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빛으로 글을 쓴다. 무엇인가 일어나기를 기다리거나 찾지 않고보기만 한다. 나는 기록하지 않는다. 해석할 따름이다. - P10

사람이 살면서 어떻게 계속 꽃길만 걷나 나 역시 모든 것이 원하는 대로 술술 풀렸다면 백수가 되어 평일의 전시회장을 날마다 착지는 않았을 것 이었다 - P12

 제 역할을 잃어버린 동아리방은 혼자 밥을 먹거나 허름한 소파에서 낮잠을 자기에 너무 제격인 공간이었으니까. 텅 빈 동아리방에 앉아 홀로 짬뽕을 시켜 먹고 있으면 누군가가 말없이 들어와 돌솥비빔밥을 시키고,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각자의 속도로, 대화를 나눠야 한다거나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 없이 자기 몫의 음식을 먹을 수가 있었는데, 양치식물처럼 고요히 모여 앉아 있을 수 있는 그 공간이, 각종 아르바이트와 조별과제로 지쳐 있던 나에게는 무척 애틋했다. - P14

서울에선 모든 게 너무 소란하잖아, 빛조차도 시끄러워, 라고 말을 했던가? - P15

"지난 일 년 동안 네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변화가 생겼35을 거라는 걸 이모도 안다. 많이 힘들었을 거라는 것도.
이모가 말하는 변화라는 게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등교한 언니가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가스 폭발 사고로 갑자기 사라져버린 일을가리키는지, 언니를 잃은 고통으로 엄마 아빠의 사이가 멀어져버린 일을 가리키는지, 아니면 사람들이 우리 가족을 대하는 방식이바뀌어버린 일을 가리키는지 궁금했지만 묻지는 않았다. 아니면그 모든 것에 대해서였을까?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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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창주 : 긴장되네요.
성복 : 잘 던진다고 돈 더 주나.
길창주 : 단장님이요. 왜 저를 데려왔는지 시즌이 돼야 모두 이해할 거라고 그러셨거든요. 근데 저는 지금 당장 이해를 시키고 싶어서요.
단장님 더 욕먹게 하면 안 될 거 같아서. 전력투구해도 괜찮을까요?
성복 : 길창주가 조금 잘 던진다고 드림즈를 견제하고 분석할 팀이 어디있어, 양껏 던져. - P325

승수 : 모르죠
유경택 : 제가 몸이 안 만들어져 있으면 현역 애들이 제 말 듣지도 않아요. 제가 아무리 분석해서 보여주면서 이런 점을 고쳐봐라. 영상으로설명을 해줘도 자기 몸은 자기가 더 잘 안다는 애들이에요. 일반인이 야구 영상 좀 봤다고 설명을 해요? 그걸 듣겠어요?
승수 : 저라면... 몸을 만들어서 선수들의 기준에 맞추기보다는 선수들의 잘못된 생각을 고칠 겁니다.
유경택 : ...
승수 : (담담하게 보고) 공개 모집하시죠. 그 공개모집에 팀장님 추천인도지원하면 되니까요. 회의 마치겠습니다. - P332

영수 : 나도 좋아서 한 건 맞는데 온종일 야구만 하니깐 내가 뭐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
승수 : (돌아서 눈 마주치고) 영수
영수 : 어..
승수 : 약한 소리 하지 마, 인마. 너 내가 하루라도 일찍 와여서 TV 보고 쉬는거 봤어?
영수 : 아니.
승수 : 사회는 더 전쟁터야. 넌 좋아하는 일 하잖아.
영수 : 맞어.
승수 : 다른 어려움은?
영수 : 없어, 형.
승수 : 그래, 그럼 얼른 가서 땀 냄새부터 해결하고, 엄마한테 딸기 달라고 해. 아까 올 때 사왔다. - P339

승수 : 저 문턱이 몇 센터일 것 같습니까.
영수 : ...
승수 : 아까 백영수 씨가 들어오는 길에 있던 문턱이요. 결국 남의 도움을 받아서 들어온 그 문턱.
승수 : 6센티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승수 : 그렇게 작은 것 하나도 힘든 업무가 될 겁니다.
세영 : 단장님
승수 : (무시하고) 백영수 씨가 우리의 상황을 더 잘 알아야 어떤 결과는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영수 : 재키 로빈슨을 제가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제 아이디가 로빈슨입니다.
승수 : ...?
영수 : 흑인 중에 최초로 메이저리그에서 뛴 사람이에요 심판 판정도불리했고 일부러 몸에 던진 공도 많이 맞았습니다. 흑인이라서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죠. 아마 장애인 전력분석원이 되면 제가 최초일 겁니다. 대단한 미담인 양 기사를 내보내기도 좋을거에요.
승수 : 우리가 지금 미담 만들자고..!!
- P349

승수 : 누구 이력서는 안 그래요? 이력 한 줄 한 줄 다 편하게 적은 사람없습니다.
세영 : 동생 다치게 한 야구장에서 일을 하는 단장님이 아무 결심 없이아무 망설임 없이 들어온 게 아니었겠죠. 근데 단장님이 그 결심을 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당사자는 대단한 결심을 하지 않았을까요.
승수 : 내리세요.
세영 : 백영수 씨가 그동안 단장님 눈치봤죠? 단장님도 걱정되니까 이러시겠지만 동생분이 이렇게 말도 안 될 만큼 멋있게 극복을 해오고 있었는데 어느 정도는 인정을 하셔야죠. 그거 아세요? 다 극복한 백영수 씨가 단장님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계속. - P356

임미선 : 아니, 유니폼 판매량이 4위예요. 주전 선수도 아닌데, 강광배 나가면 티켓 판매량 뚝 떨어져요. 왜 그런 표정으로들 봐요. 흙 퍼다가 야구 하는 줄 아나봐 우리 프로야구예요!! - P381

세영 : 엄마, 내 월급이 너무 적어?
미숙 : 연봉 협상 또 시작했냐?
세영 : 둘이 살기에는 넉넉하진 않지? 쥐꼬리지?
미숙 : 연봉 협상 때만 되면 저 소리야 너 쥐꼬리가 무슨 역할을 하는지아냐? 온도랑 환경을 감지하는 거야.
세영 : 그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미숙 : 니 쥐꼬리 덕분에 엄마가 물가에 민감하고 생존 능력이 강화된다고.
세영 : 아, 뭐래. 이상한 책좀 읽지 마.
미숙 : (웃다가) 걱정 말어니월급적어서 일하려는 거 아냐.
세영 : 그럼?
미숙 : 승미 엄마도 그렇고 거기 사모랑 내가 했으면 좋겠다고 그러잖아.
세영 : 안돼.
미숙 : 하든 안 하든 미숙 씨가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은 게 기분이 좋다구, 자격증 필요한 일이 아니라도 아니, 자격증 필요한 일이 아니라 더 그래. 아무나 다 할 수 있는 일인데 미숙 씨가 해주면 좋겠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는 게 그냥 그게 기분이 좋아 - P408

세영 : 지랄하네.
서영주 : (잠깐 놀란 것이 분노로 바뀌며) 야!!! 팀장님, 선 넘었어. 지금.
세영 : 선은 니가 넘었어.

놀라서 세영을 보는 승수.
당황과 분노가 뒤섞인 서영주,
그리고 서영주를 똑바로 노려보는 세영의 표정에서. - P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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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조항이다. 인간의 존엄성은 최고의헌법적 가치이자 헌법과 국가의 존재 이유다. 인간의 존엄성은 다른 권리나 법 원칙과 충돌할 때 우선순위를 비교해서 제한하거나 후순위로 돌릴 수 없다. 앞서 본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다. 인간의 존엄성은 무엇과도 비교할수 없고, 누구에게도 양보할 필요가 없다. 인간의 존엄성은 무엇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완결적인 목적이며, 헌법을 정점으로 한 법질서는 모두 이 목적을 구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 P32

내가 대한민국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나를 위해 존재한다. 국가는 인간을 위한 도구이지 그 반대가아니다. 존엄한 것은 대한민국도 아니고, 한민족도 아니다. 인간이다. 여기서의 인간이란 무슨 거창한 집단으로 묶여 추상화된 존재가 아니라 구체적인 한 사람 한 사람, 개인이다. 국가는 굶주리지도, 피 흘리지도 않는다. 굶주리고 피 흘리는 것은피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이다. - P33

인간은 서로에게 상냥할 수 있다. 어쩌면 그래서 인간은존엄한 것 아닐까. - P47

인간이 존엄하기 때문에 사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았다.
인간은 자율적 이성을 가졌기에 존엄한데, 그런 인간이 스스로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선택을 했다면 그의 행위에 걸맞은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그를 인간으로 존중하는 방법이라는논리다. 사형 집행이 시민사회의 의무라고까지 했다. 세상이내일 멸망해서 최후의 일인이 남을지라도 사형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칸트는 살인자를 처형하지 않은 모든 시민들 역시 살인에 동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볼 정도로 정의의 실현을 중요시했다. - P50

자율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자신의선택에 책임을 지는 존재, 객체가 아닌 주체인 존재. 인간을 그런 존재로 인정하면서 비로소 근대가 시작되었다. - P61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헌법은 많은 권리의 리스트를 적어놓고 있다. 교육받을 권리(제31조), 근로의 권리(제32조),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제33조),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환경권, 제35조), 그리고 가장 포괄적인 권리로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제34조). - P62

결국 사회적 기본권은 이를 구현하는 구체적인 입법에 의해 생명력을 얻는다. 헌법 교과서에는 사회적 기본권에 대한설명이 자유권, 평등권 못지않은 분량으로 적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에는 재미없어서 쓰지 못하는 이유는 그 설명이라는 것이 죄다 ‘국가는 ~하여야 한다‘는 당위에 그치는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 말은 곧, 아직 사회적 기본권을 채우는 구체적인 법률들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 P66

불쌍해하는 마음, 측은지심이 인간의 본래 타고난 본성인사단중의 으뜸이라는 것이다. 맹자는 정치도 이 마음으로해야 한다고 했다. ‘사람은 모두 사람에게 차마 못하는 마음이있다. 왕이 다른 사람에게 차마 못하는 마음이 있으면, 백성에게 차마 못하는 정치가 있다. 그 마음으로 정치를 행하면 손바닥 위에 놓고 움직이듯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다. 사람에게 해를 가하는 것을 차마 하지 못하고 사람의 불행을 앉아서 차마보지 못하는 마음, 이 마음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 P69

누구든 지금 현재, 자기가 속한 사회 안에서 기준점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인간다운 생활인가, 라는 기준점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이 기준점이 올라가는 것은 배부른 소리가 아니라 사회의 발전이다. 아니, 배부른 소리라고 불러도 상관없다. 배부른 소리가 인간사회를 발전시켜왔기 때문이다. 결핍이 변화를 낳는다.  - P72

이제 누구나 인정하는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의 일상에서도 인간 존엄에 대한 감수성은 작동해야 한다. 전염병과 싸우는 게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성소수자가 주로 드나드는 클럽에 누가 어느 날 들렀는지, 누가 언제 어느 모텔에 들렀는지까지 알 수 있도록 개개인의 동선이공개되는 상황이 아무 문제 없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마음, 중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이 생리대 살 돈이 없어 운동화깔창을 대신 사용하고 있다는 일을 알게 되고는 앞뒤 따질 겨를도 없이 ‘아유 어째! 그래선 안 되지!‘ 하는 소리가 터져나오게 되는 마음, 학생들에게 점심 한끼라도 무료로 먹을 수 있게해주되, 이왕이면 사춘기 아이들의 자존감까지 배려해서 누구는 돈을 내고 먹고 누구는 무료로 먹는지 알 수 없도록 제도를만들어보자는 마음. 이런 마음들이 인간을 존엄하게 대하는사회를 만든다. - P73

사람이 죽든 말든 정해놓은 매뉴얼과 절차가 더 중요한 관료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에는 제도는 있을지 모르되 인간을 존엄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결여되어 있다. 사람에게 차마 해를가하지 못하고 사람의 불행을 앉아서 차마 보지 못하는 마음.
이 마음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는 맹자의 오래된 가르침이 어쩌면 인공지능과 알고리즘, 복잡한 시스템으로 가득한 21세기에 더욱 필요한 헌법적 감수성일지도 모르겠다. - P75

이제 법치주의는 단순히 제도여서는 안 된다. 사고방식이어야 하는 것이다. 법치주의는 법이면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 누구든 권력을 함부로 행사하지 말고 항상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생각을 시민들이 공유하고 있는사회가 진정한 법치주의 사회다. - P82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 몇 줄만 보면 뻔해 보이는 일을갖고 경찰과 검찰을 거쳐 1심, 2심, 3심까지 재판을 하도록 시스템을 만든 데는 이유가 있다. 신속하고 손쉬운 정의를 위해사람을 물에 던져 가라앉는지 뜨는지로 마녀인지 여부를 판단했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예전엔 참 미개했었다고 비웃지만, 마녀사냥은 지금 이 순간도 인터넷 여기저기서 새로운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 P83

양쪽 모두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기 때문에 ‘절차‘가 중요해진다. 법치주의의 핵심은 권선징악이 아니다. ‘적법 절차다. 앞에서 언급한 가치상대주의, 법적 안정성, 중립성 등을 보장하기 위해 법은 절차를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 P86

그래서 법은 때로는 진실보다 절차적 정당성을 우선시한다.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이 그 한 예다. 위법하게 얻은 증거는 아무리 진실에 부합한다 하더라도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원칙이다. 비록 그것이 뻔뻔한 악인을 처벌할 수있는 유일한 증거라 해도, 국가권력이 위법한 수단을 통해 얻은 증거를 이용해 처벌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악인을 보호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러지 않아도 강력한 국가권력에게 정의의 이름으로 위법한 수단까지 허용한다는 것은 나머지 시민들 또한 위험에 몰아넣는 일이기 때문이다.  - P87

자유를 억압하는 주체가 다양해졌다는 점 또한 중요하다.
과거에는 왕이나 귀족이 그 주체였다면 지금은? 국가권력뿐아니라 빅 데이터를 수집하고 인간 심리와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 기업을 비롯한 거대기업들, 양극화의 흐름에서낙오된 이들을 유혹하여 군림하는 종교집단들, 인터넷을 무기로 익명의 집단으로 뭉쳐 개인을 공격하는 군중.... 억압 주체가 왕이나 귀족뿐이었던 시대에 다져진 법리로 지금 시대의자유에 대해 논하기 쉽지 않은 이유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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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수 : 과외를 못 해서 대학을 못 갔다. 몸이 아파서 졌다. 다 같은 환경일 수가 없고 각자 가진 무기 가지고 싸우는 거... 핑계 대면 똑같은 상황에서 또 집니다. 오사훈 단장한테 진 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주어진 상황한테 진 겁니다. - P277

승수 : 결혼을 하든 안 하든 내가 약하면 주변 사람이 힘들어지니까요. 내가 대단한 사람이다. 그런 환상 같은 건 버린 지 오래일 겁니다. 옆에 있는 사람들은 지킬 수 있는 사람이길 바라는거죠. - P302

승수 : 아무한테도 미움 받지 않고 싶은 마음이 남아있다면... 정말 절실한 건지 모르겠네요. 저는 절실한 길창주 선수의 공을 기대하고 제안한 겁니다. 저는 쉽게 결정해서 제안한 거 같습니까. 길창주선수, 절실할 이유가 정말 없습니까? -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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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수 : 야구는 그럴 리 없죠 꼴찌를 해도 다들 밥은 먹고사니까.
세영 : (기분 상한) 꼴찌를 해도 된다고 생각하면서 일하진 않습니다. - P71

승수 : 대놓고 말할게요. 파벌 싸움 하세요.
어른 싸움을 어떻게 말립니까. 그것도 패싸움을그런데 성적으로 하세요.
정치 잘하는데 야구 못하면 제일 쪽팔린 거 아닙니까.
선수 때는 좀 하셨다면서요. - P85

세영 : 단장님한테 들은 얘기가 하나도 없으니까요.
승수 : 정해진 게 하나도 없으니까요. 진행 중인 상황도 공유가 어려우신가요. 저를 못 믿으세요?
승수 : 믿음으로 일하는 거 아닙니다. 각자 일을 잘하자는 겁니다. - P124

승수 : 영구 결번은 그런 선수가 되는 겁니다. 야구도 잘하고 동료들에게 존경도 받는 선수. 물론 임동규 선수가 트레이드될 걸 알면서도 팀을 위해서 장비를 기증하고 회식비를 내는 모습만큼은 아름다웠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 구단은 우리 사이 안 좋은 것도 안들켰죠 끝까지 아주 자알 해줬습니다. 임동규 선수 덕분에 국가대표 선발이 우리 팀에 오게 되네요.

임동규 : (눈에 핏발선 채 다가가며) 강두기가 왜.. 아니야. 너 11 년간 야구 한게 이걸로 끝인 줄 알어? 너 같은 놈 쫓아내는 게 뭐 어려운일인 것 같냐? 넌 이제 진짜 여기에서 밤길도 함부로 못 걸어다...
승수 : (끊으며) 야.. (서늘하게) 임동규.
임동규 : (조금 주춤하며) 뭐가... 이 새끼야... - P139

경민 : 너무 많이 이겼다.
승수 : ...
경민 : 그쵸? 내가 단장님 왜 뽑았게요?
...
경민 : 말했잖아요 이력이 너무 특이해서 뽑았다고 우승? 해체, 우승? 해체 우승?
그리고 또... 해, 체.

경민, 옆 의자에 놓여있던 다른 커피를 승수에게 건네며.

경민 : 단장님, 이력대로만 해주세요. 많이 안 바랍니다.
승수 : (피식 웃고) ... 네, 알겠습니다.

같이 커피를 동시에 한모금씩 마시는 경민과 승수 - P143

고세혁 : (계속 나무 보며) 아니, 매화만, 얘들은 제일 먼저 꽃을 피우려고 추울 때 열심히 준비를 하는데 그게 나는 꼭 우리 같더라고. 야구하는 사람들... 겨울이 더 바쁘잖아.
- P149

강두기 : 아무리 잘 던져도 1년에 한 여섯 번은 욕먹습니다. 오늘 왜 저러냐고, 근데 올해는 딱 네 번까지만 듣겠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어깨 통증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내년 시즌... 큰 그림 그리셔도 됩니다.

승수 : (아주 옅은 웃음 지을 뻔하고) 음...

강두기 : 가보겠습니다.

강두기, 꾸벅 인사하고 단장실 나가려는데.

승수 : 그래도 강두긴데...
강두기 : (돌아보면)
승수 : 네 번 말고 세 번이요.

강두기, 끄덕이고 단장실 나간다. - P153

승수 : 단장 백승수입니다. 그동안 성적이 안 좋았다고 여러분이 해온일들을 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싸늘해지거나 당황스러운 각각의 표정들.

승수 : 변화는 필요합니다. 임동규 선수 대신에 강두기 선수가 왔습니다.
조금이라도 팀에 도움이 되는 일이면 저는 할 겁니다. 조금이라도 팀에 해가 된다면 도려내겠습니다. 해오던 것들을 하면서... 안했던 것들을 할 겁니다. 잘부탁드립니다. - P157

승수 : 팀장님은 고세혁 팀장님을 믿습니까?
세영 : 네, 믿어요. 오래 봐온 분이에요.
승수 : 확인도 없이 정에 이끌려서 그럴 사람 아니야. 그게 믿는 겁니까. 그건 흐리멍덩하게 방관하는 겁니다.
세영 : 확인하는 순간 의심하는 거죠. 확실하지 않은 근거들보다 제가봐온 시간을 더 믿는 거예요. - P175

재희 : 남의 시선을 잘 의식 안 하시나봐요.
승수: 무슨 말이에요.
재희 : 사람들이 야구를 책으로 배운다고 비웃고 그러기도 해요.
승수 : 그렇게 비웃는 게 무서워서 책으로도 안 배우면 누가 저한테알려줍니까. 그런 사람들이 알려줄 때까지 기다릴까요. 1년 뒤에도 야구 잘 모르는 게 창피한 거 아닙니까.
- P191

승수 : 근데 왜 낙하산이라고 본인 입으로 그러고 다닙니까. 진송가구회장 손자라서?
재희 : 저희 집 얘기 들으면 사람들이 취미로 일하는 거 아니냐고, 근데제대로 일 해보는 게 처음이라서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을 못하겠어요.
승수 : 취미로 하는 건 아닐 겁니다. 취미로 하는 사람이... 회사에 제일 오래 머무르진 않겠죠.
재희 : 어떻게 아세요?
승수 : 야근만 하고 왜 야근 수당 신청 안 합니까. 돈 많아도 자기 권리는 챙기세요. - P192

고세혁 : 빙빙 돌리지 마시고. 하고 싶은 말이 뭔데요?
승수 : 최소 무능.

놀라는 사람들 표정.

승수 : 가능성 높은 건 무책임한 직무유기.
고세혁 : (억지웃음)
승수 : 최악의 경우 아직 전례 없는 프로팀 스카우트 비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 P221

이창권 : ... 그래서 지금 소 잃고 외양간 고치자고요?
승수: 고쳐야죠 소 한 번 잃었는데 왜 안 고칩니까 안 고치는 놈은 다시는 소 못 키웁니다.
이창권 : (아직 망설여지고)
승수 : 이창권 씨는 야구 하는 동생 있잖아요.
이창권 : (!!)
승수 : 동생한테도 물려줄 겁니까? 어떻게 하면 제구력이 좋아질까. 어떻게 하면 타구가 멀리 뻗어 나갈까. 그런 고민이 아니라 그런 인간을 또 만나서 돈을 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런 고민을 계속하게 할 겁니까.
(흔들리면) - P227

경민 : 기억나요? 알아들은 거 아니었어?
승수 : 네
경민 : 근데 왜 자꾸 사과나무를 심어!! 내일 없어질 지구에다가. 어?
승수 : (피식)
경민 : 웃어?
승수 : 이력대로만 하라면서요.
경민 : 그래, 해체.
승수 : 그냥 해체시키는 건 제 이력대로 하는 게 아닙니다. - P232

경민 : 그래서 진짜 우승을 한다고? 잘 던지는 투수 하나 데려오고 스카웃팀장 바꾼 걸로?
승수 : 그래서 이제 엄청 바쁠 건데요. - P233

세영 : 자기만의 타격 이론도 가지고 있고,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은 다자기 편으로 만드는 친화력도 있습니다. 최소한 타자를 보는 안목에서는 아직도 인정받는 편이구요... 그리고 이제 물러나야 되는 분이구요.
승수 : 누가 그러더라구요. 사람은 한 가지 면만 있는 사람 없다고 두 가지면을 다 보라고, 팀장님이 한 것처럼요.
세영 : 저 칭찬해주시는 건가요?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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