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공포에도 엄마는 항상 나를 걱정했다. 농담(코미디)으로 인해 나는 살아 있음을 느꼈지만, 엄마는 죽어가고 있었다. 농담은 모순적인 데서 온다는데 내 삶이 딱 그러했다. 농담처럼 나는모순적이었다. 슬픈데 웃겼고, 웃긴데 슬펐다. - P28

이렇게 엄마의 죽음을 글로 쓰는 일에도 모종의 죄책감을 느낀다. 죄책감은 언제까지 갈까. 조금씩 옅어지겠지만, 이 정도 추세라면 마흔다섯 살 정도에는 어떨까. 내가 방송작가로 일하는 모습을 엄마가 보셨으면 좋았을 텐데, 농담으로 먹고 살 수 있다는 걸 보셨으면 참 좋았을텐데. - P41

어릴 적의 내가 너무 일찍 울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일종의 시간 여행을 한 것이 아니었을까. 어린 과거의 내가 다 큰 나 대신 미리 울어준 것이다. 시간 여행을 할수만 있다면 이유 없이 울고 있는 아이에게 말해주고싶다. 그렇게 미리 울 필요는 없다고. 그냥, 엄마가 해준 핫케이크랑 딸기셰이크나 맛있게 실컷 먹으라고.
그게 남는 거라고. - P46

숨을 쉬었다. 그곳에서 나는 코미디 속에서나 존재해야 할 어설픈 사람이었다. 그저 농담거리에 어울릴 만한 모자란 사람.
그러나 아르바이트가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학력은 고졸에 성격은 극히 소심하고 할 줄 아는 건 없었다. 파주에서 난 궁지에 몰렸다. 현실이 싫었고, 농담이 좋았다. 농담이 있는 컴퓨터 앞에 점점 더 매몰됐다. 히키코모리란 말에 딱 어울리는 사람었다.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동안 아무와도 마주치지 않기를 바랐다. 사람들이 두려웠다. 웃음거리가 될 것만 같았다. - P49

난 죄책감에 짓눌려 살아가는 벌을 받고 있다. 그 때 엄마는 방안에서 뭘하고 계셨을까? 아들이 긴 방황 끝에 자신의 방에 들어오기를, 거친 숨을 내뱉으며 기다리고 있진 않았을까? 죄책감을 떠올리면 김정일이 함께 떠오른다. 난 간첩도 아닌데 이거 뭐지. - P52

인생이 가장 위험할 때는일이 힘들 때가 아니라 뭘 해야 하는지 모를 때였다.
내 영혼은 죽어 있었고, 엄마는 방에서 1초마다 죽음쪽에 가까워졌겠지.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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