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안 아픈 데 없지만 죽는 건 아냐 - 31년생 현역 작가의 느긋한 건강법
소노 아야코 지음, 오유리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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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년에 태어나 60년간 현역 작가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는 다양한 작품으로

잘 알려진 소노 아야코의 신작 에세이가 나왔다.

그 나이대의 모두가 그러했듯이

전쟁이나 먹고살기 어려움을 겪어 온 작가는

불우한 가정사와 선천적 고도근시로

어둡고 폐쇄적인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그런 굴곡 덕분인지 이런 부조리를 그녀는

'작가'라는 직업으로 승화시켰다.


눈이 잘 보이지 않아서 다른 이들과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직업을 제외하고

혼자서도 고독하게 글을 쓰는 작가라는

직업이 그녀에게는 최적의 직업이라 고백하는데,

다양한 삶의 경험과 시간을 바탕으로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며 써온 글로

국내에서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에 출시한 신작은 예측은 가능하지만

언제나 낯설기만 한 노화와 질병 또

남편의 죽음을 맞이하면서 느낀

건강에 대한 그녀의 생각들을 담았다.

타고난 신체적인 한계인 시각에 대한 부분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겪게 되는

생로병사의 과정을 통해

그녀가 생각하는 진정한 건강이나

욕심, 먹는 것, 약에 대한 부분부터

스스로 몸을 경영해가는 과정 등을 담담히 풀어냈다.


평균수명이 길어졌다고는 하지만

사람들이 보통 사망 전 10년을 앓다가 간다고 한다.

무병장수의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내 몸에 대한 관리를 하고

또 건강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지는 신체적인 조건을

바꿀 수 없다면 지금 내 몸 상태를 온전히 이해하고

나에게 맞는 식단이나 건강법을 유지함으로써

내 몸과 잘 지내는 방법을 익힐 수 있겠다.


저자가 말하는 건강은

앓는 병 없이 수치적인 완벽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완벽한 면역력이나 빈틈없는 식단이 아닌

무리하지 않는 적당함,

설렁설렁한 듯싶지만 소박하면서도

마음 편한 한 수 위 기술을 천천히 얘기한다.


오랜 시간을 살아온 인생의 선배이자,

많은 일이 있는 굴곡 있는 삶의 경험 앞에서

누가 봐도 '노인'인 저자가 말하는 건강이

오히려 어떤 건강 전문의가 말하는 것보다

더 와닿고 술술 읽히는 느낌이 들었다.


또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의 임종 앞에서

가족들이 보였던 담담한 일상의 모습은

'나도 나중에 저런 마지막을 맞이해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나'에 대해 정확히 안다는 것,

그것부터 건강은 시작되는 것 같다.

나 스스로도 지금의 내 몸 상태나 받고 있는

치료 앞에서 이따금씩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몸은 정신이 지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 몸의 메인 컨트롤러는 나야. 내 말을 들어!'라고

몸에 주입 시키곤 하는데

그게 실제로 얼마큼의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의미 있는 마음가짐이라고 여기는데

실제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신체 상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수는 있지만

거기에 너무 얽매이게 되면 오히려 힘들 때가 있다.

오랜 시간을 살아 낸 작가의 얘기들은

그런 마음가짐을 잡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나이를 들고 이제 완연한 성인에서

나 역시 중년으로 노년으로 향해갈 것이다.

인생의 장기전 앞에서 나를 스스로 어떻게 돌보고

어떻게 케어할지 장기적인 관점으로 돌아보며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나와 내 몸 상태를 잘 알고, 스스로를 제대로

케어할 수 있는 방법을 아는 것만으로도

좀 더 수월한 노년기가 되지 않을까?

불편한 부분은 있지만 그것이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그런 노년기를 맞이하기 위해

지금부터 조금씩 나를 알아가고

완벽하진 않지만 효율적인

그런 건강을 유지할 수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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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노부인이 던진 네 가지 인생 질문
테사 란다우 지음, 송경은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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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는 하고 있는데

일도 쉼도 사람들 사이의 관계도

다 풀리지 않고 엉켜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나 열심히 하고 있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지?'

내 앞에 닥친 일과 문제들을 풀어야 하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기분.

자신감도 없고 누구도 나를 이해할 수 없다고,

나는 혼자라는 어두컴컴한 기분.

번아웃이라고 일컫는 이 시기를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된다.


천천히 생각할 시간이나 여유조차 없을 때는

마치 진퇴양난에 빠진 듯 이 번아웃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게 되는데

최근 번아웃까지는 아니지만 여러모로

많이 지친 기분이 들어서 이 기분을

어떻게 끌어올려야 할까 하던 중에 이 책을 만났다.


가볍고 얇은 두께에 편하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마음은 고스란히 꽉 안아주는 그런 힐링 소설이라고

해야 할지 에세이라고 해야 할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해답을 찾아가는

시간을 선물해 준 책이었는데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상담사인 테사 란다우가 쓴

《숲속 노부인이 던진 네 가지 인생 질문》이다.


스트레스와 번아웃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네 가지 중요한 질문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육아와 일에 치여사는 워킹맘인 주인공이

우연히 숲속에서 만난 노부인과 대화를 나누며

인생 전체를 바꿀 수 있는 네 가지 질문에 대해서

깨달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은 숲속 공원,

익숙한 공간이 주는 편안함에 추억까지 더해져

아련한 느낌이 드는 그 공간에서

뜻하지 않게 맞이한 혼자만의 시간,

숨 가쁜 하루에 치여 스트레스는 쌓여가고

가족이나 일은커녕 자신조차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지쳐있던 주인공은

노부인과의 대화를 통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한 번에 한 가지 질문만을 알려주고

바람같이 사라지는 노부인은

그녀가 네 가지 질문을 차례로 마주하고

그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며 마음의 소리를 듣고

스스로 해답을 찾아갈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한다.

노부인이 던지는 네 가지 인생 질문은 다음과 같다.


숲속 노부인이 던지는 네 가지 인생 질문은?

✔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가?

✔ 이게 정말 그렇게 중요한가?

✔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 내가 1년 후에 죽는다는 사실을 알아도 지금처럼 계속 살고 싶은가?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 앞에서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해야만 했던' 일을

숙제하듯이 해치웠던 사람들에게는

첫 번째 질문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가?'가

스스로의 마음속의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정말 원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스스로에게 가져온

변화는 단순히 어떤 선택에 대한 것뿐 아니라

태도의 변화와 더불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마음속의 이야기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자존감을 올려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소한 일에 화나 짜증이 날 때는 두 번째 질문인

'이게 정말 그렇게 중요한가?'를 떠올리면 좋다.

감정지수를 1에서 100까지로 나누고

내가 현재 느끼는 감정이 감정지수의 어느 정도인지

스스로 채점해 보는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누리고 있거나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작다고 생각하고 가지지 못한,

부족한 것에 대한 아쉬움만을 느낄 때가 많다.

두 번째 질문을 통해서는 내가 처한 상황, 감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그것을 측정해 가는 과정에서

처한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세 번째 질문은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어,

가지고 있는 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그 속에서 혼란스러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꼭 물질적인 소유가 아니더라도,

심적으로 잡고 있는 욕심이 나 이기적인 마음도

여기에 포함할 수 있지 않을까?

생활이나 소유를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단순화하여

그 평화로움을 즐기는 미니멀리스트도

이와 비슷한 마음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질문은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지 그 방법도 알고,

내가 해야 하는 것도 알고 있지만 변화 앞에서

바뀔 미래에 대해 불안하거나 확신이 없을 때,

변화를 위한 용기가 부족할 때 스스로에게

자극제가 되어 줄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질문은 지금까지 봐왔던 3가지 질문을

모두 함축시킨 질문이기도 하고,

내가 가장 원하고 필요한 중요한 것을 알고

그것을 실천하는데 주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기회의 마지막 질문인 것이다.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 주인공은

인생의 네 가지 질문을 통해 시행착오를 겪고

흔들리면서 결국에는 자신이 바라고 원하던

하고 싶었던 것들을 이루고, 인생을 변화시켰다.

한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막연한 성공담이 아니라

단순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질문들은

일상에 지치고 행복이 필요한 오늘날의 우리들에게도

변화를 가져올 인생 질문이 되어줄 것이다.


이제는 일이나 가정, 사람들 간의 관계 등

힘이 부친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방향이 필요할 때

나 자신에게 숲속 노부인이 그랬던 것처럼

이 네 가지 질문을 던져보려 한다.

그래서 내가 가장 원하는 중요한 필요한 것을

후회 없이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이 글은 아르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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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못하는 사람들 - 우리의 인간다움을 완성하는읽기와 뇌과학의 세계, 2024 세종도서
매슈 루버리 지음, 장혜인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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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로 된 인쇄물의 시대를 벗어나

휴대폰이나 컴퓨터 모니터를 비롯해

다양한 시각적 요소를 통해서

미디어를 소비하는 시대가 되었다.

아무리 사진이나 영상이 주를 이루는

미디어 시대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읽고 있다."

읽는다는 행위에 대해서 생각할 때

보편적으로 인쇄된 활자 형태의 글자, 텍스트를 보고

그것의 의미를 이해하는 일반적인 의미를 생각했다.

읽는다는 행위에서 글자나 단어를 빼놓을 수 없고

'읽는다'라는 행위 자체를

누구나 동일하게 '읽을 수 있다'라는

전제하에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기,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어서

문맹률이 높았던 것과 달리

배움의 기회도 방식도 다양한 지금

오히려 다양한 매체 앞에 놓여 있는

많은 이들에게서 글자는 읽을 수 있지만

의미는 이해하지 못하는

"실질적 문맹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높은 SNS 사용이나 낮은 독서율이

원인이라고들 분석하고 있는데

이는 "읽지 못하는 것"이 아닌

"읽지 않은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근본적인 읽기를 하지 못한다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이번에 읽게 된 《읽지 못하는 사람들》은

난독증이나 과독증, 실독증이나

글자로부터 색이나 냄새,

촉감을 보고 느끼는 공감각,

병리적 환각이 읽기에 미치는 영향을 비롯해

치매를 통해 인지저하뿐 아니라

읽는 방법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우리가 고정적으로 가지고 있던

"읽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이들이 읽기에 어려움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고자 하는 근본적인

욕구를 끊임없이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같은 독자의 입장에서 나와 다른 방식으로

읽기를 마주하는 사람들의 사례가

굉장히 이질적이기도 하고 색다르기도 했지만,

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렇게 "읽는"

독자들의 방식이 어떻게 느껴질지 궁금해졌다.


이 책은 전형적인 독자(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를

넘어서는 읽기를 대담하게 탐색하며

난독증, 과독증, 실독증부터 공감각, 환각, 치매까지

다양한 신경 질환 때문에 활자를 접할 때

문제를 겪는 신경다양적 독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그들이 읽기 앞에서 처한 문제를 전하고 있다.


이상적인 독자나 올바른 읽기라는 것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닌데 보편적인 공통점을

이상적인 것으로 판단하여 대부분의 사람들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그들을 배척하고

'읽지 못한다'라는 불편한 감정을 바탕으로

차별을 하고 소외감을 느끼게 하곤 한다.


난독증이나 과독증 처럼 어렸을 때부터

타고나는 것도 있지만 실독증이나 치매의 경우에는

누구나 맞이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결코 그들이 처한 상황이 특수한 일부에게만

해당하는 케이스라고 단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읽고자 한'

그리고 자신들의 그 읽지 못함을 남기고자 한

이야기들은 근본적인 '읽기'에 대한

순수한 욕구와 더불어 다양한 읽기 방식에 대해

깨달음으로써 읽기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다.


작가는 책의 서두를 통해 이 책을 꼭

일반적인 방법처럼 순서대로 읽지 말고

거꾸로도 읽고, 아무 데나 펼쳐서도 읽어보고

자유롭게 탐닉하기를 바란다.

무언가 고정된 형태의 '읽기'를 우리 스스로 만들며

읽기의 다양성을 해치는 것을 최대한 막아보고자 한

배려가 아니었을까 싶다.


난독증이나 과독증에 대해서는

그래도 듣거나 본 적이 있었는데

실독증이나 공감각자에 대한 이야기는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특히나 밋밋한 활자에서 색이나 맛, 촉감을

느낀다는 공감각자의 이야기는

같은 페이지를 다르게 지각한다는 점에서

읽기의 뿌리 자체가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읽는다는 행위'를 텍스트로만 인식을 하는

나에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감각의 것이어서 말이다.


영원한 현재를 산다고 하는 치매환자들의

읽기에 대한 부분에서는 치매를 앓았던 할머니가

서서히 글자를 잃어갔던 기억으로 점쳐졌다.

하나씩 가진 모든 것을 잃는다고 생각한 치매였는데,

치매를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고자 했던 분들의 사례를 보니

나도 할머니를 위해 해드릴 수 있던 게 조금은

더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로 남는다.


이처럼 정말 읽기의 세계는 넓고 다양하다.

획일화된 생각으로 읽으며

스스로 폭을 좁히고 있었던 건 아닌지,

하지만 책을 통해서 이렇게 다양한 읽기 방식을 가진

이들이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나아감이 있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어려운 용어들도 분명 있었고,

쉽게 공감할 수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근본적인 읽기라는 행위에 대한 욕구만큼은

모두가 동일했던 독자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글은 더퀘스트로(길벗출판사)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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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차린 식탁 -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50가지 음식 인문학
우타 제부르크 지음, 류동수 옮김 / 애플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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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존재한 이례로 지금까지,
우리가 삶이라는 것을 영위하기 위해서
빼놓을 수 없는 행위 중 하나는 바로 '먹는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환경이 바뀌며 사회가 형성되고
많은 변화를 맞이했지만
기원전부터 시작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변치 않는 사실은 '사람은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살기 위해 먹는다고 했고
누군가는 먹기 위해 사는 것 같다고도 한다.
이 食과 生은 떼어놓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에 있는데
그래서인지 인류가 지금까지 살아온 역사는
인류가 먹어온 음식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자인 우타 제부르크는 건축 전문 잡지의 기자로
여러 해 동안 활동하면서 다양한 기사를 작성했고,
음식 관련된 에세이도 다수 집필했는데
이번에 소개할 《인류가 차린 식탁》은
기원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룬 50가지 음식 이야기를 통해
그 시대의 역사에 대해서 재미나게 풀어내고 있다.

기원전 1만 1,000년경 전의 매머드 스테이크부터
기원전 1400년경 이집트의 미라로 남은 소갈비,
지금의 우리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1200년경 원나라의 훠궈를 비롯해
상상조차 가지 않는 1650년 유럽의 백조 구이,
최초로 등장했던 1810년경의 통조림 고기를 시작해,
노동자들의 음식으로 지금까지 쭉 이어오고 있는
1860년경의 피시 앤드 칩스,
이제는 모두에게 필수 음료가 돼버린
1900년경의 커피부터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개츠비 샌드위치,
최근에도 많은 주목을 받은
분자요리를 떠올리는 액체 올리브,
팬데믹 시대의 디너 등
엄청난 역사의 연대기를 따라 50가지의 음식과
그 역사를 다루고 있었다.

기본적인 욕구이자, 생과 관련된 음식에 대한 욕구는
어떤 때는 맛으로 어쩔 때는 보이는 것으로
어떤 때는 살기 위해 먹어야 하는 것으로
또 어떤 때는 계급 차이를 명확하게 구분 짓는 것으로
역사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위안거리"라 정의되는
이 음식의 이야기는 가장 기본적이기에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고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음식의 역사를 살펴보며
그 음식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모든 것에는 의미가 깃들기 마련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 하는 말이나 행동,
머무는 장소, 입는 옷이나 읽고 쓰는 모든 것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지금의 우리를 설명하는
"표현이자 역사"가 되어버리는데,
지금의 우리가 먹고 있는 이 음식은
또 지금의 시대에 새로이 등장하는 음식들이
먼 훗날에는 어떤 의미로 해석이 되고
어떤 역사적인 가치를 가지게 될지 너무 궁금해진다.

책의 마지막에서도 언급되었던 코로나 시대,
바깥에서 활동을 하고 취식을 하던 사람들이
다시 가정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나 역시도 유일한 즐거움이 되었던 것은
삼시 세끼 먹는 음식이었는데,
사람들을 제대로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
여행은커녕 일상생활 속에서
바깥을 제대로 다닐 수 없는 답답함을
때로는 음식으로 풀어내었던 것 같다.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수적인 섭취로써 뿐 아니라
음식은 우리에게 심리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숱하게 먹어온 음식들이 가진 역사가
이토록 흥미진진했음을,
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식재료와 조리법의
고대 음식들 소개를 읽으면서도
침을 삼키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음식이나 식문화에 얽힌
역사적인 이야기들을 쉽게 읽을 수 있어서
더욱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 글은 비전비엔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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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소설Y
조은오 지음 / 창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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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인류의 번성이 생긴 수백 년 후의 지구,
인간들이 서로와의 접촉을 최소화함으로써
서로를 증오하게 만든 모든 요소를 제거하고
거주공간 밖에서는 철저히 독립된 생활을 하면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싸움도 견제도 없는
안정적인 생활을 추구한다.
이 규제는 타인과의 접촉, 대화, 눈 마주침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포함하는데다가,
모든 가정에는 독립된 거주 공간과 공간을 가릴
'버블'을 제공한다.

주인공인 평가자 07은 이런 중앙의 규칙과 규제에
따르고 있으면서도 보호자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
누군가와 눈을 마주치고 싶다는 본능 앞에서
'나만 비정상인가?'라는 생각을 하던 중
주민평가를 통해 인터뷰하게 된 126번이
갑자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며
대화를 시도하고 '외곽'으로 갈 생각이 없냐며
순식간에 07을 흔들어 놓자,
무엇 때문이었는지 다른 이들과 달리 눈을 마주쳐도
편한 그에게 믿음이 생겨서인지
외곽 출신으로 태어나 중앙으로 이주해,
이곳의 다른 이들보다 풍족하게 지내고 있지만
본능적으로 느꼈던 서러움이나 외로움,
답답함을 해결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그와의 약속을 지키고 함께 외곽으로 이주 신청을 한다.


'중앙'이라는 완벽한 세계에 속해 있지만
완전하지 않다 여겼던 주인공 평가자 07의 혼란스러움에
126의 적극적인 제안은 순식간에 그들을
'외곽 세계'로 데려간다.
외곽 세계에서의 적응을 위해 뽑힌 20명의 중앙인들은
교육을 받고 적응 기간을 거치며 졸업시험까지 통과해야
비로소 외곽의 사람이 될 수 있다.

늘 눈을 감고 타인과의 소통을 피해왔던
(그게 최선의 안전이라 배워왔던) 중앙인들에게
서로 눈을 맞추고 대화를 나누며 마음을 주고받는
과정은 낯섦을 넘어 두려움으로 다가오기까지 한다.
비슷한 처지의 95나 60과 함께 어울리게 되면서
같은 중앙에서 왔지만 그들과는 다른 자신의 과거에
07은 어쩐지 마음을 줬지만 다르다는 느낌에
썩 유쾌하지 않았다.

자신을 외곽으로 이끈 126은 외곽 세계에서의 평가자로
07을 누구보다 배려하고 챙겨주며 의지하고픈 존재로
서서히 마음속에서 커져가는데,
현장실습으로 함께 나갔던 외곽의 어느 지역에서
몰래 금지된 제한구역에 들어간 07은 보지 말았어야 할
관경을 보고, 숨겨지고 가려진 진실 앞에 혼란스러워진다.

믿었던 126에게도 속았다는 기분,
그동안 알고 있던 세상의 진리가 흔들리는 그 속에서
하지 말았어야 할 행동까지 발각될 위험에 처하며
07은 자신의 존재 위험 앞에서 선택의 기로에 선다.


버블 속에 갇혀서 지금이 가장 완벽하고 안전한 줄 알았던
07이 새로운 세상 앞에 스스로를 벗어던지며 마주한
외곽 세상의 진실은 무엇일까?
견고한 외로움을 무너뜨리고 내가 더 많은 꿈을 꾸게 한
126은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을까?

07이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고,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자신도 몰랐던 자신을 찾아가며
비밀과 궁금증을 파헤쳐 가는 과정을 살펴보며
그의 담대함과 커다란 용기가 부러웠다.
지금의 나 역시도 스스로 속해있는 어떤 안전한 틀에서
벗어나고자 시도하기가 어렵고 두려운데
그 위험을 무릅쓰고도 나아가는 07의 그 용기는
알을 깨고 새로이 태어나는 용맹한 아기 새 같달까.
알 속의 세상이 안전하다고 해도 알 속에만 있을 수는 없고
알을 깨고 나올 때도 누구의 도움 없이
그 긴 시간을 오롯이 혼자 견뎌내야만 힘든 그 시간 끝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비로소 자라게 된다.
진실을 향해 쫓는 07의 성장기는
마치 아기 새의 그것 같아서 더욱 뭉클했고
영화 <트루먼쇼>를 연상케 하는 반전은 마지막에
다다를수록 더욱 피치를 올렸다.


가제본으로 만난 이 작품은 마치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이
서로 거리를 두고 지정된 번호 외 이름도, 얼굴도 모르고
눈을 감은 채 목소리로만 정해진 질문으로 소통하듯이
작가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작품을 읽으며
추측해가는 과정이 신선했다.

먼 미래의 이야기를 다룬 SF의 장르소설임에도
뭔가 인간적인 소통이나 마음에 대한 주고받음을
얘기하는 스토리를 보며 막연하게 떠올린 작가도 있었다.
정식 출간본이 나오고 책을 다 읽기 전까지
부러 정보를 찾아보지 않고 책을 다 읽고 채점이나
복권을 맞춰보는 기분으로 찾아보니 보란 듯이 나의
예측은 빗나갔지만 예상치 못한 작가라
오히려 신선해서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공되는 기초정보가 있을 때
우리가 얼마나 보는지, 또 작품을 보는 눈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잘 알고 있기에
오로지 작품으로만 승부 한 이번 소설Y클럽은
더욱이 큰 재미로 다가왔던 것 같다.
알을 깨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간 07의 모습을 따라
나도 나의 세상에 작은 균열을 내봐야겠다.

"이 글은 창비로부터 소설Y클럽 11기 활동을 위해 가제본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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