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대학은 서양식 학교다. 오늘날 우리가 논하는 학문과 그 체계는 서양식 기틀을 바탕으로 발원했고 건고해졌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방식이라는 것도서양에서 다듬어진 것이다. 적어도 오늘날 우리가 대학에서 다루는 바는 그렇다. 동양식의 관찰과 사유. 겸양과 조화의 가치가 열등하거나 무가치해서가 아니라. 서양식 학문이 지배하는 시간과 공간을 살고 있기때문이다.
이 젊은 청춘에게, 그따위 싸구려 축복조차 해주는 ‘선생生‘한 자가 이때껏 없었다는 게 화가 났다. 넌 잘하고 있다고, 너만의 특질과 큰 가능성이 있다고, 네가 발을 떼기만 하면 앞뒤가 아니라 사방, 아니 만방으로 길은 열릴 것이라고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가. 스무 살, 스물한 살은, 그런 이야기를 차고 넘치게들어도 되는 나이다. 그런 청춘들이 ‘대졸자‘ 꼬리표하나 달기 위해서 돈과 젊음을 들여 스스로 대학 안에갇히는 기간, 사회의 틀에 맞추기 위해 스스로의 가능성을 기꺼이 가지치고 분재로 다듬어가는 기간, ‘멀쩡한 대학 나와서 왜 제대로 된 회사에 취직도 못하느냐‘는 어른들의 질문을 향해 전진하는 그 기간이 나는너무나 아깝다. 왜 그런지는 질문한 사람들이 더 잘알고 있으면서,
어쩔 수 없이 대학을 꼭 다녀야만 한다면, 대학 졸업장이라는, 그 한없이 틀에 박힌 문서 하나가 주는 즐거움과 보람을 위해 기꺼이 젊음을 바칠 수 있기를, 넘치게 바란다. - P91
이런 강의가 있다는 것을 접한 순간부터, 강의를 듣겠다고 결정하고, 백 퍼센트 출석은 아니지만 수업을듣고 과제도 하는 동안 천문학뿐 아니라 과학 전반에대한 호기심이 생기고, 혹시 있었을지도 모르는 막연한 거부감 같은 것도 좀 줄어들었다면,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과학관이나 천문대, 천체투영관을 구경하러 가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그게내가 비전공자에게 천문학 강의를 하는 가장 큰 목표고 보람이에요. - P99
하지만 대신 깨달은 건 있었어요. 연습이부족해서 생긴 빈틈은 그 원리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는 것으로 메꿀 수 있다는 것. 우리가 구구단은 달달 외워도 인도 학생처럼 19단까지 외우진 못하지만, 곱하기의 원리를 이해하고 있으니 계산해보면 19 곱하기 19까지 써내려갈 수 있듯이요. 괴로울 때는 ‘왜그때 더 잘하지 못했을까‘ 하고 과거의 자신을 질책하게 되지만, 그땐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삶의 다른면을 돌보고 있었잖아요. - P101
그러니 연구실에 홀로 남아 연구에 집중하는 밤은정말이지 근사하다. 누군가로부터 전화도 걸려오지않고, 누군가 찾아오지도 않으며,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입히고 재우는 일을 잊어도 되는 밤. 한 시간이든세 시간이든 한 가지 주제에 오롯이 집중해 화장실 가는 것도 잊는 그런 밤, 어떤 사람의 직업은 정해진 시간‘을 성실히 채우는 일이고, 또다른 사람의 직업은어떤 분량‘을 정해진 만큼 혹은 그에 넘치게 해내는것이라면, 나의 직업은 어떤 주제에 골몰하는 일이다. - P112
조언은 구할 때 해야 가치 있고 실효가 있는 것처럼, 우주의 아름다움도 다양한 지식을 접하며 스스로의 생각이 짜여나갈 때 불현듯 나를 덮쳐오리라. - P124
나이가 지긋한 과학자에게 무언가에 대해 질문하면모른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알고는 있지만 설명하기가 어려울 때도 모른다고 하고,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을 때도 모른다고 한다. 확답을 잘 하지 않고, 그럴 가능성이 높거나 낮다고만 한다. 우린 항상 잘 모른다. 자연은 늘 예외를 품고 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사실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그것만이 언제나 어디서나 진실이다. - P136
엄마가 일을 한다는 것. 이 짧은 문장 속에는 너무도 많은 한숨이 응어리져 있다.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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