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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평점 :
아니 뭐 이렇게 우울하고 음산한 소설이 있나.
내용도 잘 알지 못하고 첫장을 펼쳤지만,
인쇄된 글자를 보기도 전에,
마을 지도만으로도 엄습하는 으스스함이 있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도 긴장감을 늦출수 없는 소설이었는데,
이렇게 '무섭다'고 느껴지진 않았었다
생생하고 공포스럽기까지 한 분위기는
아마 이 책이 번역서가 아닌 애초부터 우리말로 씌여졌기 때문일 수도 있고,
작가의 뛰어난 필력때문이기도 하겠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범인이 누굴까에 끝까지 집중하게 했다면,
'7년의 밤'은 애초부터 범인이 누군지는 중요치 않았다.
가해자보다는 피해자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지는 소설이었다.
살인범 '현수'와 그의 아들 '서원'
그들의 인생이 꼬이고 무너지는 그 순간순간의 심리변화와 행동들에더 집중되고,
내내 아주 가까이서 이들과 함께 이 일들을 겪어낸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서원이의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그 무덤덤함은
내내 마음을 무겁게 했고, 나도 마치 서원이같은 감정을 겪었다.
울분이 드는것도 아니고, 원망과 억울함에 목놓아 울고 싶지도 않았다.
범인이 밝혀져도 전혀 기쁘지도 시원하지도 않았다.
그냥 내맘도 참 힘들고 마지막장을 덮고서도 가시지 않는 어두운 무거움이 있었다.
읽고 나서도 지워지지 않는 먹먹함.....가슴이 답답하다
그 후 서원이는 어떻게 살았을까.

p521
나도 '그러나'를 피해갈수 없는 인간이고,
최악의 패를 잡아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찌질한 인간일뿐이니..
누구에게 울분을 토할 것이며, 누구를 원망할 것인지.
가슴을 아리는 고통을 그냥 무덤덤히 받아들이고,
또 묵묵히 살아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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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들이,...(중략),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해 '예스'라고 대답할 수 있기를...p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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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기도해야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