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을 해결하기 위해 컴퓨터로 ‘잠 잘 오는 법‘을 검색했다.
나는 내용에 더 집중하기 위해 커피를 한잔 내려 먹었다.
이제 잠 잘 오는 법은 배웠지만 커피 때문에 잠은 더 안 온다.
젠장. - P72

 그나저나 엄마는 어디에 계신 걸까? 땅속에 누워 계신 걸까, 흔히들 죽은사람이 간다는 하늘에 계신 걸까? 아니면 우주의 모든곳에 계신 걸지도 모르겠다. 진부하지만 별이 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눈에 보여야 마음을달릴 수 있을 것 같다. - P75

엄마는 그해 겨울, 나를 어떻게 보셨을까? 땅에서든, 하늘에서든 혹은 우주에서든. 당신을 잃은 슬픔보다 연인이 떠난 상실감에 슬퍼하는 내 모습을 보며 서운해하셨을까, 아니면 오히려 흐뭇해했을까. 어쩌면죽은 엄마와 떠나간 그녀는 내게 별반 차이가 없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마음인지 이젠 들을 수가 없으니까. 앞으로 살아가면서 가슴속엔 또 다른 상실감의 구멍이 크고 작게 생길 것이다. 겨울이 되면 내 가슴속 구멍 사이로 찬바람이 스쳐 지나갈 테지. 그때마다엄마와, 그녀와, 과거의 내가 아련하게 떠오를 것이다. - P77

짝사랑의 물리학
그녀에게 차였다고 절망하지 마라.
그녀가 날 차는 순간, 나도 똑같이 그녀를 찬 것이다.
작용 반작용의 법칙에 따라 똑같은 크기의 힘이반대 방향으로 전해지니까.
결국, 물리학적으로 그녀는 나에게 차였다.
아아, 불쌍한 그녀.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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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뒤 그 남자가 담배를 끊고 전화했다고 치자. 그래도 당연히 "No"다. 남자는 친구들과 술을 한잔하며 푸념을 늘어놓을 것이다. 도무지 이해 안 되는 게 여자라고, 그럴 수밖에. 그녀도 자신을 모른다.
저명한 사회심리학자 팀 윌슨(Tim Wilson)은 그래서 우리는 자신에게도 ‘이방인‘ 같은 낯선 존재라고 했다(Wilson,
2002).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정말 모르는게 자기 자신이라는 것이다. 멍청해서가 아니고, 우리의많은 선택과 결정은 의식을 거치지 않고 진행되기 때문이다. 의식은 용량이 아주 한정된 값비싼 자원이다.  - P28

왜 생각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행복해지기 어려운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다. 행복은 사람 안에서 만들어지는 복잡한 경험이고, 생각은 그의 특성 중 아주 작은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뜻대로 쉽게 바뀌지도 않지만, 변한다고 해도 그것은 여전히 전체의 작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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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공포에도 엄마는 항상 나를 걱정했다. 농담(코미디)으로 인해 나는 살아 있음을 느꼈지만, 엄마는 죽어가고 있었다. 농담은 모순적인 데서 온다는데 내 삶이 딱 그러했다. 농담처럼 나는모순적이었다. 슬픈데 웃겼고, 웃긴데 슬펐다. - P28

이렇게 엄마의 죽음을 글로 쓰는 일에도 모종의 죄책감을 느낀다. 죄책감은 언제까지 갈까. 조금씩 옅어지겠지만, 이 정도 추세라면 마흔다섯 살 정도에는 어떨까. 내가 방송작가로 일하는 모습을 엄마가 보셨으면 좋았을 텐데, 농담으로 먹고 살 수 있다는 걸 보셨으면 참 좋았을텐데. - P41

어릴 적의 내가 너무 일찍 울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일종의 시간 여행을 한 것이 아니었을까. 어린 과거의 내가 다 큰 나 대신 미리 울어준 것이다. 시간 여행을 할수만 있다면 이유 없이 울고 있는 아이에게 말해주고싶다. 그렇게 미리 울 필요는 없다고. 그냥, 엄마가 해준 핫케이크랑 딸기셰이크나 맛있게 실컷 먹으라고.
그게 남는 거라고. - P46

숨을 쉬었다. 그곳에서 나는 코미디 속에서나 존재해야 할 어설픈 사람이었다. 그저 농담거리에 어울릴 만한 모자란 사람.
그러나 아르바이트가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학력은 고졸에 성격은 극히 소심하고 할 줄 아는 건 없었다. 파주에서 난 궁지에 몰렸다. 현실이 싫었고, 농담이 좋았다. 농담이 있는 컴퓨터 앞에 점점 더 매몰됐다. 히키코모리란 말에 딱 어울리는 사람었다.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동안 아무와도 마주치지 않기를 바랐다. 사람들이 두려웠다. 웃음거리가 될 것만 같았다. - P49

난 죄책감에 짓눌려 살아가는 벌을 받고 있다. 그 때 엄마는 방안에서 뭘하고 계셨을까? 아들이 긴 방황 끝에 자신의 방에 들어오기를, 거친 숨을 내뱉으며 기다리고 있진 않았을까? 죄책감을 떠올리면 김정일이 함께 떠오른다. 난 간첩도 아닌데 이거 뭐지. - P52

인생이 가장 위험할 때는일이 힘들 때가 아니라 뭘 해야 하는지 모를 때였다.
내 영혼은 죽어 있었고, 엄마는 방에서 1초마다 죽음쪽에 가까워졌겠지.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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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또한 도덕을 떠안아야 할 부담으로 만들어버린다. 물론 여기에는 뭔가 의미심장한 것이 깃들어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지난수세기 동안 많은 위대한 철학자들이 도덕 사상의 틀로 삼지 않았을것이다. 도덕은 하나의 부담이 될 수 있다. 내가 그렇게 행동하고 싶지 않을 때도 그렇게 해야 할 도덕적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 행동을강요당하는 것이다. 다른 상황에서도 나는 하기 싫은 행위를 정확히하도록 요구당할 수 있다.  - P82

 "자존감의가장 단단한 기반은 윤리적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하여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하는 삶이다."여기에서 내가 주목하고자 하는 한 가지 핵심 아이디어는 도덕적행동은 죄책감이나 부채의식 등 부정적인 감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헌신과 기여라는 긍정적인 감정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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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다른 도덕을 궁리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완화된 결과론, 완화된 의무론, 완화된 덕 윤리 같은 것을 채택하자는 것이다. 완전히 다른 도덕적 관점을 개발하는 것보다 기존의도덕 이론을 비추는 조명을 약간 흐릿하게 하여 그것들 중 하나를선택하면 난국을 헤쳐나가는 요령이 되지 않을까? - P40

언제나 최선의 결과를 산출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충분히좋은 결과, 현재의 일상생활 속의 선택보다는 더 좋은 결과를 유도하는 쪽으로 우리의 도덕적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다. - P41

다르게 말해보자면, 우리 모두는 도덕적 실패자이지만 그래도 우리들 중 일부는 남들에 비해 아주노골적인 실패자가 되는 것은 모면할 수 있다. - P45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가 생각하는새로운 도덕의 틀은 어떤 것이어야 하느냐 하는 질문이 나오게 된다.
이에 대한 나의 제안은 이런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도덕의 틀을구축할 수 있다. 그 틀은 먼저 다른 사람들도 살아가야 할 삶이 있다는 인식에서 시작한다.  - P55

또 명확함, 엄격함, 유익함 등에서 내가 제시하는 도덕의 틀보다 훨씬 우수한 다른 틀이 있을 수 있고 틀림없이있을 것이다. 그러니 시작의 말로서, 대화에 대한 초대로서 혹은 사색거리로서, 이것을 한번 생각해보라. 우리 모두 혹은 거의 모두는품위 있는 삶을 살고 싶어 한다. 나의 희망은 그런 삶을 살려는 노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내 능력 범위 내에서 보여주려는 것이다. - P58

우리는 실제로 남을 배려하는 삶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하지만 그런 배려가 얼마나 자주 우리 앞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가?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볼 때, 무엇보다도 바로 그런 순간에, 그들의 온전한 삶이 우리 앞에현전하는 것이다. - P66

당신은 내가 위에서 말한 것(자선 후원을 호소하는 광고가 왜 주로 어린아이들의 얼굴을 등장시키는지)의 의미를 즉각 알아차릴 것이다. 비록 경험적 증거는 갖고 있지 않으나, 나는 이렇게 얼굴을 등장시킨광고가 어떤 특정 질병이나 기아로 고통 받는 사람이 몇 명이라고 말하는 광고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확신한다.
우리 주위 사람들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면 그들 또한 살아가야할 삶이 있다는 사실을 아주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바로 이것이 내가 여기에서 구축하려고 하는 도덕의 틀을 뒷받침하는 아이디어다. - P71

다른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고, 그 표정을 마주하고, 또 인식하는것은 그 사람의 삶을 우리 앞에 가져다 놓는 것이다. 그것은 여러 상황들에서 우리가 다른 행동을 하도록 인도할 것이다. 나를 기다리게한 어떤 사람에게 화가 나다가도 막상 그가 도착하여 얼굴을 바라보면 화가 누그러진다. 그의 미안해하는 마음, 나를 만나서 즐거워하는마음, 혹은 나를 보고 싶어 했던 표정 등이 얼굴에 나타나는 걸 보면서 자연스럽게 화가 가라앉는 것이다. 출근 시간대의 복잡한 지하철 - P72

가령 어떤 사람이 자선냄비에다 동전을 넣거나,
커피 카운터에 팁을 놓거나, 남을 위해 문을 열어준다면 그것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은 자기 차례가 되면 그 행동을 따라 하려는 경향이있다.   - P75

과거에 나는 한 대학 캠퍼스에서 회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나는 창문 밖으로 두 학생이 전단지를 나누어주는 광경을 목격했다. 어떤 사람이 전단지를 받으면 그 뒤에 오는 사람도 전단지를 받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앞선 사람이 전단지를 받지 않고 지나가면그 뒤의 사람도 역시 그렇게 했다. 물론 이것이 보편적으로 맞는 이야기는 아니다. 보편적으로 맞는 이야기는 모든 사람이 그 전단지를받거나 아니면 거부하거나 둘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이 전단지를 받거나 혹은 거부하면 그 뒤에 따라오는 사람도 똑같이 따라 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우리의 공적 행동이 모델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어떤 행위에 승인을 하느냐 마느냐에 따라서 뒤의 사람이따라 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결정되는 것이다. - P75

제임스가 볼 때 개자식과 사이코패스의 차이점은 이런 것이다. 사이코패스는 도덕적 감정이 전혀 없는 반면에 개자식은 자신의 도덕적 권리를 아주 민감하게 의식한다. 또 제임스의 견해와 우리의 관심사가 교차하는 부분은 이런 것이다. 개자식이 사람들을 돌아버리게 만드는 것은 "그가 아주 기본적이면서도 도덕적으로 중요한 방식으로 남들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개자식은 오로지 자신의 생활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남들의 존재, 생활, 계획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는 자신을 우주의중심이라 생각해서 상식적 예의를 제공하거나 인정해야 할 필요를전혀 느끼지 못한다. - P79

내가 개발하려고 하는 예의(상식적 예의 뿐만 아니라 더 넓은 의미의 예의)는 이 세상을 가능한 한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또인류를 위해 최선의 삶을 살려고 애쓰는 것이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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