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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츠하우스 ㅣ ANGST
강지영 지음 / 북다 / 2026년 8월
평점 :

"이 글은 북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특정한 사물이나 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비이성적이고 극렬한 두려움.
공포에 대해서 우리가 그려 온 모습은
주로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여름'이면
더위를 가시게 하는 공포 영화, 드라마나
소설에는 그런 소재들이 왕왕 등장했다.
누군가의 한이 서려있는 장소,
구천을 떠도는 비인간의 존재.
어쩌면 '죽음'이라는 미지의 세계여서인지
삶과 죽음을 경계로 나눠진 존재의 차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공포감을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런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존재에 대한 두려움보다도
당장 먹고사는데 영향을 미치는
'현실'이 더 무섭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내 다리 내놔!" 하는 공감하지 못하는 말보다
"보증금이나 물가가 오른다"라는 말이
무엇보다 소름 끼치는 한기로 다가오는 건
오늘을 살아가는 모두가 마찬가지 아닐까?
이런 자본주의 시대에 걸맞은 '부'를 둘러싼 비밀과
그 속에 숨져진 욕망에서 비롯된
현실적인 공포를 다룬 소설을 만났다.
동서양이 만나는 오컬트 호러라는
추천으로 흥미 있게 시작했지만,
현실 공포에 더욱 한기를 느꼈던
〈프린츠하우스〉이다.
독일의 유명 건축가가 공들인
4층짜리 고급 빌라.
19세기 네오클래식 양식으로 지어진 이 빌라는
왕자나 영주를 일컫는 말인
프린츠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거기 살기 위해서는 재력은 물론
용모까지 갖추어야 하며,
공간을 지배할 수 있는 오라와
기세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이곳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던 선우는
오래 사귄 여자친구와의 이별 뒤
얼마 되지 않아 마주한 부모님의 실종사고로
떨어진 마음의 빈곤함을 채우기 위해
방 한 칸을 나눌 임차인을 구한다.
이윽고 마주한 임차인은
스물네 살의 여성인 승아.
그녀는 자신이 선우와 부모님이 살기 전
이곳 프린츠하우스에 머물렀던 원주민이라며
너무나도 익숙한 움직임으로 집안을 둘러보며
선우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한다.
마치 본인이 주인인 듯,
선우의 마음이나 그는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불쾌하면서도 알 수 없는 이끌림을 느낀다.
한 번씩 낯선 사람이 튀어나온 듯
다중인격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또 보이지 않는 결계에 묶인 듯
자신의 방과 주방만을 오가며
오래전부터 말로만 듣던
패닉룸이 있다는 서재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승아의 모습을 보며,
선우와 부모님이 이 집에 들어오기 전
승아와 그녀의 부모님에게 얽혀있는
비밀을 파헤치기로 한다.
4가구가 한 층씩 사용하고 있는 프린츠하우스에서
'아동학대' 피해자와 가해자로 나뉘며
입주민들에게 기억되어 있는 승아네 집.
그들에게는 어떤 숨겨진 비밀이 있는지,
도대체 프린츠하우스에 있다는 패닉룸은
어떤 용도로 누가 사용하고 있는지.
무당과 사제, 동서양을 넘나드는 인물들의 조화와
가장 서슬 퍼런 현실 앞에서
작가가 프린츠하우스를 통해
독자들에게 던지고자 하는
시대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흔한 오컬트 물에서 만나볼 수 있는
퇴마/구마 의식의 뻔한 전개가 아니라,
'집'이라는 공간에 얽혀있는 사람들의 욕망을
새로운 오컬트의 소재로 삼은 이 작품은
현실적인 공포가 무엇인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독자들에게
더욱 날카로운 칼날을 겨눈다.
그리고 가장 추악하고 무서운
'인간의 욕망'이라는 모습을 통해
눈으로 보이지 않는 '자본'이라는 계급 아래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는
'불티'를 묘사함으로써,
우리가 가진 내면의 추악한 악마의 모습을
수면 위로 꺼내어 보여주며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해주었다.
뻔한 악귀나 저주, 영적인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더 이상 두려움이 되지 않는 지금.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모습으로
'악'이라는 것은 다가오고 있다.
이런 현실적인 공포와 그것을 마주하고
끝내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을 바라보며,
'과연 우리가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한들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형태로든 인간이 욕망하는 형태로
우리에게 나타날 존재들 앞에서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기준을
스스로 유지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시간으로 다가왔던 심오한 소설이었다.
지금도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법한
엄청난 가격을 자랑하는 단지를 스쳐가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과
또 어쩔 때는 그곳에 머무르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보곤 한다.
모든 것을 소유한 듯 만족할 수 있을까?
아니 애초에 만족이라는 감정에 한계치란 있는 걸까?
꼭 누가 봐도 비싼 값어치의 집뿐 아니라
우리가 사는 모든 집이 각자의 '프린츠하우스'로
그곳에 있는 우리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가진 욕망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나?'라고.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집'이라는 공간을
'욕망'이라는 색다른 공포로 조명한
색다른 현실 공포의 오컬트 호러 소설!
〈프린츠하우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