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뒷세이아, 어떻게 읽을 것인가 - 위대한 영웅의 여정에서 내 인생의 길을 찾다
김태진 지음 / 민음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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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민음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최근 영화 〈오디세이〉의 열광이 심상치 않다.

어렸을 때부터 접해온

그리스 신화의 흥미진진한 스토리는

이미 내용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있는데,

왜 우리는 3000년도 넘은 과거의 이야기에

이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10년간의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고향인 이타케로 돌아가는 오뒷세우스는

자신의 여정이 이렇게 길어질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전쟁을 벌였던 10년이라는 시간만큼을 들여서야

비로소 도착할 수 있었던 귀환의 모험 속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지

단순히 벌어진 모험을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이 왜 벌어지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추적하며 신화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책을 통해

영화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신화를 읽는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아트 인문학이라는 용어를 탄생시킨 작가이며,

서양미술을 공부하다 그리스 신화의 매력에 빠져

10여 년째 신화를 강의하고 있는 김태진 작가의

〈오뒷세이아, 어떻게 읽을 것인가〉이다.


'역사가 가장 큰 스포'라는 말처럼

오래도록 전해져 내려오는 신화나 역사적 사건들은

결말이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이야기들에 열광하며

몇 번이고 반복해 읽고, 영상화로 즐기기도 하며

그 이야기 속에 빠져들곤 한다.


대체 왜? 이렇게 오래전 이야기를 읽게 되는 걸까?

작가는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전쟁 이후 고향을 돌아가는 오뒷세우스의 모험은

어쩌면 지극히 '남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 이야기에 빠지는 것은

오뒷세우스의 모험 속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내 인생의 길을 찾고 싶기 때문은 아닐까?


작가는 AI 시대 여전히 사랑받는

3000년 전 고전인 오뒷세이아를 통해서

자신을 증명해야 했던 영웅들의 이야기를 따라

흔들리는 시대에 진짜 나로 사는 법을 들려준다.


우리는 흥미진진한 신화 속 에피소드를

제대로 이해함은 물론,

이를 통해 '나 자신을 찾는' 열쇠 역시 얻을 수 있다.


이야기를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감동은 달라진다.

이 책은 오뒷세이아에 담긴

오뒷세우스의 모험을 시간 순으로 살펴보며

각 에피소드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을 추적하며

왜 그런 상황과 선택이 벌어졌는지를 살펴본다.


오뒷세이아의 줄거리와 모험담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을뿐더러

본문의 내용을 담고 있는 명화를 통해

명화 속에 담긴 신화의 이야기를

좀 더 생동감 있게 느낄 수도 있다.

또한 신화 속에서 오뒷세우스가 겪는 에프소드를

인문학의 언어로 풀어보며

다양한 인문학 작품들과 겹쳐 보며

신화를 바라보는 색다른 시각을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그리고 원전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포함되어

'오뒷세이아'라는 작품을 그냥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제대로 재미와 깊이를 느낄 수 있는

기회로 다가온다.


한 나라를 이끄는 왕이기에 앞서

한 아이의 아버지로, 한 여자의 남편이기도 했던

오뒷세우스는 피할 수 없었던

전쟁의 '부름'을 통해 영웅으로서의 출발을 알린다.

용맹하게 전쟁터로 나갔을 것 같았던

오뒷세우스의 출발 장면에 숨겨져 있던

인간적인 면모는 지극히 현실적이었고

전쟁의 승리 이후 고향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마주하게 된 '방랑'이라는 부름은

지독한 인생이라는 굴레의 무게감 또한 느끼게 해준다.


10년간의 모험 동안 마주하게 된

수많은 선택의 순간 앞에서

오뒷세우스의 선택은 그와 부하들의 시간을

끝도 없이 집어삼킨다.

후회한다 해도 돌이킬 수 없고,

선택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지면서

인생이라는 항로를 스스로 개척해 나갈 수밖에 없는

인간으로서의 운명은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런 오뒷세우스의 모험과 선택, 방황 앞에서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는 길을 배우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3000년 전의 이야기를

그토록 매혹적으로 느끼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부름으로 시작된 오뒷세우스의 항해는

결국 '나 자신'을 찾는 길로 이어진다.

자신을 잃지 않고, 명확한 길을 따라가며

비로소 도달하게 된 그 여정의 끝은

인생이라는 길이 그려내는 '본질'에 가 닿는다.


오뒷세우스의 귀환을 응원하고

그의 모험을 함께하며

우리 역시 자기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 책을 '오뒷세이아'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가이드의 측면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펼쳐서 읽다 보니

'왜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지,

왜 사람들이 이토록 오래된 고전에 열광하는지,

우리가 이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으로 다가왔다.


흥미진진한 신화를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음은 물론 신화를 통해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지녀야 할

'인간적인 본질'에 대해서 스스로의 생각을 확립하며

이야기의 힘을 가득히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신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가 샘솟는다.

결국 인문학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깊이는

이런 데에서 시작되는 게겠지?


인생의 방향을 찾고 있는 모두에게,

오뒷세우스의 모험을 들여다보기를 바라며

읽기를 추천하는

〈오뒷세이아, 어떻게 읽을 것인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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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신술 클럽
김지윤 지음 / 오리지널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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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밀리의 서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우리는 일상의 여러 문제 앞에서

몸과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어떤 상처는 가볍게 지나가기도 하지만,

어떤 상처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순식간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을 선사해

외면해야만 겨우 버틸 수 있을 것 같은

파괴력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조차

어떻게 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가르치는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관훈이 '도망'인 태권도장에서

6개월 과정의 호신술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운동에는 소질도 없고 체력도 없고

무엇보다 상처와 마주할 수 없었던 인물들은

이곳에서 과연 자신과 마주하고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까?


연남동의 작은 빨래방에 놓은 '일기장'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힘이 되어주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의 마음을 위로해 준

김지윤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이번에는 태권도장으로 장소를 옮겼다.

당당히 '도망'이 관훈이라고 말하는 정도 태권도장!


정도 태권도장에서 운영하는

호신술 클럽 모집공고는 다음과 같다.


"나를 지키고 싶은 사람

더 나아가 마음까지도 지키고 싶은 사람

호신술 한 가지쯤은 갖고 싶은 사람

주먹을 어떻게 쥐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

발차기는 어디에 힘을 실어야 하는지 알고 싶은 사람

한 번쯤은 세상에 기합을 넣고 싶은 사람

제대로 바닥을 쳤다면 법 치고 다시 일어나고 싶은 사람

오고는 싶은데 용기가 안 나는 사람"


이런 상처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지만

막상 상처 앞에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도 태권도는 그런 용기를 가지고 나선 이들에게

상처와 마주하고 몸과 마음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자 한다.


호신술 클럽을 찾은 1기생들은

저마나 나이, 성별, 직업도 다르다.

은퇴후 몸도 마음도 바닥을 치고 힘들어하는 가장 원상,

기댈 곳 하나 없는 취업준비생 다정,

횡포와 강압적인 관계 아래 도망친 아이돌 연습생 은성,

범죄자 제압을 못하는 여경으로 찍혀버린 해진 등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사연과 상처를 가슴에 담은 채

호신술 클럽을 통해 상처로부터의 자유를 꿈꾸고 있다.


이들을 가르치는 정도는 국가대표 출신의 태권도 선수로

무엇 하나 두려울 것이 없어 보이지만,

그에게도 남들에게는 말하지 못할 상처가 있다.


바로 어렸을 때 동생을 잃게 한 죄책감.

분명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나 때문에'라는 죄책감은 이만큼 덩치가 커진 지금도

그를 옴짝달싹 못하게 한다.


그들은 정도의 지도 아래

호신술에 대해 차분히 배워간다.

'공격'을 통해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어'와 '도망'이 바로 그 핵심!

누군가는 '도망'이라는 관훈에서

'나를 지킨다'는 호신술이 관계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때로는 도망이라는 것이

꼭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음을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우리는 느낄 수 있다.


실패라는 것이 두려워서,

더 이상 상처받기가 싫어서

외면하고 피했던 주인공들은

몸과 마음의 근육을 키우며

자신의 상처와 제대로 마주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함께'라는 가장 큰 힘을 다함께 만들어간다.


나 역시 문제상황 앞에서

들여다보면 더 아플 것 같아서

외면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덮어놓고 있는다고 해결되지 않고

상처는 아프더라도 열어서 살펴보고

제대로 치료해야 오히려 더 튼튼해질 수 있다.


사람들은 마음의 상처 앞에서

유난히 감추고 외면하기에 급급하다.

타인에게는 관대하고 자신에게는 모질었다면,

덮어놓고 외면한 상처가 있다면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단련해 보면 어떨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상처와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던 시간,

〈호신술 클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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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나선 ㅣ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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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북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한국인이 제일 좋아하는 일본 장르소설 작가

오늘의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하면 떠오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별세 소식은 그의 작품만큼이나 쇼킹하게 다가왔다.


투병으로 인해 세상을 떠난 그이지만,

수많은 작품 속에서 너무나 생생하게 곁에 있었고

또 앞으로도 우리와 만날 작품들이 있기에

아직은 세상을 떠난 그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별세 소식이 전해진 것은

그의 작품 중 많은 이들이 손에 꼽는

갈릴레오 시리즈 중

국내에 가장 근간으로 나온 〈투명한 나선〉이

출간 소식을 알린지 얼마 안 된 때였다.


마침 '갈릴레오 시리즈의 전환점'이라 꼽는

이 작품이 그의 별세 소식을 알리는 소식과 더불어

국내에 선보이게 되니,

작품을 읽는 마음이 여느 때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소설은 지바현 바다에 떠오른

남성의 시신으로부터 시작된다.

단순히 익사가 아닌

총상을 입은 시신이라는 점에서

살인사건으로 전환이 되고,

사망자의 신원을 비롯해 범인을 찾기 위한

수사가 시작된다.


사건을 맡은 구사나기와 우쓰미는

수사 과정에서 유카와의 이름을 발견한다.

물론 사건의 직접적인 연관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사망자의 동거녀와 함께 종적을 감춘 것으로 추측되는

동화 작가와 함께 일을 진행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교수인 물리학자와

나이가 지긋한 동화책 작가의 연결고리라니,

유카와를 찾아가 협조를 요청하지만

그는 다른 방식의 협력을 약속하며

여느 때와 다르게 단번에 거절을 한다.


전혀 다른 사건인 것 같은

바다의 시신과 유카와와 함께 일한

동화 작가와의 일은 도대체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

그리고 한 번도 드러나지 않았던

유카와가 숨겨온 비밀은 무엇일까?


갈릴레오 팬이라면 분명 놀랄 것이고,

히가시노 팬이라면 더욱 놀랄 것입니다.

라고 작가 스스로도 말한 이 작품은

기존에 갈릴레오 시리즈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친숙한 주인공의 이야기로 파고들어간다.


주인공들이 마주한 '바다에서 발견된 사망자'

사건과 별개로, 아니 그와 함께

알 수 없는 비밀을 품은 채 사건에 다가가는

유카와의 이야기는

독자들로 하여금 무한한 상상을 키워나가게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읽을 때면

물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사건을 수사해 나가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이 사람이 범인이구나!'라는 생각을

몇 번이고 고쳐먹게 만든다.


그리고 이윽고 소설의 끝에 가서 진실에 다다르고 나면

다시 책의 처음으로 돌아가,

사건의 실마리가 되었던

작가가 뿌려놓은 촘촘한 떡밥들을

다시 회수하게 하고 말이다.


이번 〈투명한 나선〉은 사건의 진실 또한

기존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처럼

예측을 벗어나는 진행으로 기대감을

충분히 채워주면서도,

여기에 사건과 유카와의 연결고리를 맞물리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더욱 궁금증을 가지게 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추측을 하게 한다.


갈릴레오 시리즈의 전환점이라 하는

소개가 비로소 이야기를 덮고 나니 공감이 되었다.


어떤 이야기든 납득하게 만들어 버리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마법은 이번에도 통했다.

그가 짜놓은 이 엄청난 세계관 속에서

그동안 꽁꽁 숨겨져 있던

유카와의 비밀까지 엮어내는

그의 솜씨에 다시 한번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은 국내에 발표되지 않은

갈릴레오 시리즈의 다른 작품이

더욱 기대가 되는 것은

〈투명한 나선〉이후의 구사나기와

유카와의 모습을 확인하고 싶은

독자로서의 욕망이기도 하다.


세상을 떠난 히가시노 게이고의

편안한 영면을 바라며

작품을 통해서 그와의 만남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갈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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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숲 - 제19회 중앙공론문예상 수상작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이소담 옮김 / 북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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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북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살아서 나올 수 없다고

알려진 울창한 숲에서 다섯 살 아이가 행방불명되었다.


GPS도 터지지 않은 외진 장소,

더욱이 자폐를 가지고 있어

평범한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쉽지 않아서

닷새가 넘어가자 아이가 살아있다고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아이는 기적적으로 살아돌아왔다.

다치지도 않고, 굶지도 않았으며

약간의 찰과상 외에는 건강한 상태 그대로였다.

혼자 어떻게 지냈냐는 질문에

아이는 "곰 아저씨를 만났다"라며 동일한 답을 한다.


숲에서 돌아온 이후 알 수 없는 말과 노래를 부르고,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깨는 아이를 지켜보는

가족의 입장은 타들어가는 듯했다.

풀리지 않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삼촌이 다시 그 숲으로 향했다.

그리고 아이의 시선에서 숲을 돌아보며

지난 일주일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뉴스와 매체를 통해 소개되어 떠들썩했던

아이의 행방불명 소식이었는데,

아이를 일주일간 돌본 곰 아저씨는 누구일까?

그리고 아이를 발견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로 나오키상을 수상한

오기와라 히로시가 치열한 사전 조사와 고민 끝에

1년간 연재하며 완성한 작품 〈웃는 숲〉이

사람들에게 다가왔다.


비밀을 간직한 것 같은 숲이라는 공간에서

자폐를 가진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은,

막다른 공간처럼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은

현실과 문제 앞에 직면한 이들에게

반드시 마주하게 될 '희망의 빛'을 이야기한다.


소설은 실종되었던 마히토가 발견되면서 시작한다.

자폐 장애를 가지고 있어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다른

'평범하지 않은'아이라는 점은

아이를 찾기 위해 수색하는 과정 내내

사람들의 입방아에 쉽게 오르내리는 포인트가 된다.


아이를 놓친 무신경한 엄마,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 싱글맘으로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마히토와 그의 엄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확인되지 않는 사실도

개의치 않아 하며 퍼뜨리고,

쉽게 비방을 하고 단정을 짓는다.


벌어진 사건에 대한 사실보다는

가십으로 취급하고, 피해자에게 '왜 그랬냐'는

시선을 보내는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을

소설 속에서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돌아온 아이가 무사하다는 감사함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를 기다리며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느꼈던 분노,

그리고 아이를 발견한 사람이 분명히 있음에도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의문점은

마히토의 가족뿐 아니라 책을 읽는 독자들까지도

깊은 가미모리의 숲속으로 이끈다.


남자친구와의 이별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시체를 유기하려고 한 여성,

거짓으로 방송 촬영을 하고 있던 유튜버,

직장 내 왕따와 괴롭힘으로 인해 자살하려고 한 선생님,

조직의 돈을 훔쳐 달아나려고 하는 야쿠자 등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이들은

숲속에서 마히토와 마주친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자신만의 막다른 골목에서 홀로 있던 이들은

마히토를 만나고 마음과 행동의 변화를 마주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의 모습,

그 투명한 순수함 앞에서

등장인물들은 자신에게는 멀리 있을 거라 생각한

희망의 빛을 발견해낸다.


작가는 마히토라는 어린아이와

모든 비밀을 삼키고 있는 것 같은

깊은 '숲'이라는 배경을 통해

인간들이 품고 있는 겉과 다른 속의 모습을 내보이고,

과오를 제대로 마주하는 이들에게는

아무리 깊은 숲(문제)라 하더라도

빼져 나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아이 앞에서 그의 시선에 맞춰 바라보며

그를 보호해 주었던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인간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선의'를 보여주며

인간에 대한 신뢰까지도 느낄 수 있다.


분명 아이를 발견하고도 알리지 않은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잘못이지만,

아이를 보호하고자 했던 마음만큼은

따스하게 아이를 데우고 먹이며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버틸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리고 아이의 대답 속에서 반복해서 나오던

"곰 아저씨"의 반전스러운 정체까지!

믿을 수 없지만 분명 있을 법한 힐링 판타지로

다가왔던 따뜻한 시간이었다.


소설 속에서 교차되어 서술되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듯하지만,

아이를 만나고 변화한다는 사실 자체는

동일하게 펼쳐진다.

이를 바라보는 독자들로 하여금 '변화'에 공감하게 하고,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며

문제로부터 외면하지 않는 당당함을 배우며

우리는 인간으로서 품어야 할

'믿음이라는 선의'를 갖추게 된다.


따뜻한 믿음의 힘을 전해주는 책,

〈웃는 숲〉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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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츠하우스 ㅣ ANGST
강지영 지음 / 북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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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북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특정한 사물이나 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비이성적이고 극렬한 두려움.

공포에 대해서 우리가 그려 온 모습은

주로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여름'이면

더위를 가시게 하는 공포 영화, 드라마나

소설에는 그런 소재들이 왕왕 등장했다.


누군가의 한이 서려있는 장소,

구천을 떠도는 비인간의 존재.

어쩌면 '죽음'이라는 미지의 세계여서인지

삶과 죽음을 경계로 나눠진 존재의 차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공포감을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런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존재에 대한 두려움보다도

당장 먹고사는데 영향을 미치는

'현실'이 더 무섭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내 다리 내놔!" 하는 공감하지 못하는 말보다

"보증금이나 물가가 오른다"라는 말이

무엇보다 소름 끼치는 한기로 다가오는 건

오늘을 살아가는 모두가 마찬가지 아닐까?


이런 자본주의 시대에 걸맞은 '부'를 둘러싼 비밀과

그 속에 숨져진 욕망에서 비롯된

현실적인 공포를 다룬 소설을 만났다.

동서양이 만나는 오컬트 호러라는

추천으로 흥미 있게 시작했지만,

현실 공포에 더욱 한기를 느꼈던

〈프린츠하우스〉이다.


독일의 유명 건축가가 공들인

4층짜리 고급 빌라.

19세기 네오클래식 양식으로 지어진 이 빌라는

왕자나 영주를 일컫는 말인

프린츠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거기 살기 위해서는 재력은 물론

용모까지 갖추어야 하며,

공간을 지배할 수 있는 오라와

기세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이곳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던 선우는

오래 사귄 여자친구와의 이별 뒤

얼마 되지 않아 마주한 부모님의 실종사고로

떨어진 마음의 빈곤함을 채우기 위해

방 한 칸을 나눌 임차인을 구한다.


이윽고 마주한 임차인은

스물네 살의 여성인 승아.

그녀는 자신이 선우와 부모님이 살기 전

이곳 프린츠하우스에 머물렀던 원주민이라며

너무나도 익숙한 움직임으로 집안을 둘러보며

선우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한다.


마치 본인이 주인인 듯,

선우의 마음이나 그는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불쾌하면서도 알 수 없는 이끌림을 느낀다.


한 번씩 낯선 사람이 튀어나온 듯

다중인격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또 보이지 않는 결계에 묶인 듯

자신의 방과 주방만을 오가며

오래전부터 말로만 듣던

패닉룸이 있다는 서재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승아의 모습을 보며,

선우와 부모님이 이 집에 들어오기 전

승아와 그녀의 부모님에게 얽혀있는

비밀을 파헤치기로 한다.


4가구가 한 층씩 사용하고 있는 프린츠하우스에서

'아동학대' 피해자와 가해자로 나뉘며

입주민들에게 기억되어 있는 승아네 집.

그들에게는 어떤 숨겨진 비밀이 있는지,

도대체 프린츠하우스에 있다는 패닉룸은

어떤 용도로 누가 사용하고 있는지.


무당과 사제, 동서양을 넘나드는 인물들의 조화와

가장 서슬 퍼런 현실 앞에서

작가가 프린츠하우스를 통해

독자들에게 던지고자 하는

시대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흔한 오컬트 물에서 만나볼 수 있는

퇴마/구마 의식의 뻔한 전개가 아니라,

'집'이라는 공간에 얽혀있는 사람들의 욕망을

새로운 오컬트의 소재로 삼은 이 작품은

현실적인 공포가 무엇인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독자들에게

더욱 날카로운 칼날을 겨눈다.


그리고 가장 추악하고 무서운

'인간의 욕망'이라는 모습을 통해

눈으로 보이지 않는 '자본'이라는 계급 아래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는

'불티'를 묘사함으로써,

우리가 가진 내면의 추악한 악마의 모습을

수면 위로 꺼내어 보여주며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해주었다.


뻔한 악귀나 저주, 영적인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더 이상 두려움이 되지 않는 지금.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모습으로

'악'이라는 것은 다가오고 있다.


이런 현실적인 공포와 그것을 마주하고

끝내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을 바라보며,

'과연 우리가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한들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형태로든 인간이 욕망하는 형태로

우리에게 나타날 존재들 앞에서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기준을

스스로 유지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시간으로 다가왔던 심오한 소설이었다.


지금도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법한

엄청난 가격을 자랑하는 단지를 스쳐가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과

또 어쩔 때는 그곳에 머무르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보곤 한다.


모든 것을 소유한 듯 만족할 수 있을까?

아니 애초에 만족이라는 감정에 한계치란 있는 걸까?

꼭 누가 봐도 비싼 값어치의 집뿐 아니라

우리가 사는 모든 집이 각자의 '프린츠하우스'로

그곳에 있는 우리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가진 욕망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나?'라고.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집'이라는 공간을

'욕망'이라는 색다른 공포로 조명한

색다른 현실 공포의 오컬트 호러 소설!

〈프린츠하우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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