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통로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아, 이건 뭐랄까. 누군가의 혈관 하나에 매료되어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과 비슷한 결과를 낳는 거야. 그 도서관 내부 통로 하나 때문에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던 핼리팩스를 그리워하게 되니까."
- P10

오전 열 시에 도서관으로 들어오던 햇빛이 탄탄하고 촘촘하게 느껴졌다면, 오후 세 시에 폐장을한 시간 앞둔 해양박물관에는 그날의 용량을 이미초과한 권태감이 떠다녔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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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두려움은 정신을 죽인다. 두려움은 완전한 소멸을 초래하는 작은 죽음이다. 나는 두려움에 맞설 것이며 두려움이 나를 통과해서 지나가도록 허락할 것이다. 두려움이 지나가면 나는 마음의 눈으로 그것이 지나간 길을 살펴보리라. 두려움이 사라진 곳에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오직 나만이 남아 있으리라.‘
- P17

"내가 미래에서 보는 것은 과거에 보았던 것과 똑같아. 우리 일이 어떤 양식으로 진행되는지는 너도 잘 알고 있지 않느냐. 제시카, 사람들은자기가 유한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자신의 유전적인 특징들이 정체될까봐 두려워하지, 사람들의 핏속에는 계획 없이 무작정 유전적 특징들을뒤섞으려는 충동이 있어, 제국, 초암 사, 모든 대가문들, 그런 것들은 그흐름 속에 표류하는 작은 조각들일 뿐이야."
- P43

"우린 지금 여기 논쟁을 하거나 말장난을 하려고 있는 게 아니다. 대모가 말했다. "버드나무는 바람에게 굴복해서 번창해 나가지. 그러다 마침내 어느 날 그것은 버드나무 숲이 되어 바람에 맞서는 벽이 된다. 그것이 버드나무의 목적이다."
- P49

"세상을 지탱하는 것은 네 가지다….…." 그녀는 관절이 커다랗게 불거진 손가락 네 개를 들어 올렸다. ....… 현자의 지식, 위대한 자의 정의, 올바른 자의 기도,
.
의용감한 자의 용맹.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다 아무것도 아냐….…." 그녀는손가락을 오므려 주먹을 쥐었다. "…다스리는 법을 아는 통치자가 없다면 말이다. 이것을 너희 가문의 체계적인 지식으로 만들어라!"  - P56

"대모는 통치자는 강요하는 법이 아니라 설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고 했어요. 최고의 부하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가장 좋은 커피를 내놓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이에요."
- P58

 ‘어떤 과정을 멈춘다고 해서 그 과정을 이해할 수는 없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과정의 흐름과 함께 움직이면서, 흐름에 합류해 함께 흘러야한다‘ - P59

"방어막을 켜고 싸울 때는 방어는 빨리하고 공격은 천천히 한다."  - P63

 "네가 사람을 죽일 필요가 없으면좋겠구나……….. 하지만 그래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칼끝이든 칼날이든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상대를 죽여야 한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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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곧 돌아갈 수 있다. 속도로 이루어진 세계. 정지해 있지 않은 세계. 땅에 발을 딛지 않고도 이동할 수 있는 세계. 그의 세계. 하늘나라로,
- P101

얼어붙을 것 같은 암흑이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겨우 한두 개의 하얀 티끌을발견할 수 있을 뿐이었다. 본래 우주가 고요한 법이지만, 검은 공간 속에 감돌고 있는 침묵은 섬뜩하기까지 할 정도라, 마치 무덤 속이나 거대한 생물의 시체 속에 들어앉아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이 은하銀河는 죽어 가는 듯했다.  - P116

까마득히 먼 옛날 잊힌 별의 이름이 들리자 성하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구로 돌아갈 건가요?"
"그래."
분사기를 뿜어 꽃밭으로 내려가던 필레몬은 무심히 대답했다가, 질문 자체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달리 갈 곳이 있겠어?"
"지구는 죽었어요."
- P126

"승무원 간의 반복, 반란, 지휘체계의 붕괴, 무질서, 폭력 사태, 폐소공포증, 우울증, 환각 상태,
질병, 돌 수 있는 건 다 돌았지. 미치광이들이 통제실을 점령하고 있는 한 달 동안 우주선은 가속을 멈추지 않았어. 간신히 그놈들을 통제실에서뜯어내었을 땐 벌써 5만 년이 지나갔더라구."
- P130

 분노, 질타, 동정, 공감, 만루,
포기 같은 몇 가지 감정이 짧은 시간동안 성하의시선에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 P162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이것은 예정된 일이었다. 그는너무 오래 살았고, 너무 오래 여행했다. 아무리시간을 거슬러도 우주의 죽음에 만은 저항할 수없었다.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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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죽음은 한 사람의 죽음과 같아. 윤회하는 사람처럼, 기억을 잃고 다시 태어나고 다시 죽고, 같은 일을 반복해.
- P30

"하지만 이건 정말 개 같은 경우야. 겨우 몇만년 날아간 것뿐인데, 겨우 몇만 년뿐이었는데!
설마 문명이 거꾸로 뒤집어져 버리다니. 그 찬란했던 도시는 다 어디로 사라져 버리고 원시인들만 남아서 땅이나 파고 앉아 있다니. 그 위대한건축물들이 흔적도 없이 흙이 되어 버리다니."
- P71

않는다. 그것이 인간의 오만한 신념이며, 인간이신을 숭배하는 유일한 이유다. 신이 인간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신은 숭배받을 자격이 없다.
그들을 도울 생각이 없는 자는 신이 아니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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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너인지 모르겠다."
너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내 위안이었는데, 너는 나를 좋아했다고 했지.
장담컨대 네가 나를 좋아한 만큼이나 나도 네게 마음을 쏟았을 것이다. 어쩌면 너보다도 더.
"내가 너를 어쩌면 좋을까."
- P215

제국은 미친 짓을 했다. 그들은 갓 비행기를 몰기 시작한 생도들을 전터의 하늘로 내던졌다. 우리가 철석같이 믿고 있던 리오리튼 비행대는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그들이 오래 살아남자 정부와 군부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안 커너를 선전용으로 이용하기까지 한 것이다.
적어도 헨리 리빌을 본 순간에는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왜 몰랐을까.
10년의 전쟁을 치르기에, 그게 말도 안 되는 나이라는 것을 나는 그가를숙인 채 뒤늦은 사과를 했다.
- P230

"그야 나는 당신을 좋아하니까. 당신 마음이 편했으면 좋겠어. 좋아하는게 원래 그런 거 아닌가?"
나는 아파도 너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가능하다면 네어깨의 짐을 나눠 지고, 가시밭길에서 너를 업어 주고 싶다고 말하는 것.
네가 내게 상처를 주어도, 끝내는 너를 용서하게 되는 것 - P231

긴 전쟁의 끝, 너무 많은 것들이 망가졌다. 그러니 망가지지 않은 것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이안 커너는 망가지지 않아야 한다. 사실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순간 나는 그게 좀 잔인한 명제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안 커너는 내 앞에 멀쩡히 서 있었다. 하지만 혹시나 만에 하나….. 그가 헨리처럼 아팠더라면, 하지만 주변 모두가 그가 괜찮다고 믿고 있다면, 그는 아프다는 티조차 내지 못한 채 썩어 가야 할 텐데.
- P267

이안 커너가 아픈 게 말이 돼? 그러면 제국에 남는 게 뭐가 있겠어? 우리가 승리한 보람이 없어진다고.」그리고 나는 갑판 위에서 꼼짝도 하지 못하는 한 명의 상이군인을 보며다시 한번 깨달았다. 지금 이 순간은 파일럿도 영웅도 아닌 이안 커너에게쏟아지고 있는 그 믿음이, 얼마나 잔인한 것이었는지.
- P312

그에게는 아무도 없었다. 유일하게 그리워하던 고향은 스스로의 선택으로 불바다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붙잡을 것 하나 정도는 필요했다. 망망대해에 추락해 살과 뼈가 물결에 흩어진 후에 운 좋게 누군가에게 유해가 건져지게 되었을때, 차가운 군번줄 말고도 발견될 무언가가. 마지막 순간 그를 군인이 아니라 인간으로 만들어 줄 누군가가.
- P332

돌이켜 보면 그는 로젠이 달아나는 뒷모습을 내내 지켜보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항상 닿아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끌어안는 건 너무 부족하게 느껴졌다. 그는 더 깊게 맞닿을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미친 생각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이 지겹도록 괴롭고 길기만 한 인생, 하루쯤은 마법 같은 날이 있어야지, 생각해 봐, 그동안 당신한테 그런 날이 있었어?」이안 커너는 잠시 망설이다 차마 하지 못한 말들과 함께 로젠의 입술을삼켰다.
- P336

발부르그여, 내게 힘을 주세요. 사랑은 더 이상 필요 없어요. 내 모든 고난을 심판할 수 있는 힘을, 안락함을 버릴 수 있는 용기와 이 험한 세상에서 홀로 설 수 있는 의지를 주세요. 꺾이지 않는 나를 가지고 싶어요 - P346

나는 그 병아리를 보면서 생각했다. 언젠가는 나도 이 작은 오두막집을부수고 나올 만큼 크고 강한 어른이 되어서 단단한 땅 위에 발을 디디고 설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 P349

굳이 따질 필요는 없잖아. 고립된 배라는 환경이 만들어 낸 한순간의 착각인지, 연민과 속죄인지, 그저 안도를 구하고자 하는 매딜림인지, 아니면 단지 욕망이나 정복욕의 발현일 뿐인지, 그 모든것들이 뒤섞인 마음인지. - P381

"좋아하는 거 맞죠? 씨발! 왜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는 법이 없는지 모르겠네! 내가 어제 갑판에서 경이 쟤한테 입술 들이대는 거 다 봤어요. 생각해 보니까 죄수를 무슨 손안의 보석치럼 싸고돌면서 염병 떠실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시끄럽다."
"지금 거울 좀 보세요. 거울! 로젠 워커 쳐다보고 있는 본인 눈빛을 직접보고도 한번 부정해 보라고요."
- P384

"씨발, 여기 뭐가 이렇게 어두워. 워커, 감옥은 원래 이래?"
"감옥이 그러면 환하고 따뜻하겠니?"
여기서 어떻게 살았냐?"
살다 보면 익숙해져, 나중에는 쥐 새끼도 맨손으로 때려잡을 수 있을걸?"
- P393

"로젠 워커, 잘 들어. 착한 년이 되면 천국에 가겠지. 근데 되먹지 못해서절대로 착한 년이 못 되는 우리 같은 나쁜 년들은…… 어디든 가는 거야."
- P442

그런데 그러기 싫어.
우리는 죄가 없는데, 처음부터 그랬는데, 힌들리 하워스는 정말로 죽어마땅한 새끼였는데,
내가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그냥 바보가 되는 거잖아. 나는 그렇게 두기않아. 절대로 나와 에밀리를 그런 존재로 만들지 않을 거야.
"살인자!"
사람들이 맞다. 나는 살인자다. 칼로 힌들리를 서른여섯 차례 찔러 죽였고, 거짓말을 반복하며 뻔뻔하게 제국을 기만하며 두 번의 탈옥을 성공시킨알 카페즈의 마녀다. 그게 세상이 말하는 진실이라면….….
그렇다면 나는 끝까지 거짓말쟁이가 되겠다. 어차피 저들에게 모든 여자는 전부 다 마녀고, 모든 마녀는 다 거짓말쟁이니까.
- P478

"사랑해, 로젠 워커."
"......"
"네가 믿든, 믿지 않든...... 이건 거짓말이 아니야."
- P485

삶을 계속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누군가의 거짓말이다. 진창에 박힌 사람을 일으키는 것은 언제나 잔혹한 현실이 아니라 무지개처럼 아득하지만 아름다운 거짓말이니까. 선전물 사진을 찍을 때, 그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것이다. 그래서 입꼬리를 올리고, 눈매를 휘며, 그답지 않게 밝은 미소를 지으며 비행기에 올랐던 거겠지.
- P486

"헛소리하지 마."
"아, 제가 뭐 틀린 말을 했습니까? 그동안 어떻게 숨겼대? 로젠 워커가 탈옥 기념으로 팬 사인회라도 열면 체면이고 뭐고 내던지고 제일 먼저 달려갈 인간이."
시그럽다."
"하늘이 무너져도 감정에 안 휘둘릴 것 같던 사람이 그놈의 사랑에 돌아버리니까 보고만 있어도 재미있단 말입니다."
"잘못했습니다. 입 닥칠 테니까 총 꺼내지 마세요!"
- P502

".....그럼 왜 나를 여기까지 따라왔어요?"
그러니까 이안 커너는 나를 따라와서 굳이 말로나까지 함께 갈 필요도우리 짐을 기차 찬장까지 실어 줄 필요도, 내 목에 머플러를 감아 줄 필요도 없었다.
"대답해요. 왜 굳이 여기까지 따라왔어요?"
내 물음에 그는 한참 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회색 머플러에 고개를 깊이 묻더니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고 나를 보며, 오히려 내게 되물었다. 먼저 물은 건 나인데 말이다.
"...… 왜라고 생각합니까?"
- P534

그들은 내뱉은 말을 지켰다. 그들은 끝까지 도망치지 않았다. 말로나 인근 해역에서 적기를 격추한 후 하늘에서 제대했다. 한 번도 그들을 지켜 준적 없었던 국가를 지키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다.
가장 먼저 일레리아 레브, 그 다음은 루시 왓킨스가 죽었다. 편대는 더 어리고 더 서툰 생도들로 빠르게 채워졌다. 출격 당일에 죽은 생도도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몇 개월을 버렸고, 좀 더 운이 좋은 사람들은 몇 년을 버텼다.
수없이 죽어 간 편대원들 중에서도 이안 커너는 그의 첫 편대원들을 유독 잊지 못했다. 말 그대로 처음이어서, 그리고 그가 더 어리고 서툴 때 이끌던 대원들이라서 그렇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는 그들의 말을 잊을수가 없었다.
「우리는 도망치지 않을 거야.」 - P551

모든 추모는 죽은 자가 아니라 산 자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추모가 아무 의미 없는 짓이라 말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니었다. 산 자가죽은 자를 기억하기 위한 의식, 그 과정을 통해 그들은 기억될 수 있을 테니까.
- P554

나는 이안이 이런 소소한 일상을 지루해할까 봐 눈치를 살피기도 했다.
뭐 백 퍼센트 내 책임이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그가 탄탄대로를 버리고 이 섬에 오게 된 건 내 탓이 컸으니까. 그래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본토로 돌아가고 싶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오히려 그는 되물었다.
「왜 그런 걸 묻지? 내가 널 화나게 했나? 그러면 말해 줘. 나는 말 안 하면 잘 모른다.」 - P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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