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빛으로 글을 쓴다. 무엇인가 일어나기를 기다리거나 찾지 않고보기만 한다. 나는 기록하지 않는다. 해석할 따름이다. - P10
사람이 살면서 어떻게 계속 꽃길만 걷나 나 역시 모든 것이 원하는 대로 술술 풀렸다면 백수가 되어 평일의 전시회장을 날마다 착지는 않았을 것 이었다 - P12
제 역할을 잃어버린 동아리방은 혼자 밥을 먹거나 허름한 소파에서 낮잠을 자기에 너무 제격인 공간이었으니까. 텅 빈 동아리방에 앉아 홀로 짬뽕을 시켜 먹고 있으면 누군가가 말없이 들어와 돌솥비빔밥을 시키고,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각자의 속도로, 대화를 나눠야 한다거나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 없이 자기 몫의 음식을 먹을 수가 있었는데, 양치식물처럼 고요히 모여 앉아 있을 수 있는 그 공간이, 각종 아르바이트와 조별과제로 지쳐 있던 나에게는 무척 애틋했다. - P14
서울에선 모든 게 너무 소란하잖아, 빛조차도 시끄러워, 라고 말을 했던가? - P15
"지난 일 년 동안 네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변화가 생겼35을 거라는 걸 이모도 안다. 많이 힘들었을 거라는 것도. 이모가 말하는 변화라는 게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등교한 언니가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가스 폭발 사고로 갑자기 사라져버린 일을가리키는지, 언니를 잃은 고통으로 엄마 아빠의 사이가 멀어져버린 일을 가리키는지, 아니면 사람들이 우리 가족을 대하는 방식이바뀌어버린 일을 가리키는지 궁금했지만 묻지는 않았다. 아니면그 모든 것에 대해서였을까?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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