 영화에서 충분히 봤다.
- P64

그중 누군가는 북두칠성이 나오는 <선덕여왕)이나 일식을 소재로 한 해를 품은 달> 같은 작품을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그중 누군가는 멋진 작품을 만들면 꼭알려달라는 나의 부탁을 잊지 않고 자랑하는 이메일을 보내주기를, 나는 가끔 욕심내어본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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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들이 좋았다.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남에게 해를끼치거나 정치적 싸움을 만들어내지도 않을, 대단한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요. 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처럼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바꿔놓을 영향력을지닌 것도 아닌 그런 일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함께 동경한다.
- P19

나는 그 친구가 무엇이어도 좋았지만, 열정적이고 무해하고 아름다운화가라는 점이 특별히 마음에 들었다. 숨막히게 아름다웠던 잡지 속 우주로부터 한 사람은 아름다움을 향해, 한 사람은 우주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 P20

물론 모든 박사는 유일무이한 존재다. 남의 연구를 그대로 따라 하는 사람에게 주는 학위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유일무이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이유는한국에서는 타이탄에 관심을, 학위논문 주제로 삼을만큼의 관심을 갖는 자가
나 이후로는 아직까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 P32

도 없기 때문이다. 내 연구가 그렇게 지루해 보였나.
하하. 난 괜찮으니 혹시 지금 안쓰럽다는 표정을 하고있다면 거두길 바란다. 국내 천문학계는 대단히 좁은데, 천문학의 범위는 천문학적으로 넓어서 관심을 줄대상이 너무 많다. 그리고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는 것은 외롭지만 아주 흥미로운 일이다.
- P32

슬럼가에서 나고 자란 소년 자말이 퀴즈쇼에 나가우승하는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이렇게 시작한다.
"자말은 어떻게 퀴즈쇼 결승에 올랐을까?"
A. 부정행위를 했다.
B. 운이 좋았다.
C. 천재다
D. 모든것은 운명이었다 - P35

전업 박사 수료생. 필요한 학점은 다 이수했으나 방학도 없이 학교에 나오며, 언제졸업할지는 누구도 모르는 상태. 그만두기엔 아깝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덜 아까울 때일까 늘 궁금해하며, 남은 경제력과 남은 정신력을 자꾸만 저울에 달아보는 시기. 지금 그만두면 분식집을 차려도 ‘박사네떡볶이‘ 간판을 못 다니까 억울해서 안 된다고 농을치며, 그런데 법적으로 정말 안 되나?‘ 하고 비눗방울같은 물음표를 달아보던 그때, 아직 ‘심 박사‘가 아니라 박사 수료니까 심박수‘ 라며 2PM의 노래 후렴구
‘리슨 투 마이 핫비트‘를 흥얼거리던, 그런 어느 날의 - P40

오늘 내가 할 일은, 애써서 받은 그 ‘연구 면허‘가별무소용인 종잇장이 되지 않도록 연구자로서 할 일을 다 하는 것뿐이다. 평가하고 평가받는, 누구나와같은 그 삶 속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뿐이다. 내일도,
그리고 모레도,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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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워. 돌이켜보면 치기가 폭발한 어린 녀석이었지만 어쨌든 자신을 부끄러워한 적은 없었다는 말이다. 정상이 아니라서 정말로 유감이냐? 이 세상이멍청이로 가득찬 것이 유감일 뿐이지."
- P506

"아무도 내가 누구인지 모르고, 내가 나다워서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곳‘, 그런 곳에 꼭 가고싶다고 했죠.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제가 찾게 될 그곳이 할아버지가 고른 곳과 같을 리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시 말해 그런 곳은 할아버지도, 다른누구도 저한테 줄 수가 없는 거죠. 스스로 찾아내기전에는."
- P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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