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의 시간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북포레스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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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은 뭐 먹을까?"

회사에 다니던 직장인 시절에는

동료들과 함께 점심시간을 앞두고

메시지를 나누며 심각하게 논의한 주제였다.


한 시간 길게는 한 시간 반 정도의 시간을

회사와 일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만끽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점심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하기에

몇 가지 안되는 후보군 중에서 심도 있는

토의를 통해 결정했던 것 같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걸 먹겠어'가 아닌

날씨가 함께하는 사람, 그날의 기분이나 분위기에

어울리는 점심을 고르기 위해서

심도 있는 마음의 결정을 내리는 건

비단 나만의 얘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이야 혼밥도 가능하고,

먹고 싶은 사람들끼리 자유롭게 먹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지만 내가 직장 생활을 할 때는

'특별한 약속이 없는 이상

팀원이 모두 함께하는 점심'이 대다수의 분위기였고,

12시에서 1시에 달하는 엇비슷한 점심시간에

붐비는 걸 피하기 위해서 11시 30분 즈음에 나가거나

부러 늦은 점심시간을 맞이하고 있을 때면

공식적인 휴식을 할 수 있는 점심시간도

업무의 연장인 것 같은 기분에 조금 울적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구제해 주기 위해

약속이나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인근 팀 동료,

입사 동기들끼리 서로를 구제해 주기도 했었다.


일부러 고른 것은 아니지만 팀장님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메뉴나 간단식,

회사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어서

걷는 시간이 필요한 식당 등이

최종 후보지가 된 것은

이런 무의식의 반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고 몇인 이상 집합 금지라든가

가림막으로 가려진 식당 이용 등으로 인해

바깥에서 밥을 먹는 시간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다.

외출을 최소화하고 집에서 가족들과의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아지며 '집밥'이나 '홈메이드'의

비중이 늘어가기도 하고 말이다.


이렇듯 사소한 한 끼 밥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하루의 행복과 소소한 일상, 생각을 담은

마스다 미리 만의 감성을 담은 만화 에세이가 나왔다.

바로 《런치의 시간》이다.


하루 한 끼 점심 식사에 대한 마스다 미리의 추억이

귀여운 그녀의 만화 에세이로 재 탄생했다.

이제는 워낙 잘 알려진 마스다 미리 이자,

만화뿐 아니라 에세이, 소설 등 글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뭐니 뭐니 해도

마스다 미리 세계의 진수는 만화에서 나오는 것 같다.


함께 일하게 된 출판사 직원들과의 식사나

코로나 시대 오랜만에 방문한 본가에서

엄마와 마주한 식사 등 다양한 상황과 기분을 담은

그날의 한 끼 식사는 '점메추'를 찾는 우리들에게도

또 음식을 통해 사소한 행복을 만끽하고 싶은

이들에게도 즐거움으로 다가가지 않을까 싶다.


기존에 책을 통해 알게 된

오사카 출신으로 현재 도쿄에 거주 중인

마스다 미리의 일상들을 '점심'이라는 주제로

좀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일상에서 쉽게 만나는 메뉴들도 있었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여행을 다니지 못하면서

그 아쉬움을 담아 이국적인 요리들을

직접 해먹는 과정은 굉장히 인상적이기도 했다.

'원래의 음식 맛이 어떤지 모르니,

내가 만든 맛이 맞는지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나 역시도 느껴봤지만

'그래도 뭔진 모르겠지만 맛있는 건 확실하군'하고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끝나는 식사의 경험은

새로운 즐거움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콜리플라워 라이스가 들어간 카레나

금욕의 버거(비건 버거) 등

특이한 메뉴를 거침없이 선택하는 그녀를 보면서는

음식에 있어 큰 도전을 하지 않는

입맛 흥선대원군 편에 속하는 나에게는

대리만족을 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고 말이다.


한 번씩 맛있는 식사를 하고 나서

평소보다 배의 행복을 느끼고

'그래, 이러려고 돈 버는 거지'라는 생각을 한다.


돈벌이를 한다는 것 = 먹고살기 위함으로

사실은 이 맛있는 음식을 나에게 먹이고자

스스로를 먹여살리는 것이 근본적인 것인데

때로는 일을 하기 위해서 그 가장 기본적인 기쁨을

최소화하고 간단히 하며 대충 넘길 때가

너무 많았던 나에게 반성을 안기기도 했다.


'마스다 미리가 먹을 것에 이토록 진심이어서 더 좋다'

라는 생각이 들었던 이번 에세이!

대단한 소재가 아니라, 누구나 매일 맞이하는

'런치 시간'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과 허심탄회한 소통을 하고자 한

마스다 미리의 마음이 느껴지는 그런 책이었다.


그래서 오늘 점심은 뭐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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