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씨 마을의 꿈』은 현실을 쓴 것인 동시에 꿈을 쓴 것이고, 어둠을 쓴 것인 동시에 빛을 쓴 것이며, 환멸을 쓴 것인동시에 여명을 쓴 것이었습니다. 제가 쓰고자 한 것은 사랑과 위대한 인성이었고, 생명의 연약함과 탐욕의 강대함이었습니다.
인류의 생존과 발전을 둘러싸고 있는 고난을 극복하고 선과 미를 추구하고자 하는 영혼의 교육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과 내일에 대한 기대와 인성의 가장 후미진 구석에자리한 욕망의 그 꺼지지 않고 반짝이는 빛이었습니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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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짝이는 머리, 치명적인 두 손, 날렵한 두발, 그들은 태양을 바라보는 꽃처럼 그에게로 몸을 기울이고 그의 광채를 마셨다. 오디세우스가 말한 그대로였다. 그는 그들 모두를 영웅으로 만들기에 충분할 만큼 빛났다. - P220

여신의 대답은 상관없었다. 나에게는 그녀가 필요 없었다. 나는그가 떠난 뒤에도 목숨을 부지할 생각이 없었다.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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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우스는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네 머리칼은 여기가 늘 빼죽 솟아 있어." 그는 내 귀 바로 뒷부분을 손으로 건드렸다. "내가 그걸 얼마나 좋아하는지 얘기한적 없지?"
그의 손가락이 닿았던 부분의 머리칼이 곤두섰다. "응." 내가 말했다.
"얘기했어야 하는 건데." 그는 내 목이 브이자로 끝나는 지점으로
천천히 손을 내려서 맥을 부드럽게 쓸었다. "여기는? 여기는 어떻게생각하는지 얘기한 적 있어?"
"아니." 내가 대답했다.
"그럼 여기는 얘기했겠지." 그의 손이 내 가슴 근육 위로 움직였다. 그의 손길이 닿자 피부가 달구어졌다. "여긴 얘기했지?"
"거긴 얘기했어." 말을 하는데 살짝 숨이 막혔다.
"그리고 여기는?" 그의 손은 내 둔부에 머물다 허벅지를 훑고 내려갔다. "여기는 얘기했어?"
"응."
"그리고 여기는? 여기는 당연히 내가 깜빡하지 않았겠지." 그는고양이 같은 미소를 지었다. "깜빡하지 않았다고 얘기해줘."
"깜빡하지 않았어."
"여기도 있네." 그의 손은 이제 끊임없이 꼼지락거렸다. "여기에대해서 얘기한 건 알아."
나는 눈을 감았다. "또 얘기해줘."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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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론에게 가서 조언을 구할까. 그의 이름을 부르며 들판을 돌아다닐까. 그녀가 분명 약을 먹이거나 그를 속였을 것이다. 그가 제 발로 따라나섰을 리는 없었다.
나는 빈방에 웅크리고 앉아서 상상해보았다. 냉기를 풍기며 새하얀 얼굴로, 잠에 취해 뜨끈뜨끈한 우리를 내려다보는 여신, 그를 안아드는 순간 그의 살갗 속으로 파고드는 그녀의 손톱, 창문 너머로들어온 달빛에 은빛으로 반짝이는 그녀의 목, 잠에 취했거나 주문에걸려 그녀의 어깨 위로 축 늘어지는 그의 몸. 그녀는 병사가 시체를옮기듯 그를 나에게서 데려간다. 그녀는 힘이 세다. 한 손이면 그가떨어지지 않게 잡을 수 있다. - P145

데이다메이아는 무슨 생각으로 아가씨들을 불러서 내 앞에서 춤추게 했는지 궁금해졌다. 내가 그를 못 알아볼 거라고 생각한 걸까?
나는 살짝 스치는 감촉만으로도, 체취만으로도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눈이 멀어도 그가 숨을 쉬는 소리와 땅을 밟는 소리를 듣고 알 수있었다. 죽더라도 땅끝에서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 P160

마른 땅을 쪼는 새처럼 빈손으로 하릴없이 허공을 움켜쥐며 그의 생각으로 가슴아파했던 기나긴 날들이 떠올랐다. - P160

그는 조롱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게 뭔지 몰랐다. - P165

혔다. 그가 죽는다니. 생각만 해도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커먼 하늘을 뚫고 곤두박질치는 것 같았다.
절대 가면 안 돼, 마음 같아서는 그 말을 수천 번도 더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대신 그의 손을 꽉 잡았다. 그의 손은 차갑고 미동조차 없었다. - P197

나는 그가 자신의 능력 안에서 느끼는 기쁨을,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맹렬히 타오르는 생기를 목격한 바 있었다. 기적적인 능력으로눈부시게 빛나지 않아도 그를 아킬레우스라고 할 수 있을까. 명성을날릴 운명이 아니라 해도 그를 아킬레우스라고 할 수 있을까. - P198

그칠 줄 모르는 사랑과 비애의 아픔, 다른 생이었다면 나는 거절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머리를 쥐어뜯고 비명을 지르며 그의 선택을 그 혼자 책임지게 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 생에서는 아니었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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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이렇게 잔인했다. 알겠느냐?
"네." 나는 대답했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도 있었다. 꿈을 꾸는바람에 눈이 침침하고 충혈됐다고, 비명을 삼키느라 목구멍이 아프다고, 밤새도록 잠 못 이루고 하늘 위에서 이동하는 별들만 바라보고있다고.
"이곳에 온 것을 환영한다. 너는 그래도 훌륭한 남자로 성장할 수있을지 모른다." 그가 위로랍시고 한 말이었다. - P41

펠레우스는 코를 문지르며 생각에 잠겼다. "이 아이는 오점을 남기고 추방당한 아이다. 네 평판에 하등 도움이 될 게 없어."
"제게 도움 같은 건 필요 없습니다." 아킬레우스가 말했다. 거만하게 또는 으스대며 한 말이 아니었다. 그냥 솔직하게 한 말이었다. - P50

알고 보니 그는 보기보다 근엄하지 않았다. 차분하고 평온한 겉모습 밑에 장난기 가득하고 보석처럼 다각도로 반짝이는 면모가 숨어있었다. 자기에게 불리한 놀이를 하고, 눈을 감고서 이런저런 것들을받고, 넘지 못할 높이의 침대나 의자를 뛰어넘겠다고 나서는 걸 좋아했다. 그가 미소를 지으면 눈가가 불 앞에 갖다댄 나뭇잎처럼 쭈글쭈글해졌다.
그 자신이 불꽃인 듯했다. 그렇게 반짝반짝 빛나고 시선을 끌었다. 자다 일어나서 머리는 산발이고 잠기운에 얼굴은 엉망진창일 때조차 매력이 넘쳤다. 가까이서 보면 그의 발은 거의 인간의 발이라고할 수 없었다. 발가락이 시작되는 도톰한 부분은 완벽했고 힘줄은 리라 현처럼 은은하게 빛났다. 발바닥은 분홍색이지만 어디든 맨발로다녔기 때문에 뒤꿈치는 하얗게 굳은살이 박였다. 그의 아버지는 백단과 석류 향이 나는 향유로 뒤꿈치를 문지르게 했다. - P57

 그는고역스러운 인간의 난도질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그의 아버지가 남들 앞에서 대전을 하지 못하게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세상에 이런 차원이 존재한다면 어떤 인간이 자신의 능력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겠는가. - P60

그렇게 아름다운 인물에게 진 것을 어느 누가 부끄럽게 여기겠는가. 그가 이기는 것을, 그가 발바닥을 번뜩이며 모래사장을 박차는 것을, 어깨를위아래로 들썩이며 소금물을 가르는 것을 구경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 P64

"응." 그는 잠깐 아무 말 없이 생각에 잠겼다. "글쎄." 그는 결국 했던 말을 반복했다. "화가 났을 것 같아." 그는 눈을 감고 나뭇가지에 머리를 기댔다. 초록색 참나무 이파리가 왕관처럼 그의 머리를 감쌌다. - P65

나는 미세하게 그의 쪽으로 몸을 움직인다. 꼭 폭포에서 뛰어내리는 듯한 기분이다. 그때까지만해도 나는 뭘 할 생각인지 알지 못한다.
내가 몸을 기울이자 우리의 입술이 어색하게 맞닿는다. 부드럽고 둥글고 꽃가루가 잔뜩 묻은 꿀벌의 통통한 몸통 같은 느낌이다. 그의 입술맛이 느껴진다. 뜨겁고 후식으로 먹은 꿀 때문에 달짝지근하다. 내뱃속이 떨리고 따뜻한 희열 한 방울이 살갗 아래로 번진다. 한번 더내 욕망의 강도와 그 욕망이 꽃을 피우는 속도에 나는 충격을 받는다. 나는 움찔하며 얼른 몸을 뗀다. 오후 햇살로 둘러싸인 그의 얼굴과반쯤 하다 만 입맞춤으로 살짝 벌어진 그의 입술을 볼 수 있는 시간이한 순간, 딱 한 순간 주어진다. 그는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뜬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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