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감탄력 - 평범한 세상에서 좋은 것을 발견하는 힘
김규림 지음 / 웨일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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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이라는 업무를 하는 데는

색다른 시선과 남다른 생각이 필요하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새로운 시선을 갖는다는 것은 쉽지가 않은데,

최근에 많은 마케터들의 주목을 받고 있고

다양한 활동으로도 잘 알려진

마케터 김규림의 새 책이 나왔다.


김규림은 배달의민족 마케터로

특유의 그림과 글씨가 더해진

독립출판물 도쿄규림일기 를 통해 알게 되었다.

당시 책에 대한 관심이 많던 찰나에

독립출판물 관련된 소개 글을 올리는 피드에서

이 책을 보고 '읽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일반 도서관에서는 독립출판물을

취급하지 않아, 그녀의 SNS를 보게 되었고

그 이후로 다양한 일과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모습을 보며 재미있기도 하고

예전에 회사 다닐 때가 생각이 나서

그 뒤로 쭈욱 새로운 책이 나올 때마다

읽어보게 되었다.


스스로를 '문구인'이라 칭하며

문구를 좋아하고 글쓰기와 그림을

꾸준히 하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결심과 정성이 필요한데

지켜봐온 시간만 해도 몇 년인데

그동안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에

절로 숙연해진다고나 할까.


예전에는 나보다는 어린 사람에게

지식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나 과정에 대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한 해 두 해가 갈수록

'선생은 어디에나 있다'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런 포인트가 더해져서 김규림의

SNS와 SNS를 통해 소개된

그녀의 블로그까지 도달하게 되었는데

인스타그램에서도 소개하고 있지만

매주 목요일마다 두 문단 이상의 글을 쓰는

(자유주제) '목요일의 글쓰기'가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나 역시 SK커뮤니케이션즈에 재직 당시

사내에서 '우리는 모두 예술가다'라는 타이틀로

'해피C' 활동을 하며 매주 수요일마다

사내 블로그에 글을 쓰는 활동을 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글쓰기 모임 이름도

'수요일의 글쓰기'였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점심시간에 모여서

같이 점심도 먹고 자유주제로 블로그에 글을 쓰며

하나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과정은

'마감'이라는 게 정해져 있어서인지

확실한 결과물이 나와서 좋았고

어찌 됐든 일주일에 한 편씩 글을 작성하면서

스스로도 콘텐츠를 작성하는 노하우가

생겼다고 생각을 한다.


물론 블로그팀 소속으로써

다양한 콘텐츠를 봐왔던 나에게

포스팅을 작성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완성된 결과물에 쏟아지는 칭찬을 들으며

조금은 으쓱해지는 경험이기도 하다.


이번에 출간된 《매일의 감탄력》은

마케터 김규림이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매주 목요일 업로드를 하던

'목요일의 글쓰기'에 작성했던

콘텐츠들을 묶은 책이다.


자유주제로 작성한 글들이지만

한 사람의 시선을 통해서 작성되다 보니

크게 4개의 주제로 나뉠 수 있었다.


일에 대한 고민, 타지에서 일을 하며

느꼈던 새로운 시선들,

사람들과의 관계 등

평범했던 일상 속에서 글을 쓰기 위해

순간순간을 돌아보며 집중하다 보니

빛났던 것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솔직하게 담아냈다.


같은 하루를 보내고도 내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그 하루의 기억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이렇듯 다른 자신의 시선을 '감탄력'이라 칭했다.

평가하고 비판하기에 바쁜 요즘,

작은 것에 감탄하고 감동하는 그런 시선이

가진 힘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은

대단한 기술이나 학습이 아닌 마음가짐의 변화

만으로도 가져올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목요일마다

꾸준히 써 내려간 이야기들.

꾸준함의 힘에 한 번 놀라고,

이토록 색다른 시선으로 평범한 일상을

빛나는 하루로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다시 한번 놀랐다.


무려 15년 차 블로거라는 작가의 꾸준함이

농축해온 감탄력의 힘을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모두가 느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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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치의 시간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북포레스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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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은 뭐 먹을까?"

회사에 다니던 직장인 시절에는

동료들과 함께 점심시간을 앞두고

메시지를 나누며 심각하게 논의한 주제였다.


한 시간 길게는 한 시간 반 정도의 시간을

회사와 일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만끽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점심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하기에

몇 가지 안되는 후보군 중에서 심도 있는

토의를 통해 결정했던 것 같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걸 먹겠어'가 아닌

날씨가 함께하는 사람, 그날의 기분이나 분위기에

어울리는 점심을 고르기 위해서

심도 있는 마음의 결정을 내리는 건

비단 나만의 얘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이야 혼밥도 가능하고,

먹고 싶은 사람들끼리 자유롭게 먹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지만 내가 직장 생활을 할 때는

'특별한 약속이 없는 이상

팀원이 모두 함께하는 점심'이 대다수의 분위기였고,

12시에서 1시에 달하는 엇비슷한 점심시간에

붐비는 걸 피하기 위해서 11시 30분 즈음에 나가거나

부러 늦은 점심시간을 맞이하고 있을 때면

공식적인 휴식을 할 수 있는 점심시간도

업무의 연장인 것 같은 기분에 조금 울적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구제해 주기 위해

약속이나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인근 팀 동료,

입사 동기들끼리 서로를 구제해 주기도 했었다.


일부러 고른 것은 아니지만 팀장님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메뉴나 간단식,

회사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어서

걷는 시간이 필요한 식당 등이

최종 후보지가 된 것은

이런 무의식의 반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고 몇인 이상 집합 금지라든가

가림막으로 가려진 식당 이용 등으로 인해

바깥에서 밥을 먹는 시간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다.

외출을 최소화하고 집에서 가족들과의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아지며 '집밥'이나 '홈메이드'의

비중이 늘어가기도 하고 말이다.


이렇듯 사소한 한 끼 밥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하루의 행복과 소소한 일상, 생각을 담은

마스다 미리 만의 감성을 담은 만화 에세이가 나왔다.

바로 《런치의 시간》이다.


하루 한 끼 점심 식사에 대한 마스다 미리의 추억이

귀여운 그녀의 만화 에세이로 재 탄생했다.

이제는 워낙 잘 알려진 마스다 미리 이자,

만화뿐 아니라 에세이, 소설 등 글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뭐니 뭐니 해도

마스다 미리 세계의 진수는 만화에서 나오는 것 같다.


함께 일하게 된 출판사 직원들과의 식사나

코로나 시대 오랜만에 방문한 본가에서

엄마와 마주한 식사 등 다양한 상황과 기분을 담은

그날의 한 끼 식사는 '점메추'를 찾는 우리들에게도

또 음식을 통해 사소한 행복을 만끽하고 싶은

이들에게도 즐거움으로 다가가지 않을까 싶다.


기존에 책을 통해 알게 된

오사카 출신으로 현재 도쿄에 거주 중인

마스다 미리의 일상들을 '점심'이라는 주제로

좀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일상에서 쉽게 만나는 메뉴들도 있었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여행을 다니지 못하면서

그 아쉬움을 담아 이국적인 요리들을

직접 해먹는 과정은 굉장히 인상적이기도 했다.

'원래의 음식 맛이 어떤지 모르니,

내가 만든 맛이 맞는지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나 역시도 느껴봤지만

'그래도 뭔진 모르겠지만 맛있는 건 확실하군'하고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끝나는 식사의 경험은

새로운 즐거움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콜리플라워 라이스가 들어간 카레나

금욕의 버거(비건 버거) 등

특이한 메뉴를 거침없이 선택하는 그녀를 보면서는

음식에 있어 큰 도전을 하지 않는

입맛 흥선대원군 편에 속하는 나에게는

대리만족을 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고 말이다.


한 번씩 맛있는 식사를 하고 나서

평소보다 배의 행복을 느끼고

'그래, 이러려고 돈 버는 거지'라는 생각을 한다.


돈벌이를 한다는 것 = 먹고살기 위함으로

사실은 이 맛있는 음식을 나에게 먹이고자

스스로를 먹여살리는 것이 근본적인 것인데

때로는 일을 하기 위해서 그 가장 기본적인 기쁨을

최소화하고 간단히 하며 대충 넘길 때가

너무 많았던 나에게 반성을 안기기도 했다.


'마스다 미리가 먹을 것에 이토록 진심이어서 더 좋다'

라는 생각이 들었던 이번 에세이!

대단한 소재가 아니라, 누구나 매일 맞이하는

'런치 시간'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과 허심탄회한 소통을 하고자 한

마스다 미리의 마음이 느껴지는 그런 책이었다.


그래서 오늘 점심은 뭐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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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베이킹 - 생각이 많은 날엔 빵을 구워요 난생처음 시리즈 5
김보미 지음 / 티라미수 더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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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과점이 겨우 보편화되기 시작할 무렵,

중학교 때 같이 노는 무리는 아니었지만

인사하고 지내던 친구 중 한 명이

일찍 도착한 등교 시간에 도움을 요청했다.


단짝인 친구의 생일을 맞이해서

자기가 이벤트를 준비했는데

잠깐 그 친구를 잡고 시간을 끌어달라는 것!

잠시 후 시간이 지나고 알게 된 이벤트는

바로 직접 만든 브라우니 케이크로

생일선물을 대신한 것이었는데

평소에 보이시하고 털털한 이미지에

요리하고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그 친구가 직접 만들다니,

그것도 무려 집에서 케이크라니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녀가 만든 하트 모양의 브라우니 케이크는

굉장히 맛스러워 보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가오는

언니의 생일을 맞이해서

나도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 나에게 첫 베이킹이었다.


당시 우리 집에는 오븐 기능이 있는

전자레인지가 있었고

언니 생일에 맞춰서 브라우니 케이크를 만들었다.

밀가루와 설탕 등은 집에 있었고,

쉽게 구하기 힘들었던 코코아 분말과 케이크 틀을

비롯해 레시피는 그 친구에게 빌렸는데

친구는 재료를 판매하는 곳의 명함과 주소를 비롯해

친절하게 레시피북을 복사해 주며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라고 해줬다.


밥이나 간단한 찌개, 반찬은 엄마의 도움 아래 해봤지만

케이크는 처음이었던 그때!

대강 레시피를 숙지해두고, 언니의 생일 당일 아침

일찍 일어나 케이크 만들기에 나섰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베이킹, 계량기도 없이

(이것부터 틀렸다) 감으로 만들기 시작한 케이크는

휘핑기도 없이 손 거품기로,

또 코코아가루가 달콤한 것이라는 착각으로,

레시피의 설탕량이 말이 안 될 거라는 오해로

(설탕이 몇 컵이 들어가는 게 맞아? 숟가락이겠지)

제대로 부풀지도 않고 납작한 씁쓸하고 텁텁한

코코아가루의 맛만 남은

하트 모양 브라우니로 완성되었다.


오븐 전자레인지 안에서 제법 그럴싸한 향을 풍기며

익어가는 브라우니 앞에서

"설탕은 몇 컵이나 넣었니?"라고 물어보는

엄마의 질문에 그때부터 어딘가 잘못됨을 느꼈다.

어렸을 때부터 튀김 도넛이며

막걸리 빵을 만들어본 엄마는

'디저트'인 이것에 설탕이 많이 들어감을

이미 알고 있었고,

영문도 모르는 우리는 레시피북을 믿지 못하고

설탕 2컵 정도를 넣어야 할 것은 2스푼 정도만 넣었으니

그 결과는 말할 것도 없겠다.


납작하고 씁쓸하고 텁텁한 모양만 브라우니인

케이크를 그래도 언니는 너무 기뻐해 주었고

겨우겨우 생크림의 도움을 받아

꾸역꾸역 먹으며 속상한 마음을 달랬다.


그 뒤로 '제대로 만들고 싶다'라는 욕심은

베이킹에 대한 마음으로 부풀어 올랐고

그때부터 나의 홈베이킹 꿈은 시작되었다.





그 뒤로 전자레인지 설명서에 부록으로 있는

다양한 쿠키와 케이크 레시피를 따라 하고

응용하며 나만의 베이킹을 시작했다.

대학교에 가고 성인이 되며

베이킹 몰 등이 생기고, 인터넷에

다양한 홈베이킹 레시피를 올리는 커뮤니티를 보며

재료와 도구를 갖추고 남부끄럽지 않은

홈 베이커가 되며 '이렇게 달콤한 향을 맡으며

이게 일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이런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베이킹을 시작하고 그것을 업으로 삼은

작가의 이야기에 책에 담겼다.


난생처음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인

《난생처음 베이킹》은

자타 공인 빵순이인 저자가,

'이렇게 (많이) 사 먹느니 직접 만들어보자!'에서

시작한 빵 만들기에서 본격적인

카페 사장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방송구성작가로 일하던 저자는

밥보다 빵을 너무 좋아해서

나만의 빵집 리스트가 있을 정도였다.

배고플 때 스트레스 받을 때 등

찾는 빵집들과 그 포근한 빵들에게서

누구보다도 큰 위로를 받았는데,

우연한 기회에 참여하게 된 베이킹 클래스에서

그 매력에 더욱 빠지며 본격적인 빵 만들기에

돌입하게 된다.


좋아하는 것에 이토록 적극적이며,

그 속에서 스스로에 대한 위로와

인생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새로운 시작 앞에 소극적인 나에게는

굉장히 진취적이고 멋진 모습으로 보였다.

특히나 비슷한 경험을 가진 나에게는

그 새로운 방향을 도전했다가 포기했었기에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 때문이다.


포근하고 달콤한 위로, 빵이 주는 힘은 맛 외에도

부풀어 오르는 반죽을 보며 얻는 힐링타임이 있다는

잊고 있었던 그 매력을 책을 읽으며 다시금 떠올렸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라고 하듯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며

마주한 힘듦 앞에서도

빵에 대한 애정으로 씩씩하게 나아가는 모습은

'내가 좋아하는 것에 이토록 진심인' 사람들의

순수한 애정이 주는 힘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근간이 아니라서, 책에서 소개된 sns 계정을 통해

찾아본 최근의 소식은 폐업이라서 그 사연이

궁금하기는 했지만 어디에 있든

저자의 빵에 대한 애정만큼은 진심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것에 오롯이 마음을 다해 뛰어들 수 있다는 것,

그 순수한 마음을 전해주는 것이

바로 '난생처음 시리즈'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베이킹을 잘 모르는 사람도

빵에 대한 관심만을 가진 사람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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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은 독
오리가미 교야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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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앞두고 미스터리 추리 및
공포를 다룬 소설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회 미스터리물은
실제로 착각할 만큼 리얼한 묘사로
독자들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이번에 읽게 된 오리가미 교야의
반전이 있는 미스터리 소설
《꽃다발은 독》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이나 '색안경'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독자들의 상상과 예측을 무너뜨리며
그 재미를 더하고 있었다.

작가인 오리가미 교야는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활동하며
집필한 작품이 수상하며 등단하게 되었다.
호러와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애틋하고 소름 끼치는 감정을 자아내는 데
능숙한 스토리텔러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

《꽃다발은 독》은 오리가미 교야가
미스터리 장르에 처음으로 진지하게 도전한 작품으로,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 등용문이라
할 수 있는 인기 TV 시사 프로그램,
〈왕의 브런치〉에 소개돼 큰 화제를 모았다.
2021년에는 미라이야 서점의 전국 직원들이 꼽은
‘지금, 제일 팔고 싶은 책’에 선정돼
제5회 미라이야 소설 대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2024년 문고본으로 출간돼 순위를 역주행하며
다시 한번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한다.

변호사 출신 작가여서인지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탐정이나 사건의
법적인 절차, 조사 방법 등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꼼꼼하면서도 리얼리티를 더하고 있는데,
결말에 다가갈수록 실제 현실에 존재할 수도
있을 것만 같은 진실에 더욱 놀라게 되었다.

검사집안에서 태어나 검사를 꿈꾸는 기세는
우연히 학창 시절 동경하고
과외를 지도해 준 마카베와 재회한다.
의대생이었던 그가 학교를 중퇴하고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도 놀라웠는데,
그가 결혼을 앞두고 협박 편지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사실을 경찰에 알리기 주저하는 마카베를 대신해
기세는 탐정 사무소에 찾아가고,
그곳에서 중학교 시절 알게 된
선배이자 탐정인 기타미를 만나게 된다.
기세는 마카베를 대신해 기타미에게 조사를 의뢰하고,
마카베에 대한 협박을 조사할수록
믿을 수 없는 사실이 드러나며 반전을 맞이하게 된다.

평범한 중학생이었던 기세가
사촌 형의 학폭 앞에서 교내에서 탐정 견습생 역할을 하는
기타미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서두에 펼쳐진다.
신고를 하다가는 더 큰 피해를 받을까 두렵기도 하고
알리자니 걱정할 가족들 때문에
학폭을 고스란히 인내하고 있는 사촌 형을 대신해
그때도 지금처럼 기세는 대신 의뢰를 했었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며, 최대한 그를 믿고
돕고자 하는 기세의 마음은 중학생일 때나
법학도가 된 대학생일 때나 변함이 없다.

결혼을 앞두고 벌써 몇 번째 오고 있는 협박편지,
약혼녀에게 이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은
마카베는 기세와 기타미의 도움을 받아
협박범을 찾으려 한다.

그에게 원한을 살 만한 사람이 누가 있을지,
과거를 쫓던 과정에서
기세와 연락이 끊겼던 지난 4년 전
그가 어떤 범죄행위로 인해 체포되었던 사실,
피해자와 합의 후에 이사를 떠나게 되었던 것을 알게 된다.

믿을 수 없는 그 사건은 다른 것도 아닌
'강간 사건' 이었고
오인 체포일 것이라, 원죄일 것이라
믿고 있는 기세는 마카베의 입을 통해
제대로 설명을 듣고 싶어 한다.

마카베는 "체포된 건 사실이지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라며 사건을 부인하고
오해로 인해, 자신의 물품이 나와서 징역을 피하기 위해
부모님과 변호사의 설득으로 합의를 했다는 것이다.
사건 이후 이사를 했는데도 몇 번이나 이어지는 협박,
그 사건의 피해자가 아닌 이상 마카베에게 협박을
할 사람은 없는 상태에서
지금의 문제 해결을 위해 4년 전 사건부터
다시 접근을 해야만 했다.

유죄판결을 피하기 위해 무고를 받아들이고
합의에 응했던 마카베는 몇 년 뒤에 지금의 사태를
맞이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고 많이 위축돼 있었다.
그의 원죄를 믿는, 아니 믿고 싶은 기세는
4년 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그의 명예까지
되찾고 싶어 한다.

소설 속에서 마카베의 4년 전 사건과 관련해
원죄라는 말이 계속 나온다.

원죄는 다음의 뜻을 가진다.

怨罪 [원ː죄]. 원한을 품고 저지른 극악한 죄.
冤罪 [원ː죄]. 억울하게 뒤집어쓴 죄.

그에게 협박편지는 원죄였을까?
아니면 그 사건이 그에게 원죄였을까?

4년 전 사건을 기억하는 그의 이웃들,
그 뒤로 소원해진 그의 부모,
그의 원죄를 믿지 못했던 친구들이나
과거 사귀었던 여자친구,
그의 사건을 담당했던 변호사까지
기타미와 기세는 자신들의 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사건을 따라간다.

그 조사 과정에서 마주한 4년 전 사건의 결정적 사실,
그리고 마지막 협박범의 정체와
이 모든 사실을 마카베에게 털어놓을지의
기로에 선 기세의 선택.
마지막 순간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독자들의 추리를 제대로 무너뜨린 작가에게
두 손 두 발을 다 들게 되었다.

내가 생각했던 방향과 정 반대의 방향으로 흘러가는
소설의 전개에 자꾸만 소설의 앞부분으로 손이 갔다.
사건에 한 걸음씩 다가갈수록 바뀌고 바뀌는 예측은
우리가 가진 시선과 생각이
지극히 단편적인 생각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작가의 완벽한 승리, 반전이 가득한 미스터리 소설을
읽으며 제대로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글은 레뷰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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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리가 죽었대 - 제3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 수상작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서경희 지음 / &(앤드)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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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진짜야?' 싶을 정도로
믿을 수 없는 뉴스를 볼 때가 많다.
어떤 때는 거짓말 같은 현실일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조회수나 홍보,
상대방을 비난하기 위한 가짜 뉴스 일 때도 많다.
'뉴스' 하면 알려지지 않은 새 소식이라는 의미지만
내가 어렸을 때부터 생각한 뉴스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 정보였다.

가짜 뉴스는 상상조차 못했고,
금세 들통날 거짓말을 할 필요가 있나? 싶지만
요즘은 진실보다는 화젯거리, 가십에 집중한 나머지
사실을 확인하기도 전에 가공되고 조작된
혹은 과장된 뉴스들이 빠른 속도로 퍼지곤 한다.

제3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김 대리가 죽었대》는 이런 작금의 사태를
풍자한 블랙코미디 소설이다.

회사에서 능력으로도 인간관계를 비롯해
운동도 외모도 뛰어난 김 대리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뿐 아니라
경비 아저씨, 청소부 아주머니 등 모두에게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광화문에서의 시위로 물바다가 된 어느 날,
늘 일찍 나와서 커피와 간식을 준비하던
김대리는 보이지 않고 홍보팀에 함께 근무하는
직장동료는 "김대리가 출근하지 못한다는,
그가 죽었다"라는 소식을 전화로 듣게 된다.

사인도, 발인이 언제인지도, 장례식장이 어딘지도
놀라운 상황에 묻지도 못하고 끊긴 전화 앞에
그의 죽음을 슬퍼하던 동료들은
저마다의 논리를 앞세워 그의 죽음에 대한
추리를 시작해 나간다.

모든 면에서 완벽했던 김 대리가 빠진 회사는
가뜩이나 어수선했던 상황 속에서 더욱 엉망이 되고,
그의 도움을 받고, 그 덕분에 매끄러웠던
홍보팀의 분위기 역시 한순간에 어두워진다.

김 대리의 죽음에 대한 추측은
교통사고에서 교통사고, 갑질,
약물 과용, 도박, 사채, 사이비 종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원인이 각종 이유와 '그랬다더라'의 추측 앞에
방향을 잃고 만다.

어느새 추모보다도 그의 죽음에 대한 원인과
그의 진짜 모습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져갈 무렵
광화문에서 발생한 시위와 연관되어
의인으로 불리는 희생자의 모습이 김대리
같다는 결론에 이르른데,

홍보팀의 직원들은 퇴근 후 김 대리의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병원을 찾기로 결심한다.

퇴근을 얼마 안 남기고 그들에게는
김 대리의 죽음에는 더 이상 관심이 가지 않을만한
대 사건이 발생한다.

사실보다는 가십에, 퍼지는 소문에 집중한 사람들.
과연 김 대리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아니, 김 대리라는 사람이 있기는 했던 걸까?

김 대리 죽음의 원인을 찾아가는
홍보팀 직원들의 에피소드를 쫓아가며
사실 자체보다는 흥미요소로 바라보는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었고
넘쳐나는 가짜 뉴스의 시대
진실을 바라보는 눈의 필요함을 전하고 있었다.

단순히 오해나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 없는
누군가의 인생이나 먹고사는 일,
크게는 목숨에 이르기까지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이들을 보면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들이 이런 가짜 뉴스를 만들기까지는
그것을 그들이 원하는 대로 소비하고 퍼나르며
확대하고 부풀리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정말 미친 거 아니야?' 싶게
엄청난 몰입과 속도로 진행하는 작가의 필력에
순식간에 빠져들었고
이토록 완벽한 풍자가 있었던가 하는
감탄까지 하게 되었다.

건강하게 사실을 바라보고 소비할 수 있는 눈,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요즈음인 것 같다.

"이 글은 앤드러블5기 활동을 위해 앤드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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